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쩍인가?!
간판이 걸린 첫 주말쯤, 꼬맹이 소년은 어떤 '시각적 충격'을 기대하며 기다렸던 듯이 달려갔다.
그때도 색깔있는 아크릴에다 한얀 뿔테가 둘러진 안경을 꼈다.
극장안에는 사람이 꽉 차있었고
성위에서 돌이 날라오던 장면, 화살과 창이 진짜 나를 찌를듯이 바로 내코 앞으로 다가와
움찔움찔 놀라곤 했던 기억, 그런 것들이 남아있다.
그러고는 사라졌던 것이 요즘 영화의 새 영역으로 다가오고있다.
그때는 한자문화의 영향이 커서 '입체영화'였는데
이제는 '미국문화'가 압도적이니 다들 '3D'라는 용어를 쓴다.
'아바타'는 일반 극장용으로 보았으니
따끈따끈한 3D 를 관람한 것은 그러니까 코흘리개 적 이후 처음이다
이 영화의 감독 '마틴 스콜세즈'는 허투르게 영화를 찍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비교적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선택하여 꾸밈없는 강렬함으로 새 리얼리즘을 제시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여성취향이나 로맨스 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그의 초기 시절,'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한 영화(성난 황소, 택시 드라이버)들은 세계적 문제작으로 인식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없었으면 오늘의 '로버트 드 니로'가 있었을까 , 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한 무거운 대작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
타이타닉에서 극점을 찍었던 디카프리오의 낭만성은 스콜세즈의 영화에서 아마도 말끔히 제거된다.
그의 주요 필모그래피,
택시 드라이브(1976), 성난 황소(1980), 컬러 오브 머니(1986),굿 펠라스(1990)
순수의 시대(1993), 카지노(1995) 갱스 오브 뉴욕(2002)...디파디드(2006), 셧터 아일랜드(2010)
헐리우드의 수많은 인물중 환타지와 환타스틱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대표적 감독이'3D 영화'를 만들었다.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아바타 이후 최고의 3D 영화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아바타(2009)는 2010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촬영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3개를 수상했다.
휴고는 어제 84회에서 촬영, 미술, 음향, 음향편집, 시각효과 5개를 받았다.
'기차의 도착'이라는 최초의 영화가 1895년 대중에게 선보인 후
20세기를 맞이한 프랑스에 '조르쥬 멜리어스'(1861~1938년, 사진 왼쪽))라는 전직 마술사가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멜리어스는 그만의 마술적 아이디어를 움직이는 영상과 결합시켜 영화 환타지의 새 영역을 개척하였다.
위 사진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달세계여행'(1902년) 의 한 컷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달에 로켓이 랜딩한 것이다.
2012년의 3D 영화 '휴고'는 이 진지한 영화감독이 '멜리어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소년 휴고는 소녀 이사벨을 만나고 함께 모험에 빠진다. 그 모험의 끝에서 소년 소녀는 '멜리어스'라는 인물과 마주한다.
멜리어스 역은 '벤 킹슬리'(1943~)가 맡았다.
나는 팔뚝이 굵었던(?) 간디(1982)와 '쉰들러 리스트(1993)에서의 인상깊은 연기로 그를 기억한다.
매혹적인 연기파 '쥬드 로'가 소년의 아버지로 나온다.
'꽃파는 아가씨'를 연기한 '에밀리 몰티메어(Emily Mortimer)'라는 배우가 눈에 띄기도 했다.
휴고 소년의 빛나는 회색눈은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3D 휴고'는 멜리어스의 헌사이면서 또한 초기 무성영화의 액션 환타지와 그것을 실현했던 위대한
인물들에 바치는 애정이기도 하다.
달려오는 기차와 엄청난 게임을 벌이는 '버스트 키튼',
고층건물의 시계추에 매달린 '해롤드 로이드'
무성영화의 저 위대한 명장면들이 영화속 주인공'휴고'소년의 환타지를 통해 재현된다.
휴고 소년의 시계탑 장면을 보면서
해롤드 로이드를 자기식으로 증폭했던 성룡의 아찔함이 또한 생각났다.
이 놀라운 장면이 들어있는 '프로젝트 A(1982) '는 성룡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꿈과 환타지
희망과 환타지
사람은 꿈과 희망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꿈과 희망을 추구하면서 잡힐듯 잡히지 않는 꿈의 디자인을 다시 그리기도 한다.
영화는 훌륭한 매개체이면서 꿈 그 자체이다.
결국 영화 '휴고'는 3D 라는 영화기술의 진보를 통해 영화가 그 영역을 꾸준히 개척했던 환타지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라는 쟝르에서 꿈과 환타지의 근원은 무성영화이다.
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초기의 영화개척자 '조르쥬 멜리어스'를 꿈의 근원으로 설정하고 소년 '휴고'를 앞세워
그를 찾는 모험을 떠난다.
3D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진지한 감독이 이 복잡한 메커니즘의3D 카메라(위 사진의 왼쪽)를 대동하고
영화를 찍는다는 것,
그것은 스콜세즈에게 일종의 모험이기도 하며
우리에게는 관람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는 3D 시각효과로 보여줄 경이감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무성영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무성영화 때에 우리를 충격으로 매혹했던 그 장면들을 그대로 3D 버전업하기도 하고
자신이 새로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년 휴고의 모험은 결국 과거를 찾아가는 감독 그 자신의 회귀여행이며
20세기 초의 무성영화와 21세기초의 입체영화, 영화 초기의 멜리어스와 현재의 진실한 대가가
만나서 하나의 원이 된다는 뜻깊은 이야기이다.
장미꽃이 피어나는 5월의 정원 예쁜 베란다에 한 소녀가 서있다.
어느 꿈소년이 멋지게 단장하고 꽃들을 헤집으며 다가가 세레나데를 부른다.
그 세레나데에 대답하는 것은 이제 관객의 몫이다.
'3D 휴고'는 1942년생 노장 감독이 영화와 영화 애호가 들에게 바치는 무한의 러브레터이다.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걸음을 시작한 영원한 영화소년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왼쪽 부터 이자벨, 휴고, 마틴 스콜세즈>
덧붙이는 얘기 하나,
'이자벨',.. 휴고를 안내하기도 하면서 휴고와 함께 모험에 동반하는 소녀이다.
그 이자벨을 연기한 소녀의 전력을 보고 난 깜짝 놀라며 미소짓는다.
2010년에 '킥 애스'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주인공 '킥 애스'도 아니고 명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도 아니었다.
킥 애스의 힛트 상품은 바로 '힛 걸(Hit Girl)' 이었다.
그 연기로 전혀 새로운 '키드 액션'을 창조하며 우리를 끊임없이 미소짓게 했던
꼬맹이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어엿한 소녀로 성장하여 이사벨을 연기한다.
휴고 속의 이자벨을 보면서 이 소녀가 '힛걸'(Killer Girl)인줄을 몰랐다
영화 '킥 애스'의 '힛 걸' 액션은 우리를 매혹시키는 명 장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스콜세즈 감독은 이 소녀를 복고적 소녀의 이미지로 끌어간다.
아역 사상 가장 탁월하고 유쾌한 액션을 선보였던 소녀의 액션 감각을
왜 이 환타지 영화에 써먹지를 않았는지 ...
이자벨(클로이 모리츠)에게 경쾌함을 잘못 주었다가는 주인공 휴고 소년을 눌러버릴 수도 있는
소녀의 아우라를 염려해서 그랬던 것인지
지금까지 내내 진지했던 이 노장감독의 한계인지 다른 속깊은 뜻이 있었던 것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힛걸의 잊지못할 액션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youtu.be/UP91fjSBj0o
첫댓글 힛걸의 동영상을 보니 어릴 적 형제라는 드라마 마지막 장면이 생각 나더군요.히 총알이 날라가는 장면은 열살밖에 안 된 저에게도 가히 압권 이었거든요.
아군과 적군 수백명이 서로 뒤엉켜 육박전을 펼치는데 망루위의 주인공 형제가 아래를 향해 기관총을 쏘는데 섞여있는 무리중에 적군에게만 정
헌데도 사실성과 동떨어진 설정인데도 정말 재미있는 힛걸의 (짧은)동영상이었습니다.
휴고라는 영화가 얼마나 잘 찍었는지 절로 궁금해 지는 무비님의 글 읽고 개봉하면 오랜만에 영화한편 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구요.
3D 라는 것은 지금 전 세계 TV 시장의 화두이기도 하지요. 영화 한 편의 성공여부가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니까...
휴고는 아주 정성스럽게 잘 찍은 영화입니다.
3D 와 미래가 결합되다가 ,3D가 신화와 결합하기도 하고 ,동화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이 영화는 무성영화 시대로 들어갔지요.
지금 일반 관객들의 평은 엇갈리는 거 같은데..앞으로 결과가 주목되는군요.
킬러걸인란 뜻의 힛걸은 매우 경쾌했지요. ^^
'팔뚝 굵은 간디'
위에 설명된 출연진 그 외 영화출연진들 눈에 익은 얼굴들이야..했더니...아주 쟁쟁한 분들이더라구요. 멜리어스의 아내역,역사의 카페에서 강아쥐로맨스 맹글어주는 노역등
멜리어스 아내 - 헬렌 맥크로리, 강아지 로맨스 노인 -스토퍼 리, 한 시대를 풍비하던 배우들이 ..사이 사이 공간을 연결하는군요. ..
보고 지나갈 뻔 했는데..이렇게 글을 쓰니 많은 자료들을 뒤적이데 되는군요.
개와 다니는 경감은 유명한 코메디 배우이구..
ㅎㅎ 이장님 오늘 개봉합니다. 꼭 보세요. 바이올렛님 이 영화는 카메오가 많기로도 유명하다고 하지요. ㅎㅎ
마눌, 아이들과 같이가서 보려구 토요일 오후편으로 넉장 예매 해 놓았습니다.
저는 주로 액션이나 전쟁영화 또는 스릴러 물을 좋아 하는데 휴고는 어떻게 절 재미있게 해 줄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두르는 중입니다.
오늘 오후에 보았는데 재미 보다는 작품성을 평가하고 싶군요.
영화의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입체영화, 혹은 요즘말로 3D 영화를 제대로 한편 본 것 같습니다. 물론 촬영 기법이나 특수효과등도 정말 우수했구요.
저도 꼭 볼려고 벼르고 있어요심야든 조조든..꼭 보고야 말꺼야요
재미에 대한 기준은 좀 다를 수 있지만... '교양 필수 과목'입니다.
무비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스콜세지 감독이 3D 영화라... 뭔 이유가 있겠지요. 조만간 보도록 합지요...
스콜세지 감독에게 까지 3D 영화 연출 청탁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3D 영화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이제 색계를 연출했던 대만출신 리안 명감독의 3D 영화가 개봉되는 시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