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秋雨夜坐
◊ 稼亭 李穀
寒雲作色送昏鴉 찬 구름 어두운데 까마귀 날아가니
獨倚書窓感物華 홀로 서창에 기대 세상을 바라본다네.
秋晩江山正搖落 가을 깊은 강산에는 낙엽이 날리고
夜深風雨更橫斜 깊은 밤 비바람은 또 다시 불어대네.
2,次延興島 ◊ 稼亭 李穀 ◊
海闊風微望更平 넓은 바다 미풍에 탁 트인 전망
紅舷烏榜任斜橫 붉은 배에 검은 노를 멋대로 저어가네.
波聲不管鷗眠靜 파도 소리 들려와도 갈매기 잠이 들고
曉色能兼蜃氣明 새벽빛은 신기루처럼 밝아오누나.
3,墨梅 ◊ 稼亭 李穀 ◊
晴窓寫出照潭姿 맑은 창엔 못에 비친 자태가 그리지니
頃刻春風漲墨池 순식간에 墨池 가득 봄바람이 넘실넘실
已分明妃愁畫面 그림 속에 미녀 얼굴 수심을 어떡하나
謫仙休怪玉顔緇 玉顔이 검은 것을 謫仙은 이상해 마오.
4,寄李樵隱 ◊ 稼亭 李穀 ◊
重到皇城又見春 皇城에 거듭 와서 다시 봄을 구경하니
紅塵依舊鬢絲新 세상은 여전한데 귀밑머리 희었구나.
翻雲覆雨何時歇 구름 끼고 비 내림은 언제나 그칠 건지
勢利如今更誤人 권세 이익 지금처럼 또 사람을 그르치네.
5,蔣幹 ◊ 稼亭 李穀 ◊
從來說客盡傾危 예로부터 유세객은 모든 생각 기울이니
遠涉江湖暗有期 강호로 멀리 온 것 은근한 기약이라.
口舌若能移節義 구설로 절의를 바꿀 수 있다지만
世間何啻萬秦儀 세간에 蘇秦 張儀가 어찌 만 명뿐이리
6,題中書譯史牡丹圖後 ◊ 稼亭 李穀 ◊
畫師妙思奪天工 화사의 묘한 생각 조물주 솜씨 빌려
國色依然帶露紅 國色이 의연히 이슬에 붉었더라.
記取明年相對處 기억하라 明年에 서로 만날 때는
沈香亭北倚春風 沈香亭 북쪽에서 봄바람을 만나리라
7,寄安康李先生 ◊ 稼亭 李穀 ◊
身閑方可見心閑 身閑해야 心閑한 분 뵐 수가 있으련만
奔走紅塵亦强顔 紅塵 속에 분주하니 얼굴이 두꺼워라.
出處先生思已熟 출처에 선생 생각 이미 익숙하기에
古人猶議起東山 옛사람이 동산에서 일어날 것 의논하네.
8,庚辰春日有感。 ◊ 稼亭 李穀 ◊
與山有素何須買 평소에 산에 사니 어찌 이를 사야할까?
輔理無能且未歸 임금보필 못하기에 돌아가지 않지만
此日此情猶可喜 오늘에 이런 마음 기쁘지 아니할까
北堂萱草媚春暉 북당의 원추리 봄볕에 어여쁘니.
9,壬午歲寒食 ◊ 稼亭 李穀 ◊
細雨忽來驚節換 갑작스런 가랑비에 바뀐 계절 깨닫고
落花如掃惜春歸 落花를 쓸어낸 듯 가는 봄이 아쉬워라.
忍貧要趁良辰醉 가난하나 하고픈 건 좋은 날에 취함이나
鬢髮多情心事違 귀밑머리 다정함에 心事가 어긋났네.
10,六月十五。遊西湖。◊ 稼亭 李穀 ◊
淸風不用玉壺迎 맑은 바람 불어오니 밝은 달은 필요 없네.
紅日如催畫舸行 붉은 해는 배의 운항 재촉하는 듯
欲識西湖奇絶處 서호의 뛰어난 풍광을 알고자하니
夜深花睡暗香生 깊은 밤 잠든 꽃에 향기가 전해오네
11,中秋翫月 ◊ 稼亭 李穀 ◊
徹夜秋光淸欲滴 밤새도록 가을빛엔 맑은 기운 떨어지고
明朝世事浩難期 내일은 세상 일 기약하기 어려워라
無端頃刻冰輪側 부단히 잠간동안 밝은 달 옆에 서서
仰面貪看豈敢辭 욕심껏 쳐다봄을 어찌 감히 사양하리.
12,三月十四遊城南 ◊ 稼亭 李穀 ◊
朝來細雨易成泥 아침 내내 가랑비에 땅이 벌써 질퍽이니
怯送街頭瘦馬蹄 거리에서 야윈 말로 전송함이 두렵구나.
掩卷南窓尋短夢 남창에서 책을 덮고 잠깐 꿈을 꾸는데
數聲隣舍午時鷄 이웃에서 들려오는 정오의 닭울음소리
13,正旦雪 ◊ 稼亭 李穀 ◊
雪從除夜到正朝 제야부터 설날까지 흰 눈이 내리지만
旋入春風不禁消 봄바람에 빨려 들어 바로 녹아 버린다네.
扇影未分雙闕仗 扇影은 쌍궐의 儀仗과 나뉘지 않고
靴聲早集五門橋 구두소리 오문교에 일찍이 모였더라.
14,小園種瓜有感。◊ 稼亭 李穀 ◊
農圃當年着意深 당시에 농사는 계획이 깊었는데
詩書晩歲誤初心 만년에 詩書보며 초심을 그르쳤네.
杏花村外一犁雨 행화촌 너머엔 쟁기질할 봄비 오니
鳩婦急呼天正陰 구부의 급한 외침 하늘이 흐려진다.
15,遊延聖寺 ◊ 稼亭 李穀 ◊
春風解到梵王家 봄바람은 사원에도 찾아올 줄 알아서
客子偏驚負歲華 나그네 너무 놀라 좋은 시절 등졌네.
曉雪墻隈深數寸 새벽눈 담장에 얼마나 쌓였던가?
夜來風雨落梨花 간밤의 비바람에 배꽃이 떨어졌네.
16,送鄭仲孚遊杭州謁丞相 ◊ 稼亭 李穀 ◊
蘇杭景入畫圖新 소주항주 경치가 그림처럼 새롭지만
每恨傳聞摠失眞 전해만 들었을 뿐 진면목을 몰랐다네.
及子未還吾亦去 그대가 돌아오기 전에 나 또한 떠나지만
鷄林賈客盡詩人 계림의 상인들도 모두가 시인이라.
17,送鄭仲孚遊杭州謁丞相 ◊ 稼亭 李穀 ◊
梅花風格幾番新 매화의 풍격이 몇 번이나 새로워
俗物何曾解混眞 속물이 어떻게 混眞을 이해하리
爲我一過和靖宅 나를 위해 화정의 집 한번 들러 주오
能詩便是愛梅人 시를 잘 지으면 매화도 좋아하리.
18,送洪陽坡提擧赴征東儒學 ◊ 稼亭 李穀 ◊
曾謂孤高出輩流 일찍이 고고함은 출중하다 들었는데
年來且與說沈浮 연래에 함께하며 부침을 얘기했지
不知林下誰先去 산림으로 누가 먼저 떠났는지 모르겠소.
君政求官我欲休 그대는 벼슬해도 나는야 쉬려하네.
19,淸明雪 ◊ 稼亭 李穀 ◊
春樹無花雪有花 꽃 없는 봄나무에 눈이 꽃을 만들지만
淸明天氣未應和 청명의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侯家醉耳寧聞此 귀족들의 취한 귀에 어찌 이를 들을까?
凍死流民骨又多 얼어 죽은 유민의 뼈가 또한 많구나.
20,淸明後出城南望西山雪 ◊ 稼亭 李穀 ◊
今朝偶上第三橋 오늘 아침 우연히 제삼교로 올라가는데
春晩西山雪未消 늦은 봄 서산에는 눈이 녹지 않았더라.
怪底東風吹不力 괴이한 동풍은 힘없이 불어오나
近山麰麥有春苗 가까운 산 보리는 싹이 돋아날 것이라.
21,次韻答家兄 ◊ 稼亭 李穀 ◊
辭親又復客燕都 어버이 하직하고 연경을 여행하니
苦憶庭闈侍奉勞 모친 봉양 애쓰시는 형님이 그리워라
謾把詩篇吟陟屺 공연히 詩篇 들고 척기 장을 읊으면서
雲山東望際天高 운산의 동쪽으로 높은 하늘 바라보네.
22,次韻答家兄 ◊ 稼亭 李穀 ◊
家山萬里久無書 家山 만리 오래도록 편지조차 없지만
夢想高堂老病餘 늙고 병든 어머님 꿈속에 어른거려
誤信古人多養志 옛사람 많이 양지했음 잘못 믿었지만
頗慙冬筍與氷魚 겨울 죽순 얼음 잉어 참으로 부끄럽네.
23,次韻答家兄 ◊ 稼亭 李穀 ◊
曾構茅齋聚古書 일찍이 초가 짓고 고서를 모았으며
當時栽種十年餘 당시에 심은 나무 십여 년이 되었구나.
園松偃蓋應棲鶴 정원의 소나무 가지에는 학들이 둥지 틀고
溪柳垂絲可貫魚 시내에 늘어진 버들가지 물고기를 낚을 듯
24,送順菴奉使東歸 ◊ 稼亭 李穀 ◊
數載燕都幸作隣 몇 년 간 연경에서 요행히 이웃 되어
勝游不問暮兼晨 좋은 놀이 있으면 朝夕을 不問했지
金臺南郭看山客 金臺의 南郭에서 산을 보는 나그네
畫舫西湖載酒人 西湖의 畫船에는 술을 싣고 노는구나.
25,新年 ◊ 稼亭 李穀 ◊
此行眞欲賦歸來 이번 길에 귀거래사 진정으로 읊고 싶어
便好茅堂勝處開 경치가 좋은 곳에 초가 짓고 살고 싶네.
半斷樹根仍作枕 나무뿌리 반쯤 잘라 그대로 베개 삼고
曲防溪水爲流杯 냇물을 둥글게 흘려 술잔을 띄우리라.
26,送辛代言東歸 ◊ 稼亭 李穀 ◊
百年心事巧相違 백년 인생에 마음과 일이 서로가 어긋나
兩度今年此送歸 올해도 두 번이나 이리 전송 하네.
別後酒醒淸夜夢 헤어지고 술 깨어 맑은 밤 꿈을 꾸면
定知飛馹到庭闈 정녕 날랜 역마 타고 고향 집에 당도하리.
27,寄白和父 ◊ 稼亭 李穀 ◊
歲晩江山復舊遊 해 저문 강산 예전에 놀던 곳 다시 오니
從今直欲理漁舟 오늘부터 곧바로 고깃배를 타고 싶네
先生比我年顔少 선생은 나에 비해 연령 용모 젊으니
努力匡時到白頭 흰머리 되도록 노력하며 바로 살자.
28,寄南村朴判書 ◊ 稼亭 李穀 ◊
行看流水臥看雲 지나가며 유수 보고 누워서는 구름 보고
得句時時獨憶君 시상이 떠오르면 그대 유독 생각이 나
出處從來偶然爾 출처는 예로부터 우연이지만
爭敎移勒北山文 북산의 글들을 다투어 옮겨 새긴다네.
29,寄詔使金省舍 ◊ 稼亭 李穀 ◊
西游十載不還鄕 귀향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노닌 십 년
忽入薇垣姓字香 성명 글자 향기롭게 미원으로 들어왔지
玉詔頒恩來絶域 절역에 와서 천자의 조서도 반포하고
綵衣稱壽上高堂 고당에 올라서 색동옷 입고 축수하네.
30,寄安康李先生 ◊ 稼亭 李穀 ◊
自笑豈宜紆紫綬 자수 두름 마땅한지 스스로도 우스운데
人譏又欲選靑錢 사람들이 비판하나 청전을 또 뽑는다.
先生當日獨知我 선생은 당일에 유독 나를 알아주신 분
每憶相尋到海邊 항상 기억하며 해변으로 서로 찾았네.
31,過慈悲嶺 ◊ 稼亭 李穀 ◊
絶頂僧房埋積雪 쌓인 눈 속에 파묻힌 꼭대기 승방이요
荒林驛舍鎖寒煙 찬 연무에 갇힌 황량한 숲의 역사로다
題詩欲寄諸心友 시를 지어 심우에게 부치려 하였더니
凍筆如錐不著牋 언 붓이 송곳 같아 종이에 붙질 않네
33,寄訥齋 ◊ 稼亭 李穀 ◊
世事看來眼冷 세상일 겪다 보니 눈빛도 차갑게 바뀌고
年光變處顔緇 변하는 세월 속에 얼굴도 검게 야위는데
爲破貪嗔癡戒 탐진치의 계율을 깨고서
未成歸去來辭 귀거래사를 이루지 못하네
34,寄方尙書 ◊ 稼亭 李穀 ◊
城南池館卽仙家 성남의 지관은 곧 선인이 거하는 집
滿意靑山滿眼花 청산도 마음에 들고 꽃도 눈에 들고
恨我未能陪杖屨 내가 어르신 모시지 못함이 한스러워
紅塵白髮走京華 홍진에 백발 날려 연경을 달려가네.
35.次鄭按廉詩韻◊ 稼亭 李穀 ◊
海上靑山小草堂 바닷가 푸른 산 자그마한 초가집에
豈期同擧菊花觴 국화 술잔 함께 들 줄 생각했으랴
白頭猶未成歸計 백발에도 귀향 계획 세우지 못한 채
宦路逢人感嘆長 벼슬길에 지인 만나 장탄식을 한다네.
36.次許郞中詩韻 ◊ 稼亭 李穀 ◊
秋盡荒林不見花 가을 다한 황량한 숲 꽃도 없는데
忽驚車騎到山家 놀랍게도 가마가 山家에 이르렀네
須知喝道殺風景 喝道는 살풍경임을 알아야 하네
竹外柴門小逕斜 대숲 너머 사립문엔 비탈진 길이 있으니
37.次列山縣客舍詩韻 ◊ 稼亭 李穀 ◊
白頭報國日猶長 백발이나 국가에 보답할 날 오히려 기니
喜及身閑訪衆香 한가함에 衆香을 찾게 된 이 기쁨이여
因過關東探勝景 관동의 승경 탐방하러 지나는 길에
道邊黃菊近重陽 길가에 노란 국화 중양절이 가깝구나.
38.次江陵燈明寺詩韻 ◊ 稼亭 李穀 ◊
爲尋佳景度危峯 좋은 경치 찾아서 험한 산을 넘으니
海闊天長眼界空 넓은 바다 먼 하늘 눈앞이 트였네.
心與勝遊常不足 마음은 멋진 구경이 항상 부족하고
詩當絶景却難工 절경에 대하면 시 짓기가 어렵더라.
39.隔墻呼僧 ◊ 稼亭 李穀 ◊
官舍僧房纔隔壁 관사와 승방은 겨우 벽 하나 사이인데
砌花窓竹共成叢 섬돌의 꽃 창가의 대 모두가 무성하네.
上樓無偶聊相喚 누대에 오를 짝이 없어 서로가 부르지만
非爲顚師有道風 스님처럼 道風이 있는 것은 아니라오
40.次臨漪亭詩韻 ◊ 稼亭 李穀 ◊
此亭光價倍於前 이 정자의 가치가 전보다 곱절이니
詩老命名延祐年 詩老가 연우 연간에 명명했기 때문이라.
典簿獨游人不識 전부 홀로 노닐 뿐 남은 나를 모르니
不慙操筆答雲煙 붓 잡고 雲煙에 답해도 부끄럽지 않네.
41.寄辛草亭◊ 稼亭 李穀 ◊
挑燈擬話當年意 심지를 돋우고 당년의 뜻 말하려니
照鏡俱非昔日形 거울에 비친 얼굴 예전 형상 아니구려.
道枉且嫌東道冷 도를 굽히면 동방의 도가 썰렁해질 것이니
明春特地訪江亭 오는 봄엔 특별히 강가 정자 찾으려네.
42.行次連山。聞金先生光鼎在近邑敎授生徒。以二絶寄之。
◊ 稼亭 李穀 ◊
曾誨螟蛉在泮宮 예전에 반궁에서 명령을 가르치시던 분
閑居猶欲振儒風 한가할 적에도 유풍을 떨치누나
要談六籍排邪說 육경을 담론하며 邪說을 배격하니
吾道寧專筆硯功 나의 도가 어찌 詩文만 일삼으랴
43.守歲 ◊ 稼亭 李穀 ◊
朝來有佳氣 아침부터 좋은 기운 있으니
試筆看書雲 붓을 들어 서운을 보리라
44.題興德客舍 ◊ 稼亭 李穀 ◊
爲訪名山此地過 명산을 방문하려면 이 땅을 통과하고
江橋分路入煙霞 강 다리에서 길 나뉘어 연하 속으로 들어가네
歸來歇馬竹林下 돌아오며 죽림 아래에 말을 쉬는데
一樹山茶猶未花 아직 꽃 피우지 않은 한 그루 山茶
45.飮酒一首。同白和父,禹德麟作。
◊ 稼亭 李穀 ◊
物情好惡淡且濃 사람들의 좋고 싫음 엷기도 진하기도
俱出造化爐中鎔 모두가 조화의 용광로에서 나온다지.
阮孚好屐和嶠錢 완부는 나막신을 화교는 돈을 좋아했다는데
達人聞之面發紅 달인이 들으면 얼굴이 붉어지리.
46,病中述懷 ◊ 稼亭 李穀 ◊
園花似火疑燒鶴 동산의 꽃은 불과 같이 학을 태울 듯하고
溪水如藍欲染鷗 시냇물 푸르러 갈매기를 물들일 듯
除却漁樵更無伴 漁夫와 樵童이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肯重廻首五城樓 즐겨 다시 오성루로 머리를 돌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