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시인과 빠빠라기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사모아의 밀림에 사는 원시인들이 쓰는 말 중에 ‘빠빠라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문명이란 뜻이다. 사모아의 한 원시인이 밀림을 벗어나 문명사회를 구경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문명사회를 보니 문명인들은 이상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현대의 문명인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없으면 살아 갈 수가 없다. 현대의 문명인은 돈을 벌어야 하고 돈 때문에 각종 범죄를 저지른다. 어떤 사람들은 돈 때문에 친구를 살해하거나 자식을 죽이기도 어떤 사람은 소에다 물을 먹이기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소의 다리를 자른 후 자동차로 끌고 다니다가 죽어가는 소가 갈증을 느낄 때 물을 퍼먹이는 짓거리를 한다. 그렇게 해서 고기의 중량을 늘려서 돈을 번다.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해가면서까지 돈 몇 푼을 버는 모습을 보면 사모아의 한 원시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생지옥과도 같았을 것이다. 반면 우리 문명인이 깊은 밀림속의 원시인을 보았을 때 미개하고 저렇게 사는 것도 사람이 사는 것일까 할 정도 불쌍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밀림속의 원시인이 요지경 속의 문명인을 보았을 때 현대인들은 잔인하고 비참한 존재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지금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에 대해서 크게 혼동하고 있다. 범죄의 양상도 더욱 흉악해지고 있다. 거리에 다니다가 칼에 찔려 죽기 십상이고 먼지가 가득한 탁한 공기로 호흡을 해야 하고 발암물질로 뒤범벅이 된 고기를 먹어야 하고 거짓말 잘 하고 사기술에 능통한 사람이 돈을 많이 벌고 자기 부모를 먼 외딴 섬에 버리는 사회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너무 돈에만 집착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못하는 일이 없다.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사모아의 원시인이 현대인을 비판하는 것을 한번 쯤 되돌아 봐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부하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밀림속의 원시인들은 자연과 어울려 그들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밀림 속에는 각종 과일들이 풍부하고 각종 짐승들도 많다. 그래서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원시인들은 우리 문명인들처럼 먹을 것 입을 것을쌓아두지 않는다. 쌓아두지 않으니 욕심이 없고 욕심이 없으니 싸움이 없다.
밀림 속의 원시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의료시설과 약을 갖추고 있다. 의료시설이래야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원시적인 시설에 지나지 않는다. 약이래야 자연에서 얻은 식물의 뿌리나 나무잎이 고작이다. 그러나 밀림 속의 원시인들은 100살까지 장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문명인들이 볼 때 밀림 속의 원시인들은 미개하고 인간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시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매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염되지 않는 산과 물은 그들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의 신비를 배워야 한다. 성장위주의 정책을 추구하다보면 우리 현대인들은 오염되고 더러운 자연환경에서 신음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지구인들은 이제 성장의 발걸음을 늦추고 자연환경을 돌봐야 한다. 자연환경을 돌보지 않으면 우리 모두 더러운 물과 더러운 공기를 마시면서 질병의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네팔은 관광자원을 많이 가진 나라지만 외국관광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관광을 무제한 허용하게 되면 네팔인의 순박한 심성이 오염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도 파괴될 것이고 그에 따라 관광 허용 이전보다 오히려 네팔의 경제복지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경제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네팔을 현대화 시켰을 때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신중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네팔의 관료들은 네팔의 현대화가 가져다줄 편익보다는 비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대로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익이 된다. 돈 몇푼 벌어봐도 네팔인의 심성이 파괴되면 자기들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네팔인들의 판단이 옳은지도 모른다. 돈 몇 푼을 더 벌어 현대의 시설을 좀더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네팔인들이 황금만능주의로 변해 버린다면 각종 흉악한 범죄는 물론이고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어느 것이 더 행복한 삶인가? 그러나 현대문명의 이기(利器)를 즐기면서 깨끗하고 평화로운 자연환경과 흉악범죄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