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황사가 간간이 봄날의 하늘을 흐려놓지만, 그래도 봄은 역시 자전거를 타고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4월 넷째 주 일요일, 성동고 16회 바이콜릭스(Bikeholics) 대원들과 함께 부천 춘덕산에 만개한 복사꽃을 찾아 봄나들이 라이딩에 나섰다. 부천은 예로부터 '복사골'이라 불릴만큼 복숭아와 인연이 깊은 고장이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도시화가 본격화가 되기 전까지 소사 지역의 복숭아는 부천을 대표하는 특산물이었다. 해마다 봄이면 춘덕산 복숭아꽃 축제를 비롯하여 원미산 진달래축제와 도당산 벚꽃 축제가 열려 시민들에게 봄의 정취를 선사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고장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정겨운 축제다. 복숭아는 동양 문화에서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조선의 제22대 임금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화성행궁에서 성대한 진찬연을 베풀고 복숭아꽃을 헌화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한 복숭아를 먹고 삼천 년을 살았다는 동방삭의 전설처럼 복숭아는 예로부터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의미를 생각하며 복사꽃을 바라보니 오늘의 봄나들이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당산역을 출발해 한강변으로 접어들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성산대교와 월드겁대교를 지나 안양천 합수부에서 방향을 틀어 안양천을 따라 달렸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산책에 나선 시민들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강변은 활기가 넘쳤다. 곳곳에 조성된 꽃밭에는 형형색색의 듈립과 영산홍, 철쭉이 활짝 피어 라이더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오목교를 지나 신정교 부근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웠다. 아름다운 꽃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봄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환하게 해주고
라이딩으로 쌓인 피로마저 잠시 잊게 해준다. 다시 페달을 밟아 고척교를 지나 구일역에서 목감천으로 들어섰다. 목감천의 맑은 물속에서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며 봄날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광명스피돔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목감천과 작별하고 역곡천으로 접어들었다. 역곡천은 포장도로와 비포장길이 뒤섞여 페달을 밟기가 다소 불편했고, 공사 구간까지 이어져 길을 찾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어미 잉어들이 새끼들을 거느리고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잠시 페달을 멈추게 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역곡역 부근에 이르자 신록으로 물든 춘덕산 자락과 정상의 정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역곡천을 따라 역곡고가교, 온수산업단지를 지나 역곡고등학교를 거쳐 마침내 춘덕산 복숭아 과수원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탐스럽게 피어난 복사꽃이 산자락을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봄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며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다.
약 5분 정도 페달을 밟자 부천시 산울림청소년수련원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봄나들이를 나온 차량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고, 연인과 등산객들도 만개한 복사꽃 아래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역시 자전거를 세워놓고 복사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수련원을 벗어나 굴다리를 통과한 뒤 마을 소로길을 따라 와룡산 도화농장으로 향했다. 원미구 춘의동에 자리한 농장에서 다시 한 번 인증사진을 남기고 이제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삼원가든으로 이동했다. 점심은 돌솥밥과 코다리구이, 구수한 된장찌개였다.
여기에 가벼운 반주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라이딩 이야기를 비롯한 사사로운 정담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함께 페달을 밟고 함께 식탁에 앉으니 동료애도 한층 깊어지는 듯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비포장 고개, 이른바 까락고개를 넘어 부천자연생태공원과 부천식물원을 차레로 둘러보았다. 이어 베르내천을 따라 달려 부천옹기박물관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도 남겼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부천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김간진 대원은 갈 길이 바빠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아쉬운 작별을 고했고,
나머지 네 명은 잠시 시간을 내어 부천활박물관을 관람했다. 박물관에는 삼국시대의 활과 화살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신기전 등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 전통 활 문화의 역사와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짦은 시간이었지만 뜻밖의 역사 공부까지 곁들인 의미있는 탐방이었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소사역을 향해 달렸다. 원미산 자락을 품고 달리는 길에는 어느새 봄의 신록이 짙어지고 있었다. 꽃과 물길, 숲과 역사,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하루 동안 봄의 풍경을 온몸으로 만끽한 셈이다. 오후 2시 55분경, 오늘의 라이딩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오늘 라이딩은 그리 길지도 험하지도 않았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달리며 봄바람을 맞고, 복사꽃 향기와 싱그러운 신록 속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좋은 벗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달렸다는 사실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봄은 짦기에 더욱 아름답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고, 사람들의 마음에도 다시 생기가 움튼다. 오늘 우리가 만난 춘덕산의 복사꽃처럼 우리의 우정도 해마다 더욱 곱고 깊게 피어나기를 바라며, 다음 라이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