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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들, 죽치고 앉아있는데, 여기저기 다친 놈도 있지만 경미하다
구석에 박혀있는 용객과 정대, 혁수가 보인다.
정대: 태권도고 지랄이고 쌈엔 막쌈이 최고라니까!
혁수: (기지개를 켜며) 니기미 차라리 잘됐다.
이 참에 폼 나게 학교 때려치고 바로 직행하는 거야. 엉?
77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린 끝까지 함께 가야지, 안그래?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용객.
씬 10. 교장실 . 낮
석교장과 고감독,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다.
고 감독: 예선이 보름 남았는데, 퇴원까지만 한달입
석교장: 일단 어떻게 대충 예선만 통과하고 그 다음에 애들이 퇴원을 하면
고 감독: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놈은 민규 하나뿐입
석교장: 아니 그럼 어쩌자는 건가 ?
고 감독: 아무래도 만세고와 제 인연은 여기까지 인 것 같
석교장: (놀란 얼굴로 보며) 고감독, 그게 무슨 소린가?
고 감독: 이번 대회는 제게도 중요한 대회입
제 인생을 만세고에 걸 수는 없다는 말입
석교장: (달래) 아 물론 고감독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대학으로 옮기려는 건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고 감독: 제 뜻은 충분히 전할 줄 압그럼 (일어나 간다)
석교장: 아니 이봐요! 고감독!
(일어나 따라가며) 고감독!!
쿵하고 닫히는 문을 망연히 바라보는 석교장.
한숨을 푹 내쉬며 뒤돌아서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우뚝 멈춰선다.
떠오른 묘안이 마음에 드는 지 씩 웃다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뜬금없이
석교장: (중얼) 이가 없으면 잇몸.
씬 11. 만세관 . 낮
고 감독, 짐을 챙겨 나가려다 무릎을 꿇고 있는 민규를 본다.
고 감독: 여긴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못 돼.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민규: 감독님!!
고 감독: 너도 이번 참에 정리하고 따라 나오는 게 어떠냐?
민규 (고 감독을 본다)
고 감독: 여기서 이러간 너 대학은 고사하고,
태권도 인생도 이걸로 끝이다.
민규
고 감독: 하지만, 지금 나를 따라 나선다면 너를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 주지.
민규 그럴 수 없
고 감독: (뚫어지게 바라보며) 왜지?
민규
고 감독: 멍청한 놈
고감독이 나가고, 민규는 그 자세로 고개를 떨군다.
분에 못 이겨 마룻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는데
씬 12. 피의자 대기실 . 낮
유리창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정대와 용객, 혁수 그리고 양아치들.
석교장 홍용객. 신정대. 퇴학. 나머지는 무기정학이다.
유리창 너머에서 석교장이 양아치들을 보고 있고,
정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몸을 부들부들 떨
혁수: 저만 왜 무기정학입니까? 저도 같이 짤르십쇼!
정대 혀 혁수! 진심이냐?
혁수: 그럼 새끼야! 죽어도 같이 죽어야지 쪽팔리게 나만 왜 빠져!
정대: 고 고맙다
혁수: 고맙긴, 친구 아이가!
정대: (석교장을 간절하게) 교장쌤, 들으셨죠? 짜르실 거면 저 대신 혁수를 짤라주세요. 네?
혁수: !!! (벙찐 표정이다) 이런 씨발놈
정대는 쪽팔리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
석교장이 조용히 서류하나를 꺼내 유리창에 대고 보여준다.
용객과 정대, 혁수 그리고 양아치들 이게 뭔가 하며 머리를 맞대고 읽는다.
각 서
본인은 만세고등학교 태권도 부에 가입하여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 단체대항 태권도대회 지역예선에 출전할 것을 서약합
이를 어길 시 교칙에 의한 처벌은 물론 형사상의 처벌도 감수하겠
만세고등학교 3학년 5반 홍용객
3학년 3반 신정대
3학년 1반 권혁수
3학년 7반 김병수 등등
정대: (떠듬 떠듬 내어) 본인은 만세고 태권도에 가입하 가입?! 전국 단체 대회 출 출전?!
석교장: 쉽게 얘기해서, 니들이 태권도부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니까? 니들이 대신 대회에 출전하라는 거야. 여기서 결정한다. 태권도 할래, 깜빵 갈래?
순간, 양아치들 눈만 꿈뻑거리고 있는데
혁수가 먼저 어처구니없다는 듯 푸핫 웃음을 터트린다.
뒤이어 정대가 피실 따라 웃고 나머지 양아치들도 배를 잡고 웃는다. 그때!!
용객: (번쩍 손을 들며) 합니닷!
황당한 듯 바라보는 정대와 혁수.
양아치들, 황당한 듯 용객을 보고 수군거린다.
정대: 야, 너 임마, 미쳤어?
용객: (무시하고) 3학년 3반 홍용객, 하겠
혁수: 용객아 너 미쳤냐? 태권도는 무슨 태권도야 양아치가? (석교장을 보며) 쌤, 저흰 못합
정대: (용객의 팔을 잡고) 너 왜 그래?
용객: (정대를 보며) 깜빵 가기 싫어서 그런다.
정대: (용객의 눈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3학년 3반, 신정대도 합
혁수: (어이없다) 너까지 왜 이래, 정말!
정대: (잠시 말이 없다가 버럭) 이런 씨팔, 혁수야, 고퇴면 중졸이다, 중졸!! 미애도 중졸이면 난 고졸은 되야 가오가 서지, 안그래!
어이없는 듯 바라보는 혁수, 정말 할 거냐는 듯 용객을 쳐다보면 용객,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에 드는 듯 은근히 미소를 짓는 석교장.
씬 13. 교문 앞 . 낮
남녀공학다운 분위기의 등굣길. 재잘대는 여학생들.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걸어오던 학생들이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갈라진다.
그렇게 확 트인 길을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용객과 양아치들.
용객의 좌우에는 정대와 혁수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교문을 들어서던 용객이 걸음을 멈추자 따라 서는 양아치들.
용객의 시선에 멀리 만세관이 들어온다.
씬 14. 만세관. 낮
적막이 감도는 체육관, 민규의 발차기 만이 간헐 들려온다.
그 옆에서 성완이 조용히 밀대걸레로 바닥을 닦
문 열리는 들리고, 민규와 성완이 보면 용객. 정대. 혁수가 양아치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양아치들을 보고 밀대걸레를 툭 놓는 성완.
용객과 정대, 혁수 그리고 양아치들 건들대며 실내를 두리번거린다.
곳곳에 설치된 고정 타겟과 호구들을 툭툭 발로 건드리며 장난치는 녀석들.
정대는 이소룡 흉내를 내며 까불까불 타겟을 발로 찬다.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어대는 양아치들.
순간 만세관이 떠나갈 듯 치는 민규.
민규: 그만 두지 못해?
정대: 이런 씨발 놈 깜짝이야.
민규: 누구 맘대로 여길 들어와? 당장 나가!
혁수: 아 저 새끼 저거 왜 졸라 흥분하고 그런다냐
용객을 노려보는 민규의 눈빛에 분노가 서린다. 잠시 긴장이 흐르는 실내.
이때 창밖으로 지나가는 석교장과 수빈의 모습이 보인다.
용객: (삐딱하게 씩 웃으며) 우리도 여기 좋아서 온 거 아니니까 너무
용객을 노려보던 민규, 갑자기 달려든다.
순식간에 날아오른 민규의 발차기가 용객을 제대로 가격한다.
바닥에 나 뒹구는 용객.
지나가던 수빈이 놀라서 들어가려는데, 석교장이 수빈을 잡는다.
석교장: 대단한 스피드 아니냐?
수빈: 아빠! (하는데)
석교장, 흥미롭다는 듯 창문을 통해 안의 상황을 엿본다.
양아치들이 민규에게 달려들 태세지만, 용객이 제지한다.
천천히 다가가던 용객, 달려들어 주먹질을 해댄다. 피하는 민규.
용객, 열 받아 계속 달려들지만 민규는 특유의 스텝으로 용객을 희롱한다.
용객, 이번엔 힘껏 발차기를 하지만 잽싸게 피하는 민규.
헛발질로 순간 용객의 중심이 흔들리자 곧바로 민규가 공격을 해온다.
꼼짝없이 용객이 당하는 상황.
그러나 용객,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도
땅에 채 닿지 않은 발을 들어 민규의 가슴을 찬다.
민규: 휘청하며 뒷걸음질 치는 순간
용객: 거세게 뛰어올라 민규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는데
석교장: 동작 그만!!
용객, 멈칫하다 석교장과 수빈이 서 있다.
석교장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건 태권도에선 반칙이지.
용객: (삐딱하게) 그렇습니까?
(민규를 보며) 너 오늘 운 좋구나.
민규를 일으켜 세우는 수빈, 용객에게 살벌한 시선을 날린다.
왠지 수빈의 날 선 시선을 받으면, 민망하고 불안한 용객.
그때, 만세관의 문이 덜컥 열리며 덜그럭 거리는 짐가방을 끌고 들어오는 미애.
정대, 화들짝 놀라며
정대: 야,야. 니 니가 여긴 왜
석교장: 학생은 누구지?
미애: 신정대 애인입애들 말로 이거라고도 하죠.
(새끼손가락 들어 보인다)
정대: (미치겠다는 표정)
석교장: 그래? 우리학교 학생인가?
미애: 아뇨, 요 옆에 영화여고 재작년까지 다녔어요.
뭐 지금은 사회인이니까 선생님하고 동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구요.
석교장: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래, 여기 온 용무는 뭐지?
미애: 정대 이넘이 간만에 사람같은 짓을 한다는 데 제가 가만 있을 수 있나요.
빨래하고 밥 먹이는 건 제가 도울게요.
석교장: 그 일이라면 이미 수빈이가 하고 있는 일
미애: (수빈을 힐긋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
학생하고 사회인은 엄연히 급이 다르죠.
석교장 (정대를 보는데)
정대: (안 된다며 몰래 손사래를 친다)
석교장: 좋아. 훈련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다, 알겠나?
미애: 감사합(인사하고 정대 보며 윙크하면)
정대: (죽었다 싶은 표정으로 울상이 된다)
정대를 보며 웃던 미애가 수빈을 툭 치며 묻는다.
미애: 신정대 저 자식 진짜 남자답게 생기지 않았니?
수빈 (뭔 소린가 보는데)
미애: (살벌하게) 꼬리치면 죽는다!
그러고는 표정을 풀고 환하게 씽긋 웃는 미애.
수빈, 그런 미애가 어이없기만 하다
씬
15. 운동장 . 오후
운동장 한가운데 바람이 휘이익 불더니 작은 모래돌풍이 일어난다.
나뭇잎하나 돌풍을 타고 빙글빙글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씬 16. 만세관. 오후
용객과 양아치들 앞에 태권도복이 놓여있다.
도복을 사이에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용객과 민규.
만세관의 유리창에는 안을 들여다보려는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중에 한 놈은 윗통을 벗고있는데
상체만 보이기 때문에 아래는 어떤지 알 수가
어쨌든 몸매는 탄탄하게 잘 빠졌고, 피부는 까무잡잡한 석봉이다.
그 옆에서 양배추 머리를 한 녀석(양배추)과 빡빡머리의 녀석(산낙지) 재잘거린다.
양배추: 야, 이 지금 뭐 하는 거냐? 눈싸움하는 거냐?
산낙지: 무식한 놈아. 저건 눈싸움이 아니라 기 싸움이다 기 싸움.
짱은 가려야 될 거 아냐?
양배추: 우리 학교 짱은 용객이잖냐.
산낙지: 문제는 용객이가 태권도 부에 들어갔다는 거지.
태권도부 짱은 민규거든.
아이들 수군대는 틈으로 다시 팽팽히 맞선 용객과 민규.
민규: 하겠다고 맘 먹었으면 똑바로 해.
용객: (피식) 싫다면?
민규: 태권도는 신성한 스포츠고, 복장을 갖추는 건 기본적인 예의다.
용객: 신성한 건 니 입장이고 나한텐 편한 게 예의다.
민규: 말로 할 때 입는 게 좋을텐데 ?
용객: 말로 안어쩌는지, 어디 볼까?
민규: 그래? (주먹을 쥐는데)
용객: (씩 미소 짓는데)
수빈: 그만 둬, 민규야!
용객, 민규 동시에 수빈이 천천히 다가온다.
수빈을 보자 순간 부드럽게 풀어지는 용객의 눈빛.
수빈: 어차피 이런 애들한테 기대한다는 게 바보짓이지.
정대: 잠깐만, 이런 애들? 이 씨발. (다가서는데)
수빈: (쏘아보며) 말 조심해!
혁수: 너나 아가리 닥쳐 썅
용객: (나직이) 조용히 해!!
혁수: (화나지만 참는다)
민규: (수빈을 보며) 저런 놈들하고 상대하지 말고, 넌 빠져.
수빈: 나도 분명히 만세고 태권도부에 한사람이야. 잊었어?
용객: (불쑥) 좋아, 이거만 입으면 된다 이거지?
아이들 멈칫 놀라 용객을 본다. 씩 웃으며 도복을 드는 용객.
용객: 이렇게까지 중요한 건지는 몰랐다.
하며, 웃통을 훌렁 벗는 용객.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바라보는 수빈.
씩 웃으며 허리띠를 푸는 용객.
민규, 문득 수빈을 쳐다보다가 용객이 바지춤을 내리려는 걸 보고는
민규: 야, 홍용객!
바지를 내리는 용객. 삼각팬티 차림이다.
순간, 창밖에 있던 여학생들이 지르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엿보기에 바쁘다.
마침 만세관 들어오는 미애가 쪼르르 달려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대: 이런 시발! 뭘 봐! (미애의 눈을 가리는데)
수빈 (용객을 노려보고있다가 휙 돌아선다)
용객: 난 원래 옷 갈아입을 땐 다 벗는 버릇이 있는데 어쩌지?.
미애: 뭐?
하며 어떻게든 보려고 정대는 완력으로 눈을 가리기에 바쁘다.
팬티에 손을 올리는 용객.
민규: 그만 해 , 새끼야! (용객에게 달려들려는데)
수빈: 홍용객!!
용객: (수빈이 처음으로 불러준 자신의 이름에 흠칫한다)
수빈: 너한텐 이게 재밌는 지 모르, 우리한텐 중요한 일이야.
냐. 아님 동대문에서 창업을 하던가.
정준: (냉정하게 한마디한다.) 사표내는 게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다음은 전혀 안 멋있어. 동사무소 직원 한명 뽑는데 천명이 몰리는 게 현실이야. 것두 석, 박사들만.
그 말에 한숨을 내쉬는 나난. 그걸 보고 화를 내는 동미.
동미: 얌마, 너 지금 피박 쓴 놈 광박까지 씌우는거냐?
정준: 난 지금 현실을 얘기하는 거야. 어쨌든 얜 지금 한달에 꼬박꼬박 백만원이 필요한 사람이야. 대출금 이자 내야지, (동미, 옆에서 투덜댄다 시발) 공과금 내야지, (동미 시발!) 카드값 메꿔야지, (동미 시발) 결론은 하나야. (난과 동미, 정준을 쳐다본다.) 일단 발령난 곳에 출근하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하자고.
동미/ 나난: (동시에) 시발!
나난, 대자로 벌렁 드러눕는다.
나난: (한숨) 아, 재밌는 거 없나?
동미: 띠바, 재미난 거 하고 싶다아!
동미도 대자로 벌렁 드러눕는다. 정준 혼자 뻘쭘히 앉아있다.
정준: 하고 싶은 거 되잖아!
나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정준: 니가 좋아하는 거.
나난: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
정준: (멀멀)
동미: 잠자는 거! 크하하, 천상 백수해야겠다.
나난: 응? 준아,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정준: (한참 생각하다 벌컥) 그걸 니가 알지 내가 아냐?
나난: (벌떡 일어나 앉으며) 그럼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정준: (꿈뻑꿈뻑)
동미: 묻는 니가 더 웃기지, 임마.
나난: 허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정준: 너 꿈 없어?
나난: 꿈?
동미: 이 꿈이 왜 없어? 바닥에 머리만 댔다 꿈꾸는 앤데
정준: (동미의 히프를 퍽 때리며) 넌 좀 가만있어.
나난: (다시 발랑 눕는다.) 꿈이라 그게 2년 전까지만 해도 거든. 27살 땐 얼른 과장이 되는 게 꿈이었구 23살 땐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구 20살 땐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구. 19살 땐 대학에 붙기만 해도 소원이 없었다
동미: 우리 셋 다 얼른 집 떠나는게 소원이었지.
정준: 그건 이뤘잖아. 흐흐
나난: 난 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숙제 둘 중에 하난, 해결할 줄 알았어. 결혼 하거나, 일에 성공하거나! 근데 이게 뭐냐고 서른이 코 앞, 당장 이번달 카드값은 어떻게 할지, 그 걱정 뿐이야.
정준, 나난 옆에 드러눕더니 하늘 보며 짐짓 진지하게 말한다.
정준: 서른이 된다는 건, 서른 이후의 삶도 별다를게 없다는 걸 깨닫는 거다.
나난/ 동미: (오잉? 돌아본다.)
정준 라고 소설가 전경린이 그랬다
나난/ 동미: (우와~)
정준 고 라디오에서 그러더라.
나난/ 동미: (냉정히 시선을 거두는데)
정준 고 군대 동기가 그러더라.
하늘에서 내려다본, 나란히 드러누워 하늘 보는 세 사람, 아무 말이
카메라, 서서히 세 사람의 시선으로 밤하늘을 비춘다.
나난: (OFF) 아직도 별이 보이네
동미: (OFF) (시를 읊조리는)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정준: (OFF) 참! 이동미, 내일 관리비 내는 날이다.
두 여자에게 퍽퍽 뚜드려 맞는지 정준의 비명 울려 퍼진다
씬 25. 하이락 클럽 (몽타쥬)
INS. 하이락 클럽 전경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 왁자지껄한 분위기.
바에서 나난, 맥주 따르다 넘치자 얼른 입을 갖다대고 후루룩 마신다.
그때 잔을 낚아채는 손, 점장 (30대 중반, 여) 이다.
배수구에 맥주를 버려버리는 점장, 나난을 흘기곤 가버린다.
서버 은혜가 나난을 밀며 들어서더니, 능숙한 솜씨로 맥주를 착착 따른다.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난.
은혜, 한손에 5개씩 맥주잔 10개 들고 가버린다.
-
다정해보이는 노부부가 메뉴판 보며 주문을 한다.
할아버지: 맥주 두 잔하고
할머니: 찹 하우스 클래식! 가슴살 맞죠?
할아버지: 로디드 포테이토 스킨! 베이컨은 빼줘요
나난: (그 앞에 멍청하게 서있다가) 네?
노부부, 동시에 나난을 올려본다.
빙그레 웃으며 메뉴판의 메뉴를 짚어주는 할머니.
-락커룸
문 열고 들어오는 나난. 홀의 왁자지껄 들렸다가 문을 닫자 조용해진다.
비좁고 초라한 락커룸, 사람 하나 겨우 지나다닐만한 통로에 무너지듯 주저앉는 나난.
끄응 하며 겨우 다리를 펴고 앉는데 그때 우르르 들어오는 여서버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통에 발길에 이리 저리 채이는 나난.
-주방
소매를 걷어 부치고 식자재들을 설겆이하는 나난.
주방장, 빼꼼히 얼굴 내밀고 보더니 퉁명스레
주방장: (가리키며) 자동식기 세척기, 몰라?
-영업이 끝난 홀.
재호가 밑을 대걸레로 쓱쓱 닦는데, 왠 발에 툭 걸린다.
보면 머리는 흐트러지고 화장은 다 망가진 나난이 넋빠진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다.
멍한 표정의 나난이 그 자세서 두 발을 들어주자, 꽃미남 재호, 설레설레하며 나난의 발밑을 쓱쓱 닦는다.
주방장, 나난을 한심하게 보고 있는 점장에게 지나가는 말로 누가 데려왔어
씬 26. 나난의 방 (밤)
나난, 침대에 걸터앉아 맥주병으로 알통 배긴 종아리를 밀며 통화하
츄리닝 바지 걷어 부친 양쪽 무릎에 노란 케토톱 붙여져 있다.
나난: 우쒸, 이번달 월급만 받으면 그만 둘거야. 말이 매니저지, 완전 노가다라 니까! 내가 뭐가 꿀려서 이 짓거리 하고 있어야돼? (신음) 아아~
동미(F): 그럼 집어치워! 자는 사람 깨워서 맨날 징징대지 말구!
나난: 몇신데 벌써 자?
동미(F): 몇신데 아직 안자? 자라, 좀!
철커덕, 전화 끊긴다. 나난, 나쁜년 투덜거리며 수화기 내려놓자마자 다시 전화벨 울린다.
나난: (수화기에 냅다 치는) 이년아, 왜! (당황) 어머, 점장님 (놀라며) 네에?
씬 27. 하이락 클럽 앞 (밤)
달려가는 나난, 츄리닝 바람에 외투를 걸친 차림새다.
하이락 클럽 앞에 경찰차, 소방차가 서있고, 소방관들 호스를 거두
하이락 클럽은 정문유리가 박살이 나 있는 등 혼란스러웠던 좀 전 상황이 방치돼 있다.
씬 28. 하이락 클럽 안 (밤)
뛰어 들어오는 나난, 어리둥절 둘러보면 홀 안에 연기 자욱한데 불탄 흔적은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는 의자들.
잠옷에 코트입은 점장, 소방관 앞에 머리를 조아리
소방관: 아 참 이게 뭡니까? 연막 소독할 때 미리 신고하는거 잊으셨어요?
점장: 정말 죄송합안그래도 바쁘실텐데
소방관: 다음부턴 신경 좀 써주세요.
점장, 소방관에게 계속 머리 조아리고 소방관, 가면서 동료에게 농담한다.
소방관: 나 참, 바퀴벌레보다 우리가 먼저 죽을 뻔 했네.
점장, 나난을 못본척 빗자루로 유리 조각을 쓸어 담기 시작하고.
머뭇대며 점장에게 다가가는 나난.
나난: 점장님
점장
나난: 죄송합
점장
나난
점장, 뻘쭘하게 서 있는 나난을 슬쩍 보다 난장판이 된 클럽안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점장: 미치겠지?
나난
점장: (부서진 유리문을 보며) 난 돌아버리겠다.
비질 하는 점장. 어쩔줄 모르는 나난. 깨진 유리창
씬 29. DVD룸.
꼭 붙어서 영화 <미인>을 보고 있는 정준과 지혜.
야한 장면이 나오자 정준, 호시탐탐 지혜를 노리는데
지혜: 정준씨는 이담에 어떤 데서 살고 싶어?
정준: (행복) 지혜가 사는데!
지혜: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이게?
정준: ?
지혜: 1번 마이클 잭슨 옆집, 2번 수영장이 딸린 전원주택
정준: (표정 점점 어두워진다.)
지혜: 3번 드레스룸이 있는 40평짜리 아파트.
정준 청약부금을 19월째 붓고 있는데
지혜: (팔 빼내며 똑바로 앉는다.)
착잡한 정준.
씬 30. 회의실 또는 마실장 방
씬 7에서 동미가 손보고 있던 프리젠테이션 시안이 한 쪽 벽에 투사되어 있고 동미, 옆에 서서 열띤 어조로 설명하
마 실장이하 Lab 직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동미: 이번 내쉬빌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웹 비즈니스 환경에 탄력 대응도 로컬 마켓의 상이한 이해를 수렴하는데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다음은 김현정씨가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대해서
마실장: 아, 그 정도로 간단히 하고, 어이, 거기 불 좀 켜지.
직원 몇 명이 일어나 블라인드를 올리고 불을 켠다.
마실장: 이번 글로벌 컨퍼런스에는 유럽과 아시아지역 바이스 프레시던트 전부가 회동하는 자리니, 특별히 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하겠
김과장님께서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직접 시연해주시고 심대리는 2부의 부문별 벤더 역할론을 정리해 주세요. 그리고 이동미씨?
동미: (기대에 찬 표정으로) 네!
마실장: 이동미씨는 김현정씨와 함께 컨퍼런스가 끝나고 연회 준비를 맡도록. 유럽 사람들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메뉴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거에요.
표정이 굳어버리는 동미와 현정.
마실장: 자, 다 된 것 같은데 더 할 얘기 있습니까?
동미: 실장님, 그럼 내쉬빌 피티는 누가 하게 되는 거죠?
마실장: 그게 무슨 죠? 그건 내 일 아닙니까.
동미: (목가다듬고) 외람된 말씀인 지 모르요. 지난 10개월간 밤잠 설치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은 저와 여기있는 김현정씨라는 건 우리 랩 사람들이 모두 아는 얘깁그런데 왜 저희들만 파티 뒤치다꺼리로 물러나야 하는 거죠?
마실장: (우습지도 않다는 듯) 이동미씨,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 어느 회사에서 여자 어시스턴트가 디렉터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한답디까? 자, 컨퍼런스가 바로 다음 줍지체할 여유가 없어요. 내일부터 회사 앞 호텔에서 합숙에 들어갑이상.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실장: 이동미씨, 잠깐 얘기 좀 합시다.
동미, 굳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다시 앉는다.
선호,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다른 직원들에게 눈치를 주곤 몰고 나가며 문을 닫는다.
마실장: 이동미씨, 프로답잖게 왜 그래? 이번 건만 하고 회사 그만둘거야? 사회생활 하다보면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물러서야 될 때가 있다는 거 아직도 몰라요?
동미, 마실장을 똑바로 쳐다본다.
마실장, 자리에서 일어나 동미를 향해 다가와 책상위에 걸터앉는다.
마실장: 이번 내쉬빌 프로젝트, 아주 맘에 들어. 내 스타일을 그대로 읽었더군. 우린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요. 당신은 아무 말 말고 나 하는 대로만 따라오면 돼. 이동미씨 앞길은 내가 보장하지.
동미: 실장님이 계시는 한 회사 짤리는 일은 없겠군요?
마실장,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동미 어깨에 손을 얹는다.
마실장: 오늘밤에 한잔 합시다. 이동미씨를 위해 특별히 세워둔 플랜도 있고.
동미: 그것도 원만한 파트너쉽을 위한 거겠죠?
동미, 마실장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서서
동미: (교태로운 미소) 저도 실장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액션 플랜이 있는데
동미, 마실장의 허리춤을 끌러 지퍼를 내린다. 바지를 잡고 내리려는데
마실장: (동미 손을 잡으며) 성격이 급하군.
동미, 배시시 웃으며 마실장 뒤로 돌아 그를 감싸 안고는 천천히 넥타이를 푼다.
마실장: (문쪽을 힐끔대며) 잠깐. 여기는 좀 그러니까 내 방으로 가지.
동미, 순간 눈빛이 달라지며 느슨해진 마실장의 넥타이를 잡고 무작정 문쪽으로 걸어간다.
허걱 놀라는 마실장, 끌려가며 넥타이를 붙들랴 발목까지 내려온 바지춤 추스르랴 정신
마실장: 이, 이거 왜 이래 이동미씨. 어쩔려구 그래!
동미: 아, 니 방 가자며!
동미, 회의실 문을 벌컥 연다.
사무실 직원들, 마실장이 동미에게 끌려나오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 일어선다.
동미: 봤냐? 이게 바로 널 위한 스페셜 액션플랜이다, 이 씨봉새야!
동미, 넥타이를 쥐고 있던 손을 들어 바지춤을 올리고 있던 마실장의 얼굴을 밀어버린다.
나동그라지는 마실장, 일어나서 정신없이 옷매무새를 수습하는데 동미, 회의실에서 코트를 들고 나오다 엉거주춤 지퍼를 올리고 있는 마실장을 보며
동미: 가관이군. (마실장을 밀치며) 비켜!
다시 한번 나동그라지는 마실장.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동미. 너무 놀라 꼼짝도 못하고 서있는 직원들.
나난NA: 그것이 동미의 회사생활 마지막 액숀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