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를 오래 입어 줘" 수명 늘리고 싶은 티셔츠의 부탁
OSEN=이예은 기자]나는 당신의 티셔츠입니다. 이제 스웨터의 계절은 갔어요. 우리가 '대세'죠.
우리는 입기엔 편하지만 의외로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주인님들은 땀을 흘리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세탁기 안에 집어 던지기 일쑤예요. 겨우 만났는데, 이래서는 우리 목숨도 파리 목숨이에요.
주인님께서도 제대로 된 세탁-관리법을 알아두시면, 비싸게 주고 장만한 저를 몇 년 뒤까지도 새것처럼 입을 수 있어요. 저도 웬만하면 좀 오래 '잇 아이템'이고 싶답니다. 제발 이번에는 부탁 좀 들어 주세요.
▲그물망에 넣어주세요
우리는 보통 얇은 원단으로 만들어져서, 한 번만 빨아도 후줄근해지기 쉬워요. 안 그러려면 손빨래를 해주시는 게 가장 고맙죠. 하지만 세탁기 놔두고 손빨래에 매달리기 쉽지 않다는 거, 저도 알아요.
세탁기에 넣으신다면 적어도 세탁용 그물망에 넣어주세요. 그물망에 넣으면 세탁기 속에서 다른 옷과 엉키지 않아서 제가 덜 늘어나거든요. 또 프린팅이나 장식이 붙어있다면 뒤집어 주세요. 비슷한 색상끼리 세탁하는 건 설마 상식이겠죠?
▲중성세제를 좋아해요
대부분 시판되는 세탁기용 액체나 가루세제는 약알칼리성(PH 10.5~11)이죠. 하지만 저를 아낀다면 세제에도 조금만 신경을 써주세요.
제가 면으로 만들어졌더라도, 자극이 적은 중성세제(PH 7~8)로 최대한 단시간 코스로 세탁하고, 물 온도도 30도를 넘기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탈수까지 5분 내에 하고 바로 말려주면 저는 아마 두 배는 더 살 수 있을 거예요.
▲옷걸이에는 제발…걸지 마세요
저한테 구겨진 자국이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시죠? 그렇다고 젖은 상태로 옷걸이에 그냥 걸지는 말아주세요. 이렇게 말리면 자연스럽게 목 부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답니다.
빨래줄이나 건조대에 반으로 접어서 널어주시는 게 제일 나아요. 그래도 늘어날까봐 걱정된다면 그늘진 바닥에 잘 펴서 말려주세요. 변색되기 싫으니까 직사광선도 피하고 싶어요. 그늘진 곳에 뒤집어 말려주시면 좋겠어요.
보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제발 저를 그대로 옷걸이에 걸지 마세요. 가지런히 접어 보관해 주시고, 접힌 자국이 싫다면 반만 접고 서랍 속에 돌돌 말아두시면 깔끔하게 입으실 수 있어요.
▲제 색깔, 지켜주실거죠?
제가 흰색이라면, 몇 년 동안 새하얗게 새것처럼 입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죠. 중요한 타이밍은 보관하기 직전이에요. 여름의 때를 완전히 빼기 위해 두 번 정도 반복세탁을 하고, 여러 차례 표백을 해서 보관하시면 가을과 겨울 동안 누렇게 변하지 않아요.
누렇게 되어버렸다면 귤껍질이나 쌀뜨물에 헹구시는 게 효과적이에요. 흰 티셔츠를 빨기 전에 우유에 담가두거나, 세탁 마지막 헹굼 때 우유를 물에 조금 떨어뜨려 주셔도 저는 감동해서 하얗게 변할 거예요.
▲얼룩도 지워주실거죠?
지우기 힘든 얼룩이 묻었다고 저희를 버리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은근히 방법이 많답니다.
볼펜이 묻었다면 물파스를 톡톡 두드려준 뒤 비누칠을 해주세요. 과일즙이나 주스 얼룩은 식초를 묻힌 수건으로 두드려준 뒤 손세탁 해주시고요. 김치국물 얼룩은 양파즙을 얼룩 안팎에 바르면 효과적이에요. 또 커피 얼룩은 소다를 탄 물로 살살 문질러주면 좋대요.
우유나 아이스크림 같은 유지방 얼룩은 알코올을 적신 솜으로 두드린 뒤 손세탁하면 잘 지워진다네요. 도통 지워질 것 같지 않은 기름 얼룩도 물수건에 식초를 묻혀서 닦거나 레몬즙으로 닦아주시면 좀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제발 올해 저를 만나신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새것처럼 입어주세요. 저희는 정말 주인님 곁에 오래 있고 싶답니다!
출처- 카페 그대가 머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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