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2 , Saturday
[동방신기 스페셜 2번째 글 : 이것은 2009년 8월 25일 가처분 신청 첫 심리 후 작성된 글입니다. 동방신기 세 멤버가 제기한 것은 '시스템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한 답은 되고 있는 것일까요. 다소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당시 썼던 글을 보태어 봅니다.]
지난 8월 21일 동방신기 멤버들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건에 대한 첫 심리가 있었습니다.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되었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나왔습니다. 팽팽한 입장을 보였던 양측의 차이가 좁혀지거나 상황이 진전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보도된 내용을 듣고나니,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SM이 주장한 내용 몇가지 때문입니다. 다음은 그 주장을 듣고 떠오른 의문들입니다.
왜 동방신기는 일본의 공중파 방송과 유료 DVD에서 SM의 식당 홍보를 해야 했습니까
이날 심리에서 SM 변호인단은 "화장품 사업에 세 멤버가 참여한 것은 동방신기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SM이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멤버들의, 혹은 멤버들 가족들의 화장품 사업 투자가 옳으냐 그르냐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굳이 따질 필요가 있나요. 이것은 동방신기 멤버들의 사적 투자에 속하는 영역입니다. 이들이 방송이나 공연에 나와서 그 이야기를 하고, 음반이나 DVD에 그 내용을 싣지 않는 한, 저라는 감상자가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전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이 사람들이 화장품 사업과 관련된 사실도 몰랐습니다. 이들이 가수 활동 중 해당 사업의 프로모션을 한 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동방신기는 지난 3월 일본의 대표적인 토크쇼 '샤베쿠리007'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합니다. 일본 공중파 방송의 인기 프로에서 1시간여동안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개그맨들과 방송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동방신기는 자신들의 단골 맛집이 '포도나무'라며 해당 음식점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사실 해당 음식점은 SM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SM F&B 디벨롭먼트에서 낸 식당이었습니다. 이것을 뒤늦게 알게된 일본팬들이나 한국팬들은 내심 허탈해했습니다. 이건 아시아를 대표하는 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 아닙니까.
얼마전 동방신기의 DVD '올어바웃동방신기 3'이 발매되었습니다. 4만8천여원의 정가가 책정된 동방신기의 정규 DVD입니다. 이들의 여행, 쇼케이스, 인터뷰, 뮤직비디오 관련 영상 등이 담겨 있는 DVD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SM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식당 e-table과 위에 나온 일본 식당 포도나무를, 동방신기 멤버 전원이 각각 40여분과 30여분에 걸쳐서 소개하는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개하는 방식은 가관입니다.
동방신기 멤버들이 진행하는 다른 내용에 식당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대화에 잠깐 언급되는 수준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써준, '식당홍보문안'을 동방신기 멤버들이 열심히 읽습니다. 메뉴 음식의 장점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답을 맞추는 퀴즈를 합니다. 서빙하는 사람이 등장해서, 멤버들의 멘트를 끊고 멤버들의 모습을 가리며 메뉴 소개를 줄줄 합니다. 나중에는 셋트 메뉴의 가격도 소개합니다. 이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보컬그룹의 이미지에 맞는 내용입니까? 그 그룹의 정규 DVD에 적합한 내용입니까?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의 가수인 동방신기가, 1회 이벤트만으로도 억대의 개런티를 제시받는 동방신기가 '가수로서의 자존심과 격을 훼손해가며' SM경영진이 론칭한 식당사업을 1시간 10분동안 '세일즈' 합니다. 그리고 SM은 이것을 콘텐츠랍시고 DVD에 포함시켜 동방신기의 한국팬들과 일본팬들. 아시아 각국팬들에게 팝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SM은 동방신기를 매니지먼트하는 겁니까? 아니면 동방신기가 SM을 세일즈하는 겁니까? 이런 마당에 '이미지를 염려해서 자제를 요청'했다는 말이 나옵니까?
이전부터 '협의에 의한 스케쥴 결정'을 해왔다는 것은 거짓말입니까?
이날 심리에서 SM 변호인단은 "이 소송으로 인해 동방신기 세 멤버의 경우에는 원치 않는 광고나 공연 등에는 출연하고 있지 않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제 마음을 서늘하게 한 것은 바로 이 발언입니다. '이제서야' 그렇습니까? 이제서야, 이번 소송을 제기하고나서야, 동방신기는 원치않는 광고나 공연에는 출연치 않는 겁니까? SM 스스로 얼마전에 "건강 부분 및 스케줄도 충분히 협의해 왔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동방신기가 '원치않는 곳에 출연하지 않고 있으니' 무려 '불만족 요인'이 해소되었다고요? 그러면 그간 이것이 '불만족 요인'이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겁니까?
이 발언을 듣고나니, 문득 작년 2월 이들이 '라인업'이라는 국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이 방송이 유독 기억에 남은 이유는, 제가 그 방송을 보면서, 상당히 불쾌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매니저들과 손발을 맞추어 대기실에서 동방신기의 몰래 카메라를 찍습니다. 내용인즉슨, 멤버중 한명이 '라인업 고정출연'을 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라인업은 모호한 기획에 시청률 부진으로 단명한 오락프로그램입니다. 동방신기가 일본 활동 중 무리하게 이 프로그램 초기에 출연한 것은, 소속사의 '선심성 출연' 결정일 겁니다. 동방신기는 신사업 세일즈도 도와줄 뿐 아니라, SM매니저들이 방송국을 뛰어나니며 해야할 일들도 이렇게 도와줘왔습니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이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몰래카메라는, '이 프로그램이 인기프로그램이 아니고 그 출연이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먹기 싫은 떡을 누가 먹나'식 컨셉으로 멤버들에게 '고정 출연할 멤버를 선택'해보라고 시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이렇습니다. 매니저들이 통보하고, 멤버들은 전혀 반갑지 않는 표정을 짓는데, 누구도 거부하진 않습니다. 당황해서 말문을 못 잇는 멤버들 사이에서, 시아준수가 지목되는데, 서 있는 매니저가 "싫어, 준수?"라고 한마디 합니다. 그러자 시아준수가 "아니, 좋죠!"라고 정색해서 답변합니다.
해당 매니저 개인의 자세나 방송 자체를 지적하려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이 장면에서 드러나는 관행입니다. 멤버들은 모두 갑작스러운 스케쥴 제안에 '싫어요'라는 소리 하나 시원스럽게 내뱉지 못합니다. 이런 의사 결정 과정을 자랑이랍시고 내보내는 소속사의 마인드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2008년에도 동방신기는 충분히 아시아의 대표그룹이었습니다. 2008년 봄에도 이들은 이미 17회의 일본 아레나(1~2만명규모 공연장) 투어를 매진시킨 거물급 팀이었습니다. Love in the ice를 부르며 청중들을 감동케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음악팀이었고, 소속사를 먹여살리는 간판그룹이었습니다. 그런 그룹 멤버들을 앞에 놓고, 방송사와 소속사 직원들이 '파일럿성 프로그램' 출연 하나 시키면서 '결정권자'는 누구인지를 재미있어하며 보여줍니다. '사실, 얘네들은 우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애들이야'라고 과시합니다.
그리고 지금 '협의에 의해서 스케쥴을 결정해왔다'라고 합니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서, '거절하는 법'도 모르는 젊은 팀을 데리고 45장의 음반을 내게 하고 103회의 공연을 하게 하고 숱한 방송과 숱한 자사 프로모션과 숱한 행사에 데리고 다니면서 - 6년동안 단 한번도 가수에게 '휴식기'나 '충전기'나 '준비기'를 주지 않는 소속사가 말입니다.
'한달간 휴식'을 거듭 거듭 꿈꾸고, '여행 한번만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수년째 웃으면서 멤버들이 말했지만, 이 모든 소원은 묵살당해왔습니다. 목소리가 상하고, 다리를 다치고, 위세척을 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불러야 했습니다. 워낙 가창력이 뛰어나고 앙상블이 특별한 팀이라, 지켜보긴 했으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팀을 지켜보는 것은 '공포영화'가 되어갔습니다(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인 '동방신기, 6년간의 활동 - 그것은 한편의 잔혹극이었다'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이 사람들이 '자신들이 입은 상처'를 아직도 제대로 인식못할 거라고 봅니다. 이 사람들은 어느 정도이든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었을 겁니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위세척을 하고도, 유노윤호는 휴식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3년간의 변성기로 잃을뻔한 목소리가, 다시 과로 속에서 상해갔을 때, 시아준수 역시 트라우마를 입었을 겁니다. 어느날 믹키유천은 방송에서 '어떤 때는 그냥 확 뻗어버릴까 싶다'라고 말합니다. 최강창민이 비틀거리며 공연하는 동영상이 돌아다닙니다. 영웅재중은 올해 투어가 끝나고, 일본의 공연감독에게 '(이렇게) 노래하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합니다. 전 그게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그 공연을 제가 봤으니까요. 8번이나 봤는데, 볼때마다 '즐거우면서' 동시에 끔찍했습니다. 당시 공연 감상기에도 여러차례 남겼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의 진행자였던 소속사는 이제 와선, '지금은 동방신기가 원치않는 스케쥴을 하지 않고 있으니 불만족스러운 점이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일절 안나옵니다. 반성은 없습니다.
'혹여 우리가 무리한 스케쥴을 진행해왔다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멤버들의 노고와 수고를 통감하며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하겠다'라는 입에 발린 소리 하나 안합니다. 6년내내 '형'이라는,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모든 시상식의 수상 소감에서 멤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들었던 경영진들이 말입니다.
가수에게 음반 인세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행위입니까?
이날 심리에서 또한 SM변호인단은 "시아준수가 7월 15일 회사에서 4,500만원을 가불했다"며 "소송 근 한달 전에 이같은 일을 한 것은 일반적인 행위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세 멤버 측 변호인은 언론을 통해, 시아준수는 해당 액수를 가불한 적이 없으며, 세금 정산을 소속사에서 지불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 이후 다시 거론하지 말라고 한 사실 또한 밝혔습니다. 이후 이에 대한 SM측의 반론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다른 부분입니다. 만약 시아준수가 그런 일을 했다면, 그게 일반적인 행위로 보기가 힘듭니까.
일본 음반 판매 집계 사이트인 오리콘의 발표에 따르면, 동방신기의 올해 상반기 음반 및 DVD매출액이 330억원입니다. 일본 전 가수를 통틀어서 8위입니다. 엄청나고 무서운 일이지요. 지금 동방신기의 일본 인기는 가공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콘서트 매출액까지 감안하면 700억이 훌쩍 넘어갈 겁니다. 물론 이것이 순수익은 아닐 것이고, 여기서 비용도 빼고, 수익도 나누고 할테지요. 그래도 700억입니다. 700억이 뉘집 애 이름입니까?
여기에 기타 수익과 하반기 수익을 합치면, 이들이 올해 일본에서 벌어들인 수익만 해도 1천억원대를 훨씬 더 상회할 것입니다. 이걸 번 팀의 멤버가, 4천여만원 가불해간 것은 말이에요. 시기가 언제든 하나도 안 이상합니다. 몰래 훔쳐간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자기 이름으로 장부에 적고 받아갔다면,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13년 계약에, 6개월마다 수익을 정산하는 마당에, 멤버 중 한명이 중간에 가불을 몇천만원 했다한들 대수입니까.
지금 SM과 동방신기의 수익 분배에 관한 여러가지 얘기가 분분합니다. 투자비용이니 적자니 뭐니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그런데 가수와 소속사의 수익분배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전혀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냥 '적정 퍼센트'를 지불하면 간단합니다. 액수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단, 당연히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불해야합니다. 순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엔, 매출과 경비의 내역을 정확하게 가수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적게 팔렸으면 가수는 적게 법니다. 많이 팔렸으면 많이 버는 겁니다. 작곡를 했으면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됩니다. 콘서트에 출연했으면 '출연료'를 주면 됩니다. 자사 것이든 타사 것이든, 프로모션을 했으면 '모델료'를 지불해야합니다. 가수의 인기도와 판매 성과에 따라 계약하는 퍼센트 수치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게 바로 모든 음반사와 기획사들이 가수들을 대우하는 방식입니다. 국내외적으로 그렇습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가수의 행동을 일반적이지 않다고 타박하는 회사가 자신들의 '일반적이지 않은 관행'은 왜 돌아볼 줄 모릅니까.
동방신기는 계약서의 특이한 단서 조항 때문에 매번 수십만장 넘게 팔았던 정규 음반의 인세를 올해 초까지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기타 라이브 음반과 편집 음반 등에 대해서는 아예 인세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작품들의 권리는 모두 SM에게 귀속됩니다. 멤버들 본인이 만든 작품의 실질적 권리도 모두 SM에게 양도됩니다(전속 계약서 내용은 기회가 된다면, 후에 따로 얘기하겠습니다).
온라인 음원을 비롯한 기타 활동들은 모두 순이익의 일부를 받게 되어 있는데 - 일본 활동 수익의 경우, 에이벡스가 돈을 벌어들인 후, 일정기간마다 수익의 일부를 일본내 SM재팬에게 주고, SM재팬은 다시 그 수익의 일부를 한국 SM으로 보냅니다. SM은 이것을 또 다시 동방신기와 나누어왔다고 합니다.
이는 얼핏 보면 공평한 배분 같지만 사실은 터무니없는 계약 형태입니다. 이것이 가수에게 이익이 되려면, 인세와 저작권료, 공연 및 행사 출연료 등을 정상 비율에 의거해 가수가 따로 정산받아야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위와 같은 순이익의 배분이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러면 아주 보기좋은 파트너쉽이죠. 성공의 과실을 나누는 겁니다.
하지만 동방신기는 인세도 못 받고, 저작권료도 못 받고, 공연 등의 출연료도 못 받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이익 배분을 받습니다. 결국 동방신기는 활동의 가장 큰 주인공이고 가장 큰 공신이면서도, 가장 말단의 직원들보다 더 뒤에 돈을 받는 것입니다. '남은 찌꺼기'를 받는 겁니다. 아마 경영진을 포함, 관련 직원, 스탭들에게 지불되는 보수와 작품료 등은 분명히 '비용 처리'될 겁니다. 그런데 왜 동방신기라는 - 아시아 최고의 세일즈 파워를 가진 아티스트의 노동에 대한 댓가는 비용 처리조차 안됩니까.
여기에 활동시 누적된 모든 경비 또한, 동방신기에게 분배될 수익에서 차감된다고 합니다. 머리도 떼고 꼬리도 떼는 겁니다. 만약 여기서 회사가 투자비용이나 경비를 높게 산정하거나 수익이 거쳐가는 중간 거점을 의도적으로 늘리면, 얼마든지 가수의 권리가 유린당할 수 있는 위험한 방식입니다. 이미 SM재팬 등의 역할을 보더라도 그런 횡포의 소지는 눈에 선히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동방신기에게 '정확한 수익내역'이 통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것은 그야말로 월급제도 수당제도 계약제도 아닌, '주는대로 받아라'제도인 셈입니다. '다 빼고 다 나누고 나니, 이만큼이 남았더라'하면 그냥 받아야하는 계약인 겁니다.
글을 마치며
저희는 동방신기 멤버들이 '현재 SM과 맺은 계약'은 무효화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반시대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은 전면 무효화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의 일반적인 연예기획사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계약기간 13년은, 이 계약이 불공정성을 넘어, 인권유린적 성격까지도 띠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가처분 신청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저희는 '동방신기의 독자 레이블'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방신기의 크기는 SM을 뛰어넘고 있었고, 양자간의 충돌은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평화롭게 양자간의 합의에 이루어졌다면, 우리나라 케이팝씬에 엄청난 의의를 지닌 행보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법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부디 사법부가 현명하고 적법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동방신기 해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까지 사회가 나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그룹의 해체 혹은 존속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 자신들 뿐입니다. 사회나 팬이나 소속사가 그들을 설사 우리에 가둬놓는다한들, 가능할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동방신기는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 전역에서 젊은 음악팬들에게 주목받고 사랑받아온 자랑스러운 그룹입니다. 지난 6년동안, 10년치의 일을 해낸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응당 그들의 인간적 권리를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으면 오히려 그후에 동방신기의 멤버들과 SM 역시 서로 이별을 고하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동방신기 멤버들은 앞으로 나갈 것이고, 미래를 향해 변화해나갈 겁니다. 물론 새로운 행보를 걷다보면 실수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입니다. 현실 속에서 타협해야할 지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것은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놀라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놀랍고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이 선 자리가 나누어질지언정, 이제껏 보여줘왔던 성실함과 프로페셔널리즘이라면 분명 새로운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SM의 선택은 분명치 않습니다. 지금 선택의 양갈래길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미래'를 선택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에 기대려고 합니다. 과거에 했던 방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지금도 SM에는 수많은 어린 가수들이 속해있습니다. 그들 또한 케이팝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권리 또한 동방신기의 권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것은 '케이팝의 대외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서 표준계약서가 제시된 지금, 어차피 과거의 관행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지금 SM앞에 제기된 문제는 - 저희가 거듭 얘기하지만, 동방신기 세 멤버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SM이 과거를 받아들일것인가, 미래를 받아들일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SM이 미래를 선택하기를 빕니다만, 생각의 방향만 바꾸면 이루어질 그 쉬운 일을 SM은 좀처럼 택하지 못하고 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