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면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짧지 않은 세월이라 한 세대라고 표시됩니다.
그 동안 적잖은 선생님들이 유명을 달리 하셨지만
그 때 소나무의 푸른 기운은 무심천을 출발, 미호강, 금강을 거쳐 오늘도
서해로 힘차게 흘러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창립 당신 십여 명의 회원은 현재 수십 명으로 늘어난 양적인 팽창은 물론
회원 전원이 중앙 유력일간지 신춘문예를 비롯하여 각종 문예지 등단으로
명실상부한 시조시인 단체로 부상하였습니다.
-정형석 충북시조시인협회장 발간사 <창회 30년을 넘어 중심에 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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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행사 중/ 김선호
짓다 만 건물 벽에 현수막 펄럭인다
자금이든 기술이든 미완의 애물단지
살아갈 집을 짓다가 놓친 게 있나 보다
그런 집을 겁도 없이 몇 채나 지었구나
익지 않은 시어들을 우격다짐 밀어 넣고
번드레 시집이라고 눈꼴시게 나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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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정형석
울지는 않았다 모진 풍랑 몰아쳐도
구릿빛 이두박근 어금니 앙다물며
오로지 항구를 안은 어기찬 아버지였다
웃을 수 없었다 잔잔한 훈풍에도
애면글면 마음 졸이고 밤낮으로 물 바라기
온전히 뭇 배를 품은 자상한 어머니였다
한 눈 팔지 않는다 잠시 잠깐 한 순간도
물마루 어질머리 아찔한 현기등 딛고
그예는 뭍과 바다를 지키고 선 '남매이다
* '은 항구를 마주 보고 선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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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열려 있는 문/ 노영임
언제나 내 방문은 약간 열려 있다
지나는 누구라도
삐끔,
들여다보곤
뭐해요?
말 걸 수 있게
마음도 이쯤만 열어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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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윤현자
많은 것, 대단한 것
원한 적이 없다고
한 줌 흙, 한 평 하늘
한 올 바람이면 된다고
민들레
보도블록 틈새에
노란꽃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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