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어느 날.
신문과 방송에서 '포스코 그룹' 어느 임원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기사가 연속해서 흘러나왔다.
나는 순간 "내 친구 얘기는 아니겠지?" 하며 기사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내 절친도 그 회사에서 금년 봄철 정기인사 때 임원을 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균형잡힌 인성과 배려의 깊이가 남다른 친구였다.
고교 친구이자 대학 동창생이며 절친이었다.
비행이나 악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릴 사람이 아니었다.
내 친구는 매사에 겸손하고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았지만 '포스코 그룹'의 임원이라고 하기에 좀 더 상세하게 기사를 일독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를 읽어보니 다른 사람의 얘기였다.
'포스코 그룹'의 어느 임원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던 여성 승무원에게 매우 유치한 문제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끝내 폭언과 폭행을 가했고 기내가 소란스럽게 급변했다.
생난리를 친 모양이었다.
비행기가 미국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FBI까지 출동해서 그 사건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임원은 미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다.
한심했다.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지난 수십 년 간 국내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우월적인 지위에서 '갑'으로만 일해왔던 회사였다.
그 회사의 오래된 '갑의 태도'와 '경직된 조직문화' 그리고 '인사 시스템'이 오작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벌집을 쑤신 듯했다.
"언젠가는 한번 터질 일이었는데 이번에 곪아 터졌다. 차라리 잘 됐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업무방식, 조직문화, 거래관계및인사문제 등 그룹의 제반 사항들을 일대 혁신하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줄을 이었다.
모든 회사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인사'가 '만사'다.
진리다.
'웨이터 룰'이란 게 있다.
CEO나 조직의 수장에겐 철저하게 굽신거리며 친절하지만 식당의 웨이터, 건물 청소원, 늙은 경비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겐 쌀쌀맞거나 그들을 하대하고 무시하기 일쑤인 사람들은 절대로 쓰지말라는 원칙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웨이터 룰'이다.
비슷한 말로 '캐디 룰'도 있다.
골프를 치면서 캐디를 대하는 그 사람의 인간됨됨이를 살펴보고 사람을 가려 쓰거나 거래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회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지천명' 전후에 임원이 된다.
모든 회사원들의 꿈이다.
그리고 극히 소수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의 자리다.
그런데 승진이 다가 아니다.
그렇게 똑똑하고 역량이 출중하여 별을 단 사람들도 개인적인 인성의 문제나 언행 때문에 일거에 추락하는 사례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인생살이.
절대로 하루 아침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주변의 하찮은 일들, 사회적인 약자들, 병들고 아픈 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담아 배려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말은 쉽다.
하지만 부모가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자식도 거의 백프로 그런 인생을 엮어가지 않는다.
아니다.
엮지 않는 게 아니라 엮지 못한다.
예컨대, 주말 점심에 집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고 치자.
다 먹고난 다음 빈 그릇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남은 음식 위에 젓가락, 양파, 춘장 그리고 자신의 입을 닦아낸 휴지까지 넣어서 그대로 문 앞에 내놓는 타입인가?
아니면 남은 음식과 쓰레기들을 집안에서 분리 배출하고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서 내놓는 사람인가?
지난 숱한 세월 동안 당신의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어떤 모습을 보고 배우며 자랐는가?
배달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마음을 담아 자주 인사드리고 명절때 작은 선물에 짧은 감사편지라도 해보았는가?
작은 구멍가게 사장님, 세탁소 아저씨, 세차장이나 건물청소 아주머니 등 우리가 살면서 자주 접하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며 살았는 지를 겸허하게 되짚어 봐야한다.
매일 그런 시간을 갖고(예컨대, 새벽의 큐티시간처럼) 성찰해야 한다고 믿는다.
성찰이 없는 과거는 막연하고 불안한 미래로 이어질 뿐이다.
수행은 교회나 깊은 산 속 사찰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스펙과 높은 점수 그리고 뛰어난 실적에만 목숨을 거는 한국의 부모들.
외부로 드러나는 것, 남들의 이목에 보여지는 것들에 유달리 집착하는 사람들.
분명코 그런 것들은 긴 인생길을 가는데 각 과정에서 필요한 조건일 수는 있겠지만 삶을 관통하는 핵심은 아니다.
인생이 우리에게 묻는다.
삶을 대하는 당신의 철학은 무엇인가.
당신의 생사관, 인생의 가치관 그리고 이번 생에서 당신이 최선을 다해 살아야만 하는 인생의 화두와 의미는 무엇인가.
직위나 권력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깊은 영혼과 맑은 눈빛에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인식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진정한 감동은 부와 파워에 있는 게 아니라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작은 배려와 따뜻한 미소에 있음을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제법 굵은 봄비가 온 대지를 적시고 있는 봄날 이른 아침이다.
Q.T를 하면서 '웨이터 룰'과 '캐디 룰'을 생각해 보았다.
올라갈수록 더욱 낮게 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건강과 생명을 허락해 주신 신의 명령이다.
모든 분들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한다.
오늘도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지라도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작은 배려와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그런 멋지고 품격있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GOD BLESS YOU !!!
2013년 4월 29일.
대기업 임원의 갑질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이 일었다.
새벽, 묵상의 시간(Q.T)을 마치고 큐티노트에 몇 자 적다.
부디 오를수록 더 낮게 임하기를.
첫댓글 내 절친은 포스코 그룹에서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까지 올랐다.
지금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CEO로서 동분서주 하고 있다.
내주에 대학 향우회(동물농장) 송년모임이 있다.
그 친구도 참석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 글은 거의 12년 전의 얘기다.
맥주 한 잔 나누며 가벼운 마음으로 과거의 얘깃거리들도 나누겠지만 앞으로 전개될 인생 2막에 대해 서로의 고견들을 여과없이 주고 받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했던 동물농장 형제들이 그리운 연말이다.
2024년 세모에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