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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홍성전통시장사람들☆]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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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홍성전통시장사람들상인스토리북]
구재기 외 / 도서출판좋은땅(2013.04.19)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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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피는 꽃
홍성전통시장에서 부르는 노래
장터에서
이현조
장날이라 장에 가는 게 아니다
알듯모를 듯 낯설지 않은 사람, 사람들
홍성장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할매 같은 꽃
찔레 같은 꽃
민들레 엉겅퀴 개망초 패랭이 달개비
사람이 꽃인지 꽃이 사람인지
장터국밥 장터국수 한 그릇 막걸리 한 사발에도
꽃이 피어나고
어깨를 스쳐가는 낯모르는 꽃잎에서도
새록새록 향기가 흩날리는 홍성 장
그곳에 가면 내가 있다
혼자가 아닌 내가 있다
누구나 꽃이 되는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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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식당
순옥씨의 장단
이현조
낳았느냐, 낳았느냐, 낳았느냐
하늘이 안부를 물어 삼문三門이라는
그이와 한 마을에 태어나
나도 큰 스승이 되고 싶었다
나이와 같은 세월 54년
꿈 대신 논농사 밭농사 자식농사에
한 번도 노은리1)를 벗어나 살아본 적 없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몸무게는 물론 삶의 무게까지 짊어진
허리 하나쯤 부러지고
썩어가는 오장육부 하나쯤 덜어내기 전, 까지는
정말 불편함이 없었다
고장 난 몸으로 더는 농사를 모실 수 없어
장터에 솥단지 하나 걸어 놓고
상실과 절망을 소뼈처럼 우려내며
썩어가던 오장육부 사이사이 실핏줄처럼 흐르던
그 소리를 듣기 전, 까지는
참말 불편함이 없었다
깽깨갱 깽깽
머리가 깨지고 살갗이 찢어지던 그 소리가
장국밥 뚝배기에서도 끓고
돼지찌개 양은냄비에서도 끓고
나를 살게 하는 목숨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불편하였다
질긴 목숨 이 한 목숨 덤이 되어서야
들숨날숨 같은 장단을 골라
이천마디 모든 뼈마디가 오장육부가
덩실덩실 춤사위로 제자리 고를 때
정말 나는 불편하였다
시골 아낙의 손맛이 살아있다
산골식당 장순옥
오전 8시 가게 문을 열며 육수를 끓이기 시작해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 끓인다. 그게 다음 날 장사할 육수다. 그걸로 하루 장사하고 옆에선 다음날 장사 할 육수를 다시 끓인다. 양념이나 쌀 같은 대부분의 음식재료를 집에서 갖다 먹고, 야채가 부족할 때만 시장 내 야채집에서 사다 쓴다.
산골식당 장순옥 씨 가게는 다른 여느 식당과 비슷한 풍경이지만, 한우육선 경매투어에 참가했던 관광객들로부터 크게 호평을 받았다. 산골식당의 주 메뉴는 비빔국수와 돼지찌개, 올봄부터 시작한 한우육선 상차림.
시장에서 봤을 때 그리 튀는 메뉴도 아니다. 그런데 맛의 비결이 뭐기에 사람들이 그리 좋아할까.
뭔가 큰 기대를 갖고 답을 기다려보니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될 수 있으면 음식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고 즉석에서 상을 차려낸다는 것.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즉석에서 차려내는 음식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산골식당은 직접 담근 간장에 양파를 갈아 넣는 등 자연 양념을 많이 쓰고 조미료는 거의 넣지 않는다. 손님들이 원할 경우엔 조미료를 따로 준다. 자기 집에서 먹는 것 같고 정성이 흠뻑 들어있으니 손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12년 전 장터로 나와 산골식당을 연 장씨는 그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식당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말해주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손님을 만날까?’하는 기대감으로 그녀는 매일 아침 지친 몸을 이끌고 식당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온종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식당일을 할 만큼 몸이 온전치 않다. 식당을 연 이유도 건강 때문이었다. 홍북면 노은리에서 태어나 54년을 살아온 장씨는 노은리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결혼을 했고, 논농사 밭농사와 더불어 자식농사까지 지었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논농사, 밭농사에 자식까지 키워냈으니 몸이 성하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 결국 12년 전 허리수술을 받았다. 그 몸으로 더는 고된 농사일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노는 일은 바지런한 그녀에겐 상상도 못할 일. 그래서 궁리 끝에 산골식당을 열었다.
그렇게 식당을 했지만 4년 전 딸을 먼저 가슴에 묻었고, 어머니 모시느라 3개월가량을 쉬었다. 정확히는 식당 문을 닫았었다. 어쩌면 그걸로 식당은 끝났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단골손님들이 손맛 좋은 그녀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결국, 시장조합 B동에 다시 식당을 열었다. 그러나 건강문제는 계속 그녀를 따라다녔다. 지난해엔 암 수술까지 받았다. 상실감과 절망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래도 식당을 놓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손님들과 만나는 정情 때문이었고, 수술 후 접하게 된 풍물 때문이었다. 전에는 듣기도 싫었던 풍물소리가 수술 후엔 귀에 속속 들어왔고, 상인풍물패 서대권 회장에게 가입시켜 달라고 떼를 써서 풍물을 배웠다. 그리곤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면 으레 풍물을 하고 있다. 대신 일요일 날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보살피면서 손님들과의 교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정 형편상 그러지를 못했죠. 홍성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등록도 했는데 농사짓고 소 키우느라 시간이 없어 못 닺녔어요. 그런 제 소망을 익히 알던 딸이 선생님이 돼 제 소원을 풀어줬어요.”
장씨는 그런 딸이 대견한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도 그녀의 일상은 똑같다. 육수 끓이고 반찬 만들고 12년이 한결같다. 대충하는 법도 없다. 그 한결같은 삶의 자세 덕에 그녀의 음식 맛이 그리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내공이 음식 맛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시골 아낙의 손맛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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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농산물
천하장사야채장수 부부
최철
새벽 두 시
세상은 아직
어둠에 묻혀있건만
두 부부는 또 하루를 연다
신선한 물건 찾아
떠나는 저 멀리 도매시장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때론 극기 훈련 같고
때론 끔직한 생활 같지만
부부금실 엮어주는 생활여정
겸손과 상냥함 가득 바깥 사장님
동네 천하장사 안 사장님
그리고
귀한 보물 서경이
백년가약 맺고 돌아온
금마면 마사마을에서
부모님 농사일 도와주며
애써 키운 자식 같은 배추 팔러 나갔다가
인연이 된 장사인생
사는 곳이 좋아 금마야채 하려다
금마차 술집 같아서
붙여진 일일농산물
농사짓고
구매하고
유통은 남편 몫이고
판매하고
재고정리
회계는 부인 몫이고
귀염 주고
웃음 주는
재롱은 아이 서경이 몫
지난해 벌어진
장터난장씨름대회
마른체구 그녀
모든 상대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 거머쥐어
동네 천하장사 되었다
일일농산물 찾는 사람들
그녀의 우승소리 듣고
야채다발 실어 달라 하고
채소박스 내려 달라 하니
이젠 그녀 영락없이 천하장사 되었다
뒤에서 지켜보며 싱글벙글
천하장사 마누라 있어
오늘 손님도 그녀 찾으니
힘 덜 써 좋아라 웃는 남편
며칠 전
바쁜 장사 잠시 잊고
아픈 서경이 데리고 병원 갔다
작은 종양 발견되어
치료받게 되니 천만다행
어여쁜 서경이는
엄마아빠 희망이고,
착한 두 부부 행복한 삶은
어여쁜 서경이의 희망이 되니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행복 한 가득
희망 한 가득
담아가는 천하장사 된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합니다”
일일농산물 박승일, 가선숙
매일 극기 훈련?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 끔찍한 일을 일일농산물 박승일, 가선숙 부부는 12년째 하고 있다. 남편 박씨는 인간이 가장 졸린 시간대라는 매일 새벽 두 시 반에 홍성에서 출발해 대전 도매시장에서 신선한 물건을 떼고 돌아와 장사를 하고, 아내 가씨는 초등학교 1학년 막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 후 종일 가게를 지킨다. 365일 거의 쉬는 날 없이. 그래서 부부는 이런 야채장사를 극기 훈련이라고 칭했다. 시장 내 다른 가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도매, 소매개념이 사라지면서 도매시장 경매에서 좋은 물건을 받아와야 장사가 돼요.” 바쁜 일을 끝내고 잠깐 눈을 붙였던 박씨는 거슴츠레 눈을 뜨고 극기 훈련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그래도 부부가 하니까 서로 피곤할 때 쉴 수 있어서 좋아요.” 극기 훈련 과정에서 부부의 금실은 더욱 좋아졌다. 이들 부부는 새벽부터 밤까지 종일 같이 일하다 보니 이제는 눈빛과 표정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정도가 됐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은 시장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극기 훈련의 시작은 작은 효심에서 시작됐다. 금마면 마사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일을 거들겠다고 1995년 결혼 후 군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금마로 돌아왔다. 농사짓는 일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애써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애써 키운 배추를 사가는 사람이 없자, 시부모님이 시장에 갖다 팔아보라고 하신 게 이 일의 시작이었어요.” 가게 이름은 박씨의 사촌 형이 지어줬다. “원래 금마 야채라고 하려고 했더니 ‘금마차’랑 발음이 비슷해 술집 분위기가 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일일농산물이에요.” 작명 이유가 재미있다. 일을 시작하고 남편 박씨는 농산물을 직접 키우면서 구매와 유통을 담당하고 있고, 부인 가씨는 판매와 재고관리, 회계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면 네 사람이 일을 해야 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물건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없어, 인건비 아끼느라 둘이서 해요. 그러다 보니까 더욱 힘이 들어요.” 얘기를 하던 가씨는 단골손님이 오자 싱긋 싱긋 웃어가며 물건을 골라준다. 힘들어도 웃어야 하는 게 장사. 새벽부터 몸을 썼으니 힘들어 짜증도 낼 만한데. 부부는 웃는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합니다. 같이 있으면 든든하고, 어려운 것 다 도와주고, 간혹 싸우다가도 손님이 오시면 방긋 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싸움이 짧을 수밖에 없어요. 다만 아이들에게 제때 맛있는 밥을 해주지 못하고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해도 남는 건 많지 않다. 품질경쟁,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익을 많이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에서 고추 5만 원어치를 사오면 보통 5,000원 마진을 붙어야 하는데, 5만 2,000원에 내놓기 일쑤에요.” 남편 박씨는 그래서 손님들이 와서 “홍성 물건 값이 비싸다.”고 하면 이해를 할 수 없단다. “홍성이든 어디든 다 도매시장에서 사다 파는데, 거기다 이익을 얼마나 붙일 수 있겠어요? 오히려 전통시장이 싼 편인데도 손님들이 비싸다고 하면 속이 상해요.” 박씨 말대로 홍성전통시장의 물건 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게 아니다. 신문기사나 통계자료를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오해로 말미암은 상인들의 피해가 보통 큰 게 아니다. 이제부터 전통시장에 들러 다른 데보다 비싸다는 말은 꼭 진짜 비교해 보고 할 일이다. 이 착한 부부가 상처받지 않게. 이들이 극기 훈련에서 낙오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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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흥집
마음 한 자락
- [홍흥집] 윤두진. 오석희 부부님께
구재기
사람과 사람 사이
숨고르기를 하고자 한다면
누구든지 여기에 와서
자나는 바람에
옷자락 하나 흔들리지 말고
마음 한 자리 넉넉히 펼치거라
경배와 헌신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편을 깨닫게 하고
들숨과 날숨 사이를 항상 드나들며
고요한 잠든 시간에 이르러
따뜻하게 내보이는 저 통 큰 가슴들
누구든지 여기에 와서는
가슴 속의 고동소리를 느껴보라
나는 새의 가벼움처럼
좀처럼 뿌리를 보이지 않는
건장한 나무와 같이
높고 깊게 살아가기로 한다면
이제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사람 사이로 번지는 맛
중심에 흐르는 물소리를 아끼며
척추를 바로 세우고
멀리 바라볼 수 있도록
발자국을 크게 남기도록 하라
※ 지복至福의 집 [홍흥집]
40여년을 하루 같이 홍성의 재래시장을 지키면서 뭇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는 [홍흥집] - 윤두진, 오석희 부부는 가게의 문을 열기 전에 우선 마음의 문부터 열어놓는다.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 갈고 닦아오던 길을 생각해보면 벌써 48여년이나 긴 세월을 오직 하나로만 걸어왔으니,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발걸음을 맞아왔던가? 이제 열어놓은 마음의 문안에 들면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따님조차 벌써 따뜻한 손길을 펴놓고 있다. 얼마나 더 긴 세월을 살아갈 것인가는 마음으로도 계산하지 않는다. 다만 “착한가격식당”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보신의 기회를 주려고 할 뿐이다.
48여 년 동안 흐른 땀이 마련해준 4층 빌딩의 가게에서 온 가족이 함께 손님을 맞고 있으니 집세는 물론이요, 인건비도 나가지 않으니 자연 ‘착한 가격’은 손님의 몫이 된다. 또한 온가족이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면서 화목한 손가락 하나하나에 숨어든 정성과 소망으로 고기를 한 점 한 점 찢어 부드럽게 수를 놓듯 하면 그 손길의 맛은 가족의 가슴에서 울리는 고동소리와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로 울린다. 그러하거니와 시원하고 깔끔한 그 보신탕의 맛은 [홍흥집]만의 자랑이다.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것은 [홍흥집]에 냉동실이 아예 없음이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신선함을 자랑한다.
보신탕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삼계탕도 다른 집에서 시켜다 주면 맛이 없다는 손님들의 말에 직접 하게 되자 삼계탕 또한 [홍흥집]의 유명세를 북돋아 주었다. [홍흥집] - 그야말로 보신탕의 명가名家로 넓게 일어서고 있는 복된 집이다. 아니 ‘보신’이라는 복을 넓게 펼쳐주고 있는 지복至福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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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전통시장에서 ‘문화’라는 존재가 언제부터인지 참으로 낯선 단어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장터와 문화는 늘 공존관계였으며,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장터에서의 문화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펼쳐져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해 왔다.
그러나 장터에서 문화가 사라진 이유를 든다면 아마도 텔레비전과 같은 영상매체가 보편화되면서, 이젠 더 이상 장터에서 펼쳐지던 문화 활동은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경제활동이라는 기능만 남게 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듯 경제성장과 발전, 변화 속에서 장터 모습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쇼핑문화가 생기면서 변화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전국의 수많은 장터들이 위축되거나 축소되는 한편, 심지어는 사라졌다. 이러한 새로운 쇼핑문화 변화를 주도한 것은 대형마트이고, SSM이라 부르는 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부터 전통시장에서 문화를 접목시켜 활성화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는 전국의 수많은 전통시장 중에서 21개 전통시장만이 문전성시門傳成市 프로젝트 사업(문화를 통한 전통시장활성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문전성시사업은 경제 및 상업 활동 공간으로 인식하던 그동안의 전통시장 정책과 달리 문화를 관점으로 접근한 새로운 시도였다.
문전성시사업은 건물과 같은 시설을 만드는 사업 중심의 다른 시장정책과 달리, 사람과 사람의 관계형성을 최우선으로 장터에 새로운 활력을 심어주어 활성화를 이루는 방식으로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문화’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눈앞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참여와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홍성전통시장에서 문전성시사업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2년간 진행하였고, 2013년 3차년도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홍성전통시장은 지난 2년간의 문전성시사업을 통해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왔고,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그 중심은 당연히 영원한 홍성전통시장의 주인인 바로 시장상인들이다.
상인회 조직의 발전을 비롯해 부녀회, 청년회의 활성화는 홍성전통시장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한 건강한 생활, 교류와 협력, 그리고 자발적 참여, 이러한 변화가 지금 홍성전통시장에서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이곳 홍성전통 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그분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희망을 담아보고자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이야기들을 여러 시인들의 손에서 다시 아름다운 시詩로 태어났다. 이야기와 시詩가 어우러지는 이 한 권의 책이 우리 홍성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희망이고 삶의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분과 도와주신 분들, 그리고 참여해주신 작가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무엇보다 이야기를 들려주신 50여명의 홍성전통시장 상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이 책에 담아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 홍성전통시장에 문전성시사업의 기회를 주신 김석환 홍성군수님과 문화관광과,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사업단과 컨설턴트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2. 12
홍성전통시장 문전성시 PM/문화연구소<길>소장 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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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장터지기가 되어
문화를 팔기 위해 장터에 들어왔다
야채전에도 팔고
생선전에도 팔고
방앗간에도 팔고
철물점에도 팔고
대장간에도 팔고
장날마다 장을 펼치는 난전에도 팔았다
문화를 나누기 위해 장터에 살았다
떡집 어머님과 나누고
국밥집 할머님과 나누고
과일가게 아버님과 나누고
허름한 장옥주인 할아버님과 나누고
장 구경나온 아이들과도 나눴다
그러다 나는
장을 파는 장터지기가 되었다
오일마다 빈터 찾아 일일 주인ㄷ이 되는 난전상인들을 위해 새벽 찬 이슬을 밟으며 채소 들고 용돈벌이 나온 어머님들을 위해 이른 아침 버스타고 수십년 장 마실 나오는 아버님들을 위해 부모님들께 듣던 추억안고 정정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낯선 장터풍경 겁에 질린 엄마 손 잡고 쫓아 나온 아이들을 위해 장터국밥 안주삼아 탁주에 취해 어슬렁거리는 애주가들을 위해 한 사람 고객도 놓치기 싫어 부지런떨던 상인들을 위해 어릴 적 장터 향수 그리워 장에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그렇게 나는
장타지기 되어
오늘도
이 장터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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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을 끝내고…>
참 아름다운 시간들
필자가 홍성전통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2년 3월이다. 홍성전통시장의「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활성화 시범사업) 주관단체인 문화연구소 <길>에서 발행하는 홍성전통시장의 소식지「장날」의 편집을 맡게 되면서부터이다.
홍성이 고향이지만 오랜 세월 객지를 떠돈 탓에 시장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소식지에 상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여 싣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상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삶이 알려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객지에 나가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싶은 심정도 있을 것이고, 아직도 장사꾼이라 불리는 상인들에 대한 귀천의식이 남아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상인들과 안면을 트고, 그들 삶의 이야기를 듣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상인들의 이야기가 소식지에 실리고, 그 글이 이야기꺼리가 되면서 취재요청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돌아보면 참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시인詩人으로 살아가는 필자에게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인생의 보석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상인들의 삶을 시로 서서 책을 만든다고 했을 때 필자는 그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했다. 그러나 상인스토리 북에 실릴 50명의 상인을 선정하고, 시인들에게 원고청탁을 하는 일부터가 난관이었다. 단시간 내에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시를 쓴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들은 필자의 노파심에 지나지 않았다. 홍성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시인들은 흔쾌히 원고청탁을 수락해 주었고,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보내주었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작품을 주신 시인들은 대한민국 문단의 중심에 위명을 드리우는 분들이다. 그러한 시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받은 상인들 또한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
필자가 소식지「장날」에 실었던 상인들의 이야기와 추가로 선정된 상인들의 이야기를 남원근 기자가 취재하여 이 책에 더했고, 시인들의 원고를 받아 편집을 하면서 상인스토리 북에 대한 기대는 날로 커져만 갔다. 필자는 물론이고, 원고를 주신 시인들 또한 기대가 크다. 만날 때마다 ‘책 안 나왔냐?’고 묻는다. 필자 역시 자신의 시집을 출간하는 것보다 더 기다려진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받으며 출간되는 상인스토리 북이 홍성전통시장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출판을 위해 수고를 해주신 상인스토리 북 담당자인 남원근 기자, 그리고 상인 스토리 북을 기획하고 교정을 위해 몇 날 밤을 지새우며 수고해 준 문화연구소「길」최철 소장의 노고에 뜨거운 마음을 전하며, 기꺼이 원고를 주신 시인들과 작품의 주인공이 된 상인들 모두에게 깊이 머리 숙여 감사와 축하의 절을 올린다.
2012년을 보내는 날에 기대어, 편집위원의 마음을 모아 이현조 쓰다
편집위원 최철 ․ 이현조 ․ 남원근 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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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은리;충남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매죽헌 성삼문(梅竹軒 成三問)이 태어난 외갓집이 이곳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