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The JoongAng plus/시(詩)와 사색』2023.08.05 -
한낮의 길에서 울고 있는 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는데 그 탓에 눈가를 닦아 낼 수도 없는 듯했습니다. 저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습니다. 슬픔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고 삭이고 삼키는 것을 어른스러움이라 여기며 살아가지만 울음만은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베개에 얼굴을 묻거나 책상에 엎드려 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하지만 불현듯 눈물이 다다를 때 우리는 도리 없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게 됩니다. 혼자 울 시간이 필요하니까. 눈물을 들키기 싫으니까. 다시 얼굴에서 손을 뗄 때쯤 슬픔이 조금이라도 잦아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