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령모개 정책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퍼부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어제 중국을 제외한 75개국에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세계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폭탄에 대한 금융시장과 자국민의 싸늘한 반응에 강경 일변도였던 트럼프 정책이 후퇴했다고 분석했다. 상호관세 발표와 시행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상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채 가치가 오르고 수익률은 하락한다. 미 국채 수요가 줄어든 것은 미국과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늘어난 펀드가 대량의 채권을 팔거나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았다는 분석도 있다.
확실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는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채권의 가격이 크게 움직이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높아진다. 미중 관세전쟁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양국이 주요 수출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 국민 등 경제 주체가 함께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6월 초 대선까지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는 우리로서는 3개월간의 상호 관세 유예로 시간을 벌었다. 미국이 한국·일본과 우선협상을 한다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조기 타결은 불확실성을 줄이지만 안보와 통상을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원스톱 쇼핑은 수비를 해야 하는 한국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 동맹과의 협상부터 유리하게 끝내고 이를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하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일 것이다.
일단 때려놓고 이후 협상을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은 공포를 극대화해 협상에서 우위에 서자는 미치광이 전략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미국에 통상원칙과 적법절차(due process)를 따라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미 20여 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은 통상 강국이고 협상 기술도 축적돼 있다. 상호 관세는 유예됐지만 10%의 일률 관세도 '어느 당사국도 새로운 관세를 채택할 수 없다'는 한미 FTA 협정문 2.3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 FTA를 준수하는 틀 안에서 조선이나 LNG 구매 등 상호 이익이 되는 패키지 딜을 논의해야 한다. 한덕수 대행체제로 실질적인 양자협상을 계속하되 새 정부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최종 타결하는 것이 몇 가지 면에서 안전하다.