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전문가 운아 스님의 보약밥상 세 번째는 ‘오방색 아름다운 우리 음식’이다. 긴긴 겨울밤,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천연 가루로 색을 낸 반죽으로 떡을 빚어 새해 첫날 상차림을 준비해보자. 백년초・치자 등을 넣어 만든 소박한 우리 음식, 눈으로 먼저 즐기고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아름다운 색을 낼 때 사용하는 천연 가루
“우리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요. 색이 조화로운 음식을 보면 금세 입에는 침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법입니다. 연잎과 백년초, 치자로 색을 낸 음식은 보는 즐거움은 물론, 청색과 붉은색, 황색의 기운이 어우러져 몸을 보하는 데도 그만입니다. 이처럼 밥상에서 색을 찾는 것은 몸에 맞는 약을 찾는 일과 다름이 없습니다.”
- 사찰음식 전문가 운아스님
● 도토리가루 수제비?칼국수 등 밤색을 낼 때 사용한다. 도토리는 빻아 물에 충분히 불려 떫은맛을 없앤 후 갈아서 사용해야 한다. 껍질을 분리한 뒤 맷돌에 갈면 도토리가 곱게 갈리지 않으므로, 물에 여러 번 치대 건더기와 녹말가루를 분리한다. 건더기는 버리고 녹말가루만 햇볕에 말려 가루를 만든다.
● 연잎가루 연잎가루는 사찰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로 가루의 색이 잘살려면 연잎을 살짝 쪄서 말린 후 갈아야 한다. 자칫 뜨거운 김에 너무 찌면 색이 흐려질 수 있으니 찜통에 연잎을 넣고 한 김 오르면 바로 꺼내 바짝 말려 분쇄한다. 곱게 간 가루는 연잎차로 즐겨도 좋다.
● 치자가루 치자는 찬 성질이 강해 음료보다는 음식의 색을 낼 때 사용하는 편이다. 노란색 빛깔이 입맛을 돋운다. 열이 날 때 치자 물을 은근히 우려 아주 엷게 마시면 열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 옥수수가루 생옥수수 알갱이를 준비해 햇볕에 바짝 말린 뒤 분쇄기에 넣어 가루를 만든다. 옥수수가루는 주로 반죽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하므로 분쇄한 뒤 체에 한번 내려 사용하는 게 좋다. 다른 음식 냄새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해 냉동 보관한다.
● 솔잎가루 요리의 색상 내기 외에도 솔향기가 좋아 떡, 다식 등의 요리에도 자주 활용된다. 단, 향이 강하므로 고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솔잎은 생으로 사용하면 향이 너무 진하므로 살짝 쪄 말려야 음식에 사용할 수 있다.
● 백년초가루 맛은 밋밋하지만 색상이 예뻐 별미 요리에 자주 사용한다. 백년초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뒤 최대한 얇게 썰어 햇볕 좋은 날 2~3일간 말린다. 손에 쥐었을 때 아스러질 만큼 마르면 분쇄기에 간다. 백년초가루는 짙은 보라색 빛깔이 나야하므로, 열매는 되도록 잘 익은 것으로 준비한다.
● 율피가루 살색의 율피가루는 은은한 색을 내고 영양소까지 뛰어나 아이들 간식에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밤의 속껍질인 율피를 겉껍질과 분리해 깎은 뒤, 속껍질만 하루 동안 햇볕에 잘 말린다. 건조된 율피는 분쇄기에 갈아 곱게 가루를 낸 후 사용한다.
● 쑥가루 나무에 독성이 오르기 전인 5월 단오 전에 채취한 쑥을 깨끗이 다듬어 본연의 색이 잘 살아나도록 살짝 쪄낸다. 살짝 찐 쑥을 완전히 말려 분쇄기에 갈아내면 사찰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인 쑥가루가 완성된다. 쑥가루를 물에 타 음료 대용으로 마시기도 한다.
(왼쪽) 삼색떡국
재료 현미 1컵, 백년초가루 약간, 채수 3컵, 집간장·볶은소금 약간씩
1 현미는 물에 하루 정도 불렸다 분쇄기에 갈아 체에 밭쳐 곱게 가루를 낸다.
2 ①의 현미가루를 3등분해 2개에는 쑥가루와 백년초가루를 각각 넣고 1개에는 현미가루만 두어 각각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송편처럼 반죽해 방앗간에서 3가지의 떡가래를 만든다.
3 채수를 끓이다가 떡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집간장과 볶은소금으로 간한다.
(오른쪽) 삼색밀전병
재료 밀가루 2컵, 비트 1/2개, 완두콩 1/2컵, 치자 2개, 새싹채소 약간, 물·볶은소금·포도씨유 약간씩
겨자소스 파인애플 1조각, 연겨자 2큰술, 레몬즙 1큰술, 볶은소금 약간
1 비트와 완두콩은 각각 믹서에 곱게 갈아 체어 걸러 즙을 만든다. 치자는 반으로 가른 뒤 약간의 물을 넣고 즙을 우린다.
2 밀가루를 3등분해 각각 ①의 비트즙·완두콩즙·치자즙을 넣고 물과 볶은 소금을 더해 반죽한다.
3 팬에 포도씨유를 약간 두르고 ②의 전병 반죽을 덜어 색상별로 얇게 부친다.
4 믹서에 겨자 소스 재료를 넣고 곱게 갈아 소스를 완성한다.
5 그릇에 ③을 색상별로 얹고, 취향에 따라 새싹채소를 얹은 뒤 소스와 함께 낸다.
오방색 만두
재료 밀가루(중력분) 4컵, 검은콩 1컵, 무 1/4개, 비트 30g, 시금치 한 줌, 치자 2개, 물 적당량
만두 표고버섯·당근·애호박·죽순 30g씩, 김치 1/4포기, 두부 1모, 땅콩가루 3큰술, 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볶은소금·포도씨유 약간씩
1 검은콩은 물 1컵을 붓고 삶아 국물만 밭고, 무는 강판에 갈아 즙을 낸다. 비트·시금치는 각각 믹서에 물을 넣고 곱게 갈아 체에 내려 즙만 준비한다. 치자는 반으로 자른 뒤 물에 담가 즙을 낸다.
2 밀가루는 체에 내려 5등분해 각각 준비한 검은콩즙·무즙·비트즙, 시금치즙·치자즙을 넣어 오색 만두피 반죽을 만든다.
3 표고버섯은 물에 불렸다가 잘게 다져 팬에 포도씨유 두르고 볶아 소금 간하고, 당근·애호박·죽순도 잘게 다진 후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볶아 소금 간한다.
4 김치는 물기를 짠 후 송송 잘게 다지고 두부도 물기를 제거해 볶은소금으로 간한다.
5 볼에 3, 4의 재료와 땅콩가루를 넣고 고루 섞은 후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맛을 내 소를 만든다.
6 오색 만두피 반죽은 적당량 덜어내 밀대로 얇게 밀고 동그랗게 찍어 만두피를 만든 후 2/3를 5의 소로 채우고 모양을 만든다.
7 김 오른 찜통에 면 보자기를 깔고 만두가 서로 붙지 않게 넣어 20분 정도 찐다.
“요리 한 품 속에 다섯 가지 오방색, 봄·여름·가을·겨울의 색이 들어 있으니 우주 만물이 이 속에 있습니다.
한의학 고서에 따르면 음양오행이 다섯 가지의 색깔과 맛, 그리고 오장육부의 신체 건강까지 아우른다 하니, 음식의 색은 곧 생명과도 같습니다. 봄의 청색은 신맛이 나며 간장을 다스리고, 여름의 붉은색은 쓴맛이되 심장을 보살피고, 가을의 흰색은 매운맛으로 폐를 돌봅니다. 겨울의 흑색은 짠맛으로 신장을 살핀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사찰음식 전문가 운아 스님 -
1 삼색경단
재료 찹쌀가루 3컵, 흑미가루 1컵, 옥수수가루·완두콩 1/3컵씩, 물 1/4컵, 꿀 4큰술, 잣가루 1/2컵, 볶은소금 약간
1 찹쌀가루는 체에 밭쳐 곱게 가루를 낸다.
완두콩은 볶은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 껍질을 벗겨 으깬다.
2 ①의 찹쌀가루를 3등분해 흑미가루·옥수수가루 으깬 완두콩을 넣고 섞는다.
3 세 색상의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찰기나게 치대 익반죽한 후 직경 2cm 크기로 동그랗게 경단을 빚는다.
2 홍시주스
재료 홍시 2개, 레몬즙·꿀 1큰술씩, 민트잎 약간
1 홍시는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냉동실에 과육만 얼린다.
2 믹서는 ①의 홍시와 레몬즙, 꿀을 넣고 간다.
3 잔에 ②를 붓고 그 위에 민트잎 한 장을 띄운다.
3 삼색주먹밥
재료 백년초가루·치자가루·연잎가루 1큰술씩, 밥 2공기, 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볶은소금 약간
1 준비한 밥에 참기름과 깨소금, 볶은소금을 넣고 잘 버무린다.
2 버무린 밥을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뭉친다.
3 ②를 3등분으로 나눠 각각 백년초가루·치자가루·연잎가루에 굴려가며 고루 묻힌다
기자/에디터 : 황여정(자유기고가) / 사진 : 이지아
첫댓글 천연색소로 만든 음식이 색이 곱고 입맛도 돋우는것 같아 좋은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