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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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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스크랩 나누고 싶은 글 [117] 아파트의 까치둥지
신충우 추천 0 조회 130 06.06.14 15:5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신충우 파일 117]

 

 

먼동이 트면 서재 창 너머 나뭇가지에서 까치가 운다. 성가스럽기도 하지만 반갑고 기쁘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까치 소리는 단 두 음절 '깍~ 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깍'은 얕다.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이 그저 반갑다. 어린 시절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금도 아침에 까치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어딘지 모르게 반가운 소식의 예고와 같이 희망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까치는 반포지은(反哺之恩)을 안다고 해서 효조(孝鳥)라 일러 왔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그 소리가 좋다. “서재 남창 앞 높은 나뭇가지에 까치가 와서 집을 짓더니 글 재주가 크게 늘어서 문명(文名)을 날렸다”는 옛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까치 소리는 반갑고 기쁘다. 까치는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설날> 노래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와 친숙한 나라새로 쥐나 나무의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텃새이기도 하다.

 

1개월 전 같은 동네에 있는 한화꿈에그린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작년 봄에 준공한 이 아파트는 7개동으로 역 ㄷ자형의 소나무 숲이 단지 안에 19~20층 아파트 건물 사이에 조성돼 있다. 이 소나무 숲에 지난 겨울부터 까치가 찾아들어 둥지를 틀고 사는 것이다. 이사하는 날도 나와 아들사이를 비행하며 반갑다는 듯이 '깍 깍' 반겼다. 

 

도심의 아파트에 왜 까치가 둥지를 틀었을까 궁금해 진다. 그 이유는 첫째로 친환경적인 정원 조성에 있다고 생각된다. 까치는 보통 촌락 주변이나 시가지 공원 등에 서식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 아파트에 조성된 소나무 숲을 시가지 공원으로 알고 찾아 든 것으로 보인다. 거주자는 25, 28, 33, 47형에 걸쳐 422세대. 이곳에서 우는 까치소리는 산속에서와 같이 유리창과 벽들에 반향, 메아리도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이유는 아파트 건물이 왕복 8차선 큰길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차단, 조용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정원에는 30~40년생 적송 6~8그루로 조성된 소나무 군락이 3곳에 있다. 103동 앞, 105동과 106동 뒷편의 중앙, 107동 뒷편이 바로 그 곳, 까치둥지는 소음이 적은 이 숲의 103동 앞 1, 2라인 소나무 가지사이와 106동 뒷편 소나무 꼭대기에 지어져 있다.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위에 지어진 까지둥지는 한폭의 동양화와 같다. 6층 서재의 창 너머로 보이는 둥지가 바로 후자다. 솔가지에 가려 둥지의 윗부분만 보인다. 후자가 먼저 만들어 지고 전자는 어미가 새끼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새끼들은 이미 비행연습을 끝내고 먹이를 찾아 창공을 난다. 광장 정원 외에도 소나무 군락이 아파트 주변 곳곳에 느티나무, 단풍나무, 향나무 등 각종 나무들과 함께 5개가 더 조성돼 있어 이 아파트는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천적으로 부터 등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짝짓기를 한 까치들은 둥지를 틀 장소를 정하는데, 200∼300m 넓이의 세력권을 확보한다. 둥지는 아카시아 나무, 미루나무, 은행나무, 가죽나무, 감나무 등 활엽수에 많이 튼다. 이는 천적으로부터 쉽게 도망 갈 수 있고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는 동시에 새끼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때까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높은 전신주 꼭대기에 등지를 트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상으로부터 대략 12m의 높이다. 까치둥지는 나뭇가지로 촘촘하게 잘 엮어져 구렁이나 족제비, 담비 같은 적이 침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가 와도 물이 새지 않는다. 폭풍우와 폭설에도 건재하다. 인간이 이 공법을 배운다면 붕괴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둥지는 소나무 가지 등 마른가지를 모아 지름 약 1m의 공 모양으로 짓고 옆쪽에 출입구를 만든다. 12월에 짓기 시작, 다음해 2∼3월경 완성한다. 수컷이 기초 작업을 하여 예비 둥지를 마련하고, 암수가 공동으로 둥지를 마무리 짓는다. 둥지를 짓는데는 걸리는 소요기간은 약 40일. 일반적으로 한 나무에 한 개의 둥지를 새로 틀지만 극소수의 까치는 전년에 사용한 둥지를 보수해서 사용하거나, 그 위에 소재를 다시 쌓아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다. 가을이 되면 새끼 까치들은 짝을 찾아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의 롯데캐슬 아파트에도 지난 겨울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비교적 조경이 잘된 이 아파트의 서쪽 담벽 부근에는 줄기 곧은 15~20년생 소나무 군락이 조성돼 있는 데 이 숲 속에 한 개의 까치둥지가 있다. 술잎에 가려져 보일 듯 말듯하다.

 

이 두 아파트의 공통적인 특징은 4만명이 거주하는 서울 염창동에서 가장 친환경적으로 건립된 최첨단의 아파트라는 점이다. 21세기 아파트의 모토는 단연 친환경이다. 친환경이란 나와 내 가족이 중심이었던 ‘웰빙’에다 나뿐만 아니라 환경과 이웃의 행복까지 배려하는 ‘로하스(LOHAS:Life 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개념이 더해진 것이다. ‘더불어 건강하게 꾸준히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주거 환경’이 친환경 아파트가 지향하는 목표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옛 이야기처럼 글 재주가 늘지 않고 오히려 이사를 한 후 집중력이 떨어져 글이 안써진다. 저술가로서 답답하다. 까치가 나에게 온 것이 아니고 내가 까치를 찾아야 와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본다. 전에 살던 태영아파트는 건립한 지 10여년 된 구형아파트였지만 이곳에 3년동안 거주하면서 근년에 낸 <바이오혁명 그 현장> <민족지성 신채호> 등 5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북향의 서재엔 조그만 창이 달려 방안이 어두면서 아늑해 글쓰기에 좋았다. 이런 것을 보고 구가신안(舊家新安)이라고 하는가. 이번에 이사한 아파트의 서재는 남향으로 전면이 유리창으로 투명, 정원이 한눈에 시원하게 내려다 보여 상쾌한 기분은 들지만 방안이 너무 밝아 정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커텐을 쳐서 아늑한 분위기를 애써 만들어 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정원의 까치들은 이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뭇가지 사이를 무심하게 날아 다니며 '깍 깍' 서로를 부른다.   

 

<신충우 환국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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