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죽을 쑤다
남해 외딴섬에 모질게 고향을 떼어놓고 홀로된 나는
오늘 아침에도 뒷산을 왔다.
좁은 오솔길에 수줍은 민들레,
작은 벌들이 왱왱대는 찔레꽃,
늘씬한 몸매를 뽐낸 소나무
모두가 고향의 친구같은 모습들이다.
그리움을 토해내는 뻐꾸기는 오늘따라 빨리 가라고 이놈 저놈이 품앗이를 하며
길을 재촉한다.
아! 몇십년만의 동창모임인가?
34년,35년? 1,2년도 무뎌져 버린 지천명(50살)이 낼모래다.
하긴 서산에 지는 해가 지고 싶어서 지겠는가?
솔바탕에서 감재빵 해묵던 의남이, 엄마랑 함께 산 이웃집 미순이...
잘 살고 있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자식은 부모팔자의 절반이라고 했는데,
섬이 고향인 모두는 물려 받은 것 없이 홀로 세상을 헤엄쳐 왔으니
기죽고, 상처받은 고단한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고향밤 별만큼이나 사연들이 많으리라.
개도 친해서 짖지 않은 훤한 속사정을 친한 친구에게 덤으로 위로 받고 싶으리라.
어떤 녀석은 뭐가 급해 이름 석자만 선착에 던져놓고
황혼도 오기전에 빈배 타고 떠났을까
대동리,의성리,진막리,예미,사슴목,점강리,경리,진섬,둘섬,상섬 또래애들이
오늘 통죽을 쒔다.
늙은호박,빼깽이,팥,수제비,녹두가 어울려 춤을 춘다.
솥단지가 들썩이도록 소숨을 내뿜는다.
뽀글뽀글 단 냄새가 죽인다
모두는 그렇게 한솥에서 하나가 되어
옛날 어머니가 써준
고향맛을 만들어 냈다
이런 기막힌 통죽맛을 누가 아랴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한 친구들
다음에는 꼭 와서 통죽을 쑤자
-연합동창회를 기리며 의성우데미 재근-
첫댓글 캬 ! 재근아 너는 분명 시인이야 !
통죽~향수~가을에 밭에서캐다가 찍혀상처난 감재는 다 빼깽이 만들어 밤이면 지붕이고 마당이고 하얗지요 겨울엔 쪄먹고 그냥 씹어먹고 보리흉년 봄날에는 시커먼 가마솥에서 녹두랑팟이랑 보슬보슬 버물려잘게뭉개진 밀가루뭉침이랑 통보리 빼깽이 또뭐가 빠졌남~ 음 식구숫자만큼의샘물이넉넉히들어갔지요~허허~ 오늘은 비가 엄청시리옵니다 뉘집서 보리 볽는날에는 더욱배도고프고입도고프고..... 울어머니는 내속옷더듬으며 이잡으심다...
고향집 모습을 선하게 잘도 그려내셨네요. 그때는 전기불이 없어 겨울에는 저녁을 일찍 먹어 저녁 9시쯤 되면 배가 고파 지붕에 덜말른 빼깽이를 우적우적 씹어먹던 추억이 있답니다. 이제는 빼깽이 대신 정든 추억을 되새김질 하네요
빈배님 누구시까요? 저는대동리 새텃말 김용환이라고 합니다
의성리 정재근입니다. 동환,용복이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