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지부장이 22일 금속노조 대의원 대회에
결정한 ‘현대차 비정규 3지회 투쟁 지원 총파업’을 정규직 조합원 찬반 투표(총회)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지부장은 23일 0시 30분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점거 농성장에 찾아와 이상수 비정규직
노조(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지회장과 30여분 간 독대했다. 독대가 끝나고 농성 조합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오늘 금속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했기
때문에 현대차 지부 4만5천명을 대상으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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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과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독대를 하고 있다. |
이경훈 지부장은 전날 금속노조 대의원 대회에서도 같은 취지로
“오늘 결정은 쟁의발생 결의 수준이다.
한미FTA, 노동법개악저지투쟁 때도 조합원총회(찬반투표)를 통해 물었다.
전체 조합원총회로 묻는 것을 묵인한다면 3일에서 5일 안에 박살난다.
조합원총회를 통해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전국적인 쟁의결의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며
대의원 대회 결정 사항으로 총파업 계획을 통과 시켰다.
이경훈 지부장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박유기 위원장에게 ‘총회한다.
그 책임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며 박유기 위원장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총파업 찬반 관련 이경훈 지부장 발언은 사실관계가 약간 다르다.
07년 한미FTA 총파업은 금속노조가 4월 25일 대의원 대회에서 총파업을 확정하고
난 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6월 29일과 30일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금속노조에선 규약 논란이 있었으나 금속 중앙위는 대대 결정사항이라며
그대로 파업을 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FTA 파업으로 현대자동차 이상욱 전 지부장과 현대차 출신인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정규직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태풍의 핵으로 등장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결정을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투쟁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전날 2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총파업 계획 등이
현대차 지부의 파업 찬반투표로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파업찬반투표가 진행될 시 그 결과에 따라 이번 투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파업을 가결시킨다면, 비정규직 파업투쟁에 날개를 달고
현대차 전공장과 전체 조합원의 투쟁으로 확산시킬 계기가 마련된다.
하지만 만약 파업이 부결된다면 지금의 비정규직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한 채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기회를 주게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우려해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도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노린 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는 것이라 총회를 막으려고 했다.
잘못하면 갈라진다. 정규직지부와 어떻게 소통하고 정규직과 어떻게 함께 하는 작업을 할지
고민할 것이다.
지부와 함께 하는 모습 보일 때 갈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정규직 총회가 부결 될 경우 지도부의 의지를 묻는 조합원의 질문엔
“우리의 뜻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다. 우리는 정규직이 되러 올라왔다.
그걸 하고 내려가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현재로서는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의 파업 결정여부를 쉽사리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 내 모든 현장조직들이 한결 같이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밝혀왔고
이경훈 현 집행부도 나름의 연대를 표명해 왔기 때문에 파업 가결에 희망을
두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파업찬반 투표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사측도 이를 부결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데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대립도 존재할 것으로 보여 파업 성사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파업이 가결되면 일시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힘이 실릴 수 있지만
파업의 주도권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노조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여러 가지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주요 투쟁일정이 불가피하게 정규직 노조의 파업 일정에 맞춰가야 하고,
5만 여명에 달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수적 우세에 힘입어 정규직 노조의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사측과의 교섭이나 대화에 있어서도 정규직 노조의 입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조합원 직접 설득 시도, “공조직 얘기만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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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 |
이경훈 지부장은 이날 작심한 듯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과
비정규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정규직 대의원들을 비난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처음 여러분들이 노조를 만들 때 ‘지금 노조를 만들 시기 아니’라고 했던
노조 간부가 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하라”며 “2005년 류기혁 열사를 열사가 아니라고
했던 장본인들이 바로 여러분들의 응원군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3년과 2005-6년 비정규직 투쟁당시 잘 이끌지 못했던 당시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들과 함께 했던 현장조직 소속 대의원들이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취지다.
그러나 당시 상황과 대법 판결을 받고 비정규직 노조조합원이 1600여명 이상 늘어난 상황을
바로 비교하는 것은 정규직 내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훈 지부장은 또 “금속노조가 올 산별중앙교섭에서 ‘회사는 관계기관(노동부, 법원 등)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확정 결정된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교섭요청에 대해 업체와 공동으로 교섭 당사자로 참여한다’고 합의했다.
여러분 사안은 아직 사법부에서 진행중이다.
저는 일부승소라고 했다.
이걸 완전승소인 것처럼 조합원의 눈과 귀를 다 막아버리는 상황이 언제까지 재현될 것인가
안타깝다”고 금속노조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사실관계가 달랐다. 금속노조에 확인한 결과 금속산업 사용자 협의회가
대법 판결 훨씬 후인 10월 19일에 이런 안을 제시했지만 금속노조가 반대해 최종 합의안에서
빠진 사항이다. 금속노조는 초기에 관련 조항을 요구했지만
이미 7월 22일 대법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라는 판결이 나자 관련 조항이
무의미해 최종 의견접근 안에선 뺐다.
이어 이 지부장은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이 어제 여기서 마이크 잡고
95년에 한 젊은 생명(양봉수 열사)이 목숨을 바쳤을 때 소위 민주파는 다 죽었다고 했는데
제가 바로 장본인”이라며 박유기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 지부장은 “오늘까지 제가 잘해왔다고 보지는 않지만 7월 22일 이후 여러분을
조카처럼 생각하고 동생처럼 생각했다.
어제는 가족대책위 앞에서, ‘이경훈 들어서고 나서 월급 좀 올랐죠’하니 ‘네’라고
뒤편에서 박수 좀 쳐줬다”며 “나 같은 놈은 한쪽으로 밀려나고 여러분에게 비수를
꽂았던 장본인들은 여러분 곁에 응원군으로 남아있다.
이게 맞나”라고 재차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이경훈 지부장은 한 비정규직 조합원이 “우리 요구는 9월 29일 원청에 보낸 특별교섭 요구안에
다 담겨 있다.
총파업 찬반을 총회에 붙이겠다면, 우리는 안팎으로 총파업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지부도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하자 “물론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그 동안 여러분들 유인물에 보면 정규직의 핍박받는 다는 얘기가 간혹 나온 적이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투쟁 만들기 위해 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장본인이 저다.
정규직 조합원의 유인물에 그런 핍박 내용이 나왔는가.
그런데 여러분들을 그런 내용을 벌써 쓴 적이 있었다. 뭘 핍박을 받았습니까.
가끔 그런 유인물을 볼 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23일 오전 9시 45분께도 다시 농성장을 찾아와 조합원들에게
“지금 여러분의 눈과 귀가 막혀 있다.
일부 대의원들이 바깥이 잘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반은 뻥이다.
공조직이 최선을 다하면 그게 민주다.
공조직인 1공장 대표와 부대표의 얘기가 정답이다.
다른 걸 들으면 여러분의 귀가 막힌다.
저도 자주 올라와서 얘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지부장의 연이은 농성장 방문 조합원 직접대화는 15일 점거농성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비정규직지회를 엄호해온 1공장 비정규직 분과
정규직 대의원들이 지부와 입장을 달리하자,
이들의 의견을 차단하고 지부 의견을 적극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날 금속노조 대의원 대회에선 금속노조 총파업 결정을 두고 이들 대의원을 지지하는
대의원과 이경훈 지부장의 입장이 부딪히기도 했다.
특히 정규직 지부가 비정규직 지회에 제안한 동성기업 사태 선해결 교섭을 통한
단계적 해결방안을 제안한 바 있지만 비정규직 지회는 동성기업 문제가 아닌
정규직화 문제가 이번 농성사태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이경훈 지부장이 거론한 대의원들은 동성기업 사태 선해결이 아닌
정규직화 쟁취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정규직 지회와 입장이 비슷하다.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의 조합원 찬반투표 선언이 파장을 낳는 가운데,
현대차 비정규직의 파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현대차 지부는 조만간 지부 대의원 대회를 통해 이후
투쟁 재정과 총회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울산=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