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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박 2일 우정 여행을 다녀와서
이번 여행이 몇 번을 연기하고 성사된 것이라 더 값지다는 생각이다. 이른 새벽 아침밥도 거른 채 류정상님의 차를 탄다. 오늘 멤버는 몇 번을 고민하신 채 합류하게 된 김용환 부장님, 이벤트에 부장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홍승범 수석훈련부장님, 마라톤 외에는 아무것도 안할 것 같았던 조점래님과 변재완님, 이렇게나 저렇게나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황대용님, 울트라만은 고집하는 정경용님, 농진마의 마스코트 김둘이님, 황대용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지리산 여행만 참여하게 되는 고현석님, 최근 들어 마음을 다잡고 꾸준히 운동하는 류정상님 이상 10명의 회원이다. 당초 참여하기로 한 윤형주님은 어머님의 급전주행으로 울음을 머금고 참석을 포기해서 아쉬운 점이 많다.
1차 합류점인 본청 동문에서 짐 정리와 탑승차량을 결정한다. 류정상님의 차에는 저를 비롯하여 변재완, 고현석, 황대용, 조점래 이상 6명이고, 홍승범님 차에는 김용환, 김둘이, 정경용 이상 4명이다.
차는 아침 안개를 가르며 백무동으로 달린다. 백무동 턱 밑까지 고속도로인줄 알았더니 고속도로는 일찌감치 내려 줄 곧 국도로 달린다. 달리면서 느낀 것이 우리나라가 참 산이 많다는 것이다. 산이 많아 불편한 것도 있지만 우리에겐 더 좋은 것들이 훨씬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사람의 눈을 가장 편하게 하는 색깔이 녹색이라고 한다. 우린 그 녹색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드디어 지리산 출발시작점인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한다. 당초 계획보다 10여분 빠른 시간이다. 개인적인 정비와 준비 운동을 한다. 홍승범 이벤트부장님께서 산행 설명을 한다. 쉬는 지점과 간식 먹는 지점, 점심 먹는 지점 등등
아마도 어느 산이든 처음에는 상당한 거리가 오르막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지리산 역시 그렇다. 그래서 더 힘든 것이다. 1차 휴식지인 참샘 약수터에 도착한다. 나는 내 배낭에 들어 있는 배부터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꺼내서 깎는다. 배가 워낙 커서 10명의 사람이 한 조각씩 돌려도 남는다. 약수 물에 손을 씻는데 차가워서 씻기도 힘들었다. 지리산 골짜기의 물이 이렇게 차다니 대박이다.
잠시간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른다. 아마도 오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정상이 아닌가 싶다. 우리 일행 중에 정상이 있는데 그렇다면 우린 항상 정상을 달고 다니는 거다.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한 사람도 처지지 않고 잘들 올라간다. 마라톤은 바탕으로 한 체력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고현석 박사는???? 평소에 운동을 한다는 건가? 아니면 고향이 지리산 자락이라서 어릴 적에 산을 많이 올랐다는 건가? 여하튼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스런 일이다. 하동바위에서 2차 휴식을 취한다.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건너편 산의 절경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 폭의 산수화 병풍을 연상케 한다. 아직 단풍이 완연하게 들지는 않았지만 군데군데 울긋불긋 단풍이 등산객의 눈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것도 산을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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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에는 휴게소 또는 대피소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이곳의 대피소는 장터목이라고 한다. 이곳은 아주 옛날에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3개도의 장사꾼들이 만나는 장소라고 해서 장터목이라고 불러지고 있단다. 이렇게 높은 산에서 무슨 물물교환이 이루어 졌겠는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믿으련다. 장터목에서 2차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정상에 가까워서 그런지 바람이 매섭게 분다. 걸어 올라오면서는 겉옷을 벗어야 했고 쉴 때는 입어야 하는 날씨다. 10여 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마지막 정상인 천왕봉을 향한다. 이곳에서 1.7km이니 여유를 부리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이쯤에서 체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벤트 부장님이 제안을 한다. 내려갈 때는 왔던 길을 가면 짧은 거리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는 길이 된다고 했다. 이벤트 부장님은 몇 사람이 하동바위 쪽으로 가서 저녁 만찬 준비도 미리하자는 의견을 제안했으나 모두 함께 가자는 걸로 결론이 난다. 염려했던 사람은 고현석님과 조점래님이었지만 둘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내색이다. 그럼 모두 함께 움직이는 거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가는 길은 고속도로이다. 양쪽 옆으로는 주목인지, 구상나무인지 고목들과 어린 나무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구상나무와 주목의 구분을 직접해보지는 않았지만 구분하는 방법을 김용환님으로부터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김용환님, 변재완님 왈! 30년 전에는 고목이 훨씬 많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서있는 고목이 세월을 이야기 해주는 듯 했다.
1,915m인 천왕봉 정상에 도착한다. 이 높이는 백두산,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해발이다. 설악산이 높은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나?!) 우리나라 3대 산인 셈이다. 정상인지라 장터목보다 훨씬 센바람이 분다. 발 빠른 등산객들로 정상의 표지석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진을 찍으려니 수 십분은 기다려야하고 애라 모르겠다. 그냥 아무데서나 찍자.
바람이 약한 곳을 찾아 점심 자리를 편다. 이 사람 저 사람 푸짐하게 준비해온 사람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 반성할 사람들이 몇몇 있다. 나도 포함된다. 고등학교 때 점심시간이 생각난다. 도시락을 먼저 먹거나 싸 오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먹었던 일이. 이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되었다. 준비해온 사람은 자기 것만 먹기 바쁜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십시일반으로 얻은 양식에 푸짐하고 다양했다. 먹을 당시에는 바람이 조용하더니 먹는 중에 더 세게 불어 조금은 불편했다. 그래서 지리산 정상에서 먹은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좋은 말은 자주 써 먹는 것도 괜찮다. 듣는 사람은 아닌 줄 알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계획된 시간보다 10여분 빨리 움직인다. 산에서 지는 해는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어져서는 안 된다. 분명 가가다 쉬는 것을 고려하면 좀 서두르는 것도 괜찮다. 세석재에서 한번 휴식, 토끼재(촛대봉)에서 한 번의 휴식을 취한다.
지리산의 세석휴게소는 육지의 대전과 같은 역할이란다. 즉, 지리산의 교통 요충지로 알려진 곳이다. 규모로 봐서도 장터목 휴게소보다 훨씬 크다. 반면 오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김둘이님이 자랑하는 장수사과를 먹는다. 맛은 좋았다.
비교적 평활하게 펼쳐진 산길을 걸으면 경치를 만끽해본다. 처음 올라올 때 힘들었던 기억은 전혀 나질 않는다. 다음 휴식지는 촛대봉에서 김용환님의 역사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위 빨치산 사건이야기다. 이곳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넓은 평지가 펼쳐진 곳이다. 토벌 중에 살아남은 분(이름은 기억이 안남) 쓴 책을 소개하면서 그때 당시의 상황을 실감 있게 설명해주신다. 우리의 아픔 역사 중에 하나이다. 내려가는 도중 기가 막힌 광경이 있다면서 카메라 앵글을 잡아주신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내리막은 우리의 발길을 재촉한다. 한신계곡을 지나면서 계곡물 소리와 맑음에 다시 한 번 반한다. 이런 깊은 산중에 흘러내리는 물이 이렇게 많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산이 없었더라면, 산에 나무가 없었더라면 이물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들이 아닌가. 그래서 산이 많아서 좋은 것이다. 산에 나무가 많아야 되는 이유다.
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느 순간엔가 내 발은 계곡의 물에 담겨져 있다. 아마도 여름이면 훨씬 더 시원했겠지. 길의 경사도가 산을 거의 다 내려온 듯하다. 도착 시간 5시 반을 맞추려면 조금은 빨리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게 웬일인가! 변재완님이 달리기 시작한다. 바로 뒤따라 조점래님도 같이 달린다. 이런! 김둘이님, 나 4명이서 마라톤 모드로 돌입한다. 어느 순간엔가 우리들 발에는 마라톤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숨길 수 없는 잠재력인가. 체력이 고갈될 줄만 알았던 조점래님, 마지막 스퍼트를 낼 수 있는 강철 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마라톤 덕분일거다.
우리가 계획된 등반 완료시간이 5시 30분이다. 그야말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가 도착한다. 이정도면 완벽한 계획이다. 역시 홍승범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해본다. 완주 등반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향한다. 아직 음식 준비를 하지 않았던 터라 장을 보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나눠서 차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해는 어느새 서산을 넘어가 시골 동네에 암흑이 드리워지고 있다. ‘순이네 흙집’을 찾아가는데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어느 산 밑자락에 오두막집처럼 생긴 곳이다.
여장을 풀고 사워도 하고 저녁을 먹는다. 불빛도 시원찮았지만 쏟아지는 달빛, 별빛에 상큼한 가을 저녁 바람에 먹는 삽겹살과 소주 그리고 밥은 지금까지 먹어본 밥 중에 가장 맛있었다. 감히 말한다. 류정상님의 삼겹살 굽는 솜씨는 지난번 평창에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김용환님, 류정상님, 홍승범님, 김둘이님과 나를 제외하는 잠을 청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화롯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불기운과 함께 옛날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천천히 시간이 지나간다. 불통에 불이 꺼지면서 시골동네의 하룻밤이 깊어간다.
다음날 아침 맑은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마셔보겠다고 일찍 일어나 마실 나간다. 이정표에 지리산 둘레길이 보인다. 이 코스가 제3코스로 길이가 21km되는 거리다. 류정상님은 사모님과 한번 걸어본 적이 있다면서 강추 한다. 나중에 마라톤 연습을 이곳에서 하자는 의견까지 발전한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지라 둘레 길을 맛만 본다. 돌아오는 길에 도랑에 시원하게 머리도 감아본다. 비누가 뭣이 필요하겠는가!
아침부터 오가는 뒷 담화는 TV 예능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누구 한마디 하면 진위파악이 먼저 된다. 가장 빠른 진위파악은 역시 스마트폰에서 찾는 인터넷 검색이다. 숫자 하나라도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무차별 공격을 당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누가 얘기했던가! 마라톤이 아니라 구라톤이라고. ‘구라’가 순수 우리말이라는 것도 한 가지 배운 단어이다. 그러니 구라톤이라고 해도 잘못된 표현은 아닐 꺼다! 요즘 한영 합성어, 한일 합성어가 어디 한 두 가지인가!
캠핑 전문가인 류정상님이 아침 라면까지 준비한다. 물론 류정상님이 없었다면 누군가가 했겠지만 잘하는 사람이 일을 많이 하기 마련이다. 실파며, 파프리카며, 고추며 앞마당에서 기르는 각종 채소류를 뜯어서 라면 끓이는데 넣는다. 맛을 돋우는 건지 떨어뜨리는 건지는 모르겠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어제 저녁에 마신 술국으로도 손색이 없는 아침 라면이다. 설거지까지 모두 마친다. 이젠 전주로 돌아가는 일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는 모두 피곤에 절여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운전하는 류정상님만 그렇지 못해 미안하기 짝이 없다. 다른 차엔 홍승범님이 그러했겠지.... 누구보다 많이 고생한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이 자리에서 한다.
전주에 도착해서 김용환님께서 준비한 왕갈비탕 점심까지 마무리하고 1박 2일의 우정 여행을 마친다. 늘 그렇듯이 여행이라는 것이 추억 만들기엔 가장 좋은 아이템이다. 지금까지 매년에 1~2회 여행이 누적되면서 농진마 회원들의 우정은 더욱 쌓여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이런 여행을 열일을 제쳐놓고 참가해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한 번 든다. 소감문이라기보다 기행문에 가깝지만 후에 이글을 보면서 그땐 그랬었지 하는 기억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이고, 다음은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세 번째는 깨끗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이고, 그 다음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면 배우는 것이다. 추가한다면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예외로 한 것이 가장 우선시 될 수도 있다.
여행을 다녀 온지 열흘이 지난 10월 13일에
첫댓글 지리산 말이 필요없는....
푸근한 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후기를 쓰야되는데 회장님께 요청드려 죄송합니다.
인도 학회를 마치고 어제 복귀하였습니다.
수요일 운동은요 오시나요? 고구마 삶아 놨는데....
디데일한 감성적 기억, 다시 눈 앞에 생생합니다. 그 느낌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