제 사촌 큰형님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 중의 한 사람이 주지스님의 아들이고 후에 주지스님이 되어서 딱히 불교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큰누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돌아가신 큰어머님 위패를 절에 모셨습니다. 위패는 절에 모셨지만 사촌 2남2녀 중에 1남2녀가 미국에 이민가서 살고 있기 때문에 유골을 미국으로 모시느냐 그냥 한국에 모시느냐로 약간의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럼 유골을 나눠서 미국과 한국에 따로 모시자는 극약(?) 제안이 있었고, 큰형님은 그럴 수는 없다며 미국으로 모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큰어머님은 지금 미국 시카고의 어느 대학교묘지에 안장되어 계십니다.
큰어머님 장례에 왔던 5촌조카는 (교회 집사였던 이 아이는, 아이라고 해도 지금 70인데) 남들에게는 예수 믿으라고 그렇게 전도를 했으면서 제 외할머니는 전도하지 못했다고 펑펑 울었습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우리 중학교 때 제 어머니(내 사촌누님이신 오금녀 선생)가 혼자 미국으로 가고 외할머니 집에서 사범부국에 다니던 그 애를 매일 학교에 데리고 다녔었지요. 이 아이는 내가 제 5촌 아저씨인데도 삼촌이라고 부릅니다.
큰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내게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셨던 내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첫 기일이 되었을 때입니다. 큰 형수님이 내게 전화를 해서 어머님 기일에 제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나는 추모예배를 드릴 테니까 제사상은 차리지 말고 그냥 가족들 모여서 식사할 준비만 하시라고 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기독교에 추모예배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약 10년간 어머니 추모예배를 드린 것은 내 가족 중에도 믿지 않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예배에 참석시키고픈 마음에서였습니다. 실제로 예배에는 처음 참석해보신 사촌 큰형님은 이런 형식이 참 좋다고 말씀하시며, 당신도 돌아가시면 이렇게 하라고 해야겠다고 하셨지만, 돌아가신 후에 가족들이 그렇게 하지를 않습니다.
참으로 서론이 길어졌는데,
추모예배 후에 식사를 하면서 그 큰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예수 믿으려면 술 끊고 담배 끊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했더니 "정말 그런 거냐?"고 하시는데, 왜 그런 걸 여지껏 들어보지 못했는가 하시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 마치 예수 믿는데 걸림돌이라도 되는 것처럼 교회에서 '쓸 데 없이(?)' 가르치기 때문에 술 끊고 담배 끊기 어려워서 교회에 못나가겠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습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9장 11절부터 13절까지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이 보고 그의(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너희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잡수시느냐?'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느니라' 하시니라."
죄가 없다면 예수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 믿는 것은 죄를 용서받고 구원받기 위한 것인데 죄가 없다면 예수 믿지 않아도 구원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로마서 3장 10절에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사람 중에 의인은 하나도 없다, 즉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인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런 죄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니까 누구나 다 죄인의 모습 그대로 예수님 앞에 나아오면 되는 것입니다. 술주정뱅이면 술주정뱅이로, 담배 피우면 담배피우는 사람으로, 음란한 자는 음란한 자로, 도둑은 도둑으로, 찬송가에 있는 것처럼 "내 모습 이대로" 예수님 앞에 나아오면 되는 것입니다. 그 습관과 모습은 예수 믿고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됩니다.
때로는 죽을 때까지도 습관과 모습이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마지막 심판 때에 그것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심판 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예수 믿었느냐 안 믿었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예수 믿으려면, 또는 예수 믿으면 술 담배는 절대 금물이라고 해서 믿으려는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을 꺼리게 만들면 안 되는 것입니다.
첫댓글 다시 읽어보니까 혹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 첨언합니다.
마지막 심판 때에 오직 믿음만 따진다고 하면 살아갈 때에는 아무렇게나 하며 살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예수 믿으면 자기 생각대로 살아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맞는데,
예수 믿으면 그냥 아무렇게나 자기 마음대로 악을 행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성령님께서 內住하시며 그 사람의 언행을 지도(인도)하시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살 수 없습니다. 때로는 성령님의 인도를 무시하기도 하지만 예수 믿고 구원받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는 마음 속에 잘못에 대한 찔림이 있습니다. 성령님의 인도를 거역한 것에 대한 찔림입니다. 이것은 도덕적 행위를 점차 바로잡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예수 믿으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말은 맞지만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있기 때문에 제멋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버림받은 자니라"(고린도후서 13장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