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골로 가는 길의 810m봉에서 잠시 휴식, 왼쪽부터 산그림애, 메아리, 신가이버, 히든피크,
대간거사
올제는 님 보러 오니 높은 뫼도 낮았더니
필연코 나 갈제는 낮은 뫼도 높으려니
차라리 높은 뫼 더 높아 못 넘은들 어떠리
---「槿花樂府」에 나오는 작자미상,
▶ 산행일시 : 2012년 3월 17일(토), 종일 안개, 안개비
▶ 산행인원 : 9명(드류, 히든피크, 대간거사, 산인, 산그림애, 신가이버, 승연, 그대로,
메아리)
▶ 산행시간 : 10시간 37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6.8㎞(1부 9.5㎞, 2부 7.3㎞)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12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48 ~ 05 : 20 -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高子里) 도마령(都馬嶺), 산행시작
05 : 48 - 973m봉
06 : 12 - 천만산(千萬山, 960.1m)
07 : 00 - 천마령(天摩嶺, △925.6m)
08 : 15 - Y자 능선 분기봉, 용화면과 양강면의 면계는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짐
08 : 24 - 939m봉
08 : 57 - 758m봉
09 : 10 - 735m봉
10 : 43 - 659m봉
11 : 09 ~ 12 : 05 - 구백교(九栢橋), 1부 산행종료, 중식, 구백이마을
12 : 45 - 능선진입
13 : 21 - 885m봉
13 : 50 - 777m봉
14 : 56 - 614m봉
15 : 24 - 495m봉
15 : 57 -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山幕里) 산막골, 산행종료
1. Y자 능선 분기봉, 용화면과 양강면의 면계는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짐
▶ 천만산(千萬山, 960.1m)
03시 38분 도마령 도착, 차안에서 히터 틀어놓고 계속 취침
04시 55분 기상, 요기, 산행준비
05시 20분 산행시작
서울에서 오는 도중은 물론 도마령에 도착해서도 차안에서 1시간 넘게 자니 언필칭 무박산행
이라 하기는 쑥스러운 노릇이고 대간거사 님 말마따나 야영에 빗대어 차영(車營) 산행이라 하
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칠흑 같은 어둠에 짙은 안개가 더하고 안개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도
마령(刀馬領, 都馬嶺, 800m)이다.
부지런 떨어 맨 앞장서서 상용정(上龍亭, 840m) 방향표시판 따라 너른 계단을 오르는데 어째
길이 좋더니만 뒤에서 천만산은 반대방향이라고 외친다. 가파른 절개지에 낙석방지용 철조
망이 길게 둘러있다. 어느 해 여기서 백하산 갔을 때 그때도 이랬던가? 고갯마루 오가며 오르
기 적당한 곳을 찾는다. 철조망 끝난 지점에서 오른다. 수직사면이다.
볼더링 흉내하여 한 피치 오르면 능선에 들고 왼쪽 사면에서 느릿하게 오는 희미한 등로와 만
난다. 그래서도 길을 더듬는다. 헤드램프 또한 안개 뚫고 어둠을 비집느라 애쓰지만 겨우 보
폭 내에서 맴돌 뿐이다. 오르고 내리는 것이 산길의 의미인데 시계가 지척이라 잠깐이라도 내
릴 때에는 이러다 골로 가지 않을까 움찔움찔한다.
973m봉에서 숨 돌린다. 999m봉으로 가는 북진이 등로는 더 반듯하다만 우리는 서진이다. 약
간 내렸다가 길게 오른 봉우리를 오른쪽의 넙데데한 사면으로 꺾어 돌고나서 수시로 나지막
한 봉우리 오르내린다. 밤새 차 지붕이 들썩이게 불어대던 바람은 멎었다. 안개비가 그리 차
갑지 않다. 더운 땀 희석하여 시원하다.
긴 호흡으로 한 차례 바짝 오르면 천만산 정상이다. 묵은 헬기장이다. 배낭 벗어놓고 쉰다. 새
마포산악회에서 ‘천만산 해발 960.1m’ 라고 쓴 표지판을 나무에 달아놓았다. 준.희는 각호지
맥, 삼면봉(상촌면, 용화면, 양강면)이라 쓴 표지판을 걸었다. 각호지맥은 삼도봉에서 시작하
여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넘어 이곳 천만산으로 왔다가 북진하여 삼봉산, 백마산 넘어 초
강으로 빠지는 산줄기 50.2㎞를 말한다.
새마포산악회는 천만산의 높이를 소수점 이하 한 자리까지인 960.1m로 어떻게 알았을까 궁
금하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나 영진지도에는 표고 표시가 없고, 박성태의는「신산경
표」에서 973m봉을 천만산이라 하였고, 김형수는 「한국400산행기」에서 천만산의 표고를
943m라고 표시하였다.
천만산의 지명유래를 예전에 국토지리정보원은 ‘산이 크고 옛날에 만 명이 피난한 데서 이름
붙였다’고 소개한 바 있다(지금은 지명유래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강면의
마을지명인 천만리(千萬里)에서 따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이 피난했
어도 이 산꼭대기가 아니라 그 마을일 테고.
2. 천마령 내리는 길
3. 천마령 내리면서
4. 천마령 내리면서
5. 천마령 내린 임도에서
6. 천마령 내린 임도 주변
7. Y자 능선 분기봉, 용화면과 양강면의 면계는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짐
▶ 천마령(天摩嶺, △925.6m), 구백교(九栢橋), 구백이마을
안개 자욱하여 도대체 보이는 것이 없으므로 막 간다. 천만산 내리는 길은 우선 가파르게 뚝
떨어진다. 낙엽 밑에는 얼음이 깔려있어 지나기가 매우 고약하다. 오를 때는 엎어지고 내릴
때는 넘어지기 일쑤다. 안개 속 원근(遠近)의 옅고 짙은 수간(樹幹)의 풍경도 어지간해야지 가
도 가도 이러하니 가경이라고 괄목하기 싫증난다.
천마령은 ‘산봉우리가 아주 뾰족하여 하늘을 만질 만하다’는 이름 그대로 하늘을 만질 듯 되
게 오른다. 령(嶺)은 고개, 재 이외에도 드물게 산봉우리나 산맥을 나타내는데 천마령은 고개
가 아니라 산봉우리다. 정상의 삼각점은 마멸되어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자리 편다. 이대
로 간다면 구백교로 내리는 1부 산행이 너무 일찍 끝날 것 같아 속도조절을 하기 위해서다.
아침식사 겸한 입산주 마신다. 빙판길이라 그렇지 않아도 비틀거리는 판에 얼얼한 취중행보
가 염려스럽다.
뚝뚝 떨어지듯 내리면 임도가 지나는 안부. 바로 건너편 산등성이에 붙는다. 잡목의 서슬이
어느덧 많이 누그러졌다. 생강나무는 금방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다. 가지마다 줄줄이 맺힌
영롱한 물방울도 꽃망울로 보인다. 건들면 그만 지고 말 것. 비껴간다.
Y자 능선 분기봉. 오른쪽으로 면계가 계속 가고 우리는 왼쪽 용화면 939m봉을 향한다.
독도하는 재미로 간다. 한발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봉봉마다 지능선의 유혹은 달콤하
다. 구백교까지 표고점 6좌를 넘어야 한다. 관문이기도 하다. 다 오르내림이 심하다. 첫 봉우
리인 939m봉 내릴 때도 자칫하면 호골로 빠지기 쉽다. 모처럼 오늘 오지산행에 나온 산인 님
은 예전의 명성 그대로 독도의 달인답게 모범을 보인다. 봉우리 나오면 꼬박 직등하여 지도
정치하고 나침반 확인한다. 나야 앞사람이 어련히 가랴 그저 뒤따르는데.
봉우리 오르다말고 산허리 도는 인적이 나오면 우회로로 판단하고 얼씨구나 그에 따랐다가
가야 할 방향과 점점 멀어지고는 다시 오르려고 곱절로 애먹는다. 이 와중에 더덕을 세 수나
발견하여 그 핑계로 우긴다. 758m봉 넘고 735m봉 내리는 길도 까다롭다. 그럴 듯하다 내룡
마을로 떨어지기가 더 쉬운 길이다.
659m봉은 오르지 않고 그 직전 안부에서 오른쪽 사면을 대각선으로 질러간다. 600m대 아래
로 고도를 낮추자 빙판은 사라졌다. 푹신한 낙엽을 지친다. 정확히 비끈뱅이 위 구백교로 떨
어진다. 1부 산행종료.
구백교 아래 비닐하우스 밖 공터에서 안개비 맞으며 점심밥 먹는다. 비닐하우스는 일체의 냄
새를 싫어한다는 고추모종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어 출입금지다.
8. 구백교로 내리는 길
9. 구백이마을에서 885m봉 오르는 길의 자작나무 숲
10. 구백이마을에서 885m봉 오르는 길의 자작나무 숲
11. 구백이마을에서 885m봉 오르는 길의 자작나무 숲
12. 885m봉 오르는 길
13. 885m봉 직전 갈림길에서, 맨 왼쪽이 히든피크 님
▶ 885m봉, 산막골
구백이마을로 차로 이동한다. 구백이마을은 임진왜란 당시에 900명이 피난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과연 깊은 산골이다. 그러나 구백을 ‘九栢’으로 새기는 건 모를 일이다. 잣
나무는 보이지 않고 들녘에 호두나무가 흔하다. 구백농장 앞에 차 세우고 걸어간다. 마을길
관통하여 임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계곡 건너고 가시덤불 헤쳐 산자락 붙든다. 다시 안개 속으로 든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
다. 중국 측천무후(則天武后) 무주(武周) 시대의 재상(宰相)이었던 적인걸(狄人傑)이 읊은 풍
경이 이랬을 것이다.
“깊은 산속 안개가 사방 뒤덮어 풍경을 가렸지만
가시나무 덤불 속 새들은 아름답게 지저귀네”
펑퍼짐한 사면을 갈지자 크게 그리며 오른다. 오늘 2부 산행은 산인 님이 나를 살린다. 뒤쳐
진다. 점심 때 먹은 것이 잘못 되었는지 출발할 때부터 속이 거북하단다. 자기 때문에 전체 산
행이 늦어지는 것이 불편하여 사불여의(事不如意)하면 탈출하겠으니 지체없이 가라지만 그
럴 수는 없는 일. 그 다음에는 내가 죽는다. 신가이버 님더러 후미 보게 하고 속도 늦춘다.
2부 산행 도상 7.3㎞에 이름 붙은 산 하나 없다. 산행표지기 한 장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산길
을 간다는 게 자랑이다. 885m봉 오르기 직전 펑퍼짐한 안부 왼쪽 사면은 자작나무 숲이다. 자
작나무 숲은 자욱한 안개 속에서도 잘 어울린다.
885m봉 가기 전 ┻자 능선 분기봉. 이제부터는 일로 북진이다. 북사면은 빙판이다. 발 디딜
곳이 없다. 자빠지고 넘어지고 야단이다. 내리는 데 땀난다.
777m봉 넘고 777m봉보다 더 높이 오른다. 암만 눈 부릅떠도 시계는 불과 20m 이내. 오리무
중(五里霧中)은 사소하다. 40리 무중을 넘는다. 그런 안개 속 독도의 묘기는 계속된다. 특히
614m봉으로 내리기 전 Y자 분기봉은 백미다. 방향 트는 Y자 분기봉을 짚어내기가 여간 어렵
지 않거니와 오른쪽 565m봉으로 가는 능선이 흐릿한 인적으로 완만하기 때문이다.
왼쪽 가파른 사면으로 뚝 떨어져야 한다. 표고 150m 남짓을 꾹 참고 낮추어야 한다. 무척 길
다. 바닥 치고 통통한 능선이 이어진다. 한참 내린 추동 살려614m봉을 단숨에 오른다. 막바지
다. 치수무육(稚樹撫育) 간벌한 솔숲이 나온다. 495m봉을 오솔길로 넘는다. 잠깐 오솔길 벗어
났다가 간벌 숲 헤치고 계곡 넘어 능선을 갈아탄다.
대추밭 지나 산막골 동네로 들어선다. 다리 건너 우리의 장한(?) 행렬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무엇을 얼마나 캤느냐고 묻는다. 생각지 않았던 엉뚱한 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하기사 이리
궂은 날에 명산대찰 없는 인적 드문 산에서 후줄근한 몰골로 나타났으니 약초꾼으로나마 보
아주어 감사하다. 근처 군부대에 신고하지 않기 다행이다. 할머니와 하이파이브 한다.
14. 등로
15. 등로
16. 등로
17. 등로
18. 산막골로 가는 길의 614m봉에서, 산그림애 님과 산인 님(오른쪽)
19. 산막골로 가는 길의 495m봉 지나서
첫댓글 우와~~! 사진인데도 촉촉한 물기 가득 머금은 깊은산 초목, 바윗덩어리에마져 펼쳐진 아우라가 그대로 전해져옵니다. 그들이 전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이번주엔 외면할 수가 없지요. 닥치고 참석!!! ^^*
일기불손으로 좋아하시는 산봉우리 사진 한장 못담으시여
서운? 하셨겠네여~
독자인 저도 무언가 1% 허전함을.. 수고하셨슴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