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국가직 7급 최종합격자 좌담회
합격의 비결 "여기 다 있네"
최종합격자가 대부분 발표되는 겨울은 수험생들에게 ‘운명의 수레바퀴’와도 같은 계절이다.
2013년을 한 달 가량 남겨둔 지난달 26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노량진 수험가에도 운명적인 겨울이 찾아왔다.
국가직과 서울시 9급 등 면접시험과 최종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많은 수험생들이 운명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승리’의 카드를 먼저 집어든 이들이 저마다의 합격 비법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2014년 합격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위해 공무원저널이 마련한 ‘국가직 7급 합격자 좌담회’에 참석키 위해서다.
아모르이그잼학원 헌법전임 채한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권현진(일반행정), 김민지(일반행정), 심석용(일반행정), 소성은(우정사업본부), 이동훈(외무영사), 조은정(외무영사), 유병규(방송통신) 등 7명의 최종합격자들이 함께했다.
“대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은 노력가”라는 말처럼, 임용을 앞두고 열린 예비소집 등 제각기 바쁜 개인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얼굴에는 합격의 기쁨이 자연스레 묻어나왔다.
2013년 최고의 결실을 맺은 이들에게, 해피엔딩이지만 뻔하지 않고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함이 있는 합격이야기를 들어본다.
◆ 전략, 합격을 여는 열쇠
사회 : 수험생들 입장에선 합격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가장 궁금해 할 것 같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렸는지, 수험기간이 길어졌다면 어떤 요인이 수험기간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얘기해주면 좋겠다.
조은정 : 3년 반에서 4년 정도 걸렸다. 장수의 이유로는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공무원 시험은 객관식 문제인데도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꼭 100점을 맞아야 합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략과목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현진 : 수험기간은 2년 반 정도 걸렸다. 처음에 공부할 때는 기본서만 공부하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기본서만 계속 반복해서 봤는데 1년을 준비한 뒤 시험을 보고나서야 문제풀이도 많이 공부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 문제풀이 강의를 들었고 다양한 형태로 개념이 적용되는 것을 익히면서 점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사회 : 다양한 문제풀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장수생의 경우 보통 기본서만 공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풀이 강의를 통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 공무원 시험은 기출문제에서 60%가 나오기 때문에 출제위원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동훈 : 합격까지 6개월이 걸렸다.
사회 : 최단기로 합격한 수험생이 바로 여기 있다. 아마 외무직 합격생들 중에선 가장 빨리 합격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비결을 얘기해달라.
이동훈 : 어떻게 보면 올해는 관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0.2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비결을 얘기한다면 7과목 전체에 신경을 쓰기보다 전략과목을 확실하게 정한 것이 주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스페인어의 경우 학부 전공과목이었기 때문에 전략과목으로 삼기 용이했고 영어도 나름대로 자신 있는 과목이어서 주로 모의고사와 문법 문제를 고정적으로 풀었다. 국어는 한자나 한시 문제는 좀 어려웠던 탓에 어법에서라도 점수를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해봤지만 양이 너무 많아 중간에 국어는 어느 정도 포기를 했다.
하지만 스페인어와 영어, 국사에서 고득점을 맞아서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과목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한 것이 합격으로 이어졌다. 7과목 전부를 다 잘하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면 6개월 만에 합격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소성은 : 영어에서 과락을 간신히 면한 45점을 받았지만, 헌법은 100점을 맞았고 다른 과목도 2개 이상 틀리지 않아 만회가 가능했다. 영어와 경제학을 제외하면 평균 91점이었다. 7급의 경우 과목수가 9급에 비해 많기 때문에 특정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과목을 잘 보면 만회할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9급보다 쉽다고 할 수 있다.
사회 : 정리하자면, 이들 모두 전략적으로 접근을 잘한 셈이다. 7급의 경우 한 과목에서 실수를 해서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도 다른 과목에서 만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9급보다 쉬운 편이다. 영어가 변수라고들 많이 얘기하지만 사실 영어가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다.
◆ 열정과 긍정, 그리고 체력
김민지 : 합격까지 2년 4개월 정도 걸렸는데 학원 조교로 아르바이트를 6개월 정도 하면서 생각보다 수험기간이 길어졌다고 본다. 파트타임이라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일을 하다보면 하루에 기껏 공부해봐야 5시간 정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습흐름이 끊기게 된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공부에만 완전히 집중할 것이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면서 기본적으로 하루 10시간 이상씩은 공부했다.
소성은 : 동감한다. 전역을 하고 난 뒤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가 죄송해서 1년 정도 학원 조교로 알바를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부차적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일이 주가 되면서 공부는 부차적인 게 돼버리더라.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수험기간도 늘어났다. 그래서 시험을 준비했던 지인들에게 처음부터 알바를 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아놓은 뒤에 공부에 전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주경야독은 좋은 말이지만 공무원 시험은 10시간~13시간 정도는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수험생 중에 일을 하면서 합격하는 사례는 현실적으로 열 명 중 한 명 정도 나올까 말까라고 생각한다.
심석용 : 합격까지 2년 반 정도가 걸렸는데 수험 도중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파 6개월에서 8개월 동안은 아예 공부에서 손을 떼야 했다. 체력 때문에 수험생활이 길어진 만큼, 공부 뿐 아니라 체력관리도 수험생들이 신경써야할 부분 중 하나라고 본다. 운동하는 시간 한 두 시간이 아깝다고 아예 안하게 되면 나중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뺏기게 될 수도 있다.
학원에 너무 의존한 것도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학원 강의에서 얻은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자기주도 학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에, 수험생활이 다소 길어졌다고 생각한다.
사회 : 매우 중요한 얘기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가 있다. 열정, 긍정, 그리고 체력이다.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안 뒤에는 그것을 꼭 내 지식으로 만드는 열정이 필요하다. 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 운동을 거의 안한다. 때문에 노량진 근처에서 자취하는 수험생들에게는 학원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지를 구하도록 조언하고 있고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버스로 3정거장 정도 전에 내려서 걸어오라고 얘기하고 있다. 체력관리는 규칙적인 수험생활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 9급 응시, 독일까 약일까
사회 : 7급 수험생들 중에서는 9급 공무원 시험도 같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응시해본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조은정 : 외무직을 준비하긴 했지만, 행정법 한 과목만 더 공부하면 9급 출입국관리직도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이 준비한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정치외교 쪽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무직이 다소 부담이 돼 출입국관리직을 생각했었다. 나중에 7급으로 방향을 바꾼 뒤에도 행정법까지 포함해서 총 8과목을 공부했다.
작년의 경우는 9급 시험이 7급보다 먼저 있었는데 0.5점 차이로 9급 시험에서 불합격하다보니 후유증이 그 다음 시험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행정법을 추가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항상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9급 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7급 시험에만 집중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본다.
소성은 : 7급과 9급 시험을 같이 준비하면 당장 가까운 시험에 학습계획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원래 자신이 목표했던 계획들이 틀어지게 된다. 게다가 아무리 9급이라지만 실전인지라 채점해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봐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실전은 어떻겠나. 정 응시하고 싶다면 모의고사를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9급 시험에 임할 배짱이 있는 경우에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회 : 어떤 학생들은 9급 시험을 국가직, 서울직, 지방직까지 해서 3번이나 본다. 7급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합격을 위해서라도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굳이 경험을 쌓고 싶다면 9급 국가직 시험을 모의고사 보듯 한 번만 보는 것이 좋다. 그 점은 합격생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 누구나 약점은 있다
사회 : 공부하면서 각자 제일 어려웠던 과목이 있다면 무엇인가.
심석용 : 행정학이 제일 어려웠다. 처음엔 이론 강의에 의존을 많이 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 후 기출문제 풀이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기출문제를 푸는데 시간을 할애했더니 점수가 잘 나오기 시작했다.
또 시험보기 두 달 전부터 독서실에서 실전처럼 오전 9시부터 20분간 노트를 보고 그 후 노트를 집어넣고 40분 동안 명상을 한 뒤 오전 10시부터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었다. 그날의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일 연습을 한 것이 행정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의 점수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동훈 : 외무직은 국제정치학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정치학은 해마다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추가로 공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자꾸 찾아보면서 불안해하기 보다는 시험 두 달 전부터는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는 요론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이 더 도움이 됐다.
유병규 : 통신론이 어려웠다. 비전공자다보니 전공자들은 나보다 더 잘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공서를 몇권 사서 꾸준히 읽으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자신감도 생겼다. 동시에 동영상강의를 통해 보충을 한 덕분에 합격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웃음)
◆ 면접 불합격, 남의 일 아냐
사회 : 선발예정인원의 126%가 필기에서 합격한다. 개별면접과 PT면접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결정하고 나머지 26%가 떨어지기 때문에 예전보다 면접의 비중이 커졌다. 합격자들은 어떻게 면접을 준비했나.
심석용 : 개인적으로 면접을 필기시험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14시간 동안 PT연습을 계속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면접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터디를 잘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수험카페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구하는 것보다는 학원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구성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소성은 : 면접은 스터디가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평소 면접울렁증이 있는데 면접 준비 첫날 “이렇게 하면 떨어진다”라는 선생님의 지적을 듣고 면접을 안일하게 봤던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면접 스터디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면접 준비는 ‘적극성’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지인들을 보면 필기는 평소 10시간 이상씩 공부했으면서 면접은 두 시간 정도 준비하고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최종합격 문자를 받기 전까지 시험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해선 안된다.
조은정 : 면접은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PT면접에서 생소한 주제가 나와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틀을 잡아서 마무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발표 후에는 면접관들로부터 PT내용이 다소 논점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최선을 다해 답변하려고 했던 자세를 좋게 보신 것 같다.
◆ 합격문, 의지를 갖고 두드리길
사회 : 끝으로 수험생들을 위해 한 마디 한다면?
심석용 : 기본강의 3, 기출문제 풀이강의 7의 비중으로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니 꼭 참고했으면 좋겠다.
조은정 : 이 길을 선택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전략을 세워서 가급적 단기합격 할 수 있길 바란다.
김민지 : 외롭게 공부하는 것을 즐겼으면 좋겠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홀로 있어야 공부할 수 있고 공부에 집중해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는 법이다.
사회 : 공무원 시험은 의지를 갖고 끝까지 두드려야 한다. 이번 좌담회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이 합격의 길을 걷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 참석해준 합격생 여러분과 자리를 마련해준 공무원저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공무원저널이 앞으로도 수험생들을 위한 알찬 수험정보를 전달해주는 전문매체로 꾸준히 성장하길 바란다.
취재 = 신희진 기자, 남미래 기자
출처 : 2013.12.03. 공무원저널 5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