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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성공한 미아(엠마톰슨)는 아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남편과 공연을 보러가다가 러시아워에 걸려 시간을 못 맞추자 마치 자석에 끌린 듯 남편의 손에 이끌려 근처 재즈카페에 들어선다.
클래식 재즈카페 사장으로 꿈을 이룬 세바스찬(라이언고슬링)은 직접 피아노연주를 위해 카페 무대에 섯다가 앞줄에 앉은 미아를 보고 눈동자가 흔들린다. 세바스찬의 연주곡 'Epilogue' 가 끝난뒤 피아노앞에 앉아서 카페 문을 나서는 미아와 눈을 마주친 세바스찬. 그 짧은시간에 마치 긴 대화가 눈으로 오간듯 하다. 치열한 사랑을 하다가 헤어진 뒤 5년 만에 조우한 그들은 각자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행복까지 손에 잡았을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파스텔톤 화면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풀어낸다. '라라랜드(La La Land)'는 LA의 별명이자 '꿈의 나라, 비현실적인 세계'라는 뜻이다. <라라랜드>는 배우가 되고 싶은 미아와 성공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세바스찬의 꿈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라라랜드'를 보러간것은 순전히 '위플래쉬' 때문이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스승과 제자의 광기(狂氣)가 충돌하는 클라이막스로 충격을 줬던 위플래시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영화였다. 그 영화를 만든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작품을 보기위해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판도라'도, 공효진이 나온 '미씽'도 미련없이 외면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도입부부터 장관이다. LA 고가도로에서 'Another Day of Sun'에 맞춰 수십 명의 배우들이 춤추는 6분짜리 오프닝 시퀀스는 원 테이크로 촬영해 시작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City of Stars', 'Audition' 등 피아노 연주곡은 재즈선율의 매력에 흠뻑 취할 정도다. 재즈뿐만 아니라 신나는 탭댄스, 감미로운 왈츠까지, 다양한 춤과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뮤지컬영화라고 하지만 그냥 음악영화로 분류해도 될 만큼 노래보다는 귀에 꽃히는 공연과 감칠맛 나는 연주가 많이 나온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나눠진 영화전개 과정도 파노라마 같은 풍광 때문에 흡입력을 높인다.
'꿈의 공장'에서 찍어낸 화려하게 채색된 스크린이 환상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꿈과 행복'이라는 주제의식도 선명하다. 젊은이에게 친절한 나라는 없다. 미국이라고 청년들이 손쉽게 로망을 현실로 바꿀수 있는 신데렐라의 나라는 아니다. 미아는 커피숍에서 서빙하며 6년째 배우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늘 실패의 연속이다.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무도 듣지 않는 클래식 재즈를 연주하는 세바스찬에게도 현실의 벽은 높다. 그래서 오로지 돈 때문에 인기그룹의 키보드를 연주하는 세션맨이 된다. 그들이 고집스럽게 꿈을 가꾸어나갈 수 있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내일이 없고 오늘만 있는 '삼포세대'의 우울한 자화상은 '천사의 도시' LA라고 다를 게 없지만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은 결말이다. 미아는 다른 남자를 만나 배우로서 안락한 삶을 산다. 세바스찬은 재즈카페 사장으로 직접 연주도 한다. 나름 꿈을 이뤘지만 그 성취를 함께 누리지는 못한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카페를 우연히 찾아온 미아를 위해 'Epilogue'를 연주하면서 미아와 행복한 삶을 상상한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한곡 더 듣고 가자는 남편의 제의를 뿌리치고 일어나는 미아(아마 한곡 더들었으면 못일어났을거다), 카페를 떠나며 뒤돌아보는 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세바스찬. 그 사이에 스치는 눈빛은 공허하고 처연하다.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영화리뷰.
첫댓글 피아노 연주가 귀에 쏙 들어오는 영화였는데,, 젊어서 이쁘고 꿈이 있어 행복했던 영화인거 같아요,, 해설을 들으니 다시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봤군요.. 음악도 좋지만 영상미도 뛰어나죠.. 참 따뜻하고 애뜻한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