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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순고설(搖脣鼓舌)
입술을 움직거리고 혀를 찬다는 뜻으로, 함부로 남의 좋고 나쁨을 지껄여 비평(批評)한다는 말이다. 말솜씨를 자랑하다, 궤변으로 선동하다의 의미이다.
搖 : 흔들 요(扌/10)
脣 : 입술 순(肉/7)
鼓 : 북 고(鼓/0)
舌 : 혀 설(舌/0)
(유의어)
교설여항(巧舌如簧)
출전 : 장자(莊子) 第29 도척편(盜跖篇)
말솜씨를 자랑하며 유세(遊說)하거나 선동(煽動)함 또는 궤변(詭辯)을 지껄임을 비유한 말이다. 유사한 표현으로 교설여황(巧舌如簧; 그럴듯하게 이야기함)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입이 화근이라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의 말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같다며 구약현하(口若懸河)라고 넋을 잃는다.
이런 사람은 드물기도 하고, 아무래도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려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입술을 움직거리고(搖脣) 혀를 찬다(鼓舌)는 이 말도 말솜씨를 자랑하며 유세하거나 선동하면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뜻한다. 말 잘 하는 것을 비하하는 이 말이 천하의 도적 도척(盜跖)의 입으로 공자(孔子)를 꾸짖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도척(盜蹠)이라고도 쓰는 도척은 춘추시대(春秋時代)때 무리 9000여 명을 이끌고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노략질을 일삼은 불한당이었다. 노(魯)나라에서 대부를 지낸 훌륭한 인격자 유하혜(柳下惠)의 망나니 동생이다.
공자는 동생을 가르치지 못한 유하혜를 비난하며 자신이 직접 만나 사람을 만들겠다고 했다. 포악한 동생에게 봉변당할까 유하혜가 만류했지만,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도척이 머물던 태산(太山)으로 갔다.
도척의 부하에게 만나러 왔다고 전하자 공자를 향해 대뜸 화부터 낸다. '수다스럽게 허튼소리나 지껄이며, 농사짓지도 않고 밥을 먹으며, 옷감을 짜지도 않으면서 옷을 입고, 입술을 나불대고 혀를 놀려, 제멋대로 시비를 갈라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케 한다.'
多辭繆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이런 죄가 막중하니 당장 사라지라고 호통 치는 바람에 혼비백산 공자는 물러났다. 장자(莊子)의 잡편(雜篇) 도척편에 실린 이 이야기는 유가에 대한 장자의 인식을 잘 나타낸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대통령 하야 요구로 100만 명의 촛불시위가 나라를 덮었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은 1차 사과, 2차 사과, 국회 방문 등 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나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와 지지율 5%의 식물 대통령이 되었다.
여당은 지리멸렬에서 추스르지 못하고, 거국내각을 주장하다 거두어버린 야당도 시민 분노에 편승하여 말로만 압박하고 퇴진서명을 받는 등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말로는 청산유수인 정치권에서 말만 앞세우지 말고 하루빨리 합법적인 대책을 찾아내어 민생을 안정시켜야겠다.
莊子(雜篇) 第29 盜跖篇
이 편은 주인공이자 전설상의 유명한 도둑의 이름인 도척(盜跖)을 편 이름으로 삼았다.
이 편의 대부분은 공자와 도척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는 제1장에 할애되어 있는데 공자를 도구(盜丘)로 질타하는 도척의 언설을 통해 유가의 위선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세상 사람들은 공자를 성인이라 칭송하고, 도척을 도둑이라 비난하지만 이 편에서는 도척이 도리어 공자를 도둑이라고 질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서사구조는 다분히 후대의 소설과 유사한 점이 있다.
제2장에서는 공자의 제자로 벼슬을 얻기 위해 수행에 매진하는 자장(子張)과, 욕망 그대로 이익을 따르며 자유롭게 사는 만구득(滿苟得)이라는 자연인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만구득은 수행을 하라고 충고하는 자장에게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부(富)나 명예를 좇아 세속적 성공에 몸을 희생하는 것은 다 같이 자연인 천(天)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무족(無足)과 지화(知和)의 대화를 통해 명리(名利)를 다투는 세상 사람들의 미혹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1) 공자 도척을 설득하러 가다
공자(孔子)와 유하계(柳下季)는 서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유하계의 아우는 이름을 도척(盜跖)이라 하였다. 도척은 9천 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에 횡행하면서, 제후들의 영토를 침략하고 포악한 행동을 일삼으며,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문 지도리를 떼어내고 들어가 남의 소나 말을 떼로 몰아 훔쳐내며, 남의 부녀를 납치 탈취하며,
도적질하여 얻는 이득을 탐하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부모형제도 돌보지 않았고, 조상들에게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래서 이 도척(盜跖)의 무리가 지나가는 성읍은, 큰 나라는 성벽을 닫아 굳게 지키고, 작은 나라는 보루(堡壘)에 들어가 지켜서, 만백성들이 그를 고통스럽게 여겼다.
孔子與柳下季爲友. 柳下季之弟, 名曰盜跖。盜跖從卒九千人, 橫行天下, 侵暴諸侯, 穴室樞戶, 驅人牛馬, 取人婦女, 貪得忘親, 不顧父母兄弟, 不祭先祖。所過之邑, 大國守城, 小國入保, 萬民苦之。
공자가 유하계(柳下季)에게 말하였다. “남의 아버지 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아들을 훈계하여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 깨우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로서 그 자식을 훈계하여 이끌 수 없고, 형으로서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없다면, 부자와 형제 같은 친척을 귀하게 여길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 선생은 세상이 알아주는 재사(才士)이면서, 그 아우는 도척이라는 큰 도적으로 천하의 해(害)가 되고 있는데도 가르쳐 깨우치지 못하고 있으니, 나는 적이 선생을 위해서 이 일을 부끄러이 여깁니다. 그러하니, 나는 선생을 대신하여 가서 그를 설득해 보겠소.”
孔子謂柳下季曰 : 夫爲人父者, 必能詔其子。爲人兄者, 必能敎其弟。若父不能詔其子, 兄不能敎其弟, 則无貴父子兄弟之親矣。今先生, 世之才士也, 弟爲盜跖, 爲天下害, 而弗能敎也, 丘竊爲先生羞之, 丘請爲先生往說之。
유하계(柳下季)가 말하였다. “선생이 말씀하시길, ‘남의 아비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자식을 훈계하여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만일 자식이 아버지의 훈계를 듣지 않고 아우가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비록 지금 선생의 웅변으로 설득한다 한들 장차 그것을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도척(盜跖)이란 녀석의 사람됨은 마음은 용솟음치는 샘물처럼 끝이 없고, 의기(意氣)는 격렬한 회오리바람처럼 사나우며, 육체의 강건함은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에 충분하며, 언변은 자기 잘못을 꾸며대어 변명하기에 충분합니다. 상대가 제 마음에 들면 기뻐하지만, 제 마음에 거슬리면 욕지거리로 남을 어렵지 않게 욕보입니다. 선생께서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
柳下季曰 : 先生言爲人父者必能詔其子, 爲人兄者必能敎其弟, 若子不聽父之詔, 弟不受兄之敎, 雖今先生之辯, 將奈之何哉。且跖之爲人也, 心如涌泉, 意如飄風, 强足以矩敵, 辯足以飾非, 順其心則喜, 逆其心則怒, 易辱人以言, 先生必无往。
그러나 공자는 유하계(柳下季)의 충고를 듣지 않고 안회(顔回)더러 수레를 몰라 하고, 자공(子貢)을 오른편에 앉힌 뒤 도척(盜跖)을 만나 보러 갔다.
孔子不聽, 顔回爲馭, 子貢爲右, 往見盜跖。
(2) 공자는 도척보다 위선자이다
도척은 이때 마침 졸개들을 태산(太山)의 남쪽 기슭에서 쉬게 하고, 사람의 간(肝)으로 회(膾)를 쳐서 그것을 간식으로 먹고 있었다.
盜跖乃發休卒徒於太山之陽, 膾人肝而餔之。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서 알자(謁者)를 보고 말했다. “노(魯)나라 사람 공구(孔丘)는 장군의 높은 의리를 듣고 알자(謁者)에게 삼가 재배합니다.”
孔子下車而前, 見謁者曰 : 魯人孔丘, 聞將軍高義, 敬再拜謁者。
알자(謁者)가 들어가 도척에게 전하였더니, 도척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눈은 번쩍거리는 별과 같고, 갓을 찌를 듯 머리카락을 위로 솟구치면서 말했다. “이자가 저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孔丘)인가? 아닌가? 내 말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전하라. ‘너는 말을 만들고 이야기를 지어내어, 함부로 문왕(文王)이다 무왕(武王)이다 하며 칭송하고, 머리에는 나뭇가지처럼 장식이 많은 갓[冠]을 쓰고, 허리에는 죽은 소의 옆구리 뱃가죽으로 만든 허리띠를 차고 다니면서, 수다스레 잘못 투성이의 유설(繆說)을 지껄여대고, 농사짓지 않으면서 밥 먹으며, 베를 짤 줄도 모르면서 옷을 입고 다닌다. 게다가 입술을 놀리고 혀를 움직이면서 제멋대로 선악시비(善惡是非)의 기준을 만들어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시킨다. 그리하여 천하에서 학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함부로 효도(孝)니 공경(弟)이니 하는 덕목을 만들어 놓아 제후에 봉해지고 부귀하게 되는 요행을 바라게 하는 자이다. 그러니 너의 죄는 커서 무겁게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빨리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의 간으로 점심식사의 반찬에 보탤 것이다.’”
謁者入通, 盜跖聞之大怒, 目如明星, 髮上指冠, 曰 : 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 爲我告之。爾作言造語, 妄稱文武, 冠枝木之冠, 帶死牛之脅, 多辭繆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使天下學士不反其本, 妄作孝弟而僥倖於封侯富貴者也。子之罪大極重, 疾走歸。不然, 我將以子肝益晝餔之膳。
그런데도 공자는 다시 알자(謁者)를 통해서 말했다. “저는 장군의 형님이신 유하계(柳下季)와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부디 장군의 신발이나마 군막(軍幕) 아래에서라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孔子復通曰 : 丘得幸於季, 願望履幕下。
알자(謁者)가 다시 전하였더니 도척(盜跖)이 말했다. “내 앞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라.”
謁者復通, 盜跖曰 : 使來前。
공자는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자리를 피해서 도척에게 두 번 절했다.
孔子趨而進, 避席反走, 再拜盜跖。
(3) 공자 도척을 설득하기 위하여 말하다
도척은 크게 노하여 양다리를 떡 벌리고 앉은 채로 칼자루를 손에 잡고 눈을 부릅뜨고서, 마치 젖먹이는 어미 호랑이와 같이 사나운 소리로 말하였다. “구(丘)는 앞으로 나오라. 네가 하는 말이 내 마음에 들면 살려줄 것이고, 내 마음에 거슬리면 죽여버리겠다.”
盜跖大怒, 兩展其足, 案劍瞋目, 聲如乳虎, 曰 : 丘來前! 若所言, 順吾意則生, 逆吾心則死。
공자가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천하에는 세 가지 미덕(美德)이 있다 합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장대해서, 용모의 아름다움이 뛰어나 누구도 비길 수 없고, 젊은이도 늙은이도, 귀한 이도 천한 이도 모두 그를 보고 좋아하게 되는 것, 이것이 상덕(上德)입니다. 지식은 천지(天地) 만상(萬象)을 다 싸안아서 모르는 것이 없고, 능력이 모든 사물을 두루 다 처리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중덕(中德)입니다. 용맹하고 결단력이 있어 많은 사람을 모아서 군대를 인솔할 수 있는 것, 이것이 하덕(下德)입니다. 사람 중에 누구라도 이 가운데 한 가지 덕이라도 갖추고 있으면, 충분히 군주의 자리에 앉아 제후로 일컬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장군께서는 이 세 가지 덕을 전부 갖추고 계십니다.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얼굴에서는 빛이 나며, 입술은 선명한 붉은 빛깔을 하고 있으며, 치아는 모양이 아름다운 조개껍질처럼 정돈되어 아름다우며, 목소리는 육률육려(六律六呂)의 기본음인 황종(黃鍾)의 음률에 들어맞습니다.
孔子曰 : 丘聞之, 凡天下人有三德:生而長大, 美好无雙, 少長貴賤見而皆說之, 此上德也。知維天地, 能辯諸物, 此中德也。勇悍果敢, 聚衆率兵, 此下德也。凡人有此一德者, 足以南面稱孤矣。今將軍兼此三者, 身長八尺二寸, 面目有光, 脣如激丹, 齒如齊貝, 音中黃鍾。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장군을 이름하여 도척이라 하고 있으니 저는 적이 장군을 위하여 이를 부끄럽게 여겨 따르지 않습니다. 장군께서 제 말을 따를 뜻이 있으시다면, 저는 남쪽으로는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북쪽으로는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동쪽으로는 송(宋)나라와 위(衛)나라에 사신으로 가고,서쪽으로는 진(晉)나라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그들로 하여금 장군을 위하여 사방 수백 리 되는 커다란 성곽(城郭)을 만들어서 수십 만 호의 성읍(城邑)을 건립하게 하고 장군을 제후의 한 사람이 되어 존경받게 하고 온 천하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개혁하고 난세를 일신(一新)하여 전쟁을 그만두고 병졸들을 쉬게 하고, 장군의 형제들을 거두어 양육하며 공손히 조상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이 성인(聖人)과 재사(才士)의 행동이고 또한 천하 만민의 소원입니다.”
而名曰盜跖, 丘竊爲將軍恥不取焉。將軍有意聽臣, 臣請南使吳越, 北使齊魯, 東使宋衛, 西使晉楚, 使爲將軍造大城數百里, 立數十萬戶之邑, 尊將軍爲諸侯, 與天下更始, 罷兵休卒, 收養昆弟, 共祭先祖。此聖人才士之行, 而天下之願也。
(4) 공자가 끼친 해가 도척보다 더 크다
도척(盜跖)은 더욱 크게 노하여 말했다. “구(丘)여! 내 앞으로 더 가까이 나오라. 이익을 가지고 행동을 고칠 수 있고 말로 충고하여 바로잡을 수 있는 상대는 모두 어리석은 보통 사람이라고 일컬을 뿐이다. 지금 (나의 체격과 용모가) 장대하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보고서 나를 좋아하는 것,이것은 나의 부모가 물려준 미덕이니, 구(丘) 그대가 나를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내가 유독 그것을 스스로 알지 못할 것인가?
盜跖大怒曰 : 丘來前。夫可規以利而可諫以言者, 皆愚陋恒民之謂耳。今長大美好, 人見而悅之者, 此吾父母之遺德也。丘雖不吾譽, 吾獨不自知邪?
또 내가 듣건대,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뒤돌아서 헐뜯고 욕하기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지금 구(丘) 그대가 나에게 커다란 성곽과 많은 백성들을 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나를 이익으로 규정(規正)해서 범속한 인간으로 취급하여 나를 먹이고 길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큰 성곽과 많은 백성을 소유함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곽의 크기로 치자면 천하보다 큰 것이 없다. 요(堯)나 순(舜)은 천하를 자기의 것으로 소유하였지만 그 자손들은 송곳 하나 세워놓을 좁은 땅조차 없었으며, 탕왕(湯王)이나 무왕(武王)은 스스로 서서 천자가 되었지만 그 자손은 모두 끊어지고 멸망하고 말았다. 이것은 그들이 손에 넣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且吾聞之, 好面譽人者, 亦好背而毁之。今丘告我以大城衆民, 是欲規我以利而恒民畜我也, 安可久長也。城之大者, 莫大乎天下矣。堯舜有天下, 子孫无置錐之地。湯武立爲天子, 而後世絶滅。非以其利大故邪?
또한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아주 옛날에는 새와 짐승은 많았고 인류는 숫자가 적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짐승의 해(害)를 피했고, 낮에는 도토리나 밤을 줍고 날이 저물면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명명(命名)하여 유소씨(有巢氏)의 백성이라고 하였다. 또 옛적에 사람들은 옷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여름이면 땔나무를 쌓아 두었다가 겨울에는 이것으로 불을 때면서 지냈다.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여 삶의 지혜를 아는 지성(知生)의 백성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신농씨(神農氏)의 세상이 되어서는 (사람들은) 누워 잠자고 있을 때는 편안했고, 일어나 깨어 있을 때에는 무심한 모양으로 한가로이 지내면서, 사람들이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자기의 아버지는 알지 못하며, 크고 작은 사슴 무리들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 밭갈아 농사지어 먹고 스스로 베틀에 베짜서 옷을 입고서, 서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갖지 않고 지냈으니, 그 때가 지덕(至德)이 잘 시행된 최륭성기(最隆盛期)였다.
且吾聞之, 古者禽獸多而人少, 於是民皆巢居以避之, 晝拾橡栗, 暮栖木上, 故命之曰 有巢氏之民。古者民不知衣服, 夏多積薪, 冬則煬之, 故命之曰知生之民。神農之世, 臥則居居, 起則于于, 民知其母, 不知其父, 與麋鹿共處, 耕而食, 織而衣, 无有相害之心, 此至德之隆也。
그런데 시대가 내려와 황제(黃帝)의 세상이 되어서는 지덕(至德)을 시행하지 못하여, 치우(蚩尤)와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싸워 사상자가 흘린 피가 사방 백 리에 미쳤다.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여러 신하의 지위를 만들어 상하차별을 확립했고, 은(殷)의 탕왕(湯王)은 그 주군인 하(夏)의 걸왕(桀王)을 추방했고, 주(周)의 무왕(武王)은 은의 폭군인 주왕(紂王)을 죽였으니, 이 이후부터는 그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능멸하고, 다수자가 소수자를 난폭하게 학대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탕왕과 무왕 이후로는 모두 난폭자의 무리들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然而黃帝不能致德, 與蚩尤戰於涿鹿之野, 流血百里。堯舜作, 立群臣, 湯放其主, 武王殺紂。自是以後, 以强陵弱, 以衆暴寡. 湯武以來, 皆亂人之徒也。
이제 그대는 그러한 문왕 무왕의 도를 닦고서 천하의 언론을 장악하여, 후세 사람들을 가르치고, 쿨렁쿨렁한 큰 옷에 넓은 폭의 얕은 띠를 매고, 말을 비뚜로하고 행동을 거짓으로 하여 천하 군주들의 머리를 혼란에 빠뜨려서, 자기의 재산과 지위를 얻으려 하니 도적질이 그대보다 큰 것이 없다. 천하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대를 일러 도적놈 구(丘)라 하지 않고, 도리어 나를 일러 도척이라고 하는가?”
今子修文武之道, 掌天下之辯, 以敎後世, 縫衣淺帶, 矯言僞行, 以迷惑天下之主, 而欲求富貴焉, 盜莫大於子。天下何故不謂子爲盜丘, 而乃謂我爲盜跖?
(5) 공자의 가르침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그대는 달콤한 말로 자로(子路)를 설득해서 그대의 추종자가 되게 하여, 자로로 하여금 (용자勇者의 상징인) 높은 관을 벗어 던지고 긴 칼을 풀어 던지고 그대에게 가르침을 받게 하였다. 그래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공구(孔丘)는 난폭한 행동을 누르고 악행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하게 하였다.
子以甘辭說子路而使從之, 使子路去其危冠, 解其長劍, 而受教於子, 天下皆曰; 孔丘能止暴禁非。
그러나 결국 자로는 위(衛)나라 임금 괴외(蒯聵)를 죽이려 하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그 몸은 위나라의 동문 가까이에서 소금에 절여지는 형벌을 당하고 말았으니,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지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재사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其卒之也, 子路欲殺衛君而事不成, 身菹於衛東門之上, 是子教之不至也。子自謂才士聖人邪。
그럴진댄 어찌하여 위(魯)나라에서 두 번이나 축출되었고, 위(衛)나라에서는 그대가 떠난 뒤 발자취를 삭제당할 정도로 미움받았고, 제(齊)나라에서 궁지에 몰리고,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군대에 포위되어 천하에 몸을 용납할 데가 없었다. 그대는 자로로 하여금 그 같은 환난을 당하게 하였으니, 위로는 자기 몸을 편안히 지키지 못했고, 아래로는 남을 편안히 살게 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대의 도를 어찌 높이기에 충분하겠는가?”
則再逐於魯, 削跡於衛, 窮於齊, 圍於陳蔡, 不容身於天下。子教子路菹此患, 上無以為身, 下無以為人, 子之道豈足貴邪?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로는 황제(黃帝)만 한 이가 없는데 그 황제조차도 오히려 그 미덕(美德)을 온전히 보전할 수 없어서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치우(蚩尤)와 전쟁하여 피가 흘러 사방 백 리까지 미쳤다.
世之所高, 莫若黃帝, 黃帝尚不能全德, 而戰涿鹿之野, 流血百里。
그리고 요(堯)임금은 자식에 대하여 자애롭지 않았으며, 순(舜)임금은 어버이에게 불효하였으며, 우(禹)는 (치수를 한답시고 몸을 돌보지 않아)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탕(湯)은 그 주군인 하(夏)의 걸왕(桀王)을 추방하였으며, 무왕(武王)은 역시 그 주군인 은(殷)의 주왕(紂王)을 정벌하였으며, 문왕(文王)은 유리(羑里) 땅에 감금되었다.
堯不慈, 舜不孝, 禹偏枯, 湯放其主, 武王伐紂, 文王拘羑里。
그러니 이 여섯 사람은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었으나 자세히 따져본다면 모두 이익 때문에 참다운 진실을 잃어버려 무리하게 본성을 거슬렀으니, 그들의 행동은 (높이 존숭되기는커녕) 도리어 매우 부끄러워할 만하다.
此六子者, 世之所高也, 孰論之, 皆以利惑其真而強反其情性, 其行乃甚可羞也。
(6) 현인이나 충신도 본성을 위배했던 사람들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현인(賢人)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이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孤竹國) 임금의 지위를 사양하고 수양산에서 굶어 죽어, 그들의 시체는 장례를 치르지도 못한 채 산속에 버려졌다.
世之所謂賢士, 伯夷叔齊, 伯夷叔齊辭孤竹之君, 而餓死於首陽之山, 骨肉不葬。
춘추시대의 은자(隱者) 포초(鮑焦)는 고결하게 행동하고 세상을 그르다 비난하다가 나무를 끌어안은 채로 말라 죽었다.
鮑焦飾行非世, 抱木而死。
은대(殷代)의 은자(隱者) 신도적(申徒狄)은 임금에게 간하였는데 들어주지 않자 돌을 짊어지고 황하의 강물에 스스로 몸을 던져 물고기 밥이 되었으며,
申徒狄諫而不聽, 負石自投於河, 為魚鱉所食。
진(晉) 문공(文公)의 신하인 개자추(介子推)는 지극히 충성스러웠는지라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는데 문공이 뒤에 그를 배반하였더니, 자추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나무를 껴안은 채 불에 타 죽고 말았으며,
介子推至忠也, 自割其股以食文公, 文公後背之, 子推怒而去, 抱木而燔死。
노나라 사람 미생(尾生)은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가 여자가 오지 않았는데 물이 자꾸 불어올라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리 기둥을 끌어안고 죽었다.
尾生與女子期於梁下, 女子不來, 水至不去, 抱梁柱而死。
그러니 이 여섯 선생들은 제사에 쓰려 찢어발긴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 아니면 바가지를 들고 걸식하는 거지와 다를 것이 없다. 모두 명예에 걸려 죽음을 경시하여, 삶의 근본을 생각하고 수명을 잘 기르지 못한 자들이다.
此六子者, 無異於磔犬, 流豕操瓢而乞者. 皆離名輕死, 不念本養壽命者也。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충신은 왕자(王子) 비간(比干)과 오자서(伍子胥)만 한 이가 없다. 그러나 오자서는 시체가 오왕(吳王)부차(夫差)에 의해 장강에 가라 앉혀졌고, 왕자 비간은 조카인 주왕(紂王)에 의해 심장이 갈라졌으니 이 두 선생은 세상에서 충신이라고 말하지만 마침내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世之所謂忠臣者, 莫若王子比干伍子胥. 子胥沈江, 比干剖心, 此二子者, 世謂忠臣也, 然卒為天下笑。
상고로부터 이것을 살펴보건대, (저 황제 요, 순으로부터) 오자서, 왕자 비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존숭하기에는 부족하다.
自上觀之, 至於子胥比干, 皆不足貴也。
그러니, 구(丘) 그대가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만일 내게 귀신의 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면 내가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만일 인간의 일을 가지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면 지금 말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그런 정도는) 모두 내가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丘之所以說我者, 若告我以鬼事, 則我不能知也, 若告我以人事者, 不過此矣, 皆吾所聞知也。
(7) 공자의 도는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 나는 그대에게 인간의 참된 실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다. (사람이란) 눈은 아름다운 빛깔을 보고 싶어하고, 귀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입은 맛있는 것을 맛보고자 하며, 뜻은 만족되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今吾告子以人之情; 目欲視色, 耳欲聽聲, 口欲察味, 志氣欲盈。
그런데 사람의 수명은 최고로 오래 사는 경우라야 기껏 백세이고, 중간 정도로 오래 사는 경우는 80세이고, 낮은 수준으로 오래 사는 경우는 60세인데, 그나마도 병들어 여위거나, 상복을 입거나, 세상사를 근심하거나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그 짧은 인생 속에서 입을 벌리고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것은 한 달 중에 사오일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人上壽百歲, 中壽八十, 下壽六十, 除病瘦死喪憂患, 其中開口而笑者, 一月之中不過四五日而已矣。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사람의 죽음은 일정한 때가 있으니 죽어야 할 때가 정해진 육체를 가지고 무궁한 천지 사이에 의탁하는 것은, 짧음이 마치 천리마가 문틈 사이를 달려 지나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天與地無窮, 人死者有時, 操有時之具而託於無窮之間, 忽然無異騏驥之馳過隙也。
자연스러운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그 수명을 기르지 못하는 자는 모두 도(道)를 통달한 자가 아니다.
不能說其志意, 養其壽命者, 皆非通道者也。
구(丘)! 그대가 말하려 하는 것은 모두 내가 부정하여 버린 것들이다. 그러니 빨리 떠나고 얼른 달려가서 다시는 나에게 말하지 말라. 그대의 도는 인간의 본성을 잃은 채 급히 달려가는 꼴이니 남을 속이는 거짓투성이이다. 인간의 참된 모습을 완전히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족히 논할 가치가 있겠는가?
丘之所言, 皆吾之所棄也. 亟去走歸, 無復言之. 子之道, 狂狂汲汲, 詐巧虛偽事也. 非可以全真也, 奚足論哉?
(8) 공자, 도척에게 기가 질리다
공자는 두 번 절하고는 잰걸음으로 달려 도척 진영의 문을 나와 수레에 올라 타 말고삐를 잡으려다가 세 번이나 놓치고,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아니하고, 안색은 불 꺼진 잿빛 같았으며, 수레 앞턱 가로나무에 기대어 고개를 떨군 채 숨을 내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노나라의 도성 동문 밖에 돌아와 마침 도척의 형 유하계(柳下季)를 만났다.
孔子再拜趨走, 出門上車, 執轡三失, 目芒然無見, 色若死灰, 據軾低頭, 不能出氣。歸到魯東門外, 適遇柳下季。
유하계가 말했다. “요사이 조용히 아무 소식 없이 며칠을 통 뵙지 못하였는데, 선생이 타신 수레와 말에 어디 여행 다녀오신 자취가 있으니 설마 도척을 가서 만나 보신 것은 아니겠지요?”
柳下季曰 : 今者闕然數日不見, 車馬有行色, 得微往見跖邪?
공자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孔子仰天而歎曰 : 然。
유하계가 말하였다. “제 아우 척(跖)이 혹시 앞서 말한 것처럼 그대의 마음에 거스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柳下季曰 : 跖得無逆汝意若前乎?
공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병이 없는데도 스스로 뜸을 한’ 꼴이 되었습니다. 냅다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건드리고, 호랑이 수염을 얽어댔으니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습니다.”
孔子曰 : 然。丘所謂無病而自灸也, 疾走料虎頭, 編虎須, 幾不免虎口哉。
(第1章 終)
▶️ 搖(흔들 요)는 ❶형성문자로 摇(요)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에 흔들어 움직이게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요)로 이루어졌다. 흔들어 움직이게 하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搖자는 '흔들리다'나 '움직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搖자는 手(손 수)자와 䍃(질그릇 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䍃자는 '항아리'를 뜻하는 缶(장군 부)자 위에 고깃덩어리를 얹어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질그릇'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고기가 들어있는 항아리를 그린 䍃자에 手자를 결합한 搖자는 고기를 꺼내는 과정에서 항아리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搖(요)는 ①흔들다 ②흔들리다 ③움직이다 ④오르다, 올라가다 ⑤멀다, 요원(遙遠)하다 ⑥어지럽히다 ⑦빠르다 ⑧새매(수릿과의 새) ⑨머리나 상투에 꽂는 장식품(裝飾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반(搬), 옮길 운(運), 들 거(擧), 할 위(爲), 옮길 이(移),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시끄럽고 어지러움을 요란(搖亂), 흔들리어 움직임을 요동(搖動), 젖먹이를 놀게 하거나 재우기 위하여 올려놓고 흔들도록 만든 물건을 요람(搖籃), 인삼을 달리 이르는 말을 요광(搖光), 흔들어서 고침을 요개(搖改), 어린아이를 태우고 밀어 주는 수레를 요거(搖車), 흔들어 떨어 뜨림을 요락(搖落), 국악에서 떠는 소리를 요성(搖聲), 자극을 주어서 흔들리게 함을 요감(搖撼), 흔들려 움직임을 동요(動搖), 자꾸 흔들림을 초요(招搖), 거문고 연주에서 꾸밈음 곧 농현을 길게 내라는 말을 다요(多搖), 여자의 머리나 화관에 꽂는 것으로 걸을 때마다 흔들려 떨리는 장식품을 보요(步搖), 배 따위의 좌우로 흔들리는 일을 횡요(橫搖), 화살대를 곧게 바루는 일을 협요(夾搖), 별이 동요하는 현상을 성요(星搖), 높고 먼 모양을 초요(超搖), 광도가 다른 광선이 번갈아 눈을 자극하는 말을 섬요(閃搖), 나무에 오르라 하고 흔들어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남을 부추겨 놓고 낭패를 보도록 방해함을 이르는 말을 권상요목(勸上搖木), 흔들어도 꿈적도 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요지부동(搖之不動), 개가 꼬리 치는 것처럼 남의 동정을 받으려 애걸하는 가련한 모습을 이르는 말을 요미걸련(搖尾乞憐), 입심이 좋아 마구 지껄여댐을 이르는 말을 고설요순(鼓舌搖脣), 도무지 고칠 도리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요개부득(搖改不得), 머리를 흔들고 눈을 굴리면서 몸을 움직임을 이르는 말을 요두전목(搖頭轉目) 등에 쓰인다.
▶️ 脣(입술 순, 꼭 맞을 민)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辰(신, 순)으로 이루어졌다. 입술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脣자는 ‘입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脣자는 辰(지지 진)자와 ⺼(육달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辰자는 조개 모양으로 생긴 낫을 그린 것이다. 脣자는 이렇게 조개 모양의 낫을 그린 辰자를 응용한 글자로 사람의 ‘입술’을 뜻하고 있다. 왜냐하면, 조개가 입술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脣(순, 민)은 ①입술 ②가장자리 ③둥근 물건의 둘레 그리고 ⓐ꼭 맞다(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입술 문(吻)이다. 용례로는 입술 끝을 순두(脣頭), 두 입술 사이나 아랫입술과 윗니 끝 사이에서 나는 닿소리를 순음(脣音), 입술과 이로 서로 이해 관계가 밀접함을 순치(脣齒), 입술과 혀로 수다스러움이나 말을 잘함을 순설(脣舌), 무덤 앞에 평평한 땅의 앞을 순전(脣前), 입술의 모양을 순형(脣形), 입술에 나는 종기를 순종(脣腫), 입술이 갈라지는 병을 순창(脣瘡), 입과 입술을 구순(口脣), 아랫 입술을 하순(下脣), 여자의 아름다운 붉은 입술을 단순(丹脣), 선천적으로 윗입술이 세로로 찢어진 사람 또는 그렇게 찢어진 입술을 결순(缺脣), 옷 입술이 세로로 찢어져 토끼의 입술처럼 생긴 입술을 토순(兔脣), 위로 들린 입술을 건순(乾脣), 입술을 비쭉거리며 비웃음을 반순(反脣), 옥 같이 아름다운 미인의 입술을 옥순(玉脣), 여자의 붉은 입술을 홍순(紅脣), 입술을 놀림을 농순(弄脣), 남의 무덤 앞을 파해치는 일을 파순(破脣),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과 이와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처럼 따로 떨어지거나 협력하지 않으면 일이 성취하기 어려운 관계를 이르는 말을 순치보거(脣齒輔車), 입술과 이와의 뗄 수 없는 관계와 같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영향을 끼치는 형세를 순치지세(脣齒之勢), 윗입술이 위로 치 들려서 이가 드러나 보임을 건순노치(乾脣露齒), 입술을 태우고 혀가 마른다는 뜻으로 극렬하게 논쟁을 한다는 말을 초순건설(焦脣乾舌), 붉은 입술과 하얀 이란 뜻으로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이르는 말을 단순호치(丹脣皓齒) 등에 쓰인다.
▶️ 鼓(북 고)는 ❶회의문자로 支(지; 대나무가지)와 壴(주)의 합자(合字)이다. 대나무가지로 북을 친다는 뜻이 후에 직접 북을 뜻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鼓자는 '북'이나 '북소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鼓자는 壴(악기이름 주)자와 支(가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壴자는 장식이 달린 북을 받침대에 올려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악기 이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북을 그린 壴자에 支자가 더해진 鼓자는 북을 두드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전시에는 북이 아군의 사기를 높이거나 명령을 내리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래서 鼓자는 '북'이나 '격려하다', '악기'와 같은 다양한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鼓(고)는 ①북(타악기의 하나) ②북소리 ③맥박(脈搏), 심장의 고동(鼓動) ④시보(時報), 경점(更點: 북이나 징을 쳐서 알려 주던 시간) ⑤되(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 또는 부피의 단위) ⑥무게의 단위(=480근) ⑦치다, 두드리다 ⑧휘두르다 ⑨악기를 타다, 연주하다 ⑩격려하다, 북돋우다 ⑪부추기다, 선동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것을 고취(鼓吹), 북을 쳐 춤을 추게함을 고무(鼓舞), 북이나 장구 따위를 치는 사람을 고수(鼓手), 심장의 혈액 순환에 따르는 울림을 고동(鼓動), 북과 피리를 고적(鼓笛), 군중에서 호령할 때 쓰던 북과 나팔을 고각(鼓角), 북을 실은 수레를 고거(鼓車), 북을 치며 나아감을 고행(鼓行), 더욱 힘을 내도록 용기를 북돋움을 고려(鼓勵), 생식기가 불완전한 남자를 고자(鼓子), 생식기가 불완전한 여자를 고녀(鼓女), 무덤 앞의 상석을 괴는 북 모양의 돌을 고석(鼓石), 북을 단 누각을 고루(鼓樓), 북을 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큰 소리를 지름을 고함(鼓喊), 북을 두드림을 격고(擊鼓), 매달아 놓은 북을 현고(懸鼓), 북을 쳐서 울림을 명고(鳴鼓), 작은 북을 소고(小鼓), 큰 북을 대고(大鼓), 절에서 밥을 할 때 여러 사람의 쌀을 모으려고 치는 북을 미고(米鼓), 한 쪽만 가죽을 메우고 모서리로 돌아가며 잔 구슬을 단 그다지 크지 않은 북을 반고(半鼓), 배를 두드리고 흙덩이를 친다는 뜻으로 배불리 먹고 흙덩이를 치는 놀이를 한다 즉 매우 살기 좋은 시절을 이르는 말을 고복격양(鼓腹擊壤), 술 그릇을 두드리는 아픔이라는 뜻으로 아내 상을 당함 또는 상처한 슬픔을 이르는 말을 고분지통(鼓盆之痛), 아내의 죽음을 한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고분지탄(鼓盆之歎), 격려하여 기세를 북돋우어 줌을 일컫는 말을 고무격려(鼓舞激勵), 입심이 좋아 마구 지껄여 댐을 이르는 말을 고설요순(鼓舌搖脣), 군중에서 북을 치면 앞으로 나아가고 징을 치면 뒤로 물러남이라는 뜻으로 초보적인 군사 훈련을 일컫는 말을 고진금퇴(鼓進金退) 등에 쓰인다.
▶️ 舌(혀 설)은 ❶상형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입으로 내민 혀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혀의 뜻을 나타낸다. 또는 음(音)을 나타내는 干(간; 내미는 일, 실)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❷상형문자로 舌자는 ‘혀’나 ‘말’을 뜻하는 글자이다. 舌자는 동물의 혓바닥을 본떠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舌자를 보면 길게 뻗은 혓바닥 주위로 침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뱀이나 도마뱀의 혓바닥을 그린 것이다. 사람보다는 파충류 혀가 인상이 강하기에 동물의 혀를 그려 ‘혓바닥’을 표현한 것이다. 舌자는 본래 ‘혓바닥’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지만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말’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는 편이다. 게다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도 주로 모양자로만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舌(설)은 혀의 뜻으로 ①혀 ②말, 언어(言語) ③과녁의 부분(部分)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말다툼이나 입씨름을 설전(舌戰)말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다툼을 설론(舌論), 혀가 굳어서 뻣뻣함을 설강(舌强), 혀를 움직여서 내는 자음을 설음(舌音), 남을 해하려는 뜻이 담긴 말을 칼에 비유해서 일컫는 말을 설검(舌劍), 칼과 같은 혀라는 뜻에서 날카로운 말을 설도(舌刀), 말을 잘못한 때문에 받게 되는 해를 설화(舌禍), 서슬이 선 말로 날카롭고 매서운 변설을 설봉(舌鋒), 혀를 이루고 그 주질이 되는 근육을 설근(舌筋), 혀의 상태를 보아서 병이 있고 없음을 진단하는 일을 설진(舌診), 악독하게 혀를 놀려 남을 해치는 말을 독설(毒舌),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붓과 혀 곧 글로 씀과 말로 말함을 이르는 말을 필설(筆舌), 나쁘게 욕하는 말을 악설(惡舌), 시비하고 비방하는 말을 구설(口舌), 쓸데없는 말을 자꾸 지껄임을 농설(弄舌), 재치 있게 하는 교묘한 말을 교설(巧舌)말이 많음이나 수다스러움을 장설(長舌),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변설(辯舌), 혀를 가두어 둔다는 뜻으로 말을 하지 아니함을 수설(囚舌), 말로 이러쿵 저러쿵 다투는 일을 각설(角舌), 혀 아래나 밑에 도끼 들었다는 설저유부(舌疽有斧),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논봉論鋒의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설망어검(舌芒於劍), 혀가 꼬부라지고 불알이 오그라진다는 뜻으로 병세가 몹시 위급하다는 설권낭축(舌卷囊縮),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한다는 설참신도(舌斬身刀)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