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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15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위에서....
S#1. 동진의 결혼식 몽타쥬
-피부 맛사지실.
침대에 누워 마스크팩을 붙인 남자,
팩을 떼어내면 그는 동진이다.
기대와 흥분속의 동진 스틸.
-웨딩샵
면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신랑 메이컵을 받는 동진.
앞머리를 헤어핀으로 고정하고 있어 우습다. 분가루가 날린다.
행복한 얼굴의 동진 스틸.
-스튜디오
예복을 입은 동진과 웨딩드레스차림의 유경이 사진을 찍고 있다.
카메라 플래쉬.
사진사의 여러 가지 주문에 따라 자세를 바꾸는 동진과 유경,
동진. 시종일관 웃고 장난친다. 그런 동진의 얼굴 스틸.
-결혼식장앞
하객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동진.
재범, 진명. 미화, 정화가 오자 반긴다.
정화는 재범의 팔짱을 꼭 끼고 있다.
재범을 툭 치며 웃는 동진의 얼굴 스틸.
-결혼식장 일각
준표를 비롯한 중학교 친구들과 이야기중인 동진.
동진은 행복한 신랑 그 자체다. 별거 아닌 일에도 크게 웃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유리와 지호,
마냥 행복해 보이는 동진이 조금은 못마땅하다. 어쨌거나 행복한 동진의 얼굴 스틸.
S#2. 신랑 대기실(낮)
동진의 엄마 아빠가 밖으로 나간다.
동진의 엄마 : (나가면서) 너무 웃고 다니지 말어. 흉봐,
동진 : 알았어요.
문이 열리면 밖의 소음이 와르르 들어왔다가,
동진의 엄마 아빠가 나가고 문이 닫히면 조용해진다.
동진. 문득 벽에 걸린 액자를 발견하고 돌려놓는다. (우리는 그 사진이 뭔지 아직 모른다)
자켓을 벗고, 푸쉬업을 시작한다. 긴장을 떨치듯이....
노크소리.
동진 : (일어나면서) 예.
은호가 들어온다
(이씬의 시점 주체는 동진이다)
은호 : 여어....
은호, 예복차림의 동진을 본다.
동진 : (뜻밖이라) 안온다며?
은호 : 의리는 지킨 거야.
동진 : 유경이...봤어?
은호 : 거길 어떻게 가냐? 여기 오는데도 사선을 뚫는 심정이었는데...
순간 배가 기우뚱한다.
흔들리는 은호를 동진이 잡아준다.
S#3. 갑판위(낮)
배가 막 출발한다.
선착장에 묶인 줄을 푼 선원이 껑충 뛰어 배에 오른다.
(돛을 올리는 둥, 배가 출발 할때의 상징적인 장면들)
도저히 뛰어서는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선착장이 멀어 졌을때,
은호가 계단을 뛰어 올라온다.
은호, 어이없다. 멀어지는 선착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뒤따라 신랑예복을 입은 동진이 올라온다.
S#4. 결혼식장앞(낮)
동진이 신랑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하객들이 동진의 등뒤로 지나다닌다.
결혼식장안에서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음들,
(준표) : 지금부터 신랑 이동진군과 신부 정유경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화촉 점화가 있겠습니다.
안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도우미가 다시 한번 동진의 모습을 체크한다.
(준표) : 신랑 입장.
동진, 짧은 심호흡과 함께 씩씩하게 걷는다.
S#5. 결혼식장(낮)
박수소리와 함께 동진이 걸어 들어온다.
동진의 배경으로 보이는 하객들중 은호가 얼핏 보이지만,
동진. 앞만 보고 걸어가 주례 앞에 서서 뒤로 돌아선다.
동진의 시선은 일직선이다.
은호를 비롯한 하객들은 동진의 시야 밖이라서 흐릿하게 보일뿐...
준표 : 신부 입장.
유경이가 오빠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동진의 시선은 오직 유경이만을 쫓는다. 유경과 얼핏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웃는다.
동진의 초점 밖에서 흐릿한 영상의 은호가 고개를 살짝 숙인다.
동진이 유경의 손을 잡아 주례 앞에 선다.
준표 : 성혼선언문이 있겠습니다.
주례 : 신랑 이동진군은 신부 정유경양을 맞아 평생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동진 : (망설임없이 씩씩하게) 예!!
S#6. 신랑대기실(낮)
아줌마가 청소중이다.
화장대위의 휴지도 치우고, 거울의 얼룩도 닦아내고, 티슈도 갈고, 쓰레기통도 비운다.
삐뚫어진 잡지책을 똑바로 해놓고 나가려다가 뒤집어진 사진 액자를 본다.
누가 그랬을까? 의아해하며 액자를 똑바로 해놓고 나간다.
카메라 사진으로 줌인하면,
그것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여자다.
(은호와 닮을 필요는 없다. 외국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는 사진이다.)
S#7. 가족 피로연장(저녁)
동진의 부모가 노래한다. (노래는 부부간의 정을 그린 뭐 그런 노래가 좋을듯하다)
저음의 아버지 목소리와 고음의 어머니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친척들, 어린아이. 한복입은 여자들이 많다.
(가족친지들을 위한 피로연장이라 2.30대의 젊은층은 거의 없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을뿐이다)
동진과 유경이 일어서서 듣고 있다.
중간간주부분.......박수치는 사람들,
아버지는 쑥스러워하는데 반해, 엄마는 손까지 흔들어준다.
다시 2절이 시작되는데...
S#8. 친구들의 피로연장(저녁)
앞씬과 분위기가 확 변한다.
진명과 미화 정화가 ‘빅마마의 It's rainning man'정도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화끈한 쇼맨쉽과 가창력. 이미 취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
친구들의 피로연장은 활기차고 시끄럽다.
준표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다.
옆자리의 동창이(그는 지난번 동창회때도 있었던 녀석이다)
동창 : 신랑 신부 좀 데려와!!
준표 : 알았어.
준표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동창, 벌떡 일어나 무대를 향해 환호성을 지른다. ‘오호....’
S#9. 커피숍(저녁)
입구에 서서 둘러보면 손님은 거의 없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의 테이블.
그나마도 화분등의 엄폐물 때문에 더 안보이는 자리에 은호가 유리와 지호와 함께 앉아있다
유리 : 생각보다 손님이 없지?
은호 : (아무렇지도 않게) 한쪽은 재혼인데다가 신부는 부모님이 안계시고...
또 반나절은 완전히 올인해야잖어. 그렇게 따지면 많이 온거지 뭐.
지호 : ......형부, 되게 좋은가봐, 하루종일 헤.....하고 다니는데...... 얄밉죠?
유리. 은호 눈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은호 : (지호에게) 언제까지 형부라고 할 거야?
지호 : 그럼 뭐라 그래? 이동진씨라 그래? 이씨? 아저씨?
은호 : 까불지 말고... 준표씨랑 사귈거면 계속 봐야할텐데... 유경씨앞에선 조심하라구.
사람이 들어오자 움찔하며 신경쓰는 은호,
유리와 지호도 따라서 신경쓰게 된다.
은호 : (픽 웃으며) 이거 진짜 스릴있다. 전남편 결혼식에 가는거....
아무렇지도 않은 은호를 유리와 지호가 눈치본다.
은호 : 알아보는 사람 있을까봐 제대로 못먹었더니 배고프네..... (메뉴를 뒤적이며) 뭐 먹을거 없나?
은호,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보인다.
준표가 들어온다. 입구에 서서 실내를 둘러본다. 겨우 은호의 테이블을 찾는다.
준표. 지호 옆자리에 앉는데 안그럴려고 해도 지호만 보면 웃음이 새나온다.
준표 : (괜히 몸을 움찔거리며) 여기 있었어?
지호 : (역시 코멩멩이 소리로) 응.
유리. 한숨을 푸욱 쉬며 차라리 외면한다.
은호 : 도착할려면 얼마 남았어?
준표 : (시계를 보며) 한시간 좀 더 남았네.
은호 : (유리.지호에게) 교대하러 왔으니까 가서 놀고 와.
유리 : (움찔하며) 어?
은호 : (놀리듯) 나 지키고 있었던 거 아니야? 내가 욱해서 강물에 뛰어들까봐,
유리 : (퉁퉁대듯) 말을 해도.....
지호 : (눈치보듯) 그럼 잠깐 갔다올까?
은호, 피식 웃는다.
유리. 못이기는 척 일어난다.
준표 : (지호 등에 대고) 지호, 너 조심해.
지호 : (돌아본다).......??
준표 : (쑥스럽지만) 너 오늘 치명적으로 이쁘잖아,
지호 : (입을 삐죽대면서 좋아죽는다) 언젠 뭐.......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뻤지....
준표 : (무안하면서도) 그건 그렇지만...
유리 : (은호에게) 이것들을 강물에 던져버릴까?
은호 : 나도 안된다고만은 하기 어렵네.
지호와 유리 나간다.
S#10. 갑판(낮)
유리와 지호가 커피숍에서 나온다.
유리 : (커피숍 쪽을 돌아보며) 괜찮은 거 같지?
지호 : 그러게요. 무리하는 것 같지도 않고.
유리 : 에이.... 모르겠다.
유리와 지호, 피로연장으로 간다.
S#11. 커피숍(낮)
준표와 은호가 앉아있다.
은호는 편안해 보인다.
은호 : 신혼여행은 어디로 간대?
준표 : 간단하게 제주도 갔다가 여름 휴가때 호주 간다던데.
은호 : 그래?
말이 끊긴다.
준표 : .....기분이 어때?
은호 : 어때 보여?
준표 : 괜찮아 보여.
은호 : 그러게. 나도 놀랄 정도로 담담하네,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했거든
전남편을 장가 보내는건 나도 처음이라서....
준표 : (웃는다)....
은호 : 앞으로 우리 넷이 만나서 술마시고 놀수는 없겠다....이런 생각하면 서운한 마음이 약간........
대체로 홀가분해.
준표 : (이해한다)...........교수님이랑은 잘 돼?
은호 : (표정 변화 없이).....그럭저럭 천천히 진행되고 있어.
준표. 은호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한다.
준표 : (허탈함이 섞인) 하나하나 정리 되가는구나.
은호 : 지호한테 들었어. 동이일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구, 그러지마. 준표씨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준표 : (다 끝난 일을 반추하는듯한 허탈함과 여유를 가지고)
의사로서 운이 좋은건지.... 아이가 잘못된게 그때가 처음이었거든,
동이가 그렇게 되고, 은호씨랑 동진이 힘들어하는 것도 보고,
내가 하는 일이 엄청난 일이구나 겁이 난거지..... 그전에는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봐,
은호 : 이젠 괜찮아?
준표 : 나아지고 있어.
준표와 은호, 잠시 말이 없다.
준표 : (먼데를 보며) 내내 후회했었어, 그날 동진이를 그 방에 들여보낸 걸....
은호 : (못알아듣는다).....?
준표 : 그날 밤에 동이보다는 은호씨 옆에 있어주라고 그랬어야 하는건데....
(씁쓸하게 웃는다) 그랬다면 두사람 헤어지지는 않았을텐데....
은호 : ....무슨 소리야?
준표 : (그제서야 은호를 본다) 응?
은호 : 그날........ 그녀석이 동이 옆에 있었어?
준표 : (놀란다)....
은호 : (자기 생각에 빠져서) 동이 옆에 있었던 거구나.
준표 : 동해에서 못들었어? 얘기한 줄 알았는데....
은호 : (자기 생각에 빠졌다) 그랬구나....
준표.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은호 : 자세히 듣고 싶은데....
준표 : (난감하다)....
은호 : (웃어보인다) 다 끝난 얘긴 거 알어. 그냥 알고 싶어서 그래. 알아야 정리가 되지
준표의 시선이 여기저기를 헤맨다.
S#12. 병원 사무실(낮)
동진이 멍하니 앉아있다.
병원 직원인 듯 싶은 사람이 여러장의 서류를 들이민다.
동진. 서류를 읽어보려 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초점없는 눈으로 그저 볼뿐이다.
직원이 뭐라고 하면서 사인할 곳을 지정하면, 기계적으로 사인을 반복한다.
(준표) : 아이가 사산되면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
아이....그러니까 아기 시체는 어떻게 할 건지, 화장할 건지. 그런 것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런 일들이 진행되거든,
은호씨는 몸으로 느끼고 슬프겠지만....동진이는 실감이 안 났겠지.
S#13. 숙직실(밤)
불꺼진 방.
준표가 침대에 누워있다. 가운도 벗지 않고, 한손으로 눈을 가린채.
문이 열리고 복도의 빛이 들어온다.
준표가 눈을 가린 팔을 내린다.
동진이 문앞에 서 있다. 서로의 아픔을 보기가 힘들어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S#14. 아기 영안실이 있는 복도(밤)
준표가 열쇠로 문을 연다.
동진이는 안으로 들어가고,
준표는 벽에 기대 주저앉는다.
(준표) : 병원 규정상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S#15. 친구들의 결혼 피로연장(저녁)
박수, 함성속에서 동진과 유경이 들어온다.
두사람이 무대에 오른다.
나서기 좋아하는 동창이 선창한다. ‘뽀뽀해’
친구들이 연호한다. ‘뽀뽀해.뽀뽀해’
유경은 웃으면서 무시한다.
친구들, ‘우우’.....야유한다.
무대에서 내려가려는 유경의 손을 낚아채는 동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그 유명한 키스신처럼, 유경의 허리를 완전히 꺽은 후 입을 맞춘다
(그리하여 친구들은 입을 맞춘다는것만 알고, 장면을 볼 수는 없다)
함성과 박수,
유리와 정화,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살짝 외면하다가 눈이 마주친다.
정화는 움찔하고, 유리는 갸우뚱한다. 어디서 봤더라?
동진이 유경을 다시 일으켜 준다.
유경은 쑥스러워하지만
동진 의기양양하게 손을 흔든다. 정치인처럼 두손을 맞잡고 흔들기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지호, 어쩐지 심난해진다.
밖으로 나간다.
동진의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준표) : 그날 동진이는 밤새 동이 옆에 있었어.
S#16. 커피숍(저녁)
이야기를 다 들은 은호,
은호 : 그랬구나. 동이옆에 있었구나....
은호. 씁쓸하게 웃는다.
크게 동요하는 빛은 없다.
그러나 은호의 마음속에서 ‘잉크한방울이 물위에 떨어져 번져가듯 파장은 느리게 진행’된다.
준표는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마음이 무겁다.
은호 : (따진다기보다는) 근데.....왜 나한테 비밀로 했을까?
준표 : 동이한테 간다는거 알고 있었으면 은호씨도 따라 간다고 그랬겠지.
은호 : 나중에라도 말해줬으면.... (부질없는 이야기다) 다 지난 얘기야. 그치?
준표 : ....내가 괜한 얘기를 했나봐.
은호 : 아니....알게 돼서 다행이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말해줘서 고마워.
그때 준표 핸드폰이 울린다.
준표. 발신자를 보고 안받는다.
은호 : 찾는 거지? 가봐,
준표 : 괜찮어, 가봐야 노래밖에 더 하겠어.
은호 : 나 잠깐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은호. 자기는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인다.
S#17. 복도(저녁)
준표가 나온다.
이쪽을 향해 오는 지호와 만난다. 지호는 울적해 보인다.
준표. 역시 마음이 무겁다.
지호 : 재미 하나도 없구.
준표, 말없이 지호 손을 잡고 전망 좋은 갑판으로 자리를 옮긴다.
S#18. 갑판(저녁)
흘러가는 강물.
준표와 지호가 강물을 바라본다.
지호 : 언젠가 우리 마음도 변하겠죠
준표 : .....변하면 변할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지 뭐.
지호 : 그래도 겁이 나요. 언젠간 이감정도 언젠간 변하겠지 생각하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겁이 많아지나봐요. 무거운 거 없는 유지호 인생이었는데...
준표 : (강물을 보며) 어쨌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니 옆에 있을게
지호 : (강물을 보며 진지하게) 똥눌 때도?
준표 : 장난하지 말구, 니가 힘들 때 말이야.
지호 : (역시 진지하게) 나 요새 변비라 똥눌 때 힘든데....
준표 : (분위기 깬다) 너 진짜....
지호. 눈을 가늘게 뜨고 히~ 웃는다.
준표. 어쩔수 없이 귀엽다. 지호의 볼을 꼬집는다. 이그....
S#19. 커피숍(저녁)
창밖으로 저녁놀이 붉다.
은호의 옆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은호, 가슴의 답답함을 털어내려는 듯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커지면서 점점 불안해진다.
은호의 씬은 조용하다.
S#20. 친구들의 피로연장(저녁)
갑작스런 소음.
남자친구 세명이 소방차의 ‘그녀에게 전해주오’를 부르고 있다. 가운데 있는 남자는 뚱뚱해도 좋을듯.
마이크를 던져 받기도 하고, 안무도 비슷하게 하고, 재밌게 놀고 있다.
동진이 박장대소한다. 유경에게 뭐라고 하면서....
입구에 은호가 나타난다.
은호, 화분이나 화환 같은거 뒤에 서서 동진을 바라본다.
웃고 떠드는 소리. 노래소리. 환호소리, 박수소리 등이 은호에겐 들리지 않는다.
동진이 유경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을 한다. 유경이 동진의 어깨를 툭 치며 웃는다.
두사람은 다정해 보인다.
슬픔과 안쓰러움, 고마움이 버무려진 감정을 느끼며 은호가 슬며시 웃는다.
은호, 돌아서다가 누군가와 툭 부딪친다.
들어오던 중학교 남자동창 두명(그들은 앞씬에서 꽤나 오버했던 인물들이다), 기분이 업되어 있다.
남자동창1 : 죄송합니다.
은호, 괜찮다고 고개 끄덕이며 나가려는데....
남자동창1 : 신부 친구세요?
은호 : 아뇨, (퇴장하려고) 그럼.....
남자동창2 : 어디가세요? 화장실 이쪽인데....
은호 : 아뇨. 전 가봐야 돼서....
남자동창2 : 에에이..... 배가 도착할때까진 못가죠, 자. 들어가세요.
은호 : (당황한다) 아뇨. 그게요.
남자동창1과 2, 은호를 억지로 밀고 끌면서 피로연장안으로 데려온다.
남자동창1 : 놀땐 놀아야죠
남자동창2 : 피로연장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가 아니거든요. 친구들입니다. 안그래요?
은호 : (큰소리도 못내고) 아뇨 잠깐만요. 그게 아니라..... 이것 좀 놓고 얘기해요
그사이 남자동창1이 무대의 마이크를 잡았다.
남자동창1 : (박수를 딱딱 쳐서 시선을 모은후. 큰소리로) 자. 주목. 뉴 페이스 등장입니다.
한꺼번에 쏠리는 시선.
동진, 은호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콜록 기침한다.
유경이 슬쩍 쳐다본다.
친구들에게 손목을 잡힌 채 애매한 미소를 짓는 은호,
하객 중 몇몇은 은호를 알아보고 난감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드러낸다.
동진의 친구들에게 잡혀있던 유리.
놀라서 벌떡 일어나지만 동진 친구들이 ‘어딜가냐’고 잡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친구들의 환호, ‘노래, 노래. 노래!’를 연호한다.
은호 손에 마이크가 쥐어진다.
은호 : 아니....저는.....저기.....
오호....함성박수.....
은호, 동진과 유경을 향해 고의는 아니라고, 썩은 미소를 흘린다.
동진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일어나려는데, 유경이 동진의 손을 잡는다.
유경이 입모양으로 ‘괜찮어’라고 말한다.
동진. 유경의 손을 맞잡으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남자동창1이 노래방 반주기 앞에서 은호를 바라본다.
남자동창1 : 노래 장전 들어갑니다. 몇 번?
은호. 객석을 돌아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경이 은호를 향해 미소짓는다. 부탁한다는듯....
은호 : (어쩔 수 없이) 2604.....
남자동창1 : 2604!!
반주가 흐른다.
은호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어색하다. 웃는 것도 어색하고, 시선처리도 마땅찮다.
걱정스러운 듯 은호와 동진을 번갈아보는 유리.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은 맘 편하게 노래를 듣고,
은호의 존재를 아는 몇몇 친구들은 동진과 은호를 번갈아보기도 한다.
동진과 유경은 노래를 듣고 있다.
언 듯 동진이 눈에 들어오자, 은호의 눈에 그날 밤의 풍경이 떠오른다.
S#21. 신생아 영안실(밤)
(은호의 노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동진이 벽에 기대 앉아있다.
갓 태어나 냉동고에 보관되었던 아이를 안고서.
손가락으로 아기의 눈,코,입을 더듬어본다. (심의 때문이라면 아기의 얼굴은 안보여도 좋다)
이불 사이로 보이는 아기 손가락을 하나 하나 세본다.
발가락도 세본다.
동진. 웃을려고 노력한다.
동진이 울 것 같이 웃으며 아이를 더 꼭 안는다.
1절이 끝난다.
S#22. 피로연장(밤)
은호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간주가 나가는 사이.
은호, 어떻게든 진정 해볼려고 심호흡도 하고, 딴데도 쳐다보고, 눈에 힘도 줘본다.
아직. 은호의 이상함을 눈치챈 사람은 없다.
은호 고개를 숙인다. 은호의 망막에 동진의 여러 가지 모습이 겹쳐진다.
2절이 시작된다.
S#23. 동진의 몽타쥬
화내는 동진.
웃는 동진.
걷는 동진. 먹는 동진. 동진. 동진......
마지막 동진은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돌아서 멀어진다. 점점 더 멀리.
눈물이 동진의 영상을 뒤엎는다.
S#24. 피로연장(밤)
은호, 더 이상 노래할 수가 없다.
은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입을 열면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까봐 입을 다문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처음엔 이변을 눈치 채지 못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억지로 은호를 끌고 왔던 남자동창생1.2는 취해서 분위기도 모른채 응원의 박수를 치다가
옆사람이 꾹 찌르자 뭐? 하고 의아해한다.
유경이 슬쩍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은 유경의 손을 잡은 채 무서운 얼굴로 테이블의 한지점만 노려본다.
유리가 무대 쪽으로 나간다.
들어오던 준표와 지호,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실내를 둘러보고 무대 위의 은호를 발견한다.
준표가 은호쪽으로 다가간다.
노래 반주가 끝난다.
‘빰빠라빰빰빠바밤....’ 점수를 알리는 빵빠레 소리 정적속에서 유난히 크다.
은호, 고개를 숙이고 크게 심호흡한다. 고개를 들 때는 미소 짓고 있다.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은호 : (겸언쩍게) 아.....주책스럽게 죄송합니다. 이 분위기 어떡하죠? 미안합니다.
(동진과 유경을 향해 선다).....결혼 축하드립니다. 두분 행복하세요, 부탁입니다. 꼭 행복해 지세요
은호가 동진과 유경을 향해 깊숙이 인사한다.
몇몇 사람이 박수치려다가 그만둔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은호에게 유리와 지호가 달라붙는다.
준표는 동진을 바라본다.
밖으로 나가면서 은호(은호의 움직임은 고속촬영이어도 좋은 듯 싶다. 애잔함을 강조하듯)의 시선이
아주 잠깐 동진에게 머문다.
(은호) : 그동안 고마웠어요.
동진은 은호를 보지 않는다.
유경의 손을 잡은채 테이블의 한지점을 바라볼뿐이다.
은호가 사라지고 난뒤, 동진이 몸의 긴장을 푼다. 유경을 잡고 있던 손을 놓는데,
얼마나 꼭 잡고 있었는지 유경의 손이 하얗게 질려 손가락 자국이 나있다. 천천히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f.o)
S#25. 동진의 행복 몽타쥬
-선착장(밤)
동진과 유경이 배에서 내린다.
꽃가루와 쌀을 뿌리는 하객들.
-호텔방
보이가 가방을 내려놓고 나가자 동진이 유경을 번쩍 안고 룸으로 들어간다.
뒷발로 문을 닫는다.
-바람이 몹시 부는 제주도의 언덕
유경과 동진이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이 몹시 분다.
동진이 윗도리를 벗어 유경의 어깨에 덮어주고는 뒤에서 끌어안은채 같은 곳을 본다.
바람이 몹시 불어 머리카락을 날린다. 그모습 스틸잡힌다.
-동진의 집 침실
카메라 줌아웃하면,
전씬의 신혼여행지에서 찍은 테이블 액자사진이다.
유경이 자고 있다.
커피잔을 든 동진이 들어온다.
동진이 유경의 코앞에서 커피잔을 빙빙 돌린다.
커피향을 맡으면서 유경이 잠에서 깬다.
유경, 아직 졸음이 남아서 눈을 가늘게 뜬채로 동진을 보며 웃는다.
-버스안
동진이 출근한다.
창밖으로 은호의 스포츠 센타가 지나간다.
은호의 빨간 자전거가 보이지만 동진은 연한 미소를 지으며 책만 보고 있다.
-서점 휴게실
재범. 진명. 미화, 정화가 도넛츠를 먹고 있다.
동진이 들어온다.
미화 : 주임님 도넛츠 드세요
동진 : (힐긋 보고는) 됐어.
필요한 서류를 들고 동진이 나간다.
S#26. 은호의 일상 몽타쥬
-은호의 빌라앞
은호가 자전거를 들고 나온다.
주변 아줌마들에게 인사한다. 여전히 밝다
-탄천
은호가 자전거를 탄다.
씩씩하게 바람을 가른다. 언덕을 오를땐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밟는다. 변한건 없어보인다.
S#27. 휴게실(낮)
점심을 먹는 윤희, 은호등의 스포츠 센타 사람들,
윤희 : (랩을 뜯으며 은호에게) 요샌 나가서 안드세요?
은호 : 응?
윤희 : 생긴건 된장찌겐데 먹는건 도넛츠여서 엄청 언발라스 했는데...
은호 : (된장찌게를 떠먹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도넛츠...질렸어.
은호 점심을 먹는다. 잘 먹는다.
S#28. 준표의 차(아침)
준표가 운전중이다.
준표앞에서 신호가 끊긴다.
준표. 시간을 확인한다.
S#29. 주차장(아침)
차에서 내리는 준표.
양복깃을 제대로 하다가 단추가 떨어진다.
갸우뚱하는 준표.
S#30. 준표의 진료실(아침)
수술복으로 갈아입는 준표.
간호사가 설명중이다.
준표 : 진통은?
간호사 : 5분 간격입니다.
준표 : 좀 걸리겠네요.
준표. 나가려다가 무심코 책상끝의 꽃을 꽂아놓은 물잔을 건드려 떨어트린다.
산산조각나는 유리병.
준표. 불길하다.
준표 : 산모가 누구랬지?
S#31. 분만실(낮)
연이가 남편을 보며 아직은 여유있다.
연이 : 엄마한테 연락했어?
연이남편 : 응. 오고 계시대.
문이 열리고, 준표가 안을 들여다본다.
산모가 연이임을 확인하고 멍해진다.
연이 : (준표를 보고 반갑게 손까지 흔들며) 나 왔어.
준표 : 어...
연이 남편과 인사하는데
진통온 연이.... ‘으윽’ 맞잡은 남편손을 움켜쥔다.
연이가 진통하자 준표, 움찔하며 문을 닫는다.
S#32. 분만실앞 복도(낮)
준표. 허둥지둥 걸으면서 간호사에게 말한다.
준표 : 부장선생님 계시지? 빨리 오시라고 해
간호사 : (왜그러냐는 듯 쳐다본다)....?
준표 : 내가 몸이 안좋아서....오늘은 안될 것 같해.
지호 : (불쑥 나타난다) 닥터공. 첫사랑이 애낳으러 왔다면서요?
S#33. 휴게실(낮)
준표가 불안을 털어놓고 있다.
준표 : 그날도 그랬어. 오는 내내 신호에 걸렸다고. 바로 내앞에서 걸린 신호만도 세 개야. 이게 우연이야?
그날은 구두끈이 끊어졌는데 오늘은 단추가 떨어지고. 꽃병도 깨지고. 불길해. 불길의 총 집합이야.
안돼. 내가 겁나서 안되는게 아니라 이런 일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게 최고잖아. 안그래?
지호 : 아무 문제 없다면서요?
준표 : 동이때는 문제가 있어서 그랬니?
지호 : 진짜 안들어 갈거예요?
준표 : 하필 산모가 내 친구라는것도 이상해.
지호 : 불길한게 아니라 닥터공이 불안한거 뿐이잖아요.
준표 :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지호 : (말 끊으며 단호히) 징징대지 마요.
준표 : (지호의 단호한 반응에 놀란다)
지호 : 언제까지 앉은 자리에서 미적거릴거예요. 앞으로 가야할땐 앞으로 나가야죠.
준표 : (주눅들어서) 지호야.
불안에 떠는 준표의 얼굴을 양손으로 찰싹 때리면서 붙잡는 지호.
커피마시던 간호사들이 움찔 놀라 쳐다본다.
두손으로 준표의 얼굴을 감싼채...
지호 : 정신 차려요. 자 어깨 펴고....
(바지 고무줄을 잡아 복서처럼 호흡시킨다) 숨셔요. 스읍....후....스읍....후
준표. 지호가 시키는대로 한다.
S#34. 복도-분만실 앞(낮)
준표와 지호가 걸어온다.
준표가 다시한번 지호를 돌아본다.
지호가 준표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준표가 다시한번 심호흡하고 분만실 문을 연다.
문이 열리자 연이의 고통스런 소리가 새나온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연이 남편. 왔다 갔다하다가 문득 멈춰서 한곳을 본다.
지호가 연이남편보다 더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쉴새없이 손톱을 물어뜯고, 다리를 떨고, 의자에서 일어났다가 앉앗다가....
연이 남편. 지호가 왜 이렇게 초조해할까 쳐다본다.
지호,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듯 입술을 축인다.
지호앞에 내밀어지는 음료수, 연이남편이다.
지호, 고맙다고 웃어보인다.
그때 분만실 문이 열린다.
땀에 절은 듯한 준표가 휘청하며 나온다.
연이남편과 가족보다 지호가 먼저 달려든다.
준표, 울먹 울먹한다.
가족들과 지호의 불안한 눈망울.
준표 : (멍해서).... 딸이야.
가족들, ‘만세!!’를 외친다.
준표 : 둘다 건강해.
서로 끌어안고 안수하는 연이의 가족과 남편. 서로를 축하하고 웃고 격려한다.
그 한복판에서
지호, 준표를 안아준다.
준표. 흐느낀다.
지호 : (감정에 겨워서 흐느끼며) 잘했어요.
준표 : (안기채 흐느낀다) 토하지도 않았어.
지호 :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주 잘했어요.
즐거워하던 가족들, 오열하는 준표와 지호를 멀뚱히 쳐다본다. 이상하다.
S#35. 수영장(낮)
아이들을 가리키는 은호, 씩씩하다.
은호 : 물속에서 눈감이 없기. 잠수!!
아이들 잠수했다가 떠오른다.
은호 : (남자아이 하나에게 물총을 쏘면서) 박병규. 너 물속에서 눈감았지?
병규 : (자신없게) 아니예요
은호 : 감았잖아,
병규 : 아닌데....
은호 : 좋아. 그럼 선생님이 물속에서 어떤 얼굴인지 알아맞춰볼래?
병규 : (고개를 끄덕인다)....
은호 : 좋아. 맞추면 아이스크림 사준다. 하나, 둘, 셋
은호와 병규라는 아이가 물속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올라오는 병규와 은호,
병규 : (올라오자마자) 선생님 울고 있었죠.
은호 : 뭐?
병규 : 내가 봤어요. 울었잖아요.
의기양양해하는 병규를 보며 어리둥절한 은호
S#36. 탈의실앞(낮)
어리를 말리면서 탈의실에서 나오는 은호.
수건바구니에 수건을 던져넣다가 어딘가를 쳐다본다.
영인이 서 있다.
S#37. 공원(낮)
은호와 영인이 나란히 앉아있다.
영인 : 지난번엔 윤수씨한테 처음으로 사과란걸 해봤어요. 서른 넘은지 한참 됐는데 처음하는게 많더라구요.
고맙단 말도 별로 해본 적이 없고....그래서 어색해요. (은호를 본다)........고마워요.
잠깐의 침묵
영인 : 근데 어디 아퍼요?
은호 : 아뇨.....아프긴요. 두분 다시 시작하신 거예요?
영인 : 그렇게 쉽게 되겠어요? 그냥 조금씩 조금씩 해보는거죠.
은호 : 만약에.... 내가 그 서류, 구청에 갖다 내면 어떡할라 그랬어요?
영인 : 포기했을거예요. 난 나중에 후회 안할만큼 마지막까지 발버둥쳐 본거예요.
은호 : ....
영인 : 중간에 그만두면, 두고 두고 납득하지 못해요. 후회가 길어지죠. 안그래요?
은호 : (뭔 얘긴지 못알아듣는다)..??
영인 : 한번쯤 발버둥쳐봐요. 모양은 우습더라도, 그게 나을때도 있어요
은호를 보며 영인이 슬며시 웃는다.
영인이 일어난다.
영인 : 우리 또 볼일은 없겠죠?
영인, 슬쩍 웃으면서 돌아선다.
많이 부드러워진 영인을 은호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S#38. 은호의 빌라 계단-복도(밤)
지호가 올라온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이선희의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나는 사랑에 빠졌나봐’
복도를 돌던 지호, 움찔한다.
문 앞에 쭈그리고 있던 은호가 고개를 든다.
은호 : (희미하게 웃으며) 이제 오니?
지호 : 뭐하고 있어?
은호 : (툭툭 털고 일어난다) 열쇠를 놓고 가서....
지호 : (문을 열면서) 그럼 전화를 하지.
은호 : 오겠지 싶어서....
(지호) : (들어가면서) 어제는 지갑 빠트렸다며, 치매야? 왜그래?
(은호) : 그러게 말이다.
문이 닫힌다.
S#39. 은호의 집 거실(밤)
은호, 기운 없이 소파에 누워있다.
씻고 나오는 지호, 은호 머리맡에 앉는다.
지호 : 안 닦어?
은호 : (눈감고 누은채로) 좀 있다가...
지호, 은호 머리에서 새치를 발견한다.
지호 : 언니 흰머리 있다.
지호, 은호의 새치를 뽑는다.
지호, 은호 머리를 뒤적인다.
두개의 흰머리가 더 발견된다.
지호. 괜히 화가 나서 은호의 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린다.
은호 : (눈 감은 채로) 왜?
지호 : 몰라. 이 할머니야.
지호.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은호. 끙소리가 날만큼 힘들게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기운없어보인다.
S#40. 하나카고(밤)
지호가 술을 벌컥 벌컥 마신다.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준표가 안주를 입에 넣어준다.
준표 : 천천히 먹어, 천천히....
지호,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준표 : (술병을 막으며) 왜그래? 뭣땜에 그래. 어떤 나쁜 시키가 우리 애기 마음을 아프게 한거야. 응?
지호 : (속상하다) 놔요. 오늘은 먹고 죽을 거예요.
준표 : 얘가 얘가 얘가.... 너 죽는단 소리 또 한번만 해라. 니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사니?
지호 : 아우....속상해.
준표 : (같이 속상하다)....차라리...그래. 날 때려라. 니 마음이 풀릴때까지...
준표가 지호 손을 잡아서 자기 얼굴을 찰싹 찰싹 때린다.
(동진) : 쇼를 해라.
동진이 두 사람을 뜨악하게 쳐다보고 있다.
준표 : 왔냐?
동진 : 술 먹기 전에 토할뻔 했다. (흉내내며) 찰싹 찰싹...
준표 : 넌 유경이 발까지 닦아준다며?
동진 : 그건 인마. 부부간의 남녀상열지사는 국가 공인이야.
지호, 동진을 스윽 훑는다.
동진. 결혼하더니 멋있어졌다.
지호, 말없이 동진의 와이셔츠 소매를 당겨서 확인해본다. 깨끗하다.
지호. 기분 나쁘게 툭 놓는다.
동진 : 왜?
지호 : (가시돋힌) 때깔 좋아졌네요.
동진 : 그러게 섭생이 중요하대잖어. 아침저녁으로 웰빙 식단을 받았더니. 얼굴에 기름이 돈다.
지호 : (투덜 투덜) 그래봤자 개기름.
유리가 술잔을 갖고 온다.
유리 : 어이. 새신랑.
동진 : ....연애중이라며?
유리 : 어디서 들었어?
동진. 카리스마 주방장을 슬쩍 본다.
유리 : (겸연쩍다) 연애는 무슨...
그때 문소리.
정우성이 들어온다. 정우성,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려다가 소심하게 가슴근처에서 흔든다.
유리. 어쩐지 부끄러워하며 퉁퉁대듯 정우성을 맞이한다.
유리가 좋은 걸 표현못하고 삐죽대면서 정우성을 대하는 걸 동진과 준표, 픽픽 웃으며 본다.
지호 : (한숨을 푹 쉬더니) 바야흐로 짝짓기 계절은 돌아왔는데 외로워라, 우리 자매님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동진 : 교수선생 있잖아. 그쪽은 진도가 어디까지 갔어?
지호 : 관심도 없으면서 묻지나 마요.
동진 : 어이 공. 니 애인 왜 이렇게 삐딱하냐?
준표 : (그 와중에도 흐뭇해서) 애인?
지호 : 헤어 진지가 언젠데....
동진 : ...?
지호 : 형부 결혼식 전에 헤어졌어요.
동진 : (아무렇지도 않게) 그랬나?
동진. 그뿐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맥주를 마실뿐.
지호. 그런 동진의 태도가 어이없고 섭섭하다.
동진 : (유리에게) 소개 안해줘?
유리 : (툴툴댄다) 소개는 무슨...
동진이 정우성과 알아서 인사하는 걸 지켜보는 지호, 다시 술을 벌컥 벌컥마신다.
준표 : 아이 참...니 속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이러니 진짜. 넌 너만 생각하니?
준표. 부지런히 안주를 챙겨서 지호에게 먹여준다.
S#41. 빌라앞길(밤)
동진이 걷는다.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걸어오다가 문득 멈춰선다.
꽃집의 광고문구가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선물하세요’
S#42. 동진의 신혼집 거실(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장면이 보여진다.
유경이 케이블 tv로 매니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있다.
초인종소리.
유경이 문을 열면,
커다란 장미꽃다발이 디밀어진다.
유경, 놀랍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유경 : 왠거야?
동진 :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선물하래잖어
유경 : (꽃을 병에 꽃을 준비를 하면서) 더 늦을 줄 알았는데...
동진 : 너 보고 싶어서 일찍 왔어.
유경 : 요새 음식이 너무 기름졌나봐? 너. 느끼해졌어
동진. 소파에 앉는다.
동진 : 뭐보고 있었어?
유경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봤어?
동진 : 전에...
유경 : 난 메릴 스트립이 이해가 안가. 왜 사진작가를 쫓아가지 않았을까?
동진 : 견딜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사진작가 없어도.
유경 : (꽃병을 테이블에 놓는다) 그럼 남편은 뭐야?
동진 : 평생 노력하는 걸로 용서받지 않았을까?
유경 : (동진 옆에 앉는다) 그건 말이 안돼. 사람이니까 마음이 변하는건 어쩔수 없다쳐도
속이는건 배신 아니야?
동진 : 그렇지만 살아보면... (뭔가 더 말을 하려다가) 그래. 니말이 맞어. 니말이 다 맞어.
동진이 유경을 뒤에서 끌어안는다.
유경 : (안기면서) 뭐? 할말 있으면 해.
동진이 유경을 안고서 장미꽃을 바라본다.
동진 : 행복해?
유경 : 응
동진 : (유경에게 말한다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다짐처럼) 그래. 행복하면 됐어. 우리 행복해지자,
유경이 동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다.
S#43. 재래시장(낮)
이것저것 사는 유경과 동진.
유경은 요리전문가답게 재료를 고르는 것도 꼼꼼하다.
봉지마다 다 받아드는 동진. 유경이 들려고 하면 뺏다시피 자기가 든다.
S#44. 주택가 거리(낮)
유경과 동진이 걸어온다.
동진은 한손에 두세개씩의 시장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유경은 스틱형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다.
자기도 먹고 동진에게도 먹여준다.
무거워서 손잡은 위치를 바꾸는 동진.
유경 : (두개정도 들을려고 하면서) 이건 내가 들을게
동진 : 스읍....내가 들을 거야. 손도 대지마.
유경 : 나 버릇 나빠진다?
동진 : 내가 다해 줄거야. 무거운것도 내가 들고 가벼운것도 내가 들구, 발도 닦아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유경을 보며 히히 웃으며) 목욕도 내가 시켜줄거야. 그러니까 넌 행복하기만 하면 돼.
유경, 앞서걷는 동진을 잠깐 바라본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동진이 무리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좋은쪽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동진과 보조를 맞춰서 걷는다.
사람도, 봄날 거리도 아름답다.
S#45. 동진의 집 침실(밤)
동진과 유경이 잠들어 있다.
동진이 뒤척인다.
유경 : (잠결에) 안자?
동진 : 응...
유경 : (동진쪽을 향해 누으며) 왜 잠이 안와?
동진 : 너무 좋아서 그런가봐,
동진이 유경에게 팔 베개를 해준다.
그렇게 말이 없다가
동진 : 행복해?
유경 : (잠결에) 응...
동진 : (유경을 끌어안는다) 그럼 됐어.
동진이 유경을 끌어안으며 눈을 감는다.
S#46. 동진의 신혼집 거실(아침)
유경이 침실에서 나오다가 멈춰선다.
동진이 소파에 쭈그리고 누워있다.
유경이 잠든 동진을 내려다본다. 쭈그린채 잠든 동진은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런 동진을 보자 유경을 불안해진다.
S#47. 궁중요리 전수관(낮)
김이 오르는 찜틀
유경이 물끄러미 솟아오르는 하얀 김을 바라본다.
숙정이 찻잔을 들고 온다.
유경, 웃으며 찻잔을 받는다.
숙정 : 무슨 생각해?
유경 : 별루...
숙정 : 호주 가는 거, 자꾸 딜레이 되나봐,
유경 : 그래?
숙정 : 결혼하니까 좋아?
유경 : (웃는다)...
숙정 : 잘해줘?
유경 : 너무... 근데...
숙정 : 근데 뭐?
유경 : 무리한다고나 할까? 굉장히 애쓰는 것처럼 보여,
숙정 : (어이없다) 그거 지금 흉본 거야? 아주 자랑도 저같이 해요.
유경, 자기가 말해놓고도 이해가 안간다는 듯 겸연쩍게 웃는다.
S#47-1 스포츠 센터 앞. 낮
벤취에 앉아 있는 은호.
멍한 그녀의 표정...
S#47-2. 호프집. 낮
유리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은호.
그녀를 기다리며 마신 맥주의 양이 제법 돼 보인다.
S#48. 준표의 차(밤)
조수속의 지호가 준표 핸드폰에 핸드폰 고리를 끼운다.
자기가 갖고 있는 커플 핸드폰에도 같은 고리가 끼워져 있다.
지호. 준표 핸드폰을 열어본다. 초기 화면이 자기 사진이다.
‘치...’ 좋아죽는 지호,
자기 핸드폰을 열어서 준표에게 보여준다. 초기 화면이 준표사진이다. 준표 좋아 죽는다.
신호에 걸린다. 준표가 괜히 지호를 툭 친다.
지호도 툭 친다.
준표가 지호의 볼을 꼬집는다.
지호, 준표의 팔뚝을 장난스럽게 문다.
준표가 지호의 목을 휘감는다.
지호는 아예 준표의 의자쪽으로 반은 넘어갔다.
차마 눈뜨고 못봐줄 닭살 행각....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린다.
준표. 움찔해서 출발한다.
S#48-1. 호프집 앞(밤)
제법 술기운이 도는 은호.
손에는 튀긴 닭 봉투가 들려있다.
문 앞에 선 그녀, 어디로 갈지 결정을 못한 듯 잠시 서있다가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S#48-2 동진 빌라 앞(밤)
동진의 예전 빌라 입구.
이미 동진은 이사를 가고 없는 그곳임에도 은호가 조심스레
걸어오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그리고는 마치 지나는 길인 것처럼,
아니 스스로에게 그렇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빌라 앞을 한번 돌아 걷고는
조용히 그 곳을 빠져나오는 그녀...
멀리 보이는 그녀...
표정을 알 수 없다..
S#48-3 은호 집 앞(밤)
닭 봉투를 들고 천천히 오르막길을 걸어오는 은호.
나직한 콧노래...
S#49. 은호의 빌라앞(밤)
차에서 내린 지호가 운전석의 준표와 이별중이다.
지호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준표 : (급하게) 지호야 잠깐만.
지호 : (돌아본다) ..?
준표 : 빨리 와봐, 중요한걸 깜박했네
지호 : (뛰어온다) 뭐요?
지호가 온다. 준표, 좌우를 살피더니.
지호의 얼굴을 잡고 쪽 입을 맞춘다.
지호, 놀랍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준표도 쭈삣대면서 차를 출발시킨다.
S#50. 은호집, 거실
사랑에 달뜬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지호 :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구 또 봐요. 그냥 가, 언니도 금방 올텐데...
아참, 사람을 뭘로 보고 먹을 걸로 꼬시나...내가 아직도 그런 걸로...닭?....
나 원 참...포인트를 아시나 포인트를... 에이, 좀만 기다려요, 내가 금방...
이때 현관에서 들어오는 은호,
지호에게 즐거운 듯 소리치며-
은호 : (닭 봉투를 들어 올리며) 유지호, 이거 먹어~!
깜짝 놀라며 후다닥 전화를 끊는 지호.
닭 봉투를 보고는 난감해한다.
술 취한 은호, 전혀 눈치를 못하고 신문지를 깔아대며 봉투를 뜯으면서
은호 : 빨리 와, 빨리... 닭이 울어 오래 기다렸다구... 우리 간만에 닭 회식 한번 하자.
야. 그래도 세상에 이런 언니가 어딨냐, 너 늙어서두 언니한테 잘해야 돼 알아? 빨리와...
지호 : (난감한, 슬슬 나가며) 언니, 근데 나 요 앞에 누가 와서...
은호 : (벌컥 화가 나는) 뭐? 너 이거 내가 어디서부터 가져온지 알아? 너 이거 먹이겠다구
내가 버스 타구 낑낑대면서 사가지구 온건데 너 일루 안와? 앉어! 빨리 와, 먹어!
지호, 언니의 서슬에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면
이때 오는 전화.
지호 잽싸게 받으며
지호 : ...가.
은호, 지호가 자리를 잡자, 다시 표정이 온화해지면서,
은호 : 아 식었네.... 잠깐, 너 피클 먹어야지? 너 닭먹을 때 피클 먹잖아..잠깐..
은호, 주방쪽으로 가면서
은호 : ...야, 너 기억나? 옛날에 너 도시락에 오이지 몇 번 싸주니까
맨날 오이지만 싸준다구 나한테 지랄했었지? 너 그때 참 나쁜 년이었어.. 너만 싸갔냐 나두 싸갔지...
너 언니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였어.
은호, 피클 병을 힘겹게 열려하면 지호, 보다가
지호 : 이리줘봐.
은호 : 됐어. 내가해. 이런거 하나 제대로 못 만드나 몰라. 이걸 어떻게 열라는 거야?
지호 : 이리 줘봐,
은호 : (버럭) 됐다니까....
지호 : (겁먹었다) 언니!!
은호 : (다시 피클병을 열려고 하면서) 이정도도 못할까봐, 내가.... 열거야...내가 해....이까짓거...이까짓거...
(신경질부린다)....이거 어디거야?
피클병을 탕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은호. 신경질적이고 불안해보인다.
은호 : 이런거 하나도 맘대로 안돼, 나보고 어쩌라구. 맨날 나만 이래.
은호, 다시 피클병을 열려고 힘을 준다.
은호. 점점 더 강박적으로 변한다.
은호 : 좋다 이거야. 이정도도 못할까봐,
은호, 피클병을 붙잡고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힘을 준다.
안되니까 피클병을 바닥에 탁탁 두드린다.
은호 : 내가 미쳐. 진짜...열려라 좀. 이정도 했으면 불쌍해서라도 봐주겠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니?
하느님도 그래. 다 가져갔으면 이런거 정도는 내맘대로 하게 해줘야지
엄마도 데려가고 동이도 데려가고, 다....가져갔잖어. 나한테 남은게 뭐야?
내가 뭐 어쨌다고....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내 인생만 배배 꼬여갖고.
이제와서 나보고 어쩌라구...다 늦었는데, 날 이렇게 만들면 어쩌라구...
(피클병을 다시 열려고 한다) 좀 열리라구. 이바보야.
은호, 끝내 폭발한다. 피클병을 집어던진다.
피클병이 벽에 부딪쳐 깨진다.
‘앗’ 지호가 짧은 비명을 지른다.
파편이 팔뚝에 튄 모양이다. 피가 배나온다.
은호 : (깜짝놀라서) 어머. 어떡해? 괜찮아?
지호, 다친 것 보다도 은호의 파괴적인 행동에 더 놀랐다.
은호 : (지호팔의 피를 닦아낸다) 어떡해... 아우.....어떡하니? 많이 아프지?
지호 : (놀라서) 괜..찮아... 조금 긁혔어.
은호 : (속상하다) 아우...내가 왜이러니? 지호야 어떡해...미안해.... 언니가 미안해.
은호, 지호팔을 어루만지다가 울고 만다.
너무 속상해서 견딜수가 없다는 듯. 지호를 끌어안고 소리내 운다.
지호, 은호의 이상 행동에 할말을 잃는다.
실내가 조용해지자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가 더 커진다.
그것은 늘 동진과 은호가 함께 부르던 ‘사랑의 대화’다.
하이라이트부분이 노래되고 있다. ‘아아....사랑하는 나의 님이여. 이세상에....’
지호, 은호에게 안긴채 겁에 질려있다.
S#51. 준표의 차(낮)
지호 팔뚝에 밴드가 붙어있다.
지호가 생각에 빠졌다.
운전하는 준표
준표 : (투덜댄다) 무슨 시험은 보겠다고.... 그런거 안해도 내가 먹여 살릴텐데...
준표가 지호를 흘깃 쳐다본다.
지호 : (자기 생각에 빠져서) 닥터공은 살아오면서 언제가 가장 무서웠어요?
준표 : 응?...언제가 가장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가 가장 무서울지는 알아.
그건 바로 니가 내 곁을 떠나는 날.
준표. 자기가 말해놓고 흐뭇한데...
지호 : (진지하다) 나는요. 어렸을때 저녁때가 무서웠어요. 해가 질려고 할때...
애들이랑 놀다보면 엄마가 찾으러 오잖아요. 누구야. 누구야 부르면서...
준표 : ....
지호 : 나는 언니가 데릴러 왔거든요. 우리언니는 그때도 참 성실해서 늦은 적도 없고, 빼먹은 적도 없고...
그런데도 그때만 되면 무서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언니가 데릴러오기 전에 내가 가도 그만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언니가 올때까지 잔뜩 질려서 기다렸어요.
지금도 가끔 해지는걸 보면 무서울때가 있어요.
준표. 말없이 지호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지호. 팔뚝을 문지르며 오소소 떤다.
준표 : (에어컨을 끈다) 추워?
S#52. 대학교 정문앞(낮)
준표차에서 지호가 내린다.
준표의 차 출발한다.
S#53. 대학교 학적부(낮)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지호가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
S#54. 복도(낮)
과사무실에서 나오는 지호,
강의실에서 나오는 윤수와 마주친다.
지호, 좀 어색하지만 인사한다.
S#55. 캠퍼스(낮)
윤수와 지호가 걷는다.
윤수 : 의외네. 공무원 시험이라니...
지호 : 안정적이기도 하구, 시험운은 있는 편이니까...
윤수 : 지호군은 뭘해도 즐기면서 할거야.
여학생 두명이 윤수에게 인사하고 지나간다.
윤수 : (지나가는 말처럼) 언니는.... 잘 지내지?
지호 : .....그렇죠 뭐.
말없이 걷는데. 지호가 문득 멈춰선다.
지호가 따라오지 않자 윤수가 돌아본다.
지호 : 교수님....사실은....우리 언니가 이상해졌어요
S#56. 은호네집 거실(밤)
지호가 화장실 앞에서 서성인다.
은호가 토하고 있다. 등을 출렁이며 괴로워한다.
물을 내리고...
은호가 나온다. 은호 얼굴이 헬슥하다.
지호 : 체한거야?
은호 : 그랫나봐,
은호, 소파에 힘없이 앉는다.
지호 : 약 먹어.
은호 : 토했더니 시원해졌어.
은호, 기운없는 눈으로 창밖을 본다.
지호,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주춤거리는데....
은호 : 지호야.
지호 : (돌아본다)...
은호 : (창밖 먼데를 보며) 사는게 참....................지루하다..
은호가 바스러질 것 같다고, 지호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호가 오소소 떤다.
S#57. 놀이터(저녁-지호의 꿈)
흑백이었으면 좋겠다. (꿈속이라 화면이 아른거린다)
해가 지고 있다.
다섯 살 쯤 먹은 어린 지호, 모래장난을 하고 있다.
같이 놀고 있는 또래의 아이들이 네다섯명,
하나둘, 아이들의 엄마가 데릴러온다.
손을 탁탁 털고, 엄마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
지호는 점점 겁에 질린다. 놀이에도 관심없이 길쪽을 바라본다.
긴 그림자가 지호 앞에 드리워진다.
9살쯤 먹은 어린 은호다.
구원받은 듯 어린 지호가 ‘언니’라고 부르며 일어나는데.
어린 은호, 지호를 스윽 무시하더니 어딘가로 가버린다.
지호가 ‘언니’를 부르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지호가 울면서 언니를 부른다.
S#58. 은호의 집 침실(밤)
지호가 가위눌렸다.
괴로워한다.
지호 : (억눌려 소리조차 안나온다) 언니이...언니이........
한순간 헉!하며 깨난다.
깨나고 나서도 헐떡이는 지호,
옆 침대를 바라본다.
은호는 기절한 듯 자고 있다.
지호, 조심스럽게 은호에게 다가간다.
손을 은호 코에 갖다댄다. 숨결이 느껴진다. 다행이다...지호가 안도한다.
지호, 은호를 바라보다가 은호옆에 눕는다. 은호가 끙하고 돌아눕는다.
지호, 은호 팔을 움직여 자기어깨에 두르도록 하고 은호 가슴에 안기듯 잠든다.
마치 엄마품에 파고드는 애기처럼...
지호가 오소소 떤다.
S#59. 서점(낮)
과하다 싶을만큼 무거운 책을 들어올리는 동진.
힘을 쓰며 어딘가로 간다.
뒤에서 바라보던 재범, 저 사람이 왜저러나? 쳐다보다가 그 절반 정도만 들고 쭐래 쭐래
쫓아간다.
S#60. 서점 사무실(낮)
재범. 진명. 미화. 정화를 불러놓고 동진이 훈계중이다.
다들 긴장해 있다.
동진 : 이번달 들어서 클레임 전화가 다섯통이야. 다 아는 거잖아. 전화는 공손히... 처음 말걸 땐 웃으면서...
자기들끼리 잡담하느라고 손님 기다리게 하는거 손님입장에서 기분 좋겠어?
진명과 미화, 마지막 지적에서 고개를 숙인다.
동진 : 여러번 말 안할테니까 주의하도록, (재범에게) 재고 상황 파악됐어.
재범 : (당황해서) 아니 저기....오늘까지만 하면 된대서...
동진 : 몇시까지 되는데...?
재범 : 퇴근 전까지 끝내겠습니다.
동진 : 다섯시까진 끝내
재범 : ...예.
동진. 나가면,
긴장하고 있던 직원들 축 늘어진다.
재범 : 이주임 이상해졌지?
미화 : 지각도 안하고, 실수도 안하고,
진명 : 빠릿빠릿하고. 일도 갑자기 잘하고,
정화 : 꾸질꾸질하지도 않고, 때깔나고.
재범 : 근데 재미는 없어졌지?
미화, 진명. 재범.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응’
S#61. 서점내 스낵코너(낮)
와이셔츠 주름이 칼날같다.
동진이 커피를 시켜놓고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한 장. 한 장 집중해서 읽고 체크하고 메모하는데
(지호) : 형부!!
멀리서 지호가 뛰어온다.
동진. 지호의 다급한 표정에 자기도 모르게 불안을 느끼며 몸을 뒤로 뺀다.
지호 : (겁에 질려서 그런지 동진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형부 어떡해요?
동진 : (불쑥) 은호한테.... 무슨 일 있어?
지호, 주머니속의 메모를 내놓는데 그 손이 덜덜 떨린다.
‘사는게 참 지루하다. 미안하다’
동진이 지호를 올려다본다.
지호, 울 것처럼 어쩔 줄 몰라한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른다.
동진 : 이게 뭐야?
지호 : (덜덜 떤다) 언니 화장대에서........요즘 들어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밤에 토하고...
지호, 놀라서 그런지 덜덜 떨며 자기 발끝을 보며 이야기한다.
동진은 머리가 하애진다
동진 : (흥분해서 오히려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지금 어딨는데?
지호, 주머니에서 인터넷 여행정보사이트에서 프린트된 종이를 꺼낸다.
펴보면 ‘기차로 떠나는 춘천여행. 서울역 저녁 7시 출발’ 이라는 곳에 밑줄이 쳐져 있다.
동진. 시계를 본다. 6시가 막 지나고 있다.
동진이 뛰쳐나간다.
동진 뒤로,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는 지호가 얼핏 보인다.
S#62. 서점앞 도로(저녁)
서점에서 뛰쳐나온 동진이 택시를 잡는다.
택시에 올라탄다.
S#63. 택시안(저녁)
동진, 전방을 주시한다.
택시가 신호에 걸리자, 주먹을 쥔다. 너무 꽉 쥐어서 관절이 하얗게 도드라졌다.
턱관절이 꿈틀거린다.
S#64. 거리(저녁)
동진이 탄 택시가 달린다.
S#65. 서울역앞(저녁)
택시에서 내린 동진이 서울역으로 뛰어들어간다.
S#66. 역 대기실(저녁)
동진이 뛰어들어온다.
혹시나 해서 둘러본다.
지나다니는 사람속에 은호는 없다.
동진이 개찰구 쪽으로 뛴다.
역 직원에게 7시 기차에 대해 묻는다.
들어가려는 동진을 직원이 막는다.
동진이 지갑을 꺼내 통째로 준다.
직원이 동진을 잡는다.
동진이 뿌리치고 달려간다.
동진이 계단을 올라간다.
직원이 쫓아간다.
(동진) : 변명조차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 있다.
S#67. 플랫폼(저녁)
기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동진이 계단을 올라온다.
동진. 가까스로 기차를 탄다.
기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동진) : 오직 후회만이 허락되는 순간이 있다.
S#68. 기차안(저녁)
한칸 한칸. 은호를 찾는 동진.
다음칸으로 사라진다.
S#69. 침대칸(저녁)
20대의 커플.
짐을 올리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동진이 안을 확인하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닫는다.
누구지? 20대커플 아주 잠깐 동진에 대해 생각해본다.
(동진) : 후회하고 후회하고 죄책감이 바래질때까지 후회하면서 잊을수도 없는 순간이 있다.
S#70. 침대칸 복도(저녁)
동진이 침대칸을 일일이 노크하며 열어본다.
S#71. 은호의 침대칸(저녁)
가방(밤기차니까 가방이 크지는 않겠죠)을 선반에 올리던 은호,
노크소리에 돌아본다.
뜻밖에 동진이 나타나자 어리둥절하다.
동진.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고, 숨을 헐떡이며 은호를 노려보며 한발짝 다가온다.
동진의 기세에 밀리듯 은호, 물러서려는데
동진이 은호를 부서질 듯 끌어안는다.
동진 : (울부짖듯이)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은호를 안은채로 동진 진정되지 않는 한숨을 토해낸다.
하마터면 잃어버릴뻔한 것을 겨우 찾은자의 안도가 느껴진다.
은호와 동진 뒤, 창밖으로 기차역이 지나가고, 나무가 지나가고, 어둠이 지나간다.
S#72. 선로(저녁)
기차가 달린다.
(동진) : 모든 것을 알아버린 지금의 내가.... 그 시간을 반복한대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