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슬픔을 경험한다. 이별과 죽음, 우환(憂患)과 질병 앞에서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슬픔을 나타내는 글자는 여럿이 있다. 비(悲)·애(哀)·출(怵)·처(悽)·도(悼)·측(惻)·창(愴)·통(慟) 등은 모두 슬픔과 관련된 글자들이다.
슬플 비(悲) 그릇되거나 틀리게 된 마음 상태를 뜻한다.
슬플 애(哀) 옷깃으로 입을 가리며 우는 모습이다.
가장 흔히 쓰는 것은 비(悲)와 애(哀)다. 비(悲)자는 아닐 비(非)와 마음 심(心)을 합한 글자이다. 비(非)는 본래 날개의 깃[羽]이 서로 등을 맞댄 모습이다. 깃이 각기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으면 날 수가 없다. 곧 그릇되거나 틀리게 된다. 슬픔이란 마음이 뒤틀린 상황,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상태인 셈이다. 애(哀)는 입 구(口)와 옷 의(衣)를 합쳐서 만들었다. 옷깃으로 입을 가리며 우는 모습이다.
흔히 슬픔을 가리키는 한자말로 비애(悲哀)라는 표현을 쓴다. 슬픔이 지극하면 아픔이 된다. 아플 정도의 슬픔은 애통(哀痛) 또는 비통(悲痛)이라 한다. 죽은 사람을 두고 슬퍼하는 것은 애도(哀悼)이다. 무엇인가 허전한 듯 서글픈 감정을 비창(悲愴)이라 한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비창(悲愴, Dathetique)>을,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비창(悲愴, Pathetique)>을 작곡하였다.
애이불비(哀而不悲)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슬퍼하되 슬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같은 슬픔이라도 애(哀)와 비(悲)의 슬픔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다. 애(哀)는 속으로 삭여 드러내지 않는 슬픔이고, 비(悲)는 다른 사람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슬픔이다.
베토벤(왼쪽)과 차이코프스키(오른쪽)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悲愴)>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悲愴)>에는 인간의 슬픈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