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부문에서 '깜짝 금메달'을 땄던 러시아의 알리나 자기토바가 은퇴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주요 경기 무기한 출전 중단을 선언했던 자기토바는 12일 '메가스포츠'에서 열리는 2021~2022년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불참을 선언했다. 현지에선 그녀의 은퇴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매체도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기토바는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이 주최하는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명단에 빠져 있다. 12, 3일 열리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녀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빙하기'에 더 집중한다는 게 이유다. 그녀는 새 학기에 러시아경제아카데미 언론학부에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피겨연맹은 자기토바에 대한 기대를 쉽사리 접지 못하는 모습.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관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2014 소치올림픽의 '피겨 여왕' 소트니코바가 뒷말을 남긴 채 은퇴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문제는 그녀의 마음가짐이다. 연맹이 앞장 서 그녀에게 대표팀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자기토바는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니,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알렉산드르 고르쉬코프 연맹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그녀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짐짓 여유를 보였지만, 아예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자기토바에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그녀가 대표팀 선발전을 건너뛰고, 러시아 선수권대회에도 불참하면, 유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설 수가 없다. 남자 피겨선수 못지않게 힘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국제대회에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자기토바가 피겨스케이팅에 이미 흥미를 잃었다고 말한다. 평창올림픽 금메달 이후 밀려온 상실감을 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턱밑까지 추격해온 후배들의 존재에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느껴진다. 지난해 성인 무대에 데뷔한 '루키 3인방', 즉 코스토르나야와 트루소바, 셰르바코바가 자기토바 등 선배들을 거의 제쳤다는 평이다.
그녀는 지난해 경기 출전 중단을 선언하기 전, 지인들에게 "오전 6시에 빙상장에 나가 오후 9시까지 훈련하는 일정이 너무 피곤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형이 커지면서 피겨 스케이팅의 핵심 기술을 구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기토바가 없는 세계 피겨스케이팅 부문은 '루키'를 벗어난 '러시아 여자 피겨 3인방'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사람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여자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 은, 동메달을 휩쓴 바 있다.
여기에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메드베데바도 호시탐탐 세계 정상을 노리고 있다. 자기토바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그녀에게는 아직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