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장애인들도 조기교육을 많이 받는다. 일반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통합되어 교육을 받고 대부분 고등학교까지 졸업한다. 그러나 이들은 취업을 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 대학 진학은 더욱 어렵다. 이청혜(26)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사가 아닌, 장애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동료가 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
|
생활 속에서 실천하다
이청혜 사회복지사의 삼촌은 1급 지적장애인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삼촌을 보며 장애인의 삶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그는 시설에서 일하는 교회 선생님을 따라 자원봉사를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장애인 시설로 자원봉사를 갔습니다. 그곳에서 수수깡 포장 등 단순임가공을 하는 장애인을 처음 보게 되었지요. 그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전에는 장애인들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삼촌의 영향도 있었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어서 그 뒤로 지속적으로 봉사를 나가게 됐습니다.”
그는 장애인 시설뿐만 아니라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지역사회 청소를 하는 등의 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갔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그는 진로를 결정할 때 자연스럽게 사회복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던 장애인 시설의 영향으로 재활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지만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직업재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사회복지사 겸 직업재활사로 빛과둥지에서 근무하면서 장애인들이 직업인으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장애인들의 직무능력을 분석하고, 교육을 통해 직무기능을 향상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증 장애인은 직무기능 훈련, 경증 장애인은 취업 알선까지 지원합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직업준비 단계에 있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며 직업 훈련, 사회적응 훈련, 문제해결, 일상생활 훈련 등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빛과둥지의 경우 보호작업장과 작업활동시설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작업활동시설에서는 중증인 친구들이 단순임가공을 하고 있고, 보호작업장에서는 천연비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복지사는 보호작업장에서 천연비누를 제작하는 일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신규제품을 개발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또한 수수깡이나 퍼니콘 포장, 앙카볼트와 분무기 조립 같은 단순임가공도 담당한다. 이때 장애인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이밖에도 장애인들과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노래방을 이용하는 지역사회적응훈련, 생활지도, 소식지 만드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장애인이 아니라 직업인
이 복지사는 자신이 시설의 장애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을 선생님이 아닌 그들과 똑같이 고용된 동료로 여겼으면 한다.
“장애인들과 동료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보다 일하는 방식을 조금 더 알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요. 저희 시설에 다니다가 대형할인마트에 취직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대형할인마트에서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실시한 것이죠. 아이 스스로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취직을 했는데 가끔 그곳을 찾아가면 정말 일을 잘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손님에게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고, 박스도 나르고 있었지요.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 아이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었습니다. 직업인이었죠.”
이 복지사는 이렇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랩 재료부터 스티커, 비누 등 포장이 필요한 모든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놓고 그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가 작업 배치를 한 후 자료를 정리하느라 비누 제작실에 늦게 올라갔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그는 아이들도 비누 만드는 것을 본인들의 일로 수용을 하고 있고, 직업인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이 모두 일에 적응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 행동이 많아 수시로 체크하면서 공들여 지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 반응이지요.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을 경우 발전 정도를 확인할 수 없어 때로는 지치기도 합니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수업을 받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날 때가 많다. 이러한 일이 생기면 그는 순수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더욱 따뜻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장애가 있는 아이라고 여기지 않고 숨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개입하다 보면 아이들도 변화하리라 믿는다.
새로운 곳을 향해
현재 빛과둥지 비전센터는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의 기능보강 사업에 선정되어 천연비누작업장을 신축하고 있다. 그가 비전센터를 통해 바라는 것은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 장애인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지금의 빛과둥지 건물에는 작업활동시설과 주간보호시설, 그룹홈 등이 모여 있다. 이번에 짓는 건물은 공간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고 장애인들의 이용 편리성을 고려할 예정이다. 비전센터가 완공되면 천연비누 사업을 확장시켜 독립을 하게 된다. 앞으로는 천연비누 뿐만 아니라 물비누, 주방세제, 바디워시 등도 제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에 쇼핑몰을 오픈하고, 건물 안에 가게도 마련할 계획이다.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시설에 고용되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손을 잡고 함께 걷겠다는 이청혜 복지사. 새로운 공간에서 장애인들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일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