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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내 가슴에] 01
S#1. 고아원
연습장 위에 아이들이 인형옷 그리듯 조잡한 의상 스케치를 하는 연이의 손.
S#2. 스케치북
능숙한 손놀림으로 화려한 의상을 스케치하는 손.
S#3. 고아원
비닐장판 위로 낡고 빛바랜 천(이불 호청이나 오래된 커튼 같은)이 펼쳐진다.
S#4. 재단대
화면 가득 화려한 색의 고급스러운 실크 원단이 펼쳐지면서 스케치한 그림 위에 색이 입혀진다.
S#5. 고아원
낡은 천에 백묵으로 조심스럽게 선을 긋고 낡은 가위로 자르는 연이.
S#6. 실크 원단위
본을 뜨고 재단하는 잽싼 손놀림.
S#7. 고아원
두 팔을 벌리고 선 꼬마가 걸치고 있는 옷감을 옷핀으로 고정하는 연이.
S#8. 마네킹에 일치 봉제된 옷을 입혀 핀으로 수정한다.
S#9. 고아원
미싱에서 연이가 만든 꼬마의 옷이 완성된다.
S#10. 스케치북
스케치한 그림위에 화려한 레이스가 달리면 의상이 완성되며 실물로 바뀐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화면이 끝나면.
S#11. 패션쇼장
실물로 바뀐 옷을 입고 무대 위를 누비는 모델 위로 자막이 뜬다.
화사한 봄의상을 입고 폼잡는 국내 최고의 모델들.
S#12. 고아원 방
어린 여자 아이가 책을 머리에 얹고 연이가 만든 옷을 입고 장판이 겹치는 선을 따라 걷는다.
모델 흉내를 내던 여자아이 머리 위헤서 책이 떨어진다.
까르르 웃는 아이들. 이때 문이 열리고 원장이 들어오자 아이들, 웃음을 뚝 그친다.
원장 : 연이야, 빨리 준비하고 나와. (나간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아이1 : ..꼭 가야 돼?
연이 : 자주 올께.
아이2 : 거짓말! 한번 가면 아무두 안 오드라.
연이 : 꼭 올께.
아이3 : 갈꺼면 빨리가
연이 : ...
아이1 : 안가면 안돼?
아이2 : 그 아저씨네 부자야?
아이4 : 정말 누나 아부지 친구 맞아? 우리 아부진 왜 친구두 없지?
아이3 : 에이 씨. (일어나 확 나간다)
연이와 아이들, 서먹서먹해진다.
싸놓은 책가방과 비닐 가방을 들고 나가는 연이의 등뒤로
아이1 : 진짜야. 꼭 와야 돼.
연이 : (돌아보며 환하게 웃어보인다) 그래.
S#13. 모델 대기실
우아한 포즈로 한 모델이 무대에서 대기실로 들어오는 순간,
후다닥 옷을 벗으면 기다리고 있던 스탭들이 달려들어 의상을 입히고 머리와 얼굴을 다듬는다.
수많은 모델과 코디네이터, 의상을 벗고 입고 챙기느라 바쁘다.
모델들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체크하는 송여사. 누군가 핸드폰을 송여사에게 건네준다.
송여사 : (날카롭게) 누구야, 바쁜 거 안보여?
누군가 : (절절) 안사장님이신데요...
송여사 : (더 짜증내며 핸드폰을 나꿔챈다) 여보세요.. (일그러진다)
S#14. 꽉 막힌 88도로 (저녁)
안대철의 차안.
운전을 하며 핸드프리로 통화하는 안사장.
송여사 : 지금 어디예요.
안사장 : 가는 길이야. 길이 좀 막혀서 그래.
송여사 : 당신 정말 왜 그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요?
안사장 : 오늘 연이 데리구 간다 그랬잖아.
송여사 : 걜 여기루 데리구 온단 말예요? (신경질) 미스타 김, 그게 아니잖아. 하루 이틀 해봐?
왜 하필 오늘이야. 아뭍든 나 지금 얘기할 정신 없으니까 빨리 오기나 해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다 들리게) 무슨 귀한 손님이라구. (전화 끊긴다)
기가 막혀하는 안사장 뒤로 교복 차림의 연이, 민망하고 불안하지만 오히려 안사장을 안심시키려는 듯 활짝 웃어 보인다.
S#15. 패션쇼장
어느덧 패션쇼가 끝나고 상류사회의 사교장으로 변해있다.
경품추첨이 진행되는 동안
패션쇼에 모인 장안의 내노라는 부잣집 마나님들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들, 서로 눈짓으로 띵이 오가고
이화 : (어떤 남자애가 은근한 눈빛을 보내자 거들떠도 안본다) 재수없어.
친구1 : 누구?
이화 : 대현건설 둘째아들 (암내를 풍기며 둘러보다가 친구에게) 저남자 누구니?
친구1 : 누구?
둘의 시선을 따라 준희의 모습이 보인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 혼자 구석자리에 앉아 카타로그를 뒤적이고 있다.
친구1 : 글쎄.
이화 : 괜찮은데?
친구2 : 넌 민오빠 있잖아
이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계속 보는데 준희, 카다록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한다.
이화 : 저남자, 내가 찍었어.
이때 출입문으로 들어서는 안사장과 연이.
송여사, 손님들과 인사하며 다니다가 안사장을 보고 다가온다.
송여사 : 이제 오면 어떡해요?
안사장 : 이 애야, 연이야. 인사드려라.
연이 : (꾸벅) 안녕하세요.
송여사 : (애써 웃으며) 응, 그래
연이 : 이연이라구 합니다.
하는데 연이 말도 끝나기 전에 송여사, 강장군 부부에게 반갑게 웃으며 다가간다.
송여사 : 어머, 오셨어요.
연이, 무안하다
안사장 : (자신도 무안하지만 애써 부드럽게 연이에게 테이블을 가리키며) 음, 저쪽에 앉아서 뭐 좀 먹구있어라.
연이 : 예.
안사장, 송여사 뒤를 따라가면 연이, 문가쪽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이화, 준희 앞으로 가 서면 준희, 이화를 본다.
이화 : 혼자 오셨어요?
준희 : (씩 웃는다)
이화 : (앞에 앉으며) 저랑 한잔 하실래요?
준희, 기가 막히다는 듯 이화를 잠시 보다가 말없이 일어나 나가다.
이화, 부글부글 끓는다.
준희, 밖으로 나가다가 열심히 무언가를 먹으며 신기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연이 앞을 지나며
무심코 보고 지나치다가 놀라 다시 돌아본다.
S#16. 준희의 회상 (파리의 집)
연이와 똑같이 생겼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여인의 얼굴, 침대에 누운 준희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 멀어진다.
준희, 기분좋게 웃으며 눈을 뜨면 여인, 이미 옷을 다 챙겨입고 떠날 준비를 끝낸 상태다.
준희 : (의아해서) 어디가?
여인 : 그동안 즐거웠어
준희 : (누운채 얼굴 굳는다)...
여인 : ... 왜 가는지, 어디 가는지, 그런건 묻지 않겠지? 준희씨 성격엔.
준희 : ...
여인 : 그래서 가는거야
준희 : (작지만 단호하게) 가지마.
여인 : ...늦었어 안녕.
여인, 망설임 없이 일어나 가방을 들고 나간다.
준희, 잠시 망연히 있다가 벌떡 일어나 잠옷 웃옷만 집어들고 뛰어나간다.
맨발로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준희.
하지만 여인의 차는 부정하게 떠나고 텅빈 새벽거리엔 안개만이 자욱하다
S#17. 다시 패션쇼장
연이, 별 생각없이 두리번 거리다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자 마주 쳐다보는데
준희, 연이의 시선과 마주치자 당황하여 얼른 눈을 돌리고 밖으로 나간다.
S#18. 안대철의 집
화려한 집안.
베이지색의 고급 양탄자가 쫙 깔려있고 거실 한켠엔 고급스러워 보이는 벽난로가 있다.
거실 창 밖으로는 흰눈이 덮인 넓은 정원이 보인다.
두꺼운 옥스포드 천으로 덮인 베이지색 고급 소파에 앉아 마사지사한테 손톱 손질을 받는 송여사.
손가락 사이엔 솜이 끼워져 있고 머리에도 수건을 두르고 있다.
연이, 고아원에서 입던 낡고 후진 학교 운동복을 입고 조심스레 다가온다.
연이 : 저, 안녕히 주무셨어요?
송여사 : (우아 떤다) 어, 그래. 잘 잤니?
연이 : 예.
송여사 : (턱짓으로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며) 거기 좀 앉아라.
연이 : (앉는다)
송여사 : 어젠 내가 정신이 없어서 (주방쪽에 대고) 아줌마, 아줌마!~ 아 참, 오늘 아줌마 쉬는 날이지.
연이 : 뭐 시키실 일 있으시면 저 시키세요.
송여사 : (일어나려는 연이를 말린다) 아니야, 됐어. 앉아. 니가 우리집에 일하러 온 애두 아니구, 이제 한식구나 다름 없으니까
내집처럼 편하게 지내도록 해. 그래, 지금 고3이라구?
연이 : 예.
송여사 : 학교는 어떻게 하기루 했니?
연이 : 사장님께서 내일 전학갈 학교루 데려다 주신다구 그랬어요.
송여사 : 또 그런다. 사장님이 뭐니? 그냥 편하게 아저씨라구 해. 남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니?
그리그 말이 나온 김에 얘기 하겠는데 아무리 친한 친구 딸이라구 해두 고아원에서 잘 크구 있는 애 굳이 찾아다가
대학 공부까지 시켜주겠다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니. 그러니까 그럴수록 니가 잘 해야 하는거야.
이때 마사지와 손톱 정리가 끝난다.
송여사 : (마사지사에게) 수고했어 미스최. 다음주에는 1시간만 늦게 와.
마시지 : 네, 사모님
송여사 : 아, 미스최 그리구 나 냉장고에서 쥬스 한잔만 따라주구 갈래?
마사지 : (기분 나쁘지만 참으며) 네.
마사지사 나가면 송여사, 손거울로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손톱도 본다. 흡족하다.
송여사 : 그런데 너 옷이 그게 뭐니? 모르는 사람들은 날 욕하지 않겠지?
연이 : (자기가 내려다 본다) 옷이 왜요?
송여사 : (계속 거울 보며) 그렇게 없는 티를 내야겠니?
연이 : 옷이 이것 뿐인데요.
송여사 : (가만히 노려보다가) 어른이 얘기할때 그렇게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건 어디서 배웠니?
그래서 가정교육이 무섭다 그러는거야.
연이,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데 마사지 쥬스 들고와 테이블에 내려놓고 간다.
이때 이화 우당탕탕 계단 중간쯤까지 내려와 고개 내밀고
이화 : 엄마, 아직두 멀었어?
송여사 : (어이구, 내 새끼 하는 표정으로) 다 됐어. 근데 오늘 꼭 가야되니? 엄마 오늘 피곤한데.
이화 : 오늘 세일 마지막 날이란 말이야
송여사 : 오빤 아직두 안들어 왔니?
이화 : 몰라! (다시 우당당탕 계단을 올라간다)
송여사 : (일어나며 혼잣말처럼) 집안 꼴두 엉망인데, 집 볼 사람두 없구.
연이 : (기분 나쁘지만 밝게) 다녀 오세요. 제가 청소해 놓을께요.
송여사 : 그래 주겠니? 미안해서 어쩌니? (돌아서 가다가 문득) 아, 근데 집에 아무두 없다구 아무거나 손대지 마라.
송여사, 우아한 자태로 안방으로 들어간다.
연이, 앞날이 캄캄하다.
S#19. 골프장
강장군 롱퍼터를 들고 신중하게 여기저기를 재고 퍼팅을 한다. 공은 홀을 약간 비껴 나가고.
강장군 : (얼른 쫓아가 공을 집어오며) 이거 들어가면 버딘데. 다시!
강장군은 원래 자리보다 조금 가까운 곳에 공을 갖다 놓고 다시 신중하게 재보고 퍼팅을 하는데 역시 살짝 비껴 나간다.
강장군 : (몸을 비틀어 보다가 안타깝다는듯이) 아, 조금만 왼쪽으로 쳤어야 하는데. (안사장에게) 이거 들어간거루 하지
안사장 : ...
강장군, 안사자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다음 홀을 향해 앞장서 걸어간다.
안사장, 그 뒤를 따른다.
강장군 : (걸으며 갑자기) 그 애 찾았다면서?
안사장 : 예.
강장군 : 와이프가 가만 있어?
안사장 : ...
강장군 : 가만 있을 여자가 아닌데? 자네 솔직히 얘기 안했지?
안사장 : ...
강장군 : 잘했어. 가정의 평화가 만사의 근본이야.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없지만 말이야. 아, 날씨 좋다
S#20. 다시 안대철의 집 옷방
깜깜한 벽창 안. 문이 열리면 가득 걸려 있는 옷 사이로 청소기를 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연이.
벽의 삼면이 고급수러운 거울이 붙은 붙박이 장으로 둘러쳐져 있다.
연이, 호기심에 다른 벽장문을 슥 건들리면 문들이 스르륵 열린다.
화려하고 멋진 옷들로 꽉 차 있는 벽장 안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지는 연이.
S#21. 몽타쥬
벽장 안 옷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며 경쾌한 음악에 맞춰
부지런히 이방 저방, 아래층 위층, 다니며 청소하는 모습이 재빠르게 보인다.
시간경과.
S#22. 2층 복도
샤워하는 소리 들린다. 욕실쪽으로 발걸음 옮기는 남자의 다리가 보인다.
물소리 그치고.
S#23. 욕실
수건을 몸에 두르고 머리를 털고 거울을 보며 샤워꼭지의 찬 물을 거울 위에 뿌리는데
거울의 수증기가 걷히면서 이반의 모습이 보인다.
기겁을 하는 연이.
언제 들어왔는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문가에 기댄채 보고 있는 이반.
연이 : 꺅 (주저앉는다)
이반 : .. 니가 고아라는 걔냐?
연이 : 나가!
이반 : (위 아래 훑으며) 잘빠졌는데.
연이, 샤워기를 들어 이반의 얼굴에 뿌린다.
S#24. 거실
아까 송여사가 앉아있던 소파에 길게 눕듯이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이반의 날나리 여자친구.
이반이 물기를 닦으며 기분 나쁜 얼굴로 여자친구 옆에 털썩 앉는다.
이반 : (혼잣말) 에이, 재수가 없을라니까.
나리 : (건방) 무슨 소리야? 아무두 없다구 했잖아!
이반 : 별 그지같은 게.
나리 : 무슨 일인데?
이반 : (일어난다) 나가자!
나리 : 내 옷은?
이반 : (귀찮다. 턱으로 가리키며) 저기 옷방에서 하나 골라봐.
나리 : (신나서 들어간다)
이반 :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S#25. 옷방
벽장을 열고 가지런히 정리된 옷들을 이리저리 마구 들춰서 엉망으로 만든다.
나리 : 와, 옷 진짜 많다. 디자이너라 다르긴 다르네.
S#26. 거실
잠시후 나리. 예쁜옷 하나를 걸치고 좋아라 나온다.
나리 : (폼 재며) 어때? 나 이거 갖는다
이반 : 맘대루 해. 가자!
이반과 여자 밖으로 나가면 연이, 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와 창밖으로 떠나는 이반의 스포츠카를 본다.
연이 : 가정교육? (혀 내밀며) 헹!
S#27. 안대철의 집 외경 (밤)
S#28. 옷방
송여사 들어와 불을 켠다. 놀라는 송여사, 벽장문이 열려 있고 옷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송여사, 미간을 찌푸리는데 이화, 쇼핑백을 들고 들어오다 놀란다.
이화 : 어머, 엄마. 이방 왜 이래?
송여사, 연이방 쪽을 싸늘하게 흘긴다.
S#29. 연이방
연이,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다.
연이 : (편지) 안녕. 누난 서울에 잘 도착했어. 명길이, 유진이, 학재, 다솜이, 기경이 다 잘있지? 헤어진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벌써 보구 싶구나. 너희들 내가 혼자서 외로워 할까봐 걱정된다 그랬지? 여기 누나랑 동갑인 친구가 있어.
학교두 같이 다니게 될거야.
이때 이화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이화 : 야.
연이 : (보면)
이화 : 너 아주 웃기는 애다.
연이 : 뭐?
이화 : 어디다 숨겼어?
연이 : 뭘 숨겨?
이화 : 어쭈. 오리발이네.
이화, 벽장을 노려보다 벽장문을 확 연다. 벽장 안에는 교복 한 벌이 걸려 있을 뿐이다.
이화, 연이의 가방을 뒤진다.
연이 : (가방을 뺏으며) 뭐하는 짓이야?
이화 : 그게 얼마짜리 옷인지나 알아? 어따대구 너 같은게 우리 엄마 작품에 손을 대? 내가 얼마나 아끼는 옷인데
연이 : 그러니까, 내가, 옷을 훔쳤다는 거야?
이화 : 바른대루 불면 우리 엄마가 용서해 주실 수도 있대
연이 : (기가 찬다) 난 그런짓 한 적 없어, 나가.
이화 : 나가? (씩 웃으며) 고아원에서 도둑질이나 하라구 가르쳤나 보지?
연이 : (열 받았다) 다시 한 번 얘기해 봐
이화 : (돌아서 비웃으며) 도둑년!
연이, 이화의 뺨을 갈긴다.
이화, 눈에서 불꽃이 튀며 연이의 뺨을 갈긴다.
연이, 맞고 가만 있을 수 없다. 이화의 뺨을 다시 갈긴다.
이화,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연이의 머리채를 두 손으로 움켜 쥔다.
연이도 만만치 않다. 아프지만 꼭 참고 이화의 머리채를 맞잡고 흔든다.
이화의 비병. 꼬집고 할퀴고, 두 사람 서로 뒤엉켜 싸운다.
이때 송여사 들어와 무섭게 노려보며
송여사 : 뭐하는 짓들이야?
연이와 이화, 엉킨채 송여사를 본다.
S#30. 학교
방과후
아이들, 이화 주변에 모여 쑤근거린다. 이화, 얼굴에 반창고 붙이고 있다.
학생1 : (다른 애들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오늘 전학온 애 니 친척이니?
이화 : 아니?
학생1 : 근데 왜 니네 집에서 살아?
이화 : 불쌍한 애야, 고아래.
학생들 : 고아야?
학생2 : 어쩐지 참 그렇게 생겼드라.
학생1 : 불쌍하다 얘, 근데 손버릇이 그렇게 안좋대매?
학생2 : 왜?
학생1 : 어제 이화네서 옷이 없어졌대. 니들두 조심해.
아이들, 갑자기 자기 가방을 뒤져본다.
이때 물컵을 들고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연이. 역시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아이들, 시침 떼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연이를 힐끔거린다.
연이,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 놓고 서랍에서 책을 꺼내 가방에 넣는데
이화, 다가온다.
이화 : 야
연이 : (본다)
이화 : 오늘 아빠가 좀 늦게 오신대 다섯시 반에 교문 앞에 있는 빵집 앞에서 기다리래
연이 : ... 넌?
이화 : 난 오늘 학원 가야돼.
이화, 돌아서 간다.
S#31. 교문 앞
이화, 교실쪽을 돌아보며 뭐가 좋은지 혼자 킬킬거린다.
교문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세워져 있는 안사장의 차에 탄다.
S#32. 안대철의 차 안
안사장 : (이화가 타자 뒤를 돌아보며) 연이는?
이화 : (시침 뚝) 몰라요, 먼저 갔어요.
안사장 : 같이 오라 그랬잖아, 길두 잘 모를텐데
이화 : 혼자 가겠데요, 정말 이상한 애야.
안사장, 조금 의아하지만 그냥 출발하는데 차창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S#33. 송부틱 앞 (저녁)
쇼윈도우를 보고 있는 날라리와 싸가지들 날라리, 송여사 집에서 골라 집은 옷을 입고 있다.
싸가지1 : 여기야?
싸가지2 : 와 여기 비싸기루 유명한 덴데
싸가지1 : 그 옷 정말 여기 꺼 맞아?
나리 : (목 뒷덜미를 재껴 상표를 보이며) 봐
싸가지2 : 생긴 건 꼭 뭐같이 생겨가지구 돈 꽤나 있는 집 아들이었네? 난 복두 없지, 걸려두 꼭 어디서 제비같은 것들만 걸려요
나리 : 들어와
싸가지1 : 잠깐! 근데 진짜 우리두 옷 한 벌씩 주는거야? 괜히 너 그 옷마저 모두 뺏기는 거 아니니?
나리 : 얘들이 날 뭘루 보구 이래? 내가 훔쳤니? 뺏기게? 이 집 아들이래니까
싸가지2 : 야, 저 정말 봉 잡았다.
S#34. 송부틱 안 (저녁)
매장 전명의 1층과 2층이 탁 트여 있다.
송여사, 1층 출입문이 내려다 보이는 2층 난간쪽에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1층 출입문으로 누가 들어오자
무심코 내려보는데 날라리와 그 일행이다.
날라리가 입은 옷을 보고 놀라는 송여사
S#35. 빵집 앞 (밤)
캄캄해서 거리에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연이.
이화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지만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S#36. 안대철의 집 (밤)
거실에서 TV를 보는 안사장 가족.
이화는 공연히 기분이 좋아 신나게 떠든다.
안사장 :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얘가 어딜 간거지?
이화 : 엄마, 아빠한테 옷 얘기 했어?
송여사 : 응? 어, 그 얘긴 관두자
이반 : (얼굴 굳는다)
이화 : 왜? 아빠두 알아야지, 걔가 어떤 앤지.
안사장 : 무슨 얘기야?
송여사 : 아무 것두 아녜요, 당신은 신경 쓸거 없어요.
이화 : 엄마 옷이 없어졌대요.
이반 : (다행이다. 괜히 과장되게)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좀 그런거 같드라..
하다가 송여사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고 움츠러든다.
안사장 : (송여사를 본다)
송여사 : (난처하지만 시치미) 아니, 뭐 그게... 증거가 있는 것두 아니구 그런 일루 집안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화 : 내가 그랬잖아, 이상한 애라구.
안사장 : 함부로 얘기하지마.
송여사 : 어쨋든 그렇게 근본두 불확실한 앤 처음부터 들이는게 아니었어요. 당신이 하두 얘길 하길래.
이때, 벨소리
식구들, 서로 돌아본다.
S#37. 대문앞 (밤)
연이, 비에 흠뻑 젖어있다.
너무 추워서 덜덜덜 떨린다.
송여사 : (소리) 누구세요?
연이 : (씩씩하게) 저, 연인데요.
S#38. 다시 집안 (밤)
현관문이 열리고 비맞은 생쥐 꼴을 한 연이가 들어선다.
연이 : 죄송합니다. 늦어서
안사장 : 어디 갔다 오는 거냐? 길두 모르는 애가.
연이 : (이화를 쓱 본다)
이화 : (눈길을 피한다)
송여사 : 전화라두 하지 않구.
연이 : (밝게 덜덜 떨며) 너무 추워서요.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났어요. 그래두 이제 학교에서 집으루 오는 길은
눈 감구두 찾을 수 있어요. (이화에게) 고마워, 다 니덕분이야.
안사장, 이화를 무섭게 쳐다본다.
이화 : (얼굴 붉히며) 내... 내가 뭐?
S#39. 연이의 방 (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끙끙 앓는 연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액자 속에 고아원 아이들과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 보인다. 그 사진 위로 편지가 흐른다.
소리 : (아이3) 누나 그동안 편지 못해서 미안해. 막내가 입양됐다가 몸이 약하다구 한달 전에 다시 쫓겨 왔어.
어린게 마음이 상했는지 밥두 잘 안먹구 거기다가 폐렴까지 걸려서 많이 아팠는데 누나를 데려간 그, 아저씨 덕분에
병원에두 다니구 그래서 많이 좋아졌어. 시험은 잘 봤어? 물어보나마나 잘 봤겠지. 공부는 캡으루 잘했잖아.
참 얼마전에 순애 누나가 다녀갔어. 취직했대.
편지가 흐르는 동안 연이의 생활이 스틸로 한 장씩 보여진다.
수능 시험 대입 합격자 발표 게시판 앞 (기뻐하는 연이)
고교 졸업사진 (안사장과 이반. 송여사,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있는 이화. 그리고 구석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연이.)
S#40. 나이트 클럽
플로어에서 춤을 추고 있는 민 보인다.
민, 춤추며 손짓하며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던 준희. 웃어 보인다.
S#41. 강남의 유흥가 밤거리
화려한 네온사인. 촌스러운 잠바와 청바지 차림의 연이.
쪽지를 들고 간판을 확인해 가며 걷다가 찾던 나이트클럽을 발견한다.
S#42. 나이트 클럽 입구
왕왕 음악소리가 진동한다.
손에 무전기를 든 기도들, 입구에 주루룩 서 있다가 촌스러운 연이가 조심스럽게 기웃거리자 제지한다.
기도1 : 어, 자리가 없는데요. 손님.
연이 : 그게 아니구요
기도2 : (잘빠진 아가씨들 들어오자) 어서오십시오. 몇 분이십니까. (안으로 안내한다)
연이 : 제 친구가 여기서 일한다는데요.
기도1 : 친구?
S#43. 나이트 클럽 안
주방과 가까운쪽 의자에 앉아 술과 안주를 바쁘게 나르고 있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를 눈여겨 보는 연이.
종업원들과 술 취한 손님들 지나가다 힐끔 힐끔 연이를 본다.
처음 들어와 본 나이트클럽의 분위기에 어색하기만 한데... 웨이트리스 복장의 순애가 반갑게 다가온다.
순애 : (큰 소리로) 연이야.
연이 : (반갑게 일어나며) 순애야.
두 사람 손을 맞잡고 팔짝팔짝 뛴다.
순애 : 이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연이 : 뭐라구?
순애 : 얼. 마. 만. 이. 냐. 구.
연이 :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순애 : 뭐라구?
연이 : 보. 고. 싶. 었. 다. 구.
순애 : 나두!
두 사람 악을 쓰지만 잘 안들린다.
순애 : (연이의 귀에 대고 크게) 좀만 기다리구 있어.
연이 : 그래.
순애, 바쁘게 주방 스텐드로 가 맥주와 잔이 가득 든 쟁반을 들고 손님 좌석으로 사라진다.
준희, 민의 테이블.
준희는 단정한 차림새 그대로이고 민는 땀을 흘리며 맥주를 들이킨다.
민 : 야, 정말 재미없게 이럴꺼야?
준희 : 재미있어.
민 : 모처럼 고국에 왔는데 고국 아가씨하구 데이트라두 하구 가야지.
준희 : (웃는다)
민 : 내가 찾아줘?
민,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민 : 야, 저 아가씨 어때? 죽이는데.
준희 : (픽 웃는다)
민 : (여기저기 둘러보며) 야- 저기두 괜찮구, 저기 저 여자 어때?
준희 : (관심이 없다)
민 : 마, 그래두 여기가 요즘 서을에서 제일 물 좋다는 데야. 내가 보기엔 다 괜찮은데.
민, 떠들다가 준희를 보면
준희, 시선이 고정된채 굳어있다.
민, 준희의 시선을 따라 보면 연이가 보인다.
민 : 어, 너, 취향이 꽤 독특하구나. 저 아가씨가 맘에 들어? (일어서며) 알았어. 친구가 원한다면.
준희, 뒤늦게 민를 잡으려 하지만 민는 그런 준희의 반응을 무시하고 잽싸게 연이에게 다가간다.
민 : (연이에게) 실례합니다. 합석할까요?
연이 : (천연덕스럽게) 네, 앉으세요. (몸을 조금 비켜준다)
민 : (어이없다) 네? 아, 그게 아니구 제 자리는 저 쪽인데요.
연이 : (무슨 말을 하는건지)
민 : 같이 한 잔 하지 않겠냐구요?
연이 : 전, 친구 만난러 왔는데요.
민 : 아, 네. 실례 많았습니다.
민, 정중하게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온다.
민 : 싫대는데? 딴 애 골라봐
준희 : 나가자.
민 : 왜그래. 갑자기?
준희 : 다른데 서 마시지 뭐.
준희와 민. 계산을 마치고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나가는데 갑자기 연이 쪽이 소란스러워 진다.
취객이 연이의 손목을 잡아 끌고 있다.
연이 : 왜 이러세요. 싫어요
취객 : 튕기기는.
연이 : 이거 놔요. (확 뿌리친다)
취객 : 어쭈.
술 나르다 그 모습을 본 순애가 와서 말리려다 취객이 내젓는 손길에 비명을 지르며 쟁반과 함께 나가 떨어진다.
화가 난 연이. 잡히지 않은 손을 크게 휘둘러 취객의 얼굴에 한 방 먹인다.
순애 : (일어나며) 어머 어떡해.
취객 : 어쭈.
민, 그 모습을 보고 빙긋이 웃는데
준희, 심각하게 연이 쪽으로 걸어간다.
연이의 주먹을 맞은 취객은 더욱 성난 얼굴로 달려들고
연이는 다시 손에 잡히는 대로 술병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치지만 끄떡도 안한다.
순애, 들고 있던 쟁반으로 다시 머리를 내리친다.
취객 : 허쭈, 이것들이 뒤질라구.
취객 손을 번쩍 들어 연이를 내리 치려는데 어느새 다가온 준희가 그의 팔을 잡는다.
취객 : 넌 뭐얌마.
준희 : 그만하시죠.
취객 : 하쭈. 이 손 안놔?
하며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준희의 얼굴을 갈긴다.
얼굴에 한 방 맞은 준희. 자신도 한 방 갈기려다 참는데 뒤에서 민이가 날아와 취객을 받아버린다.
다른 테이블 위에 요란하게 나가 떨어지는 취객.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나이트클럽.
취객의 일행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루루 달려 나오면 웨이터들과 기도들, 취객들을 막아서는데
막아선 종업원들을 힘으로 밀치고 때리며 민와 준희쪽으로 다가와 에워싼다.
민 : (날카롭게 놈들을 노려보다가 준희에게 작게) 튀어.
민와 준희. 후다닥 밖으로 뛰어 나간다.
준희, 나가며 연이가 있던 자리를 보는데 연이가 없다.
불안한 마음에 도망가는 와중에도 클럽안을 두리번 거리는 준희.
S#44. 나이트 클럽 밖
후다닥 뛰어나오는 준희와 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 거리는데 컴컴한 골목에서 순애가 부른다.
순애 : 아저씨, 아저씨. 여기요
이때, 쿨럽 안에서 사람들 밖으로 달려 나오는 소리(죽여! 잡아!)가 들리자 준희와 민. 망설일 새 없이 골목으로 뛰어든다.
S#45. 골목안
연이, 순애, 민, 준희. 나란히 벽에 붙어 서 있다.
잠시후 골목밖으로 요란하게 뛰는 발걸음 소리 들린다.
E : 이자식들 어디 갔어?
E : 저기다!
E : 잡아!
발걸음 소리 멀어지고 잠시후.
순애 : 후-, 큰 일 날뻔 했네. 걔네들 얼마나 무서운 애들인데. (한숨) 하- 근데 어떡하지? 큰일 났네. 에이, 어떻게 되겠지 뭐.
연이 : 니 입장이 곤란해지는거 아냐?
순애 : 관두래믄 관두지 뭐.
연이 : 어떡해 나때문에
순애 : 근데 너 대학교 붙었다며? 축하한다. 좋겠다 넌.
연이 : 미안해 나만....
순애 : 뭐가 미안해. 난 돈이 있나 그래두 실력 땜에 안돼 지내긴 어때? 동갑짜리가 있다면서? 잘해주니?
연이 : 응.
이때, 다시 발자국 소리.
네 사람, 숨소리 죽이며 조용히 있는다. 발자국 소리 다시 멀어지고
순애 : 오랫만에 만났는데 이게 뭐니, 연이야. 난 들어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연이 : 그래, 들어가
순애 : (골목 밖을 살피고) 연이야, 그럼 다시 연락하자. 조금 있다 나와. 두 분두 조심하세요.
준, 민 : (작게) 네.
순애, 연이에게 손 흔들며 조심스럽게 골목을 빠져 나간다.
남은 세 사람 이상한 침묵.
준희 : (헛기침) 음.
민 : (잽싸게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잠시 침묵.
준희와 민, 동시에 숨죽인 웃음이 쿡 터지자 서로 마주보며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쉬쉬 거리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연이 : 저.
준희와 민, 갑자기 웃음 뚝 그친다.
연이 : 아까 고마웠습니다. 저 먼저 가볼께요.
민 : 아, 예. 그래요.
연이가 인사하고 돌아서서 골목 밖으로 나가면 준희와 민 골목 밖으로 머리 내밀고 본다.
민 : (준희의 눈치를 보며) 전화번호래두 알아둘껄 그랬나? 이름이래두 물어보는건데.
준희 : 연이.
민, 놀란 눈으로 준희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