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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루안인 淸淚眼人 ※ 마흔 방울
겨울의 절정 후 느슨한 추위가 몰려올 이 시기에는 겨울옷을 벗으려는 자연의 움직임이 눈에띄게 보였다.
하지만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이 자연의 변화는 미세하기 그지없다.
박장군의 목격으로 밤새 달려온 죽교.
혼조는 자신들의 수하 3명을 이끌고 죽교의 조용한 거리를 경계했다.
병사들이 가득찬 죽교에 혼조는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너희들은 각각 거리를 나누어 황후를 찾아라. 시간은 하루다. 반드시 찾아내도록."
"알겠습니다."
부하들이 각각 나뉘어졌고 혼조는 몸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황후, 어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눈앞에 빨리 나타나는게 좋을거야.'
하지만, 넓은 항구도시 죽교에서 꼭꼭 숨은 청효를 찾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을것이다.
-예송국 전영-
이른 아침부터 깊게 패인 상처때문에 기분이 저조된 려위는 주위를 물렸다.
이틀 후면, 남해와 서해로 출항하기때문에 병사들은 짐을 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건너편 청효의 막사가 있는 쪽을 본 려위는 이를 갈며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막사지만 그 속엔 향기로운 플로럴향, 그녀만의 향이 묻어있었다.
촛대에 불을 켜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도망칠 생각을 한거지? 대단하군. '
눈을 치켜뜨며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는 서탁에 몸을 돌렸다.
금색의 서탁위엔 촉과 먹, 종이, 인장, 촛대가 놓여있었고 한쪽에 고이 접어놓은 종이 한장이 구석에 꽂혀있었다.
자세히 보니 구석에는 종이뭉치가 가득했고 서탁옆은 종이가 이리저리 널부러져 뒹굴어 다녔다.
려위는 붕대감은 팔 대신 한쪽팔을 움직여 뭉쳐져있는 종이를 펼쳤다.
만개한 향기가 차가운 북풍에 잔잔히 느껴지고
내 귀엔 그대의 속삭임이
내 눈엔 그대의 눈빛이
내 입술엔 그대의 붉은 입맞춤이
그대의 눈빛이 내 어깨를 감싸고
그대의 속삭임이 나를 편안하게
나는 여기에 서있습니다.
려위의 갈색 동공이 촛불에 일렁거렸다.
곱게 쓴 연시..
종이를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종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다른 종이를 집어들었다.
푸른하늘 푸른나무 푸른초목
하얀 눈 만년설이 드리우는 저 하얀 들판위에
훨훨 날아다니는 자그마한 소쩍새
피를 토하며 우는 음율이
붉디 붉은 심장을 두드리네
저 음율이 님의 심장을 두드리면
나 원없이 눈물 흩뿌리고 날아갈텐데
여리고 얇은 종이가 려위의 거친손에 갈기갈기 찢어져 허공을 맴돌았다.
' 내 옆에서 평생토록 휘를 그리워하며 살도록 만들어주지. 소원이라면!'
막사를 나온 그는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을 보았다.
눈이 오려는지 하늘이 뿌옇고 으슬으슬 한기가 몰려왔다.
'분명 , 휘가 있는 곳으로 간것이다. '
어젯밤 , 혼조가 찾으러 나섰다는 곳이 죽교라 했다.
'죽교라..훗- '
-용현국-
열어둔 창문에서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휘가 번쩍 눈을 뜨곤 가만히..그대로 숨죽인듯 가만히 있었다.
바람결에 어떤 향이라도 맡은걸까?
그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휘가 몸을 일으키곤 창문가로 기대어섰다.
그의 눈이 미세하게 떨려왔고 붉은 입술은 가만히 다물어져있었다.
탁자위, 바람결에 날리는 하얀종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만히 창문에 기대서서 바람결에 날리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발걸음을 떼곤 탁자위에 종이를 잡았다.
淸淚眼人
미세하게 떨려왔던 눈동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종이의 글씨를 직시했다.
우아하고 세련미 넘치는 필체는 분명 그녀의 것이였다.
그의 가슴이 무너지는 순간, 그는 종이를 얼굴에 갔다대곤 눈을 감았다.
'.. 두려운것이냐.. 왜 나를 피하는것이야..'
안도감.
그것은 안도감이였다.
그녀가 이 세상에 살아숨쉰다는 그 하나의 희망이 진실이라는 안도감.
종이에서 그녀의 향기가 조심스레 풍겨왔다.
달콤하고, 향기롭고, 아련한 그녀만의 향기.
눈을 뜨고 종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잠시 주춤했다.
종이의 한 부분이 푹 패여져선 쭈글쭈글 해져있었다.
'울었구나.. 이젠 울지말거라..멀리 멀리 네 날개를 펼쳐보거라..'
휘는 종이를 접고는 품에 넣었다.
'..네 날개를 맘껏 펼쳐보거라.. 멀리 멀리 날아가서 준비가 될때까지 세상을 잊거라.'
종이에서 그녀의 향이 아른거렸고 왠지 곁에 있을 것만같은 느낌에 휘는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아침햇살이 너무도 따뜻하고 온화해 창밖의 겨울새들이 한껏 목청을 울려 여리게 지저귀고있었다.
어쩌면 잘 된 일일수도 있다.
그녀에게 살 길, 아니 숨을 트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한곳에 얽메이는 사람이 아니였다.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싶은일을 하도록 놔주는것도 좋을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당분간이다. 당.분.간.
언젠가는 만날 그때를 기약하겠다.
반 청효.
"흡..흑.."
어두컴컴한 사방한구석에 슬피우는 목소리가 나직히 들려왔다.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워진 외딴 벽에 기대어앉아 눈물을 토해내고 있는 저 여인은 누구길래 저렇게 서럽게 울까?
뜨거운 눈물 방울 하나하나가 아릿하게 땅에 톡 - 톡- 떨어지고 있다.
그녀의 뜨거운 마음 한 줄기처럼..
땅에 팔을 대고 고개를 숙인 검은 옷을입은 여인은 붉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세차게 깨물었다.
이미 그녀의 얼굴 밑 땅은 방울방울 검게 젖어있었다.
하얀손이 그녀의 가슴, 정확히 말해 심장쪽을 쥐어뜯듯이 잡았다.
그녀의 애절하고 아련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행동이다.
'..미안해.. 이말 밖에 할 말이없어.
당신앞에 나타나기가 왜 이리 두려운걸까.. 당신앞에 갈 수가 없어 이젠..
부디 훗날을 기약해. 나 같은거 죽은셈 치고 잊어버려..'
잊어버려..
어떻게?
.. 이렇게 가슴이 불타오를 듯이 뜨겁고 아픈데 ..
그녀의 까만 동공에서 맑디맑고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토톡-하고 떨어져 하얀손 중턱에 떨어졌다.
눈물을 닦아내고 그녀는 나무에 기대앉아 한참동안 눈을 감고 바람내음을 맡아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손가락에 끼워진 진주반지가 너무도 영롱하게 빛나 그녀의 눈을 다시금 젖어가게 만들었다.
'..이대로 가면 언제볼지..영영 못볼지도 모르겠다.. 우린 근본적으로 적이니까.'
그녀 특유의 차가운얼굴을 하늘을 향해 올려다 놓고는 숨을 들이마셨다.
' 자, 이제 시작이다! 반청효ㅡ '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북적거리는 시장은 어딜가나 여전했다.
비록 전쟁중이였지만 죽교는 제 2무역항의 명성답게 사람들이 우글우글댔다.
병사들, 장군들, 색목인들, 노비들..여러가지 행색을 한 사람들.
그 사이에 튀지않은 검은 옷을 온몸에 감고 재빠르게 걸어다니는 한 사람.
'어서 죽교를 빠져나가야 겠어. 군사들이 너무 많아. 위험해.'
온몸을 검은천으로 감싼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글쎄.. 황후가 자결을 했다나 뭐라나.. 아휴.. 쉿!"
"에?? 정말인감? 아이고.. "
죽교 한복판 사거리에 위치한 커다란 객잔서 뚱뚱한 체형인 두명이 소곤소곤대고 있었다.
"그래! .. 소문이지만 뭐.. 사실인가벼. 황제께서도 아무런 언급도 안하시니."
"..어쩜 좋나.. 불쌍도 하지. 쯔쯧"
저 둘 가까이서 무심한 눈빛을한 혼조는 귀를 쫑긋세웠다.
그의 하얀 손가락에 잡힌 술잔이 허공에 멈춰섰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황제가 가만히 안있을거야.. 엄청난 전쟁이 벌어질수도 있어!"
뚱뚱보는 몸짓을 과장하며 말을 지껄여댔고 나머지 한명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훗- 어리석은것들.'
혼조는 술잔을 내려놓고 객잔을 빠져나왔다.
역시나 객잔서도 아무런 정보를 찾지 못하였다.
이 넓은 죽교안에서 황후를 찾기란 모래알에 유리찾기.
혼조가 느릿느릿 걸음을 옮길 때쯤은 이미 해가 질 무렵이였다.
붉은 노을이 아귀를 쩍 벌리며 죽교 땅 모두를 삼키고 있었다.
비단 골목을 지날 때쯤이였다.
"고맙소. 그럼."
"그럼 잘 가시오!"
푸른색 장포를 입고 포를 쓴 평범한 자제의 사내처럼 보이는 그가 상점을 나서고 있었다.
혼조는 무심결에 그에게 눈길을 가져갔고 이내 눈이 번득였다.
'...수상하다.'
장포를 입은 그가 순식간에 눈앞에서 저 멀리까지 사라져버린것이다.
'음공陰功?'
음공을 쓴다..?
역시나 수상한 구석이 덕지덕지. 게다가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혼조의 예민한 후각은 은은한 난향을 잡아냈다.
혼조가 급히 몸을 날려 그의 뒤를 좇았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이정도의 실력이라면 ...
장포를 입은 남자는 잠시 부둣가에 멈추어섰다.
부둣가에는 막바지 배 출항이 한창이였고 , 끝까지 줄을 선 사람들은 저마다 호패를 들이밀고 있었다.
남자는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헙!!"
남자의 어깨에 턱- 놓여진 혼조의 무거운 손.
표정없는 얼굴로 남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혼조는 어깨의 손을 놓았다.
'역시..'
휘둥그레 커다래진 남자의 눈이 혼조를 쏘아보았고 남자는 인상을 험악하게 찌뿌렸다.
혼조는 그것이 재밌어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남자의 어깨가 잔뜩 긴장으로 움츠려있었지만 움직임과 동시에 혼조의 어깨가 땅으로 떨어졌다.
더 인상쓴 그의 모습이 너무 웃겨 혼조는 그만 풋- 하고 웃고말았다.
눈에 잔뜩힘을 주고 고개를 치켜들었으니..
"왜 웃는거지?"
중저음의 목소리로 가장한 그녀가 너무도 우스워 혼조는 목을 가다듬었다.
"황후마마. 장난은 이제 그만."
그녀의 눈이 잠시 무언가 스쳐지나가고 까만 속눈썹이 치켜올려졌다.
'..제길!.. 들킨건가?'
그녀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그의 얼굴 앞에 말을 내뱉었다.
"넌 누구냐."
"황제폐하의 호위무사 혼조입니다."
'제기랄!. . 아씨.'
그녀의 얼굴엔 아무감정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녀의 내면엔 혼란이 왔음을 혼조는 눈치있게 알아냈다.
"이만 저를 따라 가시지요."
혼조가 손을 내밀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청효는 픽 -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혼조가 눈을 치켜들며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참..우수워. 아! 그렇지? 난 포로였지. 그래 포로.. 훗-
나한테 결정권이 어디있나.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포.로.인걸."
이미 해가 다 꺼질 무렵.
청효의 하얀얼굴이 노을에 물들어 붉게..아니, 활활 타오르는 금빛물결처럼 일렁였다.
첫댓글 청효야 그냥 튀어! 청효는 언제 나라 다시 세워요???ㅠㅠ
곧있으면 될것같네요 ^^ㅋㅋ
악! 너무오랜만에 오셧어 ㅠㅠ 청효야 빨리 휘한데 달려가 ㅠㅠㅠ< 뭘 무서워하니 ㅠ ㅠㅠ <
후훕 ㅋㅋ 여러분들 너무 웃겨요 ㅋㅋ 재밌어요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