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미드필더 김남일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주 트레이닝 센터 주변의 지나친 취재열기와 통제되지 않은 팬들로 인해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1일 독일 월드컵 엔트리 23명을 확정 발표한 대표팀은 14일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 소집됐다. 이 때부터 불 붙기 시작한 방송과 언론의 과도한 취재 행태를 보노라면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TV 화면 속에 비쳐진 파주 트레이닝 센터의 풍경은 마치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한다.
물론 월드컵이 국민적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체 월드컵과 축구와는 무관한 연예 프로그램에서까지 취재진(?)를 보내 트레이닝 센터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지 도통 이해할 길이 없다. 아무리 시청률이 대세라지만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주지하듯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합숙 훈련 기간은 역대 월드컵 대표팀에 비해 무척이나 짧다. 이 부문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도 그 중 하나다. 합숙만 수개월을 하고 안방에서 치러진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달리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 대표팀에 유리하게 작용할만한 요인들이 거의 없기에 그 불안은 더 하다.
아드보카트호는 20일까지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한 뒤 세네갈과의 평가전(23일·서울월드컵경기장)을 위해 이날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로 이동한다. 이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27일 해외 전지훈련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출국한다. 국내에서 합숙다운 합숙 훈련을 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월드컵 대표팀에게 바라는 것은 연습장면이나 인터뷰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월드컵에서 기대하는 것은 본선 무대에서의 좋은 성적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대표팀 선수들을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들들 볶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오죽하면 선수 입에서 "트레이닝 센터 주위가 너무 산만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올까. 차라리 대표팀 출국전까지 축구 전문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대표팀 취재를 통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는 얘기다.
듣자하니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후원자들(?)이 파주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방송 카메라와 코칭스탭,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은 채로 요란하게. 이 분들 중에는 월드컵 기간 동안 현지에서 직접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겠다는 분들도 있다. 과연 그 분들의 격려가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지 의문이지만 격려는 월드컵이 끝난 후에 해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 지금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격려가 아니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