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은 보통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한 해라고 알려져 있다. 다윈과 동시에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메커니즘을 발견한 알프레드 월러스는 같은 해 동남아에서 연구활동 중이었는데 그러던 중 술라웨시에서 특이한 행동을 하는 개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 개미는 같은 무리의 다른 개미들과 달리 마치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아무데나 다니고 그러다가 지상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나뭇잎 뒷쪽을 꽉 깨문체 죽어버린다. 당시에는 왜 이 개미들이 이런 특이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1년 5월 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공충학자인 데이빗 휴스가 개미들의 특이행동에 대한 비밀을 풀어낸 논문을 발간하여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 개미들은 다름아닌 공팡이의 조종을 받아 곰팡이가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좀비"들이었던 것이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들은 근육이 괴사하고 중추신경계가 손상을 입으면서 질서정연하게 다니는 다른 개미들과 정신을 못차리고 비틀거리게 되고 마침내 체내의 곰팡이가 번식할 시기가 되면 곰팡이가 좋아하는 습도와 환경을 가진 지상에서 25cm 정도 떨어진 나뭇잎 뒷쪽을 문체로 죽게 되는 것이다. 곰팡이는 이렇게 사망한 개미의 사체를 자양분으로 삼아 위의 사진과 같이 자라나게 되고 마침내 포자를 터뜨려 공기 중으로 흩뿌려 다른 개미들을 감염시키게 되는 것이다. 일부 곰팡이종은 감염된 개미가 다른 개미들을 깨물게 조종하여 물린 개미에게 감염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감염된 개미가 잎을 물게 되면 그 자리에는 아령모양의 문 자국이 생기는데 "최초의 박쥐와 고래"인 오닉코닉테리스(Onychonicteris)와 암불로케투스(Ambulocetus)가 발견되어 유명해진 독일의 메셀 피트에서 이 자국이 나있는 잎사귀 화석이 보고되어 이 곰팡이의 생태가 최소 에오세기 때부터 존재했다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이 곰팡이는 관찰과 연구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개미와 일부 벌레들만을 숙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쩌면 인간과 같은 더큰 생물들을 숙주로 삼아 번식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영국 센트럴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고생물학자 더글러스 헨셜은 페름기 대멸종 기간에 발견된 곰팡이 포자의 대부분이 바로 이 곰팡이와 포자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이 곰팡이에 의해 페름기 대멸종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2월 10일 사이언스지에 게제한 논문에서 밝혔다.
페름기 대멸종 사건은 지구에서 일어났던 다섯번의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사건으로 이때 지구상 생물의 95%가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마어마한 대멸종의 추세와는 반대로 번성에 번성을 거듭한 생물이 있었는데 바로 곰팡이들이었다. 페름기 대멸종이 진행되던 시기의 지층에서는 예외없이 다른 시대보다 훨씬 많은 어마어마한 양의 곰팡이 포자화석들이 발견되는데 여태까지의 일반적인 견해는 대멸종이 진행되면서 곳곳에 죽어서 썩어가는 수많은 사체들이 있었을테니 곰팡이들이 이를 양분으로 삼아 번성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으나 헨셜은 그의 논문에서 포자화석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좀비 개미를 만드는 곰팡이의 근연종들로 밝혀졌다면서 이 화석 곰팡이들에게 페름기를 끝냈다는 의미인 페르무스 테르미나토르(Permus Terminator)라는 학명을 붙였다. 말그대로 "페름기 종결자"인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처음 이 좀비 곰팡이들은 지금과 같이 일부 절지류들만을 숙주로 삼는 생태만을 지녔으나 어느 순간 지상척추동물의 한종을 숙주로 만들 수 있는 돌연변이종이 출현했을 것이라 예측했다. 숙주가 매우 제한된 다른 유사근연종들에 비해 새로운 생태학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획득한 이 돌연변이종은 자연선택을 통해 급격히 번성했고 그에따라 다른 축추동물들을 숙주로 삼는 능력을 가진 종들이 분화해갔을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에서는 어느 한 종이 무제한으로 번성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좀비 곰팡이의 지나친 번성이란 곧 숙주의 감소를 뜻했고 또한 이들은 자실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곰팡이에 비해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므로 대기 중의 산소농도도 희박해져갔고 이것은 숙주의 더욱 빠른 감소를 의미했다. 결국 짧은 번성기를 지나 이 곰팡이들은 급격한 쇠퇴를 맞이하게 되었고 더욱이 척추동물들이 곰팡이의 균사에 저항하는 효소분비를 진화시키며 더더욱 도태되어 마침내 원래대로 일부 절지류들만을 감염시키는 곰팡이들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요지다.
페름기 대멸종 이후에도 몇번의 대멸종이 더 있었지만 그 원인은 좀비 곰팡이 때문이 아니었다. 희안하게도 페름기 이후 이 좀비 곰팡이들은 수억년째 벌레들만을 숙주로 삼았을 뿐 대형동물들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두번다시 진화시키지 않았다. 균사에 저항하는 효소가 수억년 째 지상척추동물들을 지켜오고 있는데다 어쩌면 지금과 같이 일부 벌레만을 감염시키는 능력이 종의 유지에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굵고 짧은 것보다 가늘고 긴 것을 선택하는 생존방식이 생태계에서 도태되지 않고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인 것일까?
하지만 주의해야한다. 곰팡이의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하는데다 언제든지 균사에 저항하는 효소마저 무력화시키고 인간과 같은 대형동물들을 숙주로 희생시켜 말그대로 좀비들로 가득찬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돌연변이종이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 영화에서는 좀비들에게 물리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지만 이 좀비 곰팡이들은 공기 중의 포자를 통해 체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만약 인간을 숙주로 삼는 돌연변이종이 발생한다면 공기를 막지 않는 한 전 인류가 좀비가 되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첫댓글 이거 설마 만우절 낚시아니죠?... 옛날에도 박쥐가지고 만우절 낚시 하신게 기억나서;;
무좀균이 돌연변이해서 피부를 괴사시킨다면,,,
이 훌륭한 낚시글에 걸리는 물고기가 없다니 저라도 낚여드립니다. 솔까말 처음 읽었을때는 낚낚 ;ㅁ;)
휘유, 난 또 진짠줄 알았네...
저런 곰팡이는 없지만 개미만을 타겟으로 해서 번식하는 곰팡이는 실제로 있습니다. 그리고... 에이즈에 걸린 환자중에 중증으로 되면, 손에 곰팡이 및 버섯이 자라는 사례가 있죠. (인터넷 어디선가 봤는데... 꽤 혐짤임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