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머리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베풀어지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뜨거운 마음”은 보다 더 값진 것이다.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이성(理性) 이상의 어떤 것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지혜를 찾기 원한다면 마음의 충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진리를 염두에 두기 위해 스텔라와 랄프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해 감사절 날, 어떤 축구장에서 똑똑하기로 이름난 스텔라가 처음으로 랄프를 만났다. 그는 존 홉킨스 대학의 학생이었고, 남쪽 지방 출신으로, 아주 지적인 청년이었다. 여느 연애소설의 내용처럼 그들은 서로 사랑에 빠져들었고, 또 그들은 서로 너무나 행복을 느끼게 되었기에, 오히려 그런 벅찬 감격과 행복을 두려워하기까지 하였다. 그들은 서로 결혼하기로 맹세하였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8장 38절에서 “죽음이나 삶이나…… 현재일이나 장래일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그 밖에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그들도 서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그들의 사랑을 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랄프는 의학도였다.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의사였다. 그가 퍽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인데도, 스텔라에게 있어서의 그는 몹시 다정했고 친절하게만 느껴졌다. 나이가 좀 들은 랄프가 오히려 더 믿음직하게만 보였다.
당시 랄프는 거의 30세에 가까웠고, 스텔라는 갓 스물이었다. 스텔라는 자기의 약혼자가 왜 이렇게 늦도록 의학공부를 끝맺지 못했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미래의 계획에 벅차 있었기에 그 같은 사소한 과거지사에 대해선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드디어 그들은 약혼했고, 그들은 랄프가 의사시험에 합격하는 그 다음 날을 결혼일자로 잡았다. 이미 랄프는 그 시험을 보고 난 뒤였다.
그들이 합격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 즈음의 어느 날, 스텔라에게 한 여인이 찾아왔다. 나이가 지긋한 부인이었다. 그 부인의 얼굴에는 수심이 담겨져 있는 듯했고, 그 눈에는 눈물이 고인 것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 부인은 랄프의 어머니였다. 그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네가 내 아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또 좋은 아내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너의 결혼이 성공할 것도 확신한다. 그러나 한 가지, 네가 랄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 아들은 그것을 네게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아들더러 직접 네게 말하라고 권했으나,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네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이렇게 아들의 뜻을 거역하고 찾아왔다.
비록 사랑에 끝장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만나 이 점만은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내 아들은 과거에 3년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물론 의사들은 그가 지금 완전히 치료되었고, 다시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증했다. 그러나 만일 네가 그의 아내가 되어 백년해로하기를 결심했다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결혼해야 할 것이다.”
스텔라가 받은 쇼크가 얼마나 컸겠는가? 그녀는 며칠 밤낮을 자기 자신과 싸워야 했다. 결혼 후를 내다보면서 자녀들을 가졌을 때를 생각할 때, 그녀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그가 다시 정신병자가 되는 일은 없어도, 혹시 자녀들 가운데서 정신병자가 생겨나지는 않을는지?
그녀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을 앞에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냉철히 판단할 때 그녀의 이성(理性)은 그에게 말하기를, “약혼을 취소하라. 그리고 그를 잊어버려라. 불행의 그림자를 보면서 결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녀의 마음속에서 다음과 같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너는 결혼식장에서 하나님 앞에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좋을 떠나 슬플 때나 그를 사랑하겠다고 선서하게 될 것이다. 비록 그가 다시 정신병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고로 그가 병신이 되었을 때, 너는 그의 곁에 남아서 그를 사랑해야 할 것이 아닌가? 왜 지금 망설이는가? 그를 사랑한다면 그를 위해 결정해야지, 그를 떠나려는 방향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병이나 건강, 가난이나 부요에 상관없이 그를 사랑해야 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다시 냉철한 그의 이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랄프가 직접 모든 것을 솔직히 고백했다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 그를 어떻게 믿고 평생을 의지할 수 있겠는가?” 또 마음은 그것에 대해서, “그가 너무나도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잃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워서 말을 못한 것이 아닌가?”
그녀는 이렇게 며칠을 두고 이성과 마음, 머리와 가슴의 싸움 속에서 고민을 하다가 끝내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마음보다는 이성, 가슴보다는 머리의 충고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결국 약혼은 파기됐고, 둘의 관계도 끝났다.
랄프는 마음의 상처를 씻기 위해 볼티모어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떠나가 버렸고, 스텔라도 여러 해 동안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다가 결국 10년이 지난 후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그는 뉴저지 주의 트렌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그런데 결혼 후 불과 2, 3년이 지났을까? 어느 날 밤, 그녀는 잠결에 침대 한쪽이 비어 있는 것을 느끼며 잠을 깼다.
옆에 있어야 할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잠옷 바람으로 집안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남편을 찾았다. 그녀는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듣고 그리로 내려가 보았다. 남편이 큰 도끼를 들고 그 집의 주춧돌을 내려찍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삼손이다. 이 집을 부숴버리겠다!”
미쳐도 너무 심하게 미쳐 있었다. 그는 불치병자로 종신토록 정신병원에 살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선언을 받았다.
두 번째로 얻은 더 큰 충격을 잊기 위해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동부에서 서부 끝까지 긴 여행의 길에 올 어느 날 밤 캘리포니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그녀는 정말 우연히 랄프를 만나게 되었다. 10여 년 만의 대면이었다. 랄프는 그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외과 의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아내와 아들과 딸이 있었다. 모두가 다 건강했고, 모두가 다 행복에 넘쳐 있었다.
물론 우리가 어떤 중대한 결정을 해야 될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두뇌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그러면서 우리는 하나님이 그 자신의 일부로 우리에게 주신 우리 마음의 속삭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찬 머리”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더 중요하고 더 값진 것으로 “뜨거운 마음”이 있다.
사랑은 머리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베풀어지는 것이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