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경북 울진 출생으로 청년기는 물론 오랜 날들을 춘천에서 보냈다. 196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도내 최초로 시동인 <표현>을 결성하여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 후, 1992년 문화일보와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재개하였다. 1963년 <시와시학>,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0년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특별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았다. 시집으로 「나무아래서」「함박나무가지에 걸린 봄날」「연어의 말」「아가리」「따뜻한 바깥」 등이 있다. 금번 시집에서 시인은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낸다. 그들에겐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많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주문학상과 김만중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월간 <우리詩> 발행인으로 있다.
단정한 구문에 담긴 낮은 목소리, 적막한 이미지에 실린 선비의 정신, 자본주의 세계의 모든 소유를 초탈한 부재의 현실이 이 시집을 관류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시골 기억, 홀몸으로 사시는 어머니 생각, 거미와 텃새만 살고 있는 빈 집, 내 밖의 집은 허물어지고 내 안의 집도 없는 영혼의 무숙자, 공중전화 부스에서 딸의 목소리만 듣고 전화기를 놓아버리는 익명의 가출인, 그믐밤의 얼어붙은 강… 스산한 형상으로 가득한 이 내면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따뜻한 바깥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런 세계가 과연 바깥의 어디에 있을까. 이것을 찾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