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에서 는 우리나라 서울대학교와 비견되는 도쿄대학 사오토메 마사히로(早乙女雅博) 명예교수 등 5명이 공저한 것으로, 부산대 고고학과 이창희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일본에서는 그냥 『고고학』이라고 했으나, 번역자가 『고고학의 첫걸음』이라고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그만큼 고고학이 생소하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해도 고고학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고 들어온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일천한 학문이 고고학이다. 해방 이후 미국 워시콘신 대학 ‘모어’와 ‘샘플’교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시굴함으로써 이곳의 절대연대가 알려지게 된 부산 동상동 패총을 봐도 탄소연대측정법*이란 것을 적용해 그것이 신석기 시대 유물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것의 가치도, 연대도 모르고 있었을 것을 생각해 보면 고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에게는 뿌리가 얕은 학문이지만 다행히 이책의 번역자 같은 학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상동 패총은 최하층이 기원전 3230년, 상층은 기원전 1350년이라는 연대 측정이 나왔다. 따라서 5400년 전의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적이다.
고고학이란 그리스어 Archaios(고대·고전)와 Logos(학문)가 합친 영어 Archaiologia의 일본어 번역으로, 인류사회의 복원은 발굴된 유적, 유물이 어느 시대의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이지만 그것에 국한되지 않고 어떻게 해서 사회가 형성되었고, 변화했는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유적, 유물을 만든 인간의 행동 복원이라는 인류학적인 새로운 연구법까지를 말한다. 이를 위해 遺蹟, 遺構, 遺物까지 고고자료 만을 위한 대상으로 한 연구 외에도 인류사회에 영향을 미친 자연환경과 지구에서 일어난 환경변동에 대한 연구는 물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 등에 대한 연구도 고고학에서 다루는 학문이 되었다.
인류사회의 과거를 복원하는 고고학은 역사학으로서의 고고학과 인류학으로서의 고고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전자는 일찍부터 문헌과 금석문이 출현했던 유럽에서 일어났고, 후자는 아메리카에서 20세기에 들어서 일어났다. 차이는 역사학으로서의 고고학이 지역마다의 인류사회 역사를 밝혀가는 것인데 반해, 인류학으로서의 고고학은 인류사회에 공통하는 역사의 일반 법칙을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경의 출현이나 도시의 발생처럼 지역이나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규칙성이다. 과거를 복원해 간다는데 대한 차이는 있지만, 서로가 다루는 고고자료는 동일하다.
‘과거의 복원’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갖고 있으며 자료를 마주한 고고학자는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분석」할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된다. 이때 다른 분야의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대해서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면서, 화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말하지 않는 고고자료로부터 말하게 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과정이 「방법과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육안 관찰 등 눈에 보이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지만, 과학의 진보에 따라 이화학분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분석이 오늘날의 고고학에는 필수불가결하게 되었다.
고고학 유적이나 거기에 묻혀 있는 유구나 유물은 매장문화재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각 나라의 귀중품으로 그 나라의 문화유산이다. 각 나라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진중하게 보호되고 있다. 로마 시대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는 인류는 ⓵ 돌의 시대 ⓶ 동의 시대 ⓷ 철의 시대를 겪어왔다고 했는데, 이런 ‘삼시기구분법’은 한나라 시대 중국에서, 1813년 덴마크의 역사학자 베델 시몬센에 의해서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동이라 할지라도 석기를 만드는 기술로 제작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술사적인 관점에서는 이를 청동기시대라 해야할지 의문이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철기도 그렇다. 철기가 파손되거나 분할 한 철기의 일부분을 마연해 날을 세운 것이어서 석기 제작기술에 의해 철이 만들어졌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이 단계를 철기시대라고 해도 좋을지 고민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앞에서 본 탄소연대측정법은 14C 원자의 수를 세는 것인데, 이는 탄소의 반감기 5,730년이 지나지 않은 시료라면 시료 속에 14C가 절반 이상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1949년 시카고 대학 리비 교수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을 실증했을 때 탄소 14의 반감기는 5.568년으로 생각했지만, 이후에 연구를 통해 5,730년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유적과 유구는 부동산, 유물은 동산의 개념을 가진다. 유적은 유구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유적의 범위 밖에서 별도 유적이 전개되곤 한다. 이것은 넓고 좁은 여러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인간활동이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은 일본인 학자들이 쓴 것이므로, 한반도에서 전래한 사료 연결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사타라 히로미(設樂博己)교수가 쓴 「고고자료를 통한 공간분석」에서 와카야마시(花歌山市)의 고혼시대(古墳時代)유물로 한반도계 도질토기(삼국시대 신라토기로 12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회청색 경질토기)가 출토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한반도와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흑요석은 고대에 고기 등 질긴 것을 자르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화산의 분화로 분출된 유문암질 마그마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생기는 화석암을 말한다. 흑요석 출토는 일본열도 내에서 70개소 이상 알려져 있는데, 나가노현 가리가미내 화산 주변의 흑요석이 질이 좋아서 도후쿠(동부)지방 북부까지 넓게 유통되었으며, 비취도 홋카이도까지 전해졌음이 밝혀지고 있다고 하고, 흑요석이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생 인류의 기원과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학의 주요 과제로 다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화석인골의 형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것이 그것의 분석 수단이었다. 이를 통해 20세기 후반까지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세계 각지로 확산되고 진화했다고 하는 아프리카 ‘단일기원설’이 주류였다. 그것은 1980년대 후반 세계 각지의 현대인을 대상으로 미토곤도리아 DNA 변이 조사에서 단일기원설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이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은 선행인류와 혼혈 없이 각지에서 선행인류가 절멸한 다음 바뀌었다고 하는 단절치환설(斷絶置換說)이 제창되었다.
이는 정설로 받아들여졌으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구석기 시대 연구가 진전되면서 중후기 구석기문화의 계속성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비교적 대규모 혼혈이 있었다고하는 점이치환설(漸移置換說)이 대립하게 되었다. 유전인류학은 현생인류의 확산모델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대해 고고학적 검증 절차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석기 제작기술, 석재 이용형태, 수렵행동, 영역성, 사회조직, 행동원리, 매장과 상징능력, 정신활동, 미래예측능력 등 다방면에 걸친 요소를 포함하여 아직 연구중인 분야가 많다.
일본의 경우는 철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고훈시대 이전 유물로는 석재가 중요했다. 그것은 아마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석기 시대를 연구하는데 석재는 그만큼 증요한 이기가 아닐 수 없다. 도구로서의 기능이나 희소성을 담보하기 위해 석재는 원칙적으로 거주지역의 석재를 이용했으나, 원격지 석재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도구의 소재를 알기 위함뿐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나 활동의 내실 혹은 사회적 집단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흑요석은 선사시대 동안 계속해서 중요한 도구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일본은 홋카이도에서부터 큐슈까지 화산이 빈번해 흑요석이 풍부하다.
어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고대 수렵채집만으로 살던 사람들의 생활이 짐작이 가고 남는다. 아무튼 이 책은 다 읽지도, 깊이 있게 읽지도 못했다. 그러나 고고학의 중요성만은 짚어 보았다는 생각이든다 . 좀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출판사 서평을 참고하면 될 것같다.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