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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기록이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기록해봅니다.
오늘은 동락원에 있는 들깨를 베러 나오신 회장님과 반장님께서 물건을 사주십니다.
"오늘도 많이 팔아~!!"
하시며 계란 한 판 주문해주십니다. 그 옆에 계시던 반장님도 이에 질세라,
"나도 보리쌀 2개 주쇼!" 하십니다.
회장님과 반장님 힘입어 오늘도 출발합니다.
9시 15분,
여느날과 비슷한 일상으로 늘 나오시는 남자 어르신 2명, 여자어르신 한 분 오셔서 물건 골라가십니다.
"에이..이제는 요구르트도 안넘어간다. 두 줄만 줘" 하시는 어르신.
"어이, 울집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시게~"
"아냐, 안가~ 안마셔~!" 하시는 여자 어르신.
금요일 매주마다 보는 아침의 일상의 반복입니다. 이런 일상들이 모여서 삶이 되어가고 있겠지요.
그런 일상 속에 가끔 다른 작은 하나 찾기,
여자 어르신은 오랜만에 '초당옥수수맛 콘칩' 과자 한 봉지 드셨습니다.
매번 손녀를 위해 과자를 사다가 한동안 안사셨는데, 이번에 사가신 과자는 손녀에게 맘에드는 선물이 되길 바래봅니다.
9시 50분,
비가 오는 날인지, 어르신들이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 한 분. 늘 반겨주시는 어르신입니다.
멸치액, 두부, 밀가루 달라고 하시는 어르신.
비오는 날 점빵차 놓칠까봐 계속 서서 기다리셨다는 어르신.
이따금씩 점빵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계시는 어르신을 멀리서 보고 있을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커집니다.
좀 더 편안하게 물건을 드릴 수 있을 방법은 없을지, 더 고민해보게 됩니다.
10시 15분,
회관 윗 시정, 오랜만에 두분이 함께 나와계십니다.
한 어르신은 모카 20t, 콩나물 하나
한 삼촌은 댓병과 막걸리 하나
이 시정에는 늘 이렇게 두분이 물건을 사십니다.
그간 못봣다는 이야기를 드리면,
"매장가서 물건 사왔어~~" 하시기도 합니다.
비가 와서 사람이 없는 날엔,
사람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0시 25분,
회관에가니 어르신 혼자 계십니다.
돼지고기를 사시는 어르신.
오늘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돼지고기를 사시는걸까요.
돼지고기를 사기위해 회관에서 기다리는 걸까요. '
예전엔 어르신께서 스스로 잘 음식관리를 잘 하고 계시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잘하고 계시는걸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따금, 생활관리사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하곤 합니다.
"냉장고에 쌓여있어~ 쌓이고 안먹어~"
어르신들의 일상은 어떻게 살펴야할지 문득 한 번 더 생각해봅니다.
10시 30분,
학교 뒷 집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
고추장을 담그시려는지 댓병 2개를 구매하십니다. 옆에 계시던 요양보호사님도 매실 한 박스 구매하십니다.
최근에 댓병 구매가 조금씩 늘고 있는데, 고추장 담그는 시즌이 다가왔나 싶습니다.
10시 40분,
지난번 회관에서 그냥 지나가서 점심 때 비빔밥을 제대로 못해먹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오늘은 먼저 들려봤습니다.
"온 김에 이것저것 좀 외상 해보세~" 하시며 어르신이 고르시기 시작합니다.
"중멸치 있지? 그거랑 북어 포 뜯은것도 하나 주고, 동태 하나, 고등어 한손, 그리고 밀가루도 큰거 하나 줘봐." 하십니다.
"이왕 사는거 다 외상 해놓고 갖고가야지."
식재료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셨나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늘 사시는것이 비슷한데, 어르신들께서 자주 드시는 식재료는 무엇이 있을지,
식재료의 다양화를 고민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0시 55분,
어르신 집에 아무도 안계십니다. 아무래도 병원 가신듯 싶습니다.
집 옆엔 감나무가 홍시가 되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하지만 딸 사람이 없습니다.
마침 하나가 잘 익었습니다.
어르신 병원 갔다 오시면 드시라고 하나 따 놓고 왔습니다.
11시 10분,
어르신께서 나오셨습니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어 복대를 좀 차니깐 그래도 좀 괜찮아."
"오늘도 창고에 가니깐 정리가 하도 안되있어서, 조금 하고 왔어~" 하십니다.
개복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새 일을 시작하시는 어르신.
보는 내내 제가 더 답답하고 속상합니디만, 대신할 수 없는 일... 그저 당부의 말씀만 드릴 뿐입니다.
11시 30분,
장사가 잘 안되는 오늘,
오전 마지막 회관에서는 공병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이동장터 차량으로는 수거를 안하고자 합니다. 차 특성상 갖고다니다가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회관 안쪽에 모아둘테니,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대신 삼양라면 번들 2셋트 교환해드렸습니다.
11시 50분,
떠나려던 찰나, 집 앞 어르신 나오십니다.
"그냥 가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르신께서 안나오기가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어르신 나오셔서 간식거리와 계란 한 판 사주십니다.
13시 30분,
어르신께서 손짓하십니다.
보니, 집안에 난방 공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술 안주거리로 먹을거 없나?" 하시는 어르신.
제가 늘 추천해드리는 '페스츄리 오징어'를 권해드렸습니다.
시중보다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씀드리니 한 봉지 사십니다.
지난번에도 물건 사다가 아쉬움이 있으셨던 어르신이었는데 늘 마음이 왔다갔다하시나봅니다.
아무런 일이 없다는듯이 물건을 구매하시는 모습을 보면...
13시 45분,
회관에도 어르신들이 별로 안계시는 것을 보니,
오늘은 정말 장사가 안되는 날이구나 싶습니다.
어르신 2명이 계시면서 콩나물 한 봉지씩 사십니다.
사람이 없어서 미안하시다는 어르신들.
그래도 이렇게라도 사주시는게 어딥니까.
14시,
오늘은 댓병 2개와 두부2개를 고르시는 어르신.
지난번 공병값을 예상이라도 하셨는지, 공병값에 딱 맞게 쓰셨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공병으로 물건을 바꿔가면,
어르신들은 좋아라하십니다.
마치 공짜로 물건을 받아가는 기분이실테니 말이죠.
14시 20분,
장사가 잘 안되는 날인것을 아셨는지, 회관에 계신 비조합원 주민께서 오늘 물건을 많이 사주십니다.
"나 화장지도 사야하는데~" 하시며
"잎새주, 동태, 소세지, 그리고..막걸리." 이렇게 주문해주십니다.
비조합원이 이렇게 주문하시는 경우는 많진 않은데, 장사가 잘안되는걸 아신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덕분에 기분좋게 또 이동합니다.
14시 40분,
오늘은 동네분들에게 건강체조 있다고 홍보하고 다녔습니다.
다음주부터 진행될 건강체조, 꼭 참석하라고 많이 말씀드렸습니다.
항상 물건 사주시는 우리 어르신,
오늘도 카스 한 박스, 콩나물, 에이스과자 사주십니다.
외상값을 갚으로 나오신 우리 어머님, 오늘 반절치 먼저 주셨습니다. 그래도 외상값이 커서 반절치만해도 금액이 큽니다.
가장 어려운 동네라고 하지만,
사실 가장 많은 매출을 신경써주는 동네가 이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 합니다. 어려울수록 함께 사는 법을 더 잘 아는 걸까요.
15시,
오랜만에 회장님을 만났네요.
회장님도 고추장 담그시려는지 담금주부터 술까지 한 번에 모두 사십니다.
지난 공병수거 값도 함께 계산해드립니다. 우리 회장님은 주로 술을 많이 사주십니다.
물건 드리고 가는길,
인근에 사는 어머님댁에 다시 뵙는 회장님.
어르신댁에서 고추장을 함께 담그시나 봅니다. 어르신의 아드님도 처음뵙네요.
어르신께서는 늘 아들 생일이며, 기념이라며 항상 6병씩 사셨는데, 그 주인공이셨습니다.
아드님께 인사드리며, 공병 잘 모아주시면 수거해간다고 말씀드리고 나섰습니다
15시 30분,
이렇게 놀라울 일이 있을까요.
종일 장사가 잘 안된다 안된다 생각했는데.. 이런 날을 위해 어르신들께서 도움을 주시는건가요.
마지막 손님, 우리 어르신 집 앞에서 손짓하십니다.
"다시다도 하나주고, 라면도 두 개주고, 술도 한 상자 내리고, 두부2개, 코안물 1개, 설탕도 한개, 요구르트도 있나? 없으면 그 큰 요구르트 그거 하나 주고, 음.... 아 간장도 하나 주쇼."
어르신 필요하신거 한 번에 다 주문해주십니다.
시작이 안좋았어도, 끝이 이렇게 좋으니 오늘 장사 다 했네요.
어르신 덕분에 기분좋게 잘 마무리하게 되어서 감사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일희일비 하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조바심이 많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