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술을 먹고 난 후 동료 사무실에 들렸더니 모두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다. 척 보기에 기분이 엄청 업되어 있다며 무슨 복권이라도 맞았냐느니 그리 밝은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다느니 어리둥절해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와 있었느냐 어느 좋은 술집이었냐고 캐물었지만 내만의 기쁨을 나누고 싶지 않아 그냥 좋은 친구와 함께였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이가 좀 차이나도 무슨 상관이랴,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술이고 안주고 맛있을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어떤 밝고 따스한 기운을 친구로부터 옮겨받은 기분이란 거의 세례(洗禮)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오라같은 후광까지 어렸었을까?
스스로는 엉뚱하고 까칠하고 좀 이상한?사람 아닌가 주춤도 하지만 그 친구는 오래전부터 존재자체가 희망과 기쁨과 사랑과 감동의 상징이었다. 적어도 나한테만은...
살다보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무리 술을 같이 하며 대화를 해도 가까워지기는 커녕 실망하게 되고 심지어 오염당한 것 같은 기분에 귀를 씻고픈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주정 주사라도 더해지면 술값이 아까울 정도로 무의미한 시간낭비도 드물게 겪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자랑만 하는 사람도 있고 모종의 목적을 위해 선전 선동하느라 입의 침이 마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불운한 신세타령도 술맛 떨어지긴 마찬가지.
그럼 나는 과연 남에게 어떻게 비쳐지는 사람일까?...다소 소극적이고 눌변이어서 침체된 기운이 많을 것이라 진단한다. 대개는 얌전히 남의 말을 들어주며 가벼운 논평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술 많이 먹음 그렇지도 않아서 논쟁도 잦다. 과거 한 때 오랜 시간을 목청높여 논쟁하여 술집서 몇 번 쫓겨나온 부끄러운 전과도 있다.
어제의 그 친구야 동키호테에게 있어서 환상의 연인인 둘시네아공주틱한 면도 있고 거의 선천적이라서 무조건적인 부분이 많다. 그렇긴 해도 연탄詩처럼 난 누구에게 단 한번이라도...따뜻했을까?..얼마나 따뜻한 존재중일까?...차갑고 사무적이며 지루하고 따분한 존재였을 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아니 많았을 것이리..
예의 그 친구가 내게 베푼 것처럼 환한 기쁨과 감동과 웃음을 나도 타인들에게 그 반에 반만이라도 베풀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ㅜ 반성하고 노력하면 좀은 나아질까? 세태가 그래선지 사방천지에 우울한 뉴스만 들리고 훈훈한 미담은 점점 드물어지는 기미...
여하간 년말이 다가와서 친척친구 송년회 등 만남이 잦아질 것인데....올해의 겨울은 더욱 따뜻할지니...
...상대에게 좀더 기껍고 따스한 존재가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결론^
* 여러해전 초겨울 친척카페
첫댓글 코로나가 반 정도 해방을 시켜주니
콧구멍 바람이 자유로워집니다
주말 또는 공휴일에는 공원마다 북적북적하니 저도 덩달아
거름인지 똥 인지 구별 못하고 쫓아가게 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몇몇과 수다쟁이 놀음을 햇지요
역시 인간은 관계 맺음에서 사는 맛을 느끼노라 함서요
다시 되풀이되지 못할 21년 늦가을...
한껏 누려야지요..친구든 여행이든 술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