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 이형곤]
휴일이자 장날
한층 붐비는 오시게 오일장
발길 뜸한
난전 구석자리에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껴안은 채
퍼질러 앉아있는
순이를 보았다.
l 해설 l
부산 지하철 1호선 노포역에서 횡단 보도 하나만 건너면 매월 2, 7, 12, 17, 22, 27일 즉, 닷새에 한 번씩 서는 “오시게 시장”이 있습니다. 부곡동에서 출발해 구서동으로 옮기고, 다시 1994년 노포동으로 이전 개장된 시설입니다. 시설이나 위생, 청결문제로 대형마켓에 밀려 젊은 세대에서는 실질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기피되는 장소이지만(요즘은 SNS로 인해 사진이나 추억을 만드는 소재에 불과) 오일장을 기반으로 살아왔던 세대들에게는 생활, 문화, 교재 등등을 해왔던 유서 깊고 추억이 많았던 장소입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농가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러 가기도 하고, 건넛마을로 시집간 순이도 은밀히 만나며 허연 막걸리에 취해 노을을 지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장소였기도 했습니다. 올가을 이형곤 시인이 장터에서 만난 것은 누런 호박이었을까요?
https://story.kakao.com/ch/pusanpoem/gM4Ot7QPWcA/app
- 맹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