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도라지 조청 공장의 부산물
보름전 아들이 이웃에 사는 도라지 액기스를 만들어 내는 작은 공장에서 나오는 지꺼기를 닭도 잘먹으니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 왔다며 보여 줍니다. 대번 냄새와 촉감으로
이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줄 알겠습니다.
도라지의 향기와 각종 보리 오곡등을 쪄서 액기스 만들고 남은 것이라 사람이 먹어도 될만한데, 펼쳐서 자세히 보고 있는
동안 우리집 개와 고양이들이 냄새를 맡고 와서 킁킁 대는데, 영판 “아부지! 우리도 쪼매 먹게 떼어 주소!” 말을 하는 듯 몸짓을 합니다. 옛다 하고 한뭉텅이 밥그릇에 넣어주니 잘도 먹어 치웁니다.
닭 사료에 도라지 부산물이 들어 있으면 닭들도 건강하고 특히 기관지가 살판 날낀데, 앞으로 더욱 큰소리로 울어되겠지 싶었습니다.
어쨌든 일주일 두어번 나오는 부산물을 받아 와서 매일 먹이려면 완전 건조를 시켜야 되는것이라 당장 그물망으로 태양 건조대를 만들었지요. 만들면서도 즐거운 마음이 가득 햇는데, 아차차! 여름장마가 들쭉 날쭉 하니 우리 마음같이 바짝 말리는데는 실패라. 어디 나갔다가 비만 오면 집으로 뛰어와 건조대를 들고 창고안에 넣는일도 한두번이제. 여엉 피곤 한거라!
아내와 아들을 불러 의논을 했는데 이참에 “우리도 건조기 하나 사자!” 였습니다. 사놓으면 많이 쓰지는 않아도 가을에 고추가 나와도 말릴 때 좋고 하니 구입처에 알아봐서 이틀 뒤 새 건조기가 우리 창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기계를 보는동안의 흥분된 마음이란, 내놓고 좋아 하기도 뭣해서 속으로만 삭히고 자주 문을 열어보니 50도 더운 바람이 밖으로 쏟아지는데, 어떤것도 들어갔다 하면 물기 하나 엄시 바짝 말려 버릴 듯 기세가 등등 합니다.
나는 새식구 늘은 기분이 들었는데, 우리집의 중요한 일을 맏아서 하는 일꾼으로 보여 아침마다 건조기를 통통 두드려 보고 말도 걸어 봅니다.“잘잤나? 오늘도 가져 왔는데, 바싹 말리도고!”새 건조기와 담박 친해졌습니다.
민들레 유정란 이태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