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이란 소설은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고 축약할 수 있습니다.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위해 비상을 꿈꾸는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 삶의 본질을 그린 참 멋스러운 소설이지요.
하지만 무작정 높이만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새들의 먹이는 땅이나 수면에 있고 높이는 먹이를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멀리 볼 수는 있겠으나 그건 삶을 영위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즉 포부는 널리 가질 필요는 있지만 현실을 자각하는 힘도 중요합니다. 우린 현실 자각에서 벗어난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즉 지나치게 크거나 작게 표현하는 방법이지요. 국어에서는 이를 과장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산더미 같은 파도 간이 콩알만 하다. 바늘구멍에서 황소바람 들어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고추나무에 그네를 뛰고 잣 껍데기로 배를 만들어 타겠다. 이런 표현법은 내용을 강조하거나 생동감을 일으키는 데 효과적이긴 합니다.
허장성세(虛張聲勢)란 표현이 있습니다. 헛되이 목소리의 기세만 높인다는 뜻으로 줄여서 허세라고 쓰기도 하지요. 진의 장군 선진이 위나라의 오록성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의 일입니다. 선진은 군사들에게 깃발을 산이나 언덕을 지나갈 때마다 마구 꽂으라고 명령했지요. 숲에는 수없이 많은 깃발이 나부꼈습니다.
같이 행군하던 다른 장수가 '군사는 적진을 향해 소리 없이 쳐들어가야 하는데 미리 알려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하자, 선진은 '약소국가인 위나라 백성들에게 우리 군대에 대한 위압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진나라 군사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위나라 백성들이 성 위에 올라가 보니 진나라의 깃발이 온 산과 언덕에 셀 수 없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위나라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났고 선진은 무사히 오록성을 함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때론 허세가 이로움을 주기는 하지만 결코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꿈은 크게 가지되 결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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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장예모 감독의 "집으로가는 길"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워낙 영상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감독이긴 하지만, 내용까지도 한 편의 동화같고, 주는 감동도 잔잔한, 그러면서도 현대에 사는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게 뭔가를 생각케하는 영화였습니다.
내가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사는건 아닌지 생각하게끔 하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