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대전동·사천면 일대 50만평에 조성 중인
강릉과학산업단지는 강원도가 1991년부터 의욕적으로 펼쳐온 숙원사업이다. 강원도는 춘천에 애니메이션 산업을 기반으로 한 '멀티미디어 밸리', 원주에 의료기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테크노파크', 강릉에 생물·신소재·문화콘텐츠산업을 접목한 '테크노폴리스' 등 3각 테크노밸리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강원도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강릉 분원 유치.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갖춰야 산·학·연 협동은 물론 기업체 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강원도에는 종합대 12개교와 전문대 23개교가 있지만 네트워크 연계 등이 여의치 않아 심도있는 연구개발이 어려웠다.
강원도는 KIST 분원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5만평의 부지를 무상으로 공급키로 한 것. 결국 KIST는 2005년 9월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3월 기공식을 했다.
초대 분원장에 취임한 KIST 송휴섭 박사는 "강원도의 의지가 강해 연구개발 거점으로 발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지역특성에 맞춰 천연물과 환경분야 종합연구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연구개발 인프라 갖추기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연구소나 인프라가 없으면 기업체 유치에 실패, 결국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멀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기업체 공장은 해외로 둥지를 옮기면서 지자체의 발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뒀다가는 빈털터리 지자체로 전락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예전에 "전기를 쓰려면 회사 돈으로 변압기를 설치하라"는 등 지자체의 고압적인 자세가 사라졌다는 것이 최근 지방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김혁규 경남도지사가 진주사천공단에 외국 담배회사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영국 본사를 방문했을 때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물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뛰고 있는 지자체는 대구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국장급이 이끄는 과학기술진흥실을 만들었다. 다음달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설립에 관한 법률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어서 더욱 들뜬 분위기다.
과학기술부에서 대구시로 파견된 윤대상 과학기술협력관은 "지방에 부족한 과학기술 마인드를 확산시키고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며 "과학기술 발전전략 5개년 계획을 세워 시예산의 0.5%에 불과한 연구개발 예산을 2007년까지 3%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다른 지자체와 연구개발 협력에도 나설 계획이다. 달구벌 대구의 '달'과 빛고을 광주의 '빛'을 합쳐 '달빛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과학기술 중장기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할 수 있는 '싱크탱크'의 부족 등 역량이 달린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시를 제외하고는 소규모 부서로 조직돼 있어 뛸 수 있는 발이 부족한 편이다.
이와 함께 여전히 연구개발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 가운데 연구개발이 차지하는 비율이 99년 0.66%(2천1백58억원)에서 2000년 0.74%(2천7백61억원), 2001년 0.76%(3천8백31억원), 지난해 0.93%(4천4백78억원)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5∼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정협 부연구위원은 "중앙정부 의존도를 크게 줄일수 있도록 지역 행정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수도권의 우수인력이 옮겨올 수 있을 정도로 주변 여건을 개선하고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