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의 출가
부처님이 까삘라왓투에 오신지 이레째 되는 날 야소다라 비는 아들 라훌라에게 좋은 옷을 입혀 부처님께 보내며 이렇게 일렀다. "라훌라야, 네 아버지에게 가거라. 그분은 위대한 수행자이시고, 몸 주위에 찬란한 광명이 머무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는 많은 분들 가운데서 쉽게 그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게다.라훌라야 그분은 한때 많은 재산을 가지셨던 분이란다. 그러나 그분께서 이 궁을 떠나신 이래 나는 그분의 그 많던 재산을 볼 수가 없었다. 너는 이제 그분께 가서 이렇게 말하거라. "아버님 저에게 재산을 물려 주십시오. 아버님께서 소유했던 재산은 아들의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라고"
어머니로 부터 이런 말을 들은 어린 소년 라훌라는 곧 부처님께 갔다. 라훌라로서는 그것이 아버지를 만나는 첫 번째 순간이였다. 라훌라는 부처님을 보는 순간 어린아이 임에도 그 마음엔 깊은 감동이 일어났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가슴이 떨렸고 기쁨을 맛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어린 라훌라에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시었고, 두 부자간에 대화는 얼마간 더 계속되었다.
그런 다음 부처님께선 자리에서 일어나 니그로다라마 수도원으로 향하셨다.
라훌라는 그제서야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에 부처님의 뒤를 쫒으며"제게 유산을 주십시오!" "제게 유산을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부처님께선 그런 어린 아들의 뜻 모를 말을 개의치 않으셨고, 시봉하는 비구들도 그 천진한 어린아이를 어쩌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라훌라 또한 난다 처럼 부처님을 따라 수도원에 오게 되었다.
수도원에 도착하자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 비구에게 말씀하시었다.
"이 어린아이는 여래에게 자꾸 유산을 달라고 말하고 있구나. 그렇지만 세상의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는 물질적 유산은 유익한 것이 아니다. 사리뿟따여, 저 어린아이를 거기에 잠깐 멈추게 하여라. 그리고 그에게 법의 유산을 물려주어라. 라훌라가 괴로움의 세계로 부터 행복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렇게 하여 라훌라는 상가 안에서 최초의 사마네라(20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출가하여 비구로 남아있는 남자수행자)가 되었다.
난다와 천녀
부처님께서 비구 대중과 함께 라자가하에 이르렀을 때 사왓티 교외에 아나타삔디까가 추진중이던 제따와나 수도원(기정원사)이 완공되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사왓티에 머무르셨다. 이때 난다역시 부처님을 따라 사왓티에 머물었다.
난다는 거의 타의에 의해 출가한 형편이었으므로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제따와나 수도원에 있는 동안 수행 생활에 대한 불편과 어려움을 토로했었다. 그는 다른 비구들에게 때때로 "형제들이여, 나는 이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소. 도대체 이런 수행 생활을 견디는 것이 몹시 힘이드오. 비구 계를 반납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소."라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런 이야기는 부처님께도 전해졌다.
어느날 부처님께서는 난다를 부르시어 이렇게 물으셨다. "난다여,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냐? 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너에게 묻겠다. 너는 무엇 때문에 성스러운 생활을 하고자 하지 않고 왜 계를 버리고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냐?"
"부처님 제가 집을 떠나 왔을 때 그날은 저의 혼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부처님을 따라 이곳으로 올때 저의 아리따운 신부인 자나빠달꺌야니는 고운 머리카락을 흐트리고 제 뒤를 따라오며 돌아오라고 목이 메어 저를 불렀습니다. 제게는 자꾸만 자나빠달꺌야니의 정다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럴 때면 저는 현재의 생활을 만족스럽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가정으로 돌아가서 재가 신자로서 생활하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난다의 이야기를 다 들어 주신 후 신통력으로 난다를 데리고 천상의 세계로 가시었다. 그렇게 천상으로 가는 길에 부처님께서는 산불이 난 숲 속에서 귀와 꼬리를 불에 태워 잃어버린 암원숭이를 보여 주시었다. 그 원숭이는 나무등걸 위에 앉아서 게걸스럽게 음식물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난다에게 물으셨다. "난다여, 저 귀와 꼬리가 없는 원숭이와 네 신부 중에 어느편이 더 사랑스러우냐?"그러자 난다는 "부처님, 어찌 저 원숭이와 자나빠달꺌야니가 비교가 되겠습니까?
부처님과 난다는 곧 33천상세계에 도착했다. 그러자 놀랍도록 아름다운 천녀들이 마중 나왔다. 난다는 천녀들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난다에게 물으셨다. "난다야, 자나빠달꺌야니와 저 천녀들중 어느 쪽이 더 사랑스러우냐?"
"부처님 저 천녀의 아름다움은 자나빠달꺌야니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다야, 네가 만약 열심히 수행 정진한다면 여기 수많은 천녀들을 네 곁에 머물게 할 수 있다고 여래가 보증하겠다."
"부처님께서 그렇게 보증하신다면 저는 열심히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약속이 성립되고 부처님과 난다는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비구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은 난다는 천상의 천녀들을 얻기위해 수행하고 있으며, 그에 대해 부처님께서 보증까지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수행하는 난다는 마땅히 "고용된 수행자라고 불러야 하며, 보상을 기대하고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들렸다.이런 소문과 동료 비구들의 시선은 난다에게 민망함과 고통을 주었다.
이런 모든 불명예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세간과 출세간을 놓고 갈등하던 마음들은 모두 접고 천상의 천녀도 잠시 잊고 우선은 부처님과 약속한 데로 수행에만 매진했다. 그는 쉬지않고 선정수행에 몰두했고 마침내 깨달음을 성취했고 위없는 경지를 증득했다. 그렇게 모든 장애로 부터 벗어났고 수행자로서 목표를 성취한 난다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지극한 경외심과 감사의 마음으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는
"부처님, 부처님께서 제가 깨달음을 얻으면 천녀들을 곁에 머물게 할 수 있을꺼라고 보증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러나 저와 하신 그 보증은 철회해 주실것을 요청합니다."
이에 부처님은 미소 지으며 대답하셨다.
"난다야, 훌륭하구나! 너는 이제 탐욕과 애욕으로 부터 벗어났고 성자가 되었으니 아름다운 여인이 무슨 즐거움이 되겠느냐? 여래는 네가 깨달음을 성취하던 그때 이미 그 보증을 풀어 버렸느니라."
뒷날의 어느 때 몇 사람의 비구가 난다에게 물은 일이 있었다.
"형제여, 전엔 수행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가정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적이 있었소. 지금은 어떠하오?" 난다가 대답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오."
그러한 난다의 변화의 대해 비구들이 부처님께 이야기 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난다의 지난 날의 마음은 마치 엉성하게 지붕을 이은 집과 같았으나, 지금은 튼튼하게 지붕을 지은 집과 같이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마치 성글게 이은 지붕에
비가 쉽게 스며들 듯이
올바로 수행되지 않은 마음에
탐욕과 갈망은 쉽게 스며든다."
마치 튼튼하게 이은 지붕에
비가 스며들지 못하듯이
올바로 수행된 마음에
탐욕과 갈망은 스며들지 못한다."
-샘이깊은 물 거해스님 편역 법구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