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메인 책
장순금*
아버지가 햇빛을 지고 집을 나간 후 어머니가 젖은 달빛을 데리고 따라 나갔다
달빛은 제 그림자를 옆구리에 끼고 추억과 손잡고 나가는데 밤길이 따라 나섰다
마당은 누워서 집 나가는 식구들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꽃들에게 피지 말라고 손짓했다
허공에 기습당한 책들은 진공 속에서 서로 손을 놓지 않았고
움푹 패인 그늘은 목 메인 밥을 먹고 꿈을 꾸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열린 대문으로 봄은 태연히 들어오고
바람이 넘긴 책갈피 새로 뼈와 살이 발려진 계절이
신열로 익은 문장을 먹으며 우거진 시간으로 빈집을 채웠다
봄은 봉인되었고 떠도는 목소리들만 마당에 잡초처럼 들쭉날쭉 거렸다
그늘은 날마다
제 그늘 속에 앉아 누군가 오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대고
대문은 새파랗게 언 발로 동구 밖까지 나와 서성거렸다
저기, 멀리서
목 메인 책 한 권이 맨발로 봄을 이고 오는 게 보이는지
《시산맥》2016년 겨울호
장순금/ 부산 출생.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걸어서 가는 나라』『비누의 슬픔』『조금씩 세상 밖으로』『낯선 길을 보다』『햇빛 비타민』『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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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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