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서어나무
해설사시절 선운사 천왕문 앞 극락교 아래 도솔계곡에 서어나무 한 그루 고목 되어 서 있다. 나는 항상 해설할 때면 그 고목 옆에 잠깐 쉬면서 나무가 속이 비는 이유를 인생에 비유하여 해설하곤 했었다.
그날도 초등학생과 학부형들이 누운 듯 비스듬히 계곡물에 자기 몸을 비추며 서있는 속빈 서어나무 앞에서 해설을 했다.
"여러분 이 서어나무가 왜 속이 빈 줄 아십니까?"
"....."
그렇게 질문을 던져놓고 누가 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시간을 아낀다.
"나무도 곧게 자라야 합니다. 곧게 자라서 가지도 무성하고 잎도 무성하여 뜨거운 여름에는 스스로 제 밑둥을 그늘지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나무도 화상을 입습니다. 화상을 입었다 하면 이렇게 속이 비어버립니다.“
천천히 숨돌릴 사이를 두면서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만 옛날에는 마을 앞 정자나무 등이 곧게 자라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도 속이 비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자나무 옆에서 솥을 걸어놓고 불을 피워 나무가 화상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나무 옆에서 무심코 불을 피워 화상을 입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여기서 어떻게 하면 가장 쉬운 말로 가장 쉽게 이해를 시키느냐를 생각해본다.
“나무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곧게 자라야 되고,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있어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고 그늘도 되어줘야죠. 그렇지 못하면 사람도 속이 빕니다. 나무는 속 빈 것이 보이기라도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나무는 속이 비어도 관상용이라도 쓰이지만, 사람 속 비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때 잠깐 듣는 분들의 눈치를 살피고 나서
“여러분은 속 비지 않게 서로 울타리도 되어주고 그늘도 되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 합니다.“
”'자식 안 가르치려면 여행이라도 보내라'는 옛말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여행 많이 하면서 항상 자세히 관찰하고 메모하며 깊이 생각하는 인생여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고목(古木) 한 토막, 인생 한 토막이 무엇이 다를까를 생각해보면서 다음 코스인 선운사경내(境內)로 자리를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