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이번 추석 연휴는 길어도 너무 길다. 맛있는 한가위 음식도 질려서 더이상 쳐다보기도 싫을 때 슬슬 문밖을 나서면 된다. 마침 가볼만한 식당이 있다면 더욱 좋다. 고향이 전라북도나 전주, 곡성 쪽이라면 전북 남원에 들러 구수한 추어탕 한그릇 하면 기름진 혓바닥의 ‘입씻김’에 좋다. 추어 튀김도 있고 채소와 함께 쌈을 싸는 숙회도 있다. 그쪽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물좋고 산좋은 전북 남원시를 가르는 요천 앞 ‘추어탕거리’엔 3대째 경영하는 할매 추어탕이 있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노닐던 광화루원과도 가까우니 한번 구경삼아 다녀오기도 좋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추어튀김을 그냥 준다. 남원 할매추어탕.
미꾸라지(미꾸리 포함)는 가을을 뜻하는 추(秋)자에 고기 어(魚)를 붙인 ‘추어(鰍魚)’라 따로 부른다. 서울, 원주, 청도 등 전국 어디에나 특산 추어탕이 있을 정도로 농경사회에 친숙한 허드레 민물고기가 감히 ‘추어탕’이란 제 이름을 가졌을 정도니 얼마나 출세한 고기인가.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이다. 추수 전 물을 빼면 많이 잡히는 미꾸라지는 가을에 살을 찌워 겨울에 동면을 하는 습성이니 그야말로 전어, 방어와 함께 ‘가을 제철생선’의 으뜸이다.
남원 할매추어탕
남원식 추어탕은 통통한 미꾸라지를 갈아 뼈를 뺀 후, 된장 국물에 고랭지 무청 시래기를 넣고 팔팔 끓여낸 걸죽한 국물이 매력이다. 한그릇 먹고나면 과연 몸이 팔딱팔딱 살아난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식약동원의 보양식이다.
맛도 좋다. 콩이 좋고 물이 맑은 남원의 된장 국물은 구수하고 보드라운 추어살과 함께 잘도 어울린다. 칼칼한 고추를 넣어 밥을 말면 땀이 쑥 빠지며 입맛이 돈다. 걸죽한 국물에 만 밥을 싹싹 비우면 그새 벌써 새로난 기운이 솟는 듯 하다.
남원 할매추어탕 추어 숙회는 쌈을 싸며 술 한잔 곁들이기 딱이다.
할매추어탕은 갈아낸 미꾸라지 뼈를 세 번 이상 걸러내 씹을 때 걸리적 거리는 가시가 전혀 없어 식감이 매우 좋다. 미꾸라지는 물론, 마늘부터 고추가루까지 죄다 국내산을 써 불쾌한 아린 맛이 전혀 없다. 작은 미꾸라지를 튀겨낸 튀김도 서비스로 차려낸다. 통마리 추어에 채소와 버섯, 미나리를 올려 지글지글 볶아낸 숙회는 안줏감으로 최고다. 추어탕 9000원. 숙회 3만~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