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오랫만에 만나는 비가 휴일의 아침 아홉시에 마당을 촉촉히 적시며 내린다.
창 밖 풍경에 눈길을 둔 마음은 참으로 평안하다.
지난 오월초에 장에 나갔다가 쌈 채소 등 모종을 파는 좌판에서 좀처럼 찿기 쉽지 않았던 조롱박 모종 네포기를 사서는 열매를 메달기나
할까 몰라 반신반의하며 화분에 심고는 물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선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메달았다.
내 눈엔 분명 주렁주렁 메단것 같은데 이름이 그러하니 조롱조롱 메달았다 하는게 옳을것 같다.
비록 덩굴은 많이 뻗지 못하였지만 무더위속 콘크리트 마당에서 제법 싱그러움을 제공해 주었으니 제 값은 했다.
더더욱 풍성 하지는 못하지만 스무개 넘게 열매를 맺었으니 분명 투자대비 이득을 봤다 할만하다.
익은 후엔 바가지를 서너개 만들어 수확의 기쁨도 맛 봐야겠다.
아내는 조롱박도 먹을수 있느냐고 묻곤했다.
그러나 내겐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다.
내가 조롱박을 심은 이유는 관상용이었고 예전엔 술이나 물을 담는 병이나 바가지로 이용하려고 심었을것 같다.
먹을수는 있겠지만 맛이 없거나 육질이 먹을만큼은 않돼서 식용으로 재배하지 않았을수도 있겠다.
실망한 아내를 위해서 내년엔 단호박을 심어 주겠다 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 질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어쩌면 단호박 대신 토마토를 화분에 심어 덩굴을 올리고 마당에 그늘을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계획에도 없이 너무 늦은 시기에 땅도 아닌 화분에 심다보니 덩굴이 타고 오를 자리도 대충 만들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시골 스럽다.
그것은 집에 있던 각목 몇 개에 나이론 줄로 얼기설기 짜집기하듯 만들었으니 볼품이 너무 하다할 정도로 빈약하다.
그러나 나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 눈엔 조롱조롱 메달린 박만 들어 왔던지 예쁘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서로 보는 관점이 달라 흉과 허물이 감춰 지기도 한다.
물론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만들었다면 어쩌면 부족하거나 나쁜점만 보였을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과시욕으로 꾸며지는 조경 보다는 소박한 조경이 좋다.
값비싸고 좋은 재료로 파고라를 만들고 거기에 능소화나 등나무 등을 심는것도 좋겠지만 식물을 지탱해 줄만하면 어떤 재료든 상관없고
그것에 단호박이던 호박이던 오이던, 포도, 토마토 등등 먹을거리를 심는것도 좋다 생각한다.
내 생각이 너무 시골 스러워선지 몰라도...
첫댓글 ㅎㅎㅎㅎ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
언제나 상황에 맞게 뭔가 해결해내시는 능력도 정말 뛰어나시구요.
무설재 또한 다양한 야채와 과일 덕분에 폭염에 시달린 여름나기를 잘 해냈습니다.
이젠 가을 모종을 심어야 할 때...
오랫만에 눈에 들어 온 조롱박이 사랑스럽네요~!
물론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고 나중에 쓸모있는 효용에
참 대견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두고두고 들겠어요~! ^ ^
올해도 아이들을 위한 풀장과 그늘막을 만드셨는지요?
단순한 생각이지만 그늘막 대신 조롱박이나 수세미로 그늘을 만들면 어떨까해서요.
계단의 폭이 제법 넓은데 교회 벽면쪽으로해서 1/3폭쯤 방울토마토를 심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번 놀러 오셔서 지혜를 나누어 주셨음 합니다~!
교회옆 놀이터를 놀이터 안전 시설법인지 뭔지 때문에 모두 철거했거든요~!
안그래도 놀이터 있던 곳을 어찌 손대나 싶네요~!
물놀이 장은 올해도 만들었는데 말씀하신 수세미나 조롱박 그늘막은
제 상상으로는 그림이 안그려지네요~!
쉬시는 날 한번 오셔서 멋진 아이디어로 조언 좀 해 주세요~! ^ ^
조롱박을 저렇게 올리니 참 보기 좋아요.
우리 집에 자라는 조롱박은 그냥 땅 위를 기고 담을 감고 올라갑니다.
제게 아주 맛있는 단호박 씨앗이 있는데 초선님 보내드릴까요?
사모님을 위해서 꼭 내년엔 단호박을 심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