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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개요
ㅇ 언 제 : 2023. 4. 12(수) / 704차
ㅇ 누 가 : ‘계룡’수요산악회원 45명 / 60,000원
ㅇ 어 디 : 청산도(전남 완도군 청산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
ㅇ 코 스 : 슬로우길 1, 2코스(7km, 4시간)
탐방정보
청산도(靑山島)
완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50여리 떨어진 섬입니다.
다도해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예부터 신선들이 살았다하여 선산(仙山)이라 불렸습니다.
1866년(고종 3년)에 청산포진이 설치되는 등 서남해안 바닷길의 요충지로 1896년 완도군에 예속되었습니다.
해식애(海蝕崖)와 난대림(동백, 후박나무) 무성하여 다도해국립공원에 끼었는데, ‘서편제’와 ‘봄의 왈츠’ 등이 촬영되면서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소문 났습니다.
2008년에는 신안(증도), 담양(장평), 장흥(유치)과 함께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2010년 섬 주민들이 다니던 옛길을 다듬어 11코스(42,195km)의 세계슬로길(1호)을 열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1코스(미항/동구정/서편제/화랑포길, 5.71km), 2코스(사랑길, 2.10km), 3코스(고인돌길, 4.54km), 4코스(낭길, 1.80km), 5코스(범 바위/용길, 5.54km), 6코스(구들장/다랑이길, 5.15km), 7코스(돌담/들국화길, 6.21km), 8코스(해맞이길, 4.10km), 9코스(단풍길, 3.21km), 10코스(노을길, 2.67km), 11코스(미로길, 1.20km)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는 환상의 섬이 된 것입니다.
탐방여정(앨범)
나비야 청산가자!
봄입니다.
꽃들이 기온 핑계로 한꺼번에 몰려들다가 시샘한 꽃샘추위한테 한방 맞았습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이번엔 바람이 중국 발 황사까지 몰고와 훼방질입니다.
그래도 색색의 꽃들은 여전히 소담스럽습니다.
남쪽에 상륙한 봄은 또 얼마나 예쁜 풍경들을 드리웠을까요?
봄바람 낌새를 알아차린 산악회에서 때맞춰 ‘청산도’를 띄워놓고 꼬드깁니다.
서너 차례 들렸던 섬이지만, 늘 그렇듯 근심어린 마음까지 청산(淸算)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덥석 물었습니다. ㅎ
바닷가 언덕에 노란 유채꽃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풍경이 어른댑니다.
4월이 가장 예쁜 느림의 섬, 청산도(靑山島) -.
축제(4. 8 - 5. 7)까지 겹쳤는데, 이번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 꽃 속에서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그런데 소매치기보다 더 나쁘다는 당일치기(^^)입니다.
꼭두새벽부터 설쳐댄다며 사정없이 쏴대는 짝지의 눈총을 피해 도망치듯 집구석을 나섭니다.
오랜만에 가마가 꽉 찼습니다.
불편한데도 환한 산우들의 모습에서 옛 열정들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완도여객선터미널
해상왕(海上王) ‘장보고’의 바다 -, ‘완도(莞島)’입니다.
집구석 나선지 4시간여 만에 도착했습니다.
보물섬의 관문답게 크고 깨끗한 여객선터미널이 더욱 멋지게 보입니다.
8,700냥 뱃삯에 50여분이 소요되는 청산도행입니다.
예전에 산악회 매신저질(?) 할 때 통 크게 대형버스까지 싣고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08:30시 커다란 아귀가 꿈틀대듯 ‘슬로시티 청산도’호가 스르르 미끄러집니다.
천연기념물인 주도(珠島)의 전송을 받으며 창해(滄海)로 나아갑니다.
바닷바람이 찬데요, 그래도 섬 뱃길은 늘 설렙니다.
완도조망대를 비롯하여 상왕능선과 신지대교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굳이 역마살(驛馬煞)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어디로 떠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해무를 뒤집어쓴 채 잔뜩 웅크린 바다는 갈매기들의 울부짖음에도 대꾸조차 없습니다.
선체를 훑고 지나가는 해풍에 시름을 얹어 보내며 옛 추억에 젖습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청산도 도청포구에 자리한 입석이 세파에 시달려 허약해진 마음을 향해 내리치는 죽비(竹篦) 같습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킵니다.
도청항
차도선(車渡船)이 뱃머리를 ‘도청(道淸)’항에 들이밀고는 사정없이 꾼들을 쏟아냅니다.
한 발짝이라도 먼저 뭍으로 나오려는 사람들과 싣고 온 차량들이 뒤섞여 장관입니다.
느림의 대명사가 무색해지네요.
그래서 청산을 당일치기하는 것은 슬로시티(Slow city)에 대한 모독이라 하나봅니다. ㅎ
천천히 차분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푸른 섬에 발을 내디딥니다.
관광안내소에 들려 관광지도 하나 챙기는 여유도 부립니다.
이번 여정 Concept은 유유자적(悠悠自適) 즐기는 ‘뚜벅이 나들이’입니다.
고갯마루 ‘읍리’재로 향하는 꾼들을 배웅하고도 여전히 꼼지락댑니다.
두리번거리며 점심식사 할 식당도 대충 눈도장 찍어놓습니다.
이곳에서 아침식사 후 투어하려 했는데, 차안에서 김밥을 주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ㅎ
축제기간까지 겹쳐 곳곳에서 군것질이 가능하기에 아마도 배곯는 일은 없을 겁니다.
산악회가 제시하는 주 코스에서 이탈했지만, 길을 잃어도 도착한 장소로 시간 맞춰 되돌아오면 그만입니다.
인심 좋은(?) 등산대장이 출도 배편을 15:00시 택해, 체류시간이 6시간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미항’길
“요이 땡~!”
선창 따라 달팽이 걸음을 시작됩니다.
덩실덩실~ 봄맞이 걸음입니다.
포구 끄트머리에 있는 ‘느림의 종’도 힘껏 쳐댑니다.
오랜만에 ‘갯바위’가 왔음을 알려보지만, 역시 무반응입니다. ㅎ
11년만의 방문이라 조금은 낯섭니다.
예전에 할매들이 해루질하던 갯가도 매립되었네요.
벽화 따라 천천히 ‘미항(도락갤러리)’길로 들어섭니다.
”청산을 걸으리랏다!“
느림의 여유를 만끽하는 두발여행인데요, 이곳에서는 빠르면 반칙입니다.
예전 마누라와 둘이서 걸었던 길이기에 더욱 애틋하네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하질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데리고 왔습니다.
11개나 되는 슬로우 코스에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 유채꽃과 노닥거리기만 해도 본전은 충분히 뽑을 수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막으려고 쌓은 고즈넉한 돌담들이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담장이넝쿨과 마삭 줄로 얼키설키 엮인 고샅길인데요, 염분 머금은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세월의 더께가 돌담마다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좁다란 골목길 담장너머로 청산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엿봅니다.
길이 지닌 풍경, 길에 사는 사람, 길에 얽힌 이야기들이 어우러졌습니다.
다도해답게 많은 섬들이 마중 나와 조각조각 서성입니다.
노인일자리 나온 노인네들과 실없는 농담도 던집니다.
바햐흐로 청산도의 서정(抒情)에 젖어들 차례입니다.
‘동구정’길
활기가 넘쳐나는 갯가 마을에서 ‘동구정(東口井)’을 만납니다.
‘도락마을’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조성된 샘으로 한때는 전체 부락민의 식수원이었다죠.
상수도준공으로 폐쇄했었는데, 2005년 시설을 개선했다는군요.
축제기간이지만 평일이어서인지 여행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사색하기 참 좋습니다.
가끔씩 만나는 이들과 인사도 나눕니다.
역시 길 위에는 사람이 있어야 좋습니다.
유채꽃이 그림 같이 펼쳐집니다.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바다, 그리고 노란 유채꽃!
아~ 참 아름답습니다.
청산의 봄은 원래 보리가 판쳤었는데, 언제부턴가 유채꽃으로 갈아탔습니다.
노란 유채꽃에 묻혀 빨간 꽃술 흉내도 내봅니다.
노란들판에서 강렬하게 튀고(^^) 싶어 일부러 빨간 티를 입고 왔는데, 호응해줄 여인네들이 없어 조금은 아쉽습니다. ㅎ
하하~ 호호~ 호들갑소리에 흐르던 조각구름까지 멈춥니다.
꽃잎들의 황홀한 춤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아~ 눈길 따라 발길이 움직이는 눈부신 청산도의 봄입니다.
‘화랑포’공원
능선으로 치오릅니다.
오르면서 보이는 마을풍경이 그림이네요.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모두 다 느린데요,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느립니다.
이정표들이 갈 방향을 재촉해도 본체만체합니다.
꼬부랑길들의 현란한 몸짓에 취했기 때문입니다.
돌로 만든 달팽이 모형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까지 모두가 푸르고 수려합니다.
그래서 청산여수(靑山麗水)라 했던가요.
‘화랑포(花浪浦)’공원에 있는 초분(草墳)을 만납니다.
섬에서 행해지던 장례풍습인데요, 멀쩡한 육신을 매정하게 묻을 수 없다는 인간적인 면이 숨겨져 있습니다.
자손들이 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사이 상(喪)을 당하면 돌아와 유골이라도 볼 수 있게끔 3년쯤 볏짚으로 가렸다가 뼈를 추슬러 선산에 매장하던 풍습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도서지방은 물론 육지에서도 행해졌는데, 일제강점기에 화장이 권장되면서 남/서해 일부 도서에서만 행해졌습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법적으로 금지되었다죠.
‘사랑’길
‘사랑’길로 접어듭니다.
연애바위라는 문패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무대책 노인네들입니다. ㅋ
예전엔 소원을 담은 ♡형 나무판들이 비탈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는데, 지금은 없네요.
자기장(磁氣場)이 강해 나침반이 고장 난다는 ‘범’바위가 멀리에서 손짓합니다.
섬 바람에 머리카락 흩날리며 정답게 저 산길을 내려오던 때가 그립습니다.
나무사이로 그림처럼 다가서는 유채꽃 풍광은 별천지입니다.
정자에 앉아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삐루(^^) 한 모금씩 입에 뭅니다.
색색의 파스텔(Pastel)로 그려낸 듯한 꼬부랑길들이 산수화의 명줄처럼 보입니다.
세월의 빠름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본능처럼 바쁘게 살았습니다.
어느 순간 표적 잃은 화살처럼 방황도 했지만, 어느덧 삶의 종착점이 가깝습니다.
회한(悔恨)에 젖은 늙은이들에게 청산도가 그만 쉬라합니다.
다 내려놓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갑게 살라합니다.
구들장 논을 만들어 그들만의 속도로 살아낸 섬사람들의 지혜를 배우랍니다.
뭍에 사는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인심에 흠집을 내는데도 상하지 않는 그들인데요, 바닷바람 따라 파도가 너울대는 이유를 아는 까닭입니다.
쫓기듯 빨리 가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합니다.
웅크려 있어야할 때와 가야할 속도를 알기 때문이겠죠.
봄날의 청산에서 내 삶의 울타리를 돌아봅니다.
남은 날들을 셈하며 다짐하건만, 알뜰한 그 맹세에도 봄날은 잘도 갑니다.
‘서편제’길
청산도여행의 핵심인 ‘당리’로 들어섭니다.
몇 발자국 발품에도 황홀한 조망이 펼쳐지는 섬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입니다.
어쩜 이 풍광을 보려고 새벽을 재촉하여 달려왔는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세트장인 하얀 집이 찬란한 봄 한가운데에 도도하게 서있습니다.
떠돌이 예술가의 삶을 통해 대중예술을 표현한 영화 ‘서편제(西便制)’ 촬영지도 보입니다.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 내려오는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습니다.
등짐 짊어진 아버지 ‘유봉’과 치마저고리 차림의 딸 ‘송화’, 그리고 아들 ‘동호’가 보리밭 따라 내려오며 흥에 겨워 춤추던 곳입니다.
서편제는 선천적인 음량에 의존하는 동편제와 달리 기교로 약점을 메꾸는 창법입니다.
소리를 통해 낳은 그 여식이 자기와 소리를 떠날까봐 눈에 청강수를 부어 장님으로 만들면서까지 붙잡아두려는 아비의 한(恨)이 맺힌 이야기입니다.
“야 이년아~,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벱이여~!“
딸의 득음을 위해 눈을 멀게 한 모진 아비의 대사가 바람에 실려 오는 듯합니다.
세마치장단에 실어 부르던 소리꾼들의 진도아리랑 여음이 돌담길 사이를 맴돕니다.
섬사람들의 한(恨)과 체념이 어쩌면 서편제로 승화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청산 군것질
"이리 오너라~!"
주막집에 들려 전복해물파전과 유자주 시켜놓고 잔뜩 거드름을 피웁니다.
야외 의자에 앉아 바라본 도락마을 풍경이 환상적이네요.
오우~ Fantastic~!
온통 노랑물감을 뿌려놓은 듯 눈부신 화려함에 입이 찢어지려합니다.
저마다의 사연들이 바다를 껴안은 그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파고듭니다.
파란바다에 검은 천으로 누더기를 댄 것 같은 전복양식장 부유물은 고달픈 삶으로 멍든 자국 같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유순한 심성에 빠져듭니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높은 돌담 안에 난쟁이 우산마냥 내려앉아 있는 지붕들이 꼭꼭 숨어있습니다.
혹여 바람이 내밀한 안방을 훔쳐볼까 싶었던지 창문도 모두 조그맣습니다.
배가 불러 점심 먹기는 글렀다며, ‘빵 굽네 & 달팽이카페’에 들려 시간을 축냅니다.
맛있는 빵과 함께 쌉싸름한 커피내음이 몸속으로 파고듭니다.
봄꽃이 하나둘 지려합니다.
[필 때 한번, 흩날릴 때 한번, 떨어져서 한번
나뭇가지에서 한번, 허공에서 한번,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핀다] (‘김경미’/봄에 꽃들은 세 번식 핀다)
인생도 그러합니다.
도청포구
다시 도청포구로 돌아왔습니다.
달아나려는 봄 자락 붙들고 노닥거리던 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큼직한 전복이 들어간 ‘전복된장뚝배기’를 먹으려했는데, 아쉽네요.
무심코 지나려니 할매가 좌판에 섬 미역을 펼쳐놓고는 어설픈 삐끼질입니다. ㅎ
큰 맘 먹고(^^) 지갑을 열어 한자루 챙겨 괴나리 봇짐에 꿰찹니다.
미역 보고 마누라 생일을 기억해내는 착한(^^) 남편입니다.
파도 한 자락, 바람 한줄기까지 소중하게 챙기고선 객선에 몸을 우겨넣습니다.
속절없이 가는 봄날의 청산여정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 사이에서 풍경처럼 오래도록 서있고 싶지만, 이젠 떠나야합니다.
가고파 찾은 섬이 이제는 갖고 싶은 섬이 되었습니다.
행복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더욱 튼튼하게 자란다죠.
꽃 속에 묻혀가도 좋고, 꽃이 푸대접하면 잎에서 자고가도 좋을 것 같은 청산입니다.
”나비야 또 보자~!“
대답 없던 청산이 웬일로 다시 묻습니다.
“근심걱정 몽땅 청산(淸算)하고 가시는 겨?”
느림의 섬에서 마음을 비웠습니다.
‘한국에서 유채꽃이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주장에 기꺼이 한 표 보탭니다. ㅎ
아듀 청산도
청산이 멀어집니다.
예전엔 잊힌 섬이었습니다.
신선이 살았다하여 선원도(仙原島)라고도 불렸다지만, 1993년 ‘서편제’의 촬영무대가 되기 전에는 숨겨진 섬이었습니다.
인적소리 드문 섬이었는데, 이젠 꽤나 수선스러워졌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멀어지는 섬 산들이 바다만큼이나 온통 푸릇푸릇합니다.
이번에 대면하지 못한 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밀며 아쉬워합니다.
용쓰며 올라온 새싹들의 새 단장에 노인네 마음도 심쿵해졌습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사계절 중에서 유독 봄에만 ‘새’짜가 어울리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봄만이 지니고 있는 산뜻함과 생생함이 ‘새’자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요?
보듬었던 청산을 살포시 내려놓습니다.
그런데 봄바람이 자꾸 옆구리를 쑤셔댑니다.
아무래도 다음에 또 보따리를 싸야할 것 같습니다. ㅎ
뒤풀이
산행여정의 꽃은 뒤풀이입니다.
‘쏨뱅이’지리에 갈치구이를 자랑하는 ‘서민회관’입니다.
전라도 나들이 때마다 맛보고 싶어 했던 쏨뱅이를 예서 만나다니 반갑네요.
통통한 타원형 몸통의 쏨뱅이는 머리와 등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데요, 손질하기 귀찮아도 맛은 최상위급에 속합니다.
합석한 목사님 왈 물고기나 사람이나 억세고, 못생길수록 맛이 좋답니다. ㅋ
자연산에 야행성(ㅋ)까지 더했지만, 그동안 쏨뱅이는 맛과 가치가 과소평가되었습니다.
최근 생물이 뜸해 매운탕이 아닌 젓국이라서 아쉽지만, 감칠맛에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까지 제대로 진가를 뽐냈습니다.
역시 못생긴 거와 맛은 정비례합니다. ㅋ
‘썩어도 준치’, ‘죽어도 쏨뱅이’란 말이 있는데, ‘늙어도 갯바위’가 되고 싶네요. ㅋ
완도의 숨겨놓은 바다 곳간을 열어본 느낌이었습니다.
벌어진 배꼽을 앞세워 다시 먼 길 떠날 채비를 합니다.
에필로그
‘느림은 행복이다~!’
슬로우 길을 걸으며 실컷 여유를 부렸습니다.
청산도의 시간은 더뎌도 부드럽게 흘렀습니다.
때 찌든 심신이 여유롭고 평온해졌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물같이, 바람같이 살랍니다.
아름다운 꽃들이 시든다고, 일찍 떨어진다고 서럽게 울지 말랍니다.
매사 계산만 하지 말고, 소유하려던 모든 욕심을 버리랍니다.
아집과 교만의 목도리를 벗어던지고, 바람같이 하늘로 날아오르랍니다.
살다보니 어느덧 꽃놀이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나이가 되어갑니다.
그래도 봄의 절정을 알리는 꽃소식에 가슴이 들뜨지 않기는 쉽지 않습니다.
봄은 그렇습니다.
“당신의 봄은 어떤 색깔로 피었나요?“
봄날은 짧습니다.
허나 정성으로 마음속에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남은 날들이 모두 봄날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모처럼 환해졌습니다.
그 뒤에는 늘 준비하느라 애쓴 손길들이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느림과 여유로움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섬, 청산도 -.
치유정원(治癒庭園)에서 풍류(風流)를 즐기며 보낸 멋진 하루였습니다.
숨 쉴 때마다 늘 행복하시길요~♡
목욜(4. 13)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