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돌을 찾는 여정
1. 마애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에 마애불을 품고 있는 지역은 왠지 더 정감있고 기쁜 발걸음을 이끈다. 하남에도 ‘교산동 마애약사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리가 가까움에도 쉽게 방문할 수 없었다. 추석을 맞아 용인 천주교묘원 부모님 납골당에 새꽃과 함께 인사를 올리기 위해 방문했다. 1년에 4-5번 찾는 곳이어선지 이제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용인에서 1박을 한 후, 마음에 두고 있었던 하남의 ‘마애불’을 찾기로 했다. 마애불 이외 하남의 역사적 명소를 찾아보니 ‘동사지터 3층·5층 석탑’과 ‘이성산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남 역사탐방 ‘돌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2. 마애불은 선갑사라는 작은 절 옆에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보물로 지정된 이 마애불의 정식 명칭은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이다. 보통의 마애불과는 다르게 앙징맞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크기는 작지만 정교하고 세심한 솜씨로 부처의 신비를 풍성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977년 때 만들어졌다는 음각이 남아있는 이 마애불은 깊은 시선과 신비의 느낌을 압축적으로 품고 있으며 고요하고 정감있는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면 마치 과거의 신비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특별한 체험을 안내하고 있었다. 쉽게 만나지 못하는 마애불의 얼굴이다.
3. ‘동사’라는 옛 절터에는 멋진 탑 둘이 씩씩하게 서 있었다. 주변에 나무와 숲이 잘 가꾸어져 있어 유원지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종교적인 성스러움보다는 자연과 화합하면서 살았던 조상들의 따뜻함이 더 강하게 풍겨 나왔다. 3층 석탑과 5층 석탑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5층 석탑은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묘한 신비로움을 간직한 특별한 매력을 보여 주었다. 간결하고 힘있는 탑신과 묵직한 기단의 조화는 적절한 균형을 만들어내면서 잘 가꾼 아름다운 몸매를 떠올리게 하며, 탑의 높이와 기단의 비는 하늘을 향한 기원과 땅의 기운을 모두 품고 있는 정돈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정림사지 5층 석탑과 같은 유명한 5층 석탑 못지않은 세련됨은 그 자체로 탑의 정수였다.
4, 하남에서는 9월에 <이성산성 축제>가 열린다. 산성 아래에 모여 이성산성 둘레길을 도는 답사 및 산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시 및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남한산성만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성산성은 색다른 멋과 특징을 갖고 있다. 성 둘레가 2km가 조금 안 되는 규모로 큰 성이 아니면서도 성위에서 하남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성 안에는 12각형, 9각형, 8각형 형태의 독특한 모양을 가진 건물터가 발견되었고, 대규모의 저수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군사시설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한강 주변에 산성들은 대부분 삼국시대 세 나라 사이 치열한 국경확대와 경쟁의 산물로 조성된 경우가 많다. 이성산성 또한 신라가 한강을 차지한 후 국력을 확장하던 6-8세기에 더 발전되었다는 점을 다양한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성은 삼국통일 후에는 특별한 군사적 활용을 멈추고 활용되지 않았다. 성의 흔적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주변 성길을 따라 걸으며 과거의 치열했던 역사의 숨결을 접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 성길을 따라 걸으며 과거의 치열했던 역사의 숨결을 접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