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종이 인형, 마론인형, 마징가 Z, 패미컴, 게임보이’는 어른들에겐 추억을, 요즘 아이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주는 장난감들이다. 지금 서울시민청에서는 옛 장난감, 고전 게임기부터 페이퍼 토이까지 과거와 현재의 장난감을 선보이는 ‘어른·아이·서울’이 열리고 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대공감 전시다. 유명 장난감 수집가뿐 아니라, 시민 수집가들이 모은 장난감도 전시되어있어 서울시민들의 취미생활도 엿볼 수 있다. 전시 첫날, 시민청 갤러리를 찾아 관람 중인 시민들도 만나고, 시민 수집가의 사연도 들어 보았다. 아울러 전시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알아보았다.
3대가 함께 즐기는 전시는 시민 수집가들의 장난감
“딱지, 못난이 인형, 말, 모두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거라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요.”
3대가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교구 씨 가족은 두런두런 옛 얘기를 나누며 정겨운 분위기였다. 딸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부터 손녀가 좋아하는 캐릭터까지 할머니의 기억 속엔 하나하나 옛 모습 그대로 또렷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옛 장난감들. 종이 인형 옷 입히기, 마론인형, 고무줄총, 미니 카, 88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호돌이, 이티 인형 등 7080 세대들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눈에 띈다. 1972년 일본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탑승형 거대 로봇 캐릭터 마징가 Z을 비롯해 아톰, 로봇 태권브이, 배트맨과 같은 옛 캐릭터들도 보인다. 이들 장난감들은 장난감 전시관 혹은 잡동사니 보물섬이라 불리는 ‘뽈라라수집관’ 현태준 대표가 모은 수집품 중 일부다.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아이들한테도 예전엔 이런 걸 가지고 놀았다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선미 씨는 아들과 함께 관람 중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윤위진 군은 특히 게임기가 “너무 두껍고, 화면이 작다”며 관심을 표한다. 전시장에서는 갤러그, 테트리스, 슈퍼마리오, 남극 게임과 같은 옛 게임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였다. 대략 50여 가지의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는데, 80~90년대 게임기와 게임팩은 모두 시민 수집가 김정배 씨가 모아온 것이라 한다.
이번 전시는 이렇듯 시민들이 모은 장난감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주로 소니엔젤이나 각종 피규어, 캐릭터 인형들이었는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키덜트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식완이라고 해서 식품 완구인데요. 음식이나 평소에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을 미니어처 축소화 시킨 것을 말해요. 저는 주로 베이커리 콘셉트로 모으는데요. 빵이나 케이크도 있지만, 케이크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있는 소품이나 그릇 같은 것들로 조금씩 조금씩 종류를 넓혀서 수집하고 있습니다.”
평소라 씨도 그동안 모아온 수집품을 선보였는데, 손톱만큼 작은 음식 모형이 신기했다. 소라 씨가 7년 동안 모은 것 중 일부라는데, 들여다보고 있자니 “살아가면서 하나쯤 미치는 것이 뭔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주변에는 ‘이게 돈이 얼마냐. 이 돈이면 나 같으면 뭘 했겠다’, ‘그런 것 왜 모아? 네가 애야? 아직도 애처럼 왜 그래?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대단하다, 이걸 다 어떻게 모을 생각을 했냐’며 인정해주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지만, 이와 같은 전시를 통해 각자의 취미와 개성을 이해하고, 인정받는 좋은 계기가 될 듯싶다.
‘어른·아이·서울’전에선 옛 장난감뿐 아니라, 서울을 대표하는 캐릭터 짜장 소녀 ‘뿌까’와 꼬마버스 ‘타요’ 등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들도 페이퍼토이로 전시되어 있다. 또한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 꼬마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옛 추억을 더하는 광화문 연가
추억의 옛 장난감 전시만으론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면, 광화문 일대를 돌아보자. 자녀와 함께라면 그때 그 시절, 서울 도심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시민청까지 구경을 마쳤다면, 먼저 서울 도서관에 들러보자. 옛 시장실 등 서울시청 건물로 쓰일 당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옥상 정원에 올라 주변을 내려다보며, 광화문 광장이나 청계천 복원 공사가 진행되기 전 옛 모습을 떠올려봐도 좋겠다. 내친김에 청계천 광장을 지나 광화문광장까지 함께 걸어봐도 좋으리라. 아니면 정동길을 따라 역사박물관까지 코스를 잡아도 좋겠다.
광화문 일대는 강남 개발의 일환으로 옮긴 서울의 명문 중고교가 있었던 곳이다. 당시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이 길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후 별밤 세대들에게도 추억의 장소다. 옛 문화방송 사옥과 문화 체육관이 있던 곳이라 공개방송이나 각종 콘서트 등을 쫓아다니던 기억도 떠오를 듯싶다. 정동극장, 세실극장, 덕수제과, 미리내 분식, 국제극장, 이딸리아노 레스토랑 등도 옛 기억 속에 한자리쯤 차지하고 있으리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다 보면 금세 광화문연가 노랫말에 나오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에 다다른다. 정동 제일 교회 앞 음악분수대 주변엔 고 이영훈 작곡가 추모비가 있다. 자녀와 함께라면 정동 일대 근대 유적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정동의 근대 유적들은 표지석을 세워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찾을 수 있다.
정동길 추억 여행의 마무리는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잡는 것이 좋겠다. 서울의 역사와 전통문화, 당시 생활상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 박물관이니, 추억을 정리하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박물관 3층 4존 ‘고도성장기 서울’ 전시실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방 후부터 재건복구사업, 도시개발사업을 거쳐 90년대까지 거대도시로 거듭난 지난 서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옛 아파트 내부 모습, 음식점 모습 등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옛 장난감에 얽힌 추억을 되새기기에도 그만일 듯싶다.
6월의 첫 주 주말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서울시민청에서 광화문까지 도심 속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옛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좀 더 커질 듯싶다. 서울시민청 지하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어른·아이·서울’전은 오는 12일 일요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니 참고하자. 전시와 시민청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시민청 홈페이지(seoulcitizenshal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