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체험(近死體驗)이란 무엇인가? / 최준식
1. 근사체험 연구의 시발과 전개
전 세계적으로 근사체험에 대한 연구를 촉발시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75년에 출간된 레이몬드 무디 2세의 『잠깐 보고 온 사후의 세계(Life after life)』
(유근일 역, 정우사, 1977)라는 책이었다.
이 당시 이미 세계 죽음학의 권위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도 같은 주장을 하고 다녔지만
그는 책으로 연구 결과를 밝힌 적이 없어 무디의 저서를 근사체험 연구의 시발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의 서문은 다름 아닌 퀴블러 로스가 썼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근사체험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말에 살았던
스위스의 지질학자 앨버트 하임(Albert Heim)에 의해 촉발이 되었다.
그는 알프스 등반 중 조난을 당했던 사람들의 체험이 유사한 것을 발견하고
그들의 체험을 비롯해 비슷하게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사람들,
즉 큰 부상을 입은 군인이나 노동자들이 겪은 체험을 수집해 발표를 했다.
이때의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근사체험자들의 체험과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근사체험에 대한 실제적인 시발 연구가 된 자신의 저서에서 무디는
의사로 재직하고 있으면서--그는 동시에 문학박사(Ph. D)이기도 하다--150 여명의
근사체험자들을 만나 면담했고 그것을 정리해서 처음으로 근사체험에 관한 책을 내게 된다.
그 뒤에도 무디의 책 말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연구 결과물들이 있었지만
여기서 그것들을 다 다룬다는 것은 지면의 제약 상 힘들기 때문에 다른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런데 무디의 책은 엄밀히 말하면 학술서라기보다는 대중서에 가까웠기 때문에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근사체험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무디의 연구가 과학적으로 재평가를 받는 것은 5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1980년에 미국 코네티커트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케니스 링(Ring)이 『Life at Death』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번역이 안 되었고 일본에는 부분적으로만 번역이 되었다)라는
제목의 책을 쓰면서 비로소 근사체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게 된다.
링은 이 책에서 근사체험자들이 겪는 사건을 유형적으로 분류하고
그것을 산술적으로 통계를 내어 여러 경우의 수에 맞추어 매우 면밀한 연구를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성종교에 매우 열심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근사체험을 했을 때 어떻게 다르게 체험을 하는지 따위가 그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당했을 때의 상황, 즉 사고사인지 병사인지 자살인지 등에 따라
체험의 내용이 달라지는가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를 했다.
링은 특히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겪는 변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종종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인생관이 180도로 완전히 바뀌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링은 여기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하게 적고 있다.
링의 저서를 읽어보면 곧 알 수 있지만
그의 연구는 근사체험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링과 함께 미국에는 수많은 근사체험 연구자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들의 연구를 집대성해
대중들이 읽기 쉽게 만든 책이 있는데 애트워터(P. M. H. Atwater)라는 연구자가 쓴
『The Complete Idiot's Guide to Near-Death Experiences』(알파 북스 출판사, 2000)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