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런 역할 못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너무 설레 울렁증까지 생겼어요."가수 겸 영화배우 엄정화(31)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해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통해 사랑과 현실속에서 이중적인 생활을 꾸려가던 일탈적인 미시주부의 모습에서 이제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180도 변신해 시청자를 찾은 것이다. 97년 SBS 드라마 '아름다운 죄' 이후 5년만이다.
내달 6일 방영하는 KBS 월.화드라마 '아내'는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걸린 한 남자(유동근)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본 부인(김희애)의 등장으로 겪게 되는 갈등과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엄정화는 극중 유동근을 살려내 함께 살게 되는 간호사 윤현자 역을 연기한다. 이후 식당을 운영하며생활능력이 없는 유동근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게 된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후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상반된 작품이지만 결혼의 의미, 남편과 아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따뜻한 정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갑자기 5년의 공백을 깨고 가수에서 연기쪽으로 선회한 게 궁금했다. "노래를 하면서 연기를 그만 뒀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게 힘들었을 뿐이죠. 당시 가수로서 반응도 좋았고요. 당분간은 연기쪽에 치중하고 싶어요. 다음 앨범(8집)은 이 드라마가 끝나면 발표할 생각예요."그런가 하면 내년 1월에는 영화 '싱글즈'에도 출연한다. 화려한 싱글들의 도발적인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로 이범수, 장진영 등이 함께 출연한다.
92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한 엄정화는이후 탤런트, 가수, DJ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은 운이좋은 사람이라 늘 생각한다. 대부분 자신이 그린 밑그림 대로 인생이 움직여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속에서 느끼고 있던 것들이 연기로 승화하는 것같아요. 그동안 섹시한 이미지와 가수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로말끔히 씻어내고 싶어요. 이젠 가수 엄정화가 아닌 연기자 엄정화로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