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남학생인 오윤우(가명)군은 평소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등교하기 전 1시간 동안 헤어스타일을 만지고 옷을 수차례 갈아입어볼 뿐만 아니라 쌍꺼풀을 만드느라 시간을 한참 보낸다. 겨울방학에는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3∼4시간으로 더욱 길어졌다. 오군의 엄마는 “처음에는 사춘기라서 당연히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때려니 하고 별 말을 하지 않았는데, 갈수록 거울만 보고 있으니 혼을 내고야 말았다”며 “아이가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 너무 높은데 ‘너 정도면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줘도 받아들이지 않고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해도 ‘꼰대같은 소리’라고 거부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예나 지금이나 사춘기 청소년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예전보다 관심 수위가 한결 높아진 데 대해서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SNS)의 발달에 따른 외모중심주의에서 원인을 찾는다. 10대들이 눈만 뜨면 확인하는 이른바 ‘카페인’(카카오·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는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사진들과 이에 대한 찬양이 넘쳐나고, 이를 보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외모와 비교하며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웹툰 역시 외모중심주의를 소재를 하고 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여신강림> <외모지상주의> 등은 외모로 인해 왕따와 무시를 당하던 주인공이 외모가 변하면서 벌어지는 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이 외모에 예민한 청소년들의 심리적 방패막이 되어주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청소년학회가 중고생 435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모에 대한 자존감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청소년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할 용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BBC와 NYT는 마스크 의무 해제 발표에도 불구하고, 10∼20대 등 한국인들이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부담감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위 사례의 오군은 “곧 개학하고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될 텐데 내 얼굴을 보면 실망할까봐 걱정된다”면서 “웬만하면 마스크를 벗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자녀의 낮은 외모 자존감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명지병원 교수는 “일단 자녀가 외모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마음은 수용해주고 자녀가 외모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같이 찾아봐야 한다”며 “아이가 화장이나 성형을 원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면서 외모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개성과 능력으로 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장이나 다이어트, 성형 등을 원하는 아이를 한심하게 보거나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조언은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자녀의 마음을 닫게 만들 뿐이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해독하는 법과 사회적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밝혔다.
<외모 자존감 수업>(그래도봄 펴냄)을 집필한 부운주 정신과 전문의는 “낮은 외모 자존감을 해결하는 방법은 외모가 바뀌거나 신체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외모를 바라보는 관점을 뜻하는 신체 또는 바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선 ‘외모=전부’라는 믿음을 교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형에 대해서는 “신체, 인지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여서 성형을 받으려는 심정은 존중하되 결정을 미루도록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 해외 국가에서 성형 전 숙려기간을 갖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자녀의 외모중심주의는 부모 등 주변 어른들의 영향을 받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부모부터 이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부운주 전문의는 “부모의 외모에 대한 생각과 느낌, 태도 등 가치관은 은연중에 자녀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외모에 관계없이 너를 존중해’ ‘외모보다 중요한 것들도 많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부모의 외모 자존감과 가치관이 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교육 전문가인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는 “부모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쟤는 얼굴을 고쳐서 더 예뻐졌네’ ‘쟤는 코만 고치면 좋겠다’ ‘쟤는 살을 빼야 된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게 모두 자녀들에게 외모 추구 메시지가 되고 압력이 된다”면서 “사람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람이 노력으로 이룬 성취에 얘기를 많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존감과 바디 이미지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존감이 강하면 바디 이미지도 좋고 자기를 잘 받아들인다”며 “아이가 내면에 단단한 자존감을 쌓아올릴 수 있게 아이를 존재 자체로 귀하게 여기고, 노력으로 성취한 것으로 칭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